Chapter 211 - 211화- 꺾이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겠다
“저 사람이 제 선임이었다고요?”
포승줄에 양손과 목이 묶인 채로 끌려가는 한 여죄수의 정체를 알게 된 티아스는 크게 경악했다.
“그래, 한 가정을 파멸로 몰고 간 죄로 해임당했지.”
그런 티아스를 향해 제11 군단 단장, 시몬은 그리 대답했다.
“말도 안 돼. 제가 듣기로는 미치광이가 아니었는데….” “명성과는 너무 달라서 이상하지?”
두 단장은 도심에 있는 한 첨탑 위에서 중앙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중앙로에는 여죄수와 그 죄수를 끌고 가는 병사들이 있었으며, 죄수를 구경하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병사들이 이건 행사가 아니니 물러나라고 강압적인 말투로 사람들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 있으나, 물러나긴커녕 더 모여들고 있었다.
사람들이 죄수를 보기 위한 이유는 간단하다.
저 만삭의 죄인이 성스러운 십자군의 전직 단장이었다. 성국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십자군 단장이 천인공노할 죄를 저질렀다. 그 이유로 단장 자리에서 해임당했고, 죄인이 되어 평생 감옥에서 썩히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그토록 영웅이라 존경받았던 단장이 차마 입으로 담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사람들의 관심이 큰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죄수는,
“에헤, 에헤헤, 에헤헤헤….”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처럼 헤실헤실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선임이었다는 것이 티아스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저게 우리들의 말로야.”
담뱃대를 입에서 뗀 시몬은 한숨을 내쉬었다. 독한 매연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신의 힘을 자주 빌리면 나도, 너도 저놈처럼 될 거야. 남은 인생을 평생 감옥에서 썩히게 되겠지.” “그, 그런….” “이미 비드로에게 들었잖아?”
단장이 된 자들의 말로가 어떤지 시몬은 다시금 말했다.
“신에게 힘을 빌린 대가로 광인(狂人)이 된다. 전장에 수시로 나서는 우리에게 있어선 딱 좋은 결말이지.”
신에게 빌어서 사용하는 힘이 바로 신성력이다. 그 신성력을 사용한 대가로 신이 자신의 몸을 희롱하는 걸 신도는 허락해야만 한다.
그 희롱에 점점 잠식될수록 신도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게 되며, 성욕을 주체할 수 없게 된 신도는 광인(狂人)으로 전락한다.
지금 끌려가고 있는 전 12군단 단장도 그렇게 된 죄인 중 하나였다.
“에고, 그냥 교황님에게 이실직고하고 물러날 것을. 왜 끝까지 참아서 저 꼴이 된 건지….”
시몬은 매우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임자 있는 남자를 건든 것도 모자라, 그 여자까지 타락시키다니.” “저는 저렇게 되지 않을 겁니다.”
성욕을 더는 참을 수 없게 된 전 12군단 단장은 아내가 있는 한 병사를 따먹었다. 그 병사뿐만 아니라, 병사의 아내마저 겁탈했다. 이후 단장은 체포되었고, 부부 역시 단장을 유혹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평범했던 가정을 완전히 파탄 내버리고 말았다.
저 죄수처럼 되지 않겠다고 티아스는 맹세했다.
“하하, 정말 저 녀석이랑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재미없는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시몬은 웃었다.
“밑에 있는 녀석도 그런 식으로 맹세했거든? 근데, 저 꼴이 났어.” “뭐라고요?” “그래도, 신의 힘을 최대한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너의 힘을 증명한다면 신념을 지킬 수 있겠지.” “….” “하지만, 운명은 바뀌지 않아.”
시몬은 담뱃대를 티아스에게 겨눴다.
“네가 아무리 신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은 타락하게 될 거야. 단장에 오른 모든 사람이 그러했듯이.” “….” “너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네. 다 부질없는 짓이지만.” “당신….”
자신의 각오를 비웃는 듯한 태도에 티아스는 화가 났다.
길고 짧은 것은 해 봐야 알 수 있거늘, 왜 처음부터 가망이 없다는 듯이 말하는 건가? 각오를 시험당할 상황이 와도 왜 결말은 똑같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가? 언젠가 이길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는단 말인가?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티아스는 부숴버리고 싶었다. 언젠가 시련을 받을 때가 오면 당당하게 이겨서 시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티아스는 굳게 맹세했다.
