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52화
선태가 돌아오는 날, 나는 미리 내 방에서 옷을 벗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덜컹!....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를 마주할 걱정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마치 주인님을 맞이하듯이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오랜만이에요 선배, 멍청이들이랑 시간을 버리는 동안 선배 생각만 계속 나서 못 참겠더라구요. 하마터면 중간에 혼자 돌아와 버릴 뻔한 거 있죠.”
그는 유쾌하게 웃었지만 나는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비위를 맞추기 위한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으읏....
그는 얌전히 무릎 꿇고 있는 내게 다가와서 내 가슴을 받쳐서 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잘 달려 있는 피어싱을 보고 매우 뿌듯해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가랑이를 벌려서 클리토리스 피어싱도 잘 달려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잘 했어요 선배.”
그는 내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며 상처가 다 나은 걸 확인하더니 침대에 앉아서 나를 품에 안았다.
나는 기분 나빴지만 그가 하는 대로 안겨주었다.
“도대체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뭐야....”
그에게 가슴을 만지작거려지며 물었다.
“선배, 작년 성적이 몇 등이었죠?”
“1등이었지.”
“올해는요?”
“아마도 1등일 거야.”
도찬호가 죽었으니, 다른 동기들 중에 나를 따라올 놈은 없다. 숙련도가 SS급으로 올라버렸으니 아마 3, 4학년 중에도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성적은 어땠어요?”
“....그때도 항상 1등이었지.”
흐읏....
그가 내 젖꼭지를 살살 굴리자 보지가 슬며시 젖어오기 시작했고, 그 상태로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한 살 위 여자 선배가 있었어요. 그 선배도 한솜 선배처럼 아름다웠고, 성적도 1등을 놓친 적이 없었죠.
존경스러운 사람이었어요. 여자로서가 대단하다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닮고 싶은 사람이었죠.
사귄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요. 그 선배는 제 우상 그 자체였으니까.
그리고 제가 3학년이 되던 해 당연하다는 듯이 다른 도시의 명문대학교에 입학을 했죠.
저도 선배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에 3학년 내내 죽어라고 공부하고 훈련만 했어요. 친구, 여가, 그런 것들 모두 포기하고 오로지 그 선배만 바라보면서 훈련했죠.
그러다가 입시 직전 그 선배와 운 좋게 연락이 닿아서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예전에 제가 알던 선배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더라구요.
허영심 넘치고, 사치스럽고, 가십거리에나 관심을 가지는, 흔하디흔한 여자가 돼 있었죠. 하지만 여전히 수석은 지키고 있었더라구요.
분명 다른 멍청이들이랑 어울리는 바람에 그렇게 돼 버린 거 같았어요. 내가 선배를 지켜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그 대학교에 가면 나랑 사귀어주겠느냐고, 아니 꼭 사귀고 싶다고 말했더니,
선배가 웃더라구요.
어이없다는 듯이.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너처럼 재미없고 섬뜩한 남자를 누가 좋아하겠니.
저는 대학교의 골빈 남자들이 선배를 더럽혔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원래의 제 선배로 돌려놓기 위해, 그날 밤 선배의 방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한솜 선배에게 했던 것처럼 사랑을 나눴죠.”
으윽....사랑?
보나마나 강제로 범한 거겠지. 이 자식은 나한테 한 짓이 잘못됐다는 개념조차 없는 듯했다.
“그 선배에게도 피어싱을 달아줬고,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서 계속 보지를 쑤셔줬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돼 버렸는지 아세요?
암퇘지가 돼 버렸어요.
완전히 암컷 노예가 되더니 제 자지가 없으면 못 살게 돼 버린 거 있죠?
그래서 전 너무 슬펐지만, 그 선배를 위해 계속 봉사해주고 봉사해줬죠. 그러던 중 깨달았어요.
이게 여자의 최종적인 모습이구나.
모든 방면에서 최고가 돼 버린 여자가 방황 끝에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곳, 바로 남자의 가랑이 사이인 거죠.
뛰어난 실력과 화려한 외모 뒤에는 그런 욕망이 숨어 있었던 거예요.
어때요? 한솜 선배도 그 뛰어난 실력 뒤에는 이런 욕망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제가 사랑해주는 걸 받아들인 거구요.”
이 자식 정말 미쳐버린 것 같다. 날 사랑했다고? 내가 너를 받아들였다고?
