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51화 (51/100)



〈 51화 〉51화

“유미야, 너는 남자 사귀어 본 적 있어?”

저녁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늘어져 있을 때 내가 물었다. 우리는 이제 절친처럼 서로 가리는 게 거의 없었고, 같이 보내는 시간도 길었다.

“아니?  설마 또 누군가랑 사귀려는 건 아니지?”

그녀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가, 뭔가를 눈치 챈 것처럼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직 그녀한테 선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 보였다.

“아니, 그건 아니고 궁금해서.”

“....어릴  한 번 사귀어 본 적은 있지. 쓰레기 같은 놈.”

중학생 때 사귀어봤다고 한다.

그래서는 의미가 없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내 가슴과 보지에 달려 있는 피어싱이 신경 쓰이고 눈길이 갔다. 처음에는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울 뿐이었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어쩐지 야릇하게 느껴졌고, 빼고 싶다는 생각도 점점 희미해졌다.

그것과 더불어 동기들에게 등을 돌려 선생님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어쩌면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에 불과하고 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라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져갔다.

그래서 다른 여자들은 남자들과 어떤 식으로 사귀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아는 여자는 유미뿐이고, 그녀는 다른 여자들처럼 연애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나 별종은 있으니까, 나는 유미가 남자를 유난히 싫어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자에 대한 그녀의 의견은 별로 도움이 안 됐다.

“연애 해보고 싶지는 않아?”

“아니! 전혀! 절대!”

유미는 내가 툭 던진 말에도 치를 떨면서 싫어했다.

하긴, 나는 남자였는데도 다른 남자들 자지를 보고 끔찍했었으니까, 제대로 남자랑 사귀어본 적 없는 여자는 더할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시작은 어떻게 여는 거지?

처음으로 남자와 사귀고, 처음으로 남자와 섹스를 할 때, 여자들은 무슨 심정으로 시작하는 거지?

내 경우는 찬호새끼한테 강제로 당하는 거였지. 그것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이렇게나 평범한 삶을 찾기가 힘들다니.

“너야말로 도대체 왜 연애에 관심을 가지는 거야? 차라리 헌터 미래에 대해 집중하는 게 좋지 않아?”

“그렇긴 하지.....”

유미의 당연한 질문에 나는 말끝을 흐려 버렸다.

그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잘 준비하고 있었다. 좆같은 마스터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보다 헤비 캐논 SS등급으로 올랐다며? 그 정도면 이미 방위군 이상 아니야?”

유미가 눈을 반짝이며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는 이제 가벼운 스탯 정도는 공유하고 있다. 그녀의 소검술 숙련도는 S등급이었다. 어릴 때부터 죽어라 수련했다는 거 치고는 낮은 편이다.

물론 다른 대학생 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아마 올해 내로 내가 따라잡을 것이다.

“졸업하기 전에 SSS급으로 만들 거야.”

“그러면 우리끼리 사설 헌터대 만들어도 되겠다! 나도 졸업할 때까지 SS등급으로 만들면 니 발목은 안 잡겠지. 히히.”

“발목을 잡다니! 아냐 유미 너도 이미 훌륭해.”

우리는 낄낄대며 시간을 죽였고, 해가 진 뒤로도 한참이나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 있었다.

“이번 여름 방학 때도 놀러 갈래?”

유미가 싱글벙글하며 물었다.

지난번 겨울 때는  재밌었지.  일만 없었더라면 완벽한 여행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좀 걸리는 게 있었다.

“유미 너는 너네 과 동기들이랑 엠티 안 가?”

그녀가 동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가 듣는 수업에 같이 들어가서도 그녀는 나와만 어울렸다.

남자들이라면 워낙 끔찍해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여자들이랑도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따돌림을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겨울이면 몰라도 여름이면 동기 엠티나 소규모 친목 엠티 같은  두세 번은 가게 되는데, 그 점에 대한 고려도 하지 않는 듯했다.

“왜? 너는 동기들이랑 엠티 가기로 했어?”

“아니, 이번에는 안 가려고.”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영 안 갈 것이다.

“그럼 됐지 뭐, 우리끼리 놀자.”

그녀는  일 아니라는 것처럼 히히 웃었지만, 어쩐지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너한테 선택권을 줄게. ㅋㅋㅋ>

야심한 밤, 나는 또 본관에 몰래 숨어들어와 있다. 이번에는 복도를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게 아니었다.

