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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여름 휴가
남자가 말했다.
"가벼운 현기증, 어지럼증, 구토증세가 있을 수 있어요. 주의하시구요. 혹시 못버틸 거 같으면 빨리 말씀해주세요. 약관은 다 읽으셨죠? 보상책임에 대해서 다 숙지하셨구요."
"닥치고 빨리 해."
예브게냐가 대답했다. 그들은 마법진 위에 서 있었다.
세계적으로 마나의 맥이 풍성한 곳에 정글은 번성한다. 저택에서도 눈으로 보이는 동네 뒷산이 사실은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기맥이라고 했다.
지금 수현과 그의 여인들이 여름 바캉스를 위해 텔레포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이다. 산 아래 유황오리집 지하에서 성황리에 영업하고 있었다. 이 순간이동 마법진으로 몰디브 쪽 섬에 도달하여 배를 타고 예브게냐의 섬을 찾을 예정이다.
"손님. 이건 절차라서 어쩔 수 없구요. 더 말씀드리자면……."
한동안 직원이 무어라 덧붙였고, 짜증내는 예브게냐를 수현이 달랬다.
그런데 막상 직원이 진을 가동하자, 아래에서 자색 불빛이 차오르다가 끼긱거리며 멈췄다. 차오르던 마나가 금새 식는다. 예브게냐가 미간을 찡그렸다.
"어어? 뭐지?"
"제대로 안해?"
"고객님. 이상하네요…… 왜 이러지…… 혹시 아티팩트 같은 거 들고 계세요?"
"당연히 있지. 왜?"
"마나홀 같은 거…… 잘 없긴 한데 여기 기맥보다 마나 용량이 큰 걸 옮기려면 과부하 먹거든요. 마나가 그만큼 필요하니까. 근데 그만한 용량이 있을 리는 없고…… 저쪽에 문제 생겼나……?"
직원이 버벅대며 곁에 둔 컴퓨터를 두드렸다.
그리고 세 여인과 수현은 동시에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그런 아티팩트는 없지만 그만한 마나용량의 괴물이 곁에 있었다. 은발홍안의 미소녀, 이브린이 흥. 하고 코웃음쳤다.
"거기 인간. 내가 직접 할테니 귀찮은 짓 말거라."
"네? 손님……?"
이브린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나왔다. 마법진이 금새 붉게 달아올랐다. 강력한 마나가 방안을 휘돌아 마법진을 채웠다. 갑작스런 힘의 파동에 직원이 벽으로 밀려난다. 시공간이 붕괴하며 마법진 위의 형상들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정하와 이브린은 태연했고, 예브게냐는 낯선 느낌에 살짝 콧잔등을 찡그렸다. 올가는 불안해하며 수현의 옷자락을 잡았다. 수현은 남자답게 이브린 뒤에 숨어 그녀의 치맛자락을 꼬옥 쥐었다.
이윽고 일행의 모습이 사라졌다. 직원이 입을 벌렸다.
"어어……?"
마나의 원천이 사라지고나자, 과열했던 마법진이 잿빛으로 식어갔다. 감당불가의 마력주입이다. 마법진의 수식들이 짓이겨지며 이내 단순한 그림으로 전락한다.
"어어……!"
직원이 망연하게 주저앉았다.
"설비 할부도 안끝났는데! 쟤네 뭐야! 고소할 거야!"
직원이 바닥에 엎드려 뒹굴었으나 한 소년과 네 여인은 간곳이 없었다.
*
균형감각이 사라지고 어지럽다 싶더니, 어느새 낯선 곳이었다.
돌로 바닥을 깐 공터였는데, 마법진이 일정한 규칙대로 늘어서 있었다. 주변에서 빛이 번쩍거리며 정글의 주민들이 이동해오는 게 보였다. 대규모 순간이동 센터였다. 꽃무늬 셔츠를 입은 외국인이 다가와 서류를 건냈다.
예브게냐가 서류를 받아 사인하는 사이 수현은 주변을 걸어다니며 구경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 빛이 번쩍하며 새로운 여행자들이 나타났다. 수현은 별 생각 없이 눈을 돌리다가, 순간 드러난 새하얀 다리선을 발견하고 흘끔 시선을 들었다.
선글라스를 낀 검은 머리의 여인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도 선글라스를 벗으며 수현에게 싱긋 웃었다. 미니스커트에 속이 비치는 얇은 블라우스를 입어 늘씬한 몸매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만 등에는 그녀의 키만큼이나 기다란 칼집을 매고 있었다.
"흐응. 뭘 봐?"
순간 곁에서 달큰한 체취가 끼쳐오며, 귓가에 따뜻한 숨이 닿았다. 귀에 닿는 입술의 촉감에 수현이 몸을 떨었다. 정하가 수현의 목을 끌어안고서는 수현과 뺨을 붙이고, 수현과 시선의 방향을 같이 했다. 선글라스의 여인은 눈을 더 휘면서 고개를 갸웃한다.