“선배, 제가 도와드릴게요. 완전한 여자가 될 수 있도록, 이미 여러 번 해봤어요. 그리고 모두 훌륭한 암컷이 돼서 절 떠나갔죠.”
“그, 처음 그 선배는 어떻게 됐어?”
“죽었어요.”
“....뭐?”
“입시를 치르고 그 선배 집에 갔더니 죽어있더라구요. 분명 여자로서 모든 걸 이룬 게 기뻐서 그랬을 거예요. 마지막쯤에는 제 자지에서 조금도 떨어져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에 떨었었거든요.”
자살....아니 이건 타살이지.
이 자식은 본인이 죽였다는 것조차 모르는 듯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선배도 이제 결정할 때예요.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으니 진짜 선물을 드릴게요.”
그가 가방에서 또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지난 번 피어싱을 담아왔던 것과 비슷한 케이스였다.
그가 케이스를 열자, 이제 본격적인 게 튀어 나왔다. 반원 모양의 D링 피어싱 세 개였다. 지금 달아놓은 바벨 피어싱은 그저 구멍을 만들기 위한 거였다는 말이다.
내가 절망스러운 심정에 휩싸여 새로운 피어싱에 넋을 놓고 있자, 그가 내게 채워놨던 피어싱들을 천천히 하나씩 풀어줬다.
“선배, 자, 직접 차보세요.”
그가 케이스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나 스스로 끼우라는 것이었다.
“이러지 마....꼭 이래야 돼? 그냥 평범하게 사귀면 안 될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단순히 바벨 피어싱일 때도 엄청난 굴욕감과 수치심에 휩싸여야 했는데, 마치 가축에게나 채울 거 같은 모양의 저 피어싱이 달리면 몇 배는 더 심할 거 같았다.
“선배, 물론 거절하셔도 돼요. 지금까지는 준비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저랑 헤어진다는 건 진정한 여자가 되는 걸 포기한다는 거니까, 저도 그걸 도와드릴 수 있어요.”
그가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더니, 핸드폰으로 끔직한 사진을 내게 보여줬다.
나는 그가 보여준 사진을 보자마자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버렸다.
“선배, 선배도 여자가 되기를 포기하실 거면, 당연히 보지도 포기하셔야겠죠?”
그가 보여준 사진은 다른 여자들의 보지 사진들이었다. 단순한 보지 사진이 아니라, 열 개 남짓 정도의 링으로 묶어서 닫아버린, 도대체 인간이 할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사진들이었다.
“저를 떠난 여자들은 모두 이렇게 만들어줬어요. 그 여자들도 내가 그래주길 바랐을 거예요. 여자로서의 삶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준 거죠.”
미친 새끼....
미쳤어....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범해질 것이 무섭거나, 고통을 받을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닌, 그의 광기에 휩쓸려 버렸다는 공포로 인한 경련이 내 온 몸을 감쌌다.
“선배, 선배도 이렇게 하고 싶으신가요? 여자를 포기하고 평범한 인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참고로 이 피어싱들, 게이트리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두 번 다시 풀 수 없을 거예요.”
그가 사진 속의 고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선배라면 게이트리움을 세공하려면 특수 세공 장비가 있어야 한다는 거 아시죠? 하지만 이렇게 신체에 딱 붙어 있는 걸 절단할 수 있는 사람이나 장비는 거의 없죠. 운 좋게 제거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할 거예요.”
그가 재밌다는 듯이 낄낄대면서 웃었다.
아마, 사진속의 여자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내가 저런 꼴을 당했다면 하루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버려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덜덜 떨면서 그가 내민 케이스로 손을 가져갔다. 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피어싱을 차야한다.
“선배, 그리고 그 피어싱도 게이트리움이에요. 영원히 저와 함께 하는 거예요.”
흐윽....
눈물이 흐른다.
그의 말처럼 정말 운이 좋지 않은 이상, 이 피어싱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할 것이다.
나는 피어싱을 오른쪽 젖꼭지 근처까지 가져왔지만 차마 끼울 수가 없었다.
‘마스터.....’
나는 속으로 그를 불렀다.
<왜 ㅋㅋㅋㅋ 한참 재밌어지고 있는데.>
‘이 녀석....제거해주면 안 될까?’
나는 기어이 그에게 의지하고 말았다.
‘이 녀석만 제거해주면, 무슨 말이든 다 들을게. 남자로 못 돌아가도 좋아. 이 자식만 어떻게 해줘....’