그리고,
“우끕, 우끕, 우끕, 우끄으읍!”
자신의 맹세를 시험받을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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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끅, 우끅, 우끅, 우끅!”
머리가 어지럽다.
“우끕, 우끕, 우끕, 우끕!”
귀가 울린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쉬어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흐끕, 흐끕, 흐끕, 흐끕!”
지금 티아스의 숨구멍은 봉쇄되어 있으니까.
“하앙, 하아, 하앙, 하앙….”
지금 티아스의 머리 위로 구미호 여자가 쭈그려 앉아 있다. 구미호는 양손으로 티아스의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자신 쪽으로 티아스를 끌어당겨 티아스의 코와 입을 자신의 가랑이로 봉쇄했다.
그 상태로 구미호는 몸을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흔들 때마다 추잡한 소리가 공간에 메아리쳤다. 메아리칠 때마다 구미호, 테미네르는 뜨거운 날숨을 연신 토해냈다. 계속 이어진 섹스로 그녀의 얼굴은 행복에 젖어 있었고,
언제 해방될지 알 수 없는 지옥에 빠진 티아스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숨 막혀. 떨어져. 떨어지라고!’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떨구고 싶다. 그런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티아스는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양팔이 촉수에 감겨 있으니까. 두 다리도 감겨 있으니까. 목도, 몸통도 다 촉수에 감겨 있기에 티아스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얌전히 질식사할 때까지 테미네르에게 농락당하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 따윈 없었다.
그리고, 단순히 구속으로 끝나는 건 아니었다.
‘대체, 어, 언제까지 주입할 작정이지?’
손목에는 촉수가 박혀 있었다. 발목에도 촉수가 박혀 있었다. 혈관에 박힌 촉수는 끊임없이 꿈틀거리며 독을 주입하고 있었다.
구미호의 애액을 먹지 못하면 저승으로 보내버릴 맹독이 티아스에게 주입되고 있었다.
“후끕, 후끅, 후끄윽, 후끄으으윽!”
몸에 독이 점점 축적될수록 감당할 수 없는 성욕이 티아스의 육신을 지배했고, 끓어오르는 성욕을 티아스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광인(狂人)처럼 몸을 들썩이는 것만이 그나마 고통을 잊게 해주는 처방이었으나,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다.
‘어서, 어서, 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으니 티아스는 어느 순간 간절히 원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이제, 이제 싸드릴게요.”
그리고 그런 마음을 알아챈 건지 테미네르는 언제나 약을 주겠다고 통보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티아스는 순간 안도했다. 절정을 이르기 위해 테미네르가 자신의 머리를 더 강하게 끌어안아도, 끌어안은 채로 몸을 더 크게 흔들어도 티아스는 불평하지 않았다.
애액을 먹는다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하앙, 하앙, 하앙, 쌉니다. 쌉니다. 쌉니다!”
막판 스퍼트를 내기 위해 격하게 몸을 흔들던 테미네르는,
“자, 여기까지.” “어?”
돌연 행동을 멈추고 살짝 다리를 올렸다. 간신히 숨을 내뱉을 수 있게 된 티아스는 물었다.
“왜, 왜 또….”
멈추는 거야? 그냥 싸버리지, 왜 중간에 멈추는 건데? 왜 항상 이런 식으로 중도에 멈추는 건데? 이쪽은 진짜로 죽을 것 같은데! 티아스는 원망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왜, 왜 또 멈추는 거야?”
[그야, 너는 항복하지 않았으니까.]
티아스의 머릿속에 울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대신 대답했다. 촉수 공간, 일명 동력실을 지배하는 독사, 페르포네였다.
[항복하지 않으니까 중간에 멈추는 짓을 반복하는 거지, 안 그래?]
“그, 그런….”
[적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선 마음이 꺾일 때까지 애태워라, 그 정도는 상식 아니겠니?]
“….”
[그러니 어서 인정해.]
페르포네는 재차 요구했다.
[나 티아스는 그리드 님의 영원한 육노예가 되겠습니다.]
“….”
[제12 군단은 그리드 님을 위한 수족이 되겠습니다.]