"예쁘잖아요. 다리 날씬한 거 봐."
"호색한."
능글 맞은 수현의 대답에 정하가 눈꼬리를 치켜올리다가, 수현의 뒷목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송곳니를 세워 살갛에 박아버렸다.
"으앗."
수현이 순간 몸을 움찔했다.
흡혈은 쾌락과 토정을 동반한다. 힘을 끌어올려서, 거리에서 체액을 흘리는 볼품 없는 꼴은 면했지만, 온몸을 휘도는 쾌락에 수현의 얼굴이 나른해졌다. 수현은 가벼운 절정을 느끼고 정하에게 몸을 기댔다. 정하가 씩 웃으며 착하다는 듯, 깨문 자리에 다시 키스했다.
선글라스 여인이, 단추를 풀어헤친 블라우스에 선글라스를 걸고는 수현과 정하에게 걸어왔다.
"둘이 연인? 보기 좋다."
"고맙습니다."
"놀러왔나봐요?"
정하가 대꾸했다.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여인은 곤란하다는 듯 정하와 수현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후후. 제가 경솔했네요. 전 키시노에요."
"일본인? 한국말 잘하시네요. 저는 이수현이에요."
"한국에서 오래 지냈었거든요."
악수할까요, 하고 키시노가 손을 내밀었다. 수현이 손을 잡았다. 그 순간 키시노가 수현의 팔을 끌어당기더니, 수현의 손등을 물었다.
"우앗?"
순식간이었다. 수현의 몸에서 힘이 빠지며 마약같은 기운이 휘돌았다. 손등에 박힌 송곳니가 보인다. 수현이 힘을 끌어올려 몸을 보호했지만 쾌락은 막을 수 없었다. 방금 정하의 장난스런 흡혈에 비해서, 이는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기세였다.
상대에 따라 섹스가 다르듯이, 흡혈 또한 각자가 다른 모양이다. 수현은 정하와는 다른 묘한 쾌락에 몸이 떨려왔다. 키시노와 뒤얽히는 기분이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수현도 정하도 얼어버렸다. 잠깐의 정열적인 흡혈이 끝나고, 얼이 빠진 수현에게서 키시노가 이를 거두었다. 그제서야 정하의 얼굴이 사나워졌다.
"너도 뱀파이어였나. 무슨 짓이지?"
"친해지고 싶어서?"
키시노가 수현의 손등에 생긴 이빨자국에 키스하며 말했다.
"귀여운 수현? 또 만나요. 기왕이면 침대 위에서. 거기 여자분보다 훨씬 기분 좋게 해줄테니."
그리고는 휙, 뒤로 물러나서는 화사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멀어지는 키시노의 뒷모습을 보며 정하가 수현을 비난했다.
"바람둥이. 눈 앞에서 바람 피우고. 난 주인님 아이도 가졌는데. 그래, 물리니까 기분 좋았어? 다음엔 저 여자 침대에서 만날거지?"
"……."
"왜. 지금이라도 뒤쫓……."
수현이 정하를 향해 뒤돌더니, 정하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꺗!?"
돋아난 송곳니가 정하의 여린 살갛을 파고들었다.
"여, 여기 바깥인데……!"
정하는 수현의 막대한 힘에 저항할 수가 없다. 그녀는 갑작스런 흡혈의 쾌락에 몸을 떨면서, 아랫도리로는 애액을 토해냈다. 그녀의 스키니진의 가랑이께에 얼룩이 번진다. 수치심에 다리를 오무렸다. 수현의 송곳니가 박혀들수록 정하의 이성이 희미해지더니 입가로 타액이 흘러내렸다.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정하가 눈을 질끈 감고 수현을 끌어안았다.
수현이 자리를 옮겼다. 정하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다짜고짜 그녀를 변기 위에 엎드리게 했다. 청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벗겨내렸다. 스키니핏에 애액과 땀까지 뒤섞여, 무릎께에 걸친 채 다리를 벌릴 수가 없었다. 그녀의 두 허벅지 사이에서 그녀의 꽃잎이 애액으로 질척거리며 발그레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현이 지퍼를 열고 남근을 꺼냈다. 그 존재감에 정하가 달뜬 숨을 뱉으며, 양손을 뒤로해서는 꽃잎을 양쪽으로 벌렸다.
"주인님…… 빨리……."
수현이 그녀의 성기로 육봉을 쑤셔넣었다. 질퍽거리는 속살이 남근을 휘감아 조여댔다. 그저 삽입한 것으로도 정하는 잔뜩 느껴서는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수현은 가학적인 기분이 들어 정하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젖혔다.