<실습실이야 과방이야?>

방금 막, 실습실과 과방 모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였고, 그는 양쪽 중 하나를 골라서 알몸으로 자위를 하도록 시켰다.

“잠깐만....”

나는 복도에 웅크리고 앉아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실습실에서는 동기에게 들키고, 과방에서는 신입생에게 들킨다.

어느 쪽에서 들키든 내가 학교에서 알몸으로 자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퍼지는 건 시간문제였고, 애초에 걸리지 않을 곳을 골라야 했다.

이론적으로는 한창 대학생활에 재미를 붙인 신입생들이 과방에 들이닥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실습실로 가는 게 맞겠지만,

결정하는 게 쉽지가 않다.

내 존재는 알지만 별로 접촉할 일도 없었고 내게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신입생에 비해, 일 년 내내 나와 같이 생활한 동기들이 내게 훨씬 위험했다.

지난번 두승이 때 일도 그렇고,

동기들은 나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실습실에서 할게....”

그래도 과방은 너무 위험하다. 지금은 비어있지만, 언제 누가 들어올지 모른다.

말은 실습실이지만 사실상 작은 열람실 겸 휴식터  창고 같은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OT 같은 걸 여기서 하기도 하고, 가끔 술자리를 펴기도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교실보다 약간 더 큰 공간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에 약간 으스스 겁이 났다.

만에 하나를 위해 최대한 구석으로 갔고, 문이 열리더라도 잘 안 보일만한 곳에 간 뒤, 천천히 옷을 벗었다.

흐음....

어둠 속에서도 은색 피어싱이 살살 반짝거리는 게 내 처지를 잘 느끼게 해줬다.

툭....툭....

앞으로 30분동안 같이 놀아야 할 로터나 딜도 따위를 주변에 늘어놓고, 나는 살살 보지를 만지면서 예열을 시작했다.

<조금 부족해 보이는데.>

“자극이 별로야....”

들킬까봐 걱정은 잔뜩 됐지만, 워낙 자주 야외 노출을 하다 보니 조금 무덤덤해진 감이 있다.

<차라리 복도에서 하는  어떨까?>

“웃기지 마, 그럼 학교  다녀.”

<ㅋㅋㅋㅋ 농담이야.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지.>

흐으응.....으응....

<미션 종료>

에엥....

정신없이 자위를 하다 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버렸다.

어쩐지 미진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미션이 끝났지만 조금 더 딜도로 보지를 쑤셨지만, 역시 혼자 자위하는 걸로는 많이 부족했다.

차라리 누군가 들어와서 범해줬으면 나았을지도...

나는 몽롱한 채로 옷을 챙겨 입으면서 생각했다.

복도로 나온 뒤 나는 작년에 여기를 알몸으로 돌아다녔던 걸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5층에 소변을 눠둔 것 때문에 잠시 소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당연히 동기들 사이에서도  미친놈이 술 처먹고 소변을 지려놨다는 식으로 소문이 돌았지만, 과방에서 그걸 들으며 찌르르한 수치심과 쾌감을 받았던 걸 떠올렸다.

또 해볼까.

하지만 이내 그만 두기로 했다. 그냥 소변만 누는 건  의미가 없을 거 같았다. 내가  짓이 구설수에 올라서 내 동기들이 떠드는  봐야 보람이 있는 것이지. 괜히 위험하기만 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내가 기대했던 자극을 받을 수가 있었다.

“오랜만이야 한솜아. 너한테  말이 있는데.”

작년에 과방에서 매일같이 야동따위를 보고 있던 규태였다. 내가 실습실에서 뛰쳐나가버린 뒤로는 동기들이 복도에서나 수업에서 만나도 말을 잘 걸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그가 접근해온다는 건 뭔가가 있다는 게 느껴졌고, 특히나 마스터가 풀고 있는  영상들을 가장 먼저 구하고 있던 규태였기 때문에, 그가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실 작년에 이미 눈치를 채고 있긴 했거든?”

둘만 있는 휴게실로 오자, 그가 핸드폰을 꼼지락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가 한참 고민하는 거 같더니, 핸드폰에 영상을 띄워서 내게 보여줬다.

어제 내가 실습실에서 자위하던 영상이었다.

이건 마스터가  영상이 아니었다. 화면이 흔들리는  보니 규태가 직접 찍은 걸로 보였다.

“본관 자위녀 너 맞지?”