“….”
[십자군이 그리드 님의 장기말로 만드는 것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습니다.]
“….”
[이제부터 저희의 신은 그리드 님입니다.]
“….”
[눈물 콧물 다 흘리며 그렇게 애원하면 벗어나게 해줄게.]
“난….”
처음에는 개소리하지 말라고 일갈했던 티아스였다.
하지만, 계속된 고문으로 그녀의 마음은 점점 꺾이고 있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더는 참지 못하고 뿜어져 나오는 구미호의 애액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으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아무리 애액을 먹어도 끊임없이 주입되는 맹독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언젠가 애액조차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벗어나고 싶어.’
지금 이 자리에서 굴복한다면 해방될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고통받는 자매들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독사가 하는 말에 거짓이 없다면 그리드에게 복종하는 대가로 안전을 보상받을지도 모른다.
성국을 배신한다면 그리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그래도 되는 걸까?
‘그렇지만, 나는….’
이대로 굴복해도 되는 걸까? 이대로 굴복하면 시몬 선배가 한 말 그대로 되어버린다. 광인(狂人)이 되어버린 역대 단장들처럼 자신도 그리되어버릴 거다.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신념도 다 버리게 될 거다.
그런 걸 티아스는 원하지 않았다.
“난…굴복하지 않아.”
결심을 굳힌 티아스는 입을 열었다.
“난 12군단장을 이끄는 단장, 티아스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자신의 신념을 담아서 또박또박 대답했다.
“나는 신을 위한 제물. 너희들을 위한 제물이 아니야.”
독에 중독되어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임에도 티아스는 끝까지 말했다.
“그러니 꿈도 꾸지 마! 나도, 자매들도 절대 악마의 종이 되지 않을 테니까!”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하윽?”
그 순간, 가랑이 사이로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왔다. 강림의 자지만큼 굵은 녹색 촉수가 티아스의 음부 안으로 파고들었다. 굳게 닫힌 주름 동굴을 지나, 자궁구를 뚫고 벽까지 닿은 촉수는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호꼭, 호꼬옥, 호꼬오옥!”
벽을 쿵쿵 찧을 때마다 촉수의 입에선 정체불명의 액체를 토해냈고,
“흐꺄아아아악!”
티아스는 목이 찢어질 기세로 비명을 내질렀다. 가뜩이나 한계에 달했던 성욕이 그 이상으로 돌파했고, 돌파하는 바람에 티아스는 더욱더 몸부림을 쳤다.
그런 티아스를 향해 페르포네는 설명했다.
[독이야. 지금 주입하는 걸 네 보지에도 넣고 있지.]
“보, 보지에다?”
가뜩이나 손목과 발목으로 독이 주입되어 미칠 지경인데, 자궁을 독액으로 가득 채운다고? 그렇게 되었다간 어떤 꼴이 나겠는가? 신념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던 단장으로서의 결의가 타이스의 얼굴에서 바로 사라졌다. 오직 공포만이 그녀의 얼굴을 지배했다.
그런 티아스를 향해 페르포네는 웃었다.
[후후후, 제물이 되지 않겠다고 한 주제에 벌써 겁을 먹다니. 성국의 영웅이 이래도 되는 건가?]
“이, 이….”
[아무튼, 그 말을 할 때까진 절대 편하게 보내주지 않을 테니까 잘 버텨봐, 알았지?]
“이 망할 년이!”
[테미네르, 재개해.]
“네.”
페르포네의 지시에 따라 테미네르는 다시 쭈그려 앉았다. 양손으로 티아스의 머리를 붙잡아 자신으로 끌어당겼다.
“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가만 두…후끅, 후끅, 후끅, 후끅!”
단장의 분노 어린 말은 구미호의 허리 놀림에 중단되고 말았다.
‘반드시 이겨낼 거야.’
티아스는 다시금 맹세했다.
‘반드시 이겨내서 증명할 거야.’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티아스는 결심했다.
‘증명하고, 복수하겠어. 이 짓을 저지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어!’
“우끕, 우끕, 우끕, 우끄으으읍!”
너무나 아파서 눈물을 흘리는 치욕 속에서도 티아스는 굳게 다짐했다.
12군단의 외로운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