"히잇…… 하아앙……"
수현이 두어번 허리를 놀리며 박아넣자 정하의 질근육이 수축하며 경련했다. 포식자로 각성한 수현에게 범해지는 여인들은 평생 느끼지 못할 비정상적인 수준의 쾌락을 느낀다. 정하와 수현은 여태 셀 수 없이 뒤엉켰으나 정하는 아직도 적응할 수가 없었다. 정하는 한낱 화장실에서조차 온몸이 지워지는 듯한 쾌락에 부들부들 떠는 자신이 서글퍼졌다.
"질투했어요? 노예 주제에?"
수현이 정하를 말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수현의 모욕에 금방 반응이 오는지, 정하의 신음이 한층 높아졌다. 수현이 다시금 자궁입구까지 남근을 박아넣으며 속삭였다.
"노예는 이렇게 내가 필요할 때마다 다리를 벌리면 되는 거에요. 변기처럼."
"하앗…… 큽…… 하아……!"
수현이 남근을 쑤셔박고는 정하의 내부에 소변을 싸기 시작했다. 정하는 자신의 내부에 차오르는 뜨거운 액체에 전율하며 허리를 떨었다. 이미 몇 번이고 했던 플레이지만, 정하의 반응은 늘 새로워서 수현은 묘한 쾌감을 느꼈다.
수현이 남근을 뽑아내자, 꽃잎의 구멍에서 노란 액체가 줄줄 흘러나왔다. 수현이 아직도 우뚝 선 남근을 정하의 엉덩이에 비비다가, 항문에 꽂아넣었다.
"아핫……!"
"말해봐요. 누나는 뭐라고 했죠?"
"하, 하앗……!"
수현이 허리를 튕기며 말했다. 정하의 대답을 재촉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말해요."
"핫, 하앙…… 벼, 변기……."
"따라해요. 저는 육노예. 변기. 오물이나 받아먹는 암퇘지입니다."
"저, 저는……."
수현의 남근이 항문을 관통하자, 정하는 뱃속을 온통 범해지는 느낌이었다. 수현에게 길들여진 육체는 수현을 기쁘게 하기 위해 흐느적거린다. 쾌감에 취해 뇌마저 질퍽거리는 기분이다.
"육노예…… 변기, 오물이나 받아먹는…… 암퇘지입니다……."
"질리면 아무데나 팔아버릴테니까 잘 조여봐요. 안질리게 꽉 물어봐."
"흣, 하으……!"
정하의 질이 수현의 물건을 물고 늘어졌다. 수현 또한 정하의 육체에 취해서는 미친 듯이 허리를 앞뒤로 퍽퍽 박아댔다.
그리고는 그녀의 내부에 정액을 분출했다. 끈적한 액체가 뱃속을 때리자, 정하는 황홀경에 닿아 온몸을 경련했다. 애액과 소변이 그녀의 하체에서 줄줄 흘러내렸다. 자신의 아래에서 쾌감에 취해 바들바들 떠는 아름다운 육체를 내려다보며, 수현이 정복감에 취해 몇 차례 더 남근을 진퇴시켰다. 찔걱거리며 항문에서 엄청난 양의 정액이 흘러내려 청바지를 더럽혔다.
"하아, 하아……."
정액을 다 쏟아내고는, 엎드린 정하를 안아올려, 수현이 변기에 앉아 무릎 위에 정하를 앉혔다. 정하와 눈을 마주하는데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누, 누나?"
"나 뭐."
"울어요?"
정하가 눈을 쓱 훔치고는, 말끄러미 수현을 쳐다보다가, 목을 감아 꼬옥 껴안았다. 정하의 체온을 느끼면서 수현이 그녀의 뺨에 키스했다. 눈가가 붉어서 눈물 자국이 남았다.
"아무리 플레이라도…… 버린다는 말 들으면 어쩔 수 없는 걸."
"누나."
수현은 정하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이렇게 귀여울 수가.
"아기 낳으려면 많이 남았어요?"
"응…… 아직 배도 안불렀잖아."
"낳으면 또 임신시킬 거에요."
"응?"
"낳으면 다시 임신시키고. 낳으면 또 임신시키고. 평생 배부르게 만들 거에요."
"풉. 뭐야 그게."
"평생 누나가 내거라는 증거를 안고 다니게 해줄게요."
"난 주인님 거야."
둘이 키스했다. 타액이 턱을 타고 옷을 적셔도 신경쓰지 않는 격렬한 키스였다. 둘의 점막이 닿고 혀가 닿고 타액이 뒤섞였다.
한편 화장실 바깥에서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다.
"배도 빌렸는데 빨리 타러 가지. 둘이 뭐하는 거야? 아직도 키스해?"
"음…… 언니랑 주인님이랑 키스만 한 시간째에요. 좋겠다아."
계속 들려오는 질퍽한 키스 소리에 올가가 한숨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