<내가 왜? 아니면 찬호처럼 죽여 버리는 건 어때? ㅋㅋㅋㅋ>
‘제발....가축이 되고 싶지 않아....’
<한솜아, 내가 처음 했던 말 기억나?>
‘무슨?’
<나는 니가 암컷이 되길 바라고 있어. 그러니 선태가 하는 짓이 내가 가장 바라는 행동인 거지 ㅋㅋㅋ, 어서 차봐, 잘 어울릴 거 같네.>
스크린이 온통 날 조롱하는 웃음으로 가득 찼다.
“선배? 혹시 싫으세요?”
내가 오랫동안 주저하자, 선태가 불안한 목소리로 날 깨웠다.
“아, 아냐...찰게...피어싱....”
“좋아요, 그걸 차면 이제 본격적으로 제 노예가 돼는 거예요.”
“....그래....니 노예 할게....”
으으윽....
....찰칵!....
젖꼭지에 대고 막대를 누르자, 마치 소의 코뚜레 같은 고리가 달려 버렸다. 이제 뗄 수 없다.
“자, 여기요.”
그가 왼쪽 젖꼭지를 위한 피어싱을 내게 건네줬고, 그것도 스스로 채웠다.
그리고 마지막, 클리토리스를 위한 피어싱을 건네받았고, 나는 한참이나 비통한 심정으로 내 사타구니를 내려다봤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야....
젖꼭지에 달려 있는 피어싱을 보니 이전에 바벨 피어싱을 달고 있을 때보다 몇 배는 음탕해 보이고, 추해 보였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마침내 클리토리스의 마지막 피어싱을 달았다.
그리고 침대 옆에 서서, 그에게 내 모습을 보이듯 차렷 자세로 섰다.
“좋아요 선배, 어울려요.”
“....고마워....”
그는 울상인 내 얼굴을 보지도 않았다.
“한솜아? 요즘 안 좋은 일 있어?”
피어싱이 채워진 뒤로 며칠이 흘렀다. 하지만 피어싱으로 인한 굴욕감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계속 나는 자괴감과 비참함 속에서 살았고, 완전히 위축돼서 항상 땅만 보면서 다녔다.
그리고 유미도 그런 내 모습을 잘 보고 있었다.
“아냐,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지?”
“이번 여름에는 바다로 가자구!! 드디어 한솜이 비키니 차림을 볼 수 있겠다!”
으윽....비키니를 입으면 피어싱 자국이 다 보일 텐데. 게다가 작년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미안한데 유미야, 바다 말고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될까? 바다는 좀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에엥? 왜? 물에 빠졌던 적 있어?”
“대충 비슷해....미안.”
“흐으음....”
그러자 그녀가 잔뜩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그런 거에 일일이 불안해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감정 표현이 풍부한 것이었기 때문에, 진심으로 내게 실망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억지로 데려갈 수는 없으니까. 그럼 계곡으로 가야하나?”
하아....계곡도 안 좋은 기억이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바다보다는 낫다. 수영복을 입을 일도 없을 것이고. 속옷차림만 조심하면 되겠지.
그래도 피어싱이 달린 탓에 속옷은 입을 수 있게 됐다. 그것에 대해 유미가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지만, 너무 무겁고 흔들리는 게 불편해서라고 대충 둘러댈 수 있었다.
“그래 계곡으로 가자.”
그렇다고 계곡도 거르고 아무 데도 안 가고 싶지는 않았다. 유미와 보내는 시간이 나를 치유해주는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기 때문에, 이런 거라도 있어야 버틸 수가 있다.
하지만 선태가 보내줄까.
도찬호는 이런 거에 신경 쓰지 않았었지만 선태는 달랐다. 그는 내게 굉장히 집착했고, 다른 남자들과 말도 섞지 못하게 했다.
집에 있을 때는 항상 알몸으로 있게 했고, 자신의 몸에 닿아있기를 바랐다.
“좋아요 선배, 그 정도는 다녀오세요.”
유미와는 일단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하고 헤어진 뒤, 선태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 물었다. 그러자 의외로 그가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선배도 사회생활은 해야 하니까, 여자랑 노는 정도는 할 수 있죠.”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애완동물처럼 방안에만 처박아둘 수는 없기 때문에 허락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래 애완동물보다는 나은 처지인 거구나.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