나는 당연히 거세게 부정해야했지만, 영상 속의 내 모습에 몰입해서, 슬며시 반짝거리고 있은 은색 피어싱에 심취해서 대답을 못했다.

그리고 어제 아무도  본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보지가 뜨거워지면서 젖기 시작했다.

“....그래....나 맞아....”



그는 그동안 마스터가 여기저기에 올린 영상들 상당수를 가지고 있었다.

학교 근처에 있던 규태의 방에서, 그는 나로 의심되는 영상들을 하나씩 나에게 틀어줬다.

으음....음....

나는 그의 자지를 빨아주면서 영상들을 하나씩 확인했고, 내가 맞는 영상들에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고 그걸 볼 때마다 점점 더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계속 들킬까봐 조마조마했던 모습들을 누군가 봐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자주 만나던 동기가 내 모습을 보고 흥분해서 자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나에게 묘한 흥분을 줬다.

선생님이 날 제대로 사용해주지 않아서인지,

좆같긴 하지만 선태가 자리를 비워서인지, 찬호가 죽어서, 고기흥이 죽어서,

모르겠다.

 몸에 남자들이 자석처럼 달라붙을 때는 그렇게나 고통스러웠던 관심들이,

아예 사라지고나자 허망함과 공허함이 나를 견딜 수 없이 외롭게 만들었다.

“한솜이 너 대단한데? 완전 변태아냐.”

영상들 분류를 끝낸 그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는 내 영상들만 따로 분류해서 폴더에 저장했다.

“선태랑 사귀고 있으면서 이래도 되는 거야?”

그는 나에게 자지를 빨리며 기분 좋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지껄였다.

“지금은 없으니까. 당분간은 니가 상대해줘.”

나는 슬슬 입으로 하는데 질러서 그의 위에 올라탔다.

“처음이야?”

나는 바짝 얼어붙어서 내 밑에 깔려 있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으, 응. 처음이야.”

“그럼 내가 가르쳐줄게.”

나는 보지로 그의 자지를 감싸서 살살 엉덩이를 흔들어줬고, 그가 조임을 견디며 가녀린 신음소리를 냈다.

“날 찍어....”

나는 내 핸드폰을 그에게 들려줬고, 그는 시키는 대로 내 얼굴과 가슴, 음탕하게 그의 자지를 삼키고 있는 내 보지 등을 찍어댔다.

그러자 그냥 섹스만 할 때보다도 자극이 됐다.

“으윽....한솜아,  이제 나올 거 같은데.”

“괜찮아. 안에 싸.”

“으으윽....”

나는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바라보며, 보지에 더 잔뜩 힘을 줘서 그의 정액을 짜냈다.

“자, 이것도 찍어.”

나는 일어서서 그에게 보이듯 보지를 벌렸고, 정액투성이가 된 보지를 그가 핸드폰으로 또 찍어줬다.

하아....오랜만이야....

나는 그의 자지를 다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자, 잠깐만, 조금만 쉬고.”

“안 돼, 빨리 더 세워봐.”

그렇게 나는 그를 몇 번이나 쥐어짜냈고, 정말로 더 이상 서지 않게 돼 버렸을 때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말이 됐을 때 우리는 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주말인데도 산책을 나온 학생이 꽤 많았고, 우리는 마치 데이트라도 하는 커플처럼 학교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짓은 평범한 커플의 그것이 아니었다.

“흐으응....하응....어때?....잘 찍고 있어?”

“으, 으응.”

우리는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학교 뒤편이나 수풀 사이, 공중 화장실 등등에서 영상을 찍었다. 내가 알몸으로 자위하는 모습이나, 내가 그에게 박히는 모습 등, 소위 우리 학교 걸레녀 영상 컬렉션을 만드는 중이었다.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배포할 용기는 나지 않았지만, 평소에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고 혼자 하던 걸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한다는 것에서, 심지어 영상으로 찍히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훨씬 커다란 쾌감을 받았다.

“후우....좋아....고마웠어...”

일요일 밤 나는  핸드폰에 담긴 영상들을 다시 확인해보면서 말했다.

이틀 동안 수십 개의 영상을 찍었고, 그도 나에게 원없이 박아댈 수 있었다.

하지만 영상은 그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이걸 뿌릴 용기는 아직 없었다.

“나한테 주지는 않을 거지?”

규태가 약간 실망한  말했다.

“당연하지. 대신 가끔 대줄게.”

“....그래. 언제 또  수 있을까?”

“글쎄, 내일 선태가 돌아오니까 당분간은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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