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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딸치는거 훔쳐 보다가 걸린 썰 푼다-55화 (55/67)

EP.55 놀이공원 (1)

바쁜 나날이었지만 때때로 여동생과 밤에 산책하는 낙으로 버티며 지냈다.

힘든 일정이 끝나고 나서 밤에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여동생을 기다리는 시간마저 좋았다.

그때 아파트 계단에서 한번 한 이후로 그곳에서 하지 않았다.

아파트 계단에선 소리가 많이 울리고 잘 들킬 것 같았다.

혹시나 CCTV가 있나 하고 봤지만 다행히 계단에 있지는 않았다.

그땐 정신이 나가서 너무 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여동생과 하는건 기말고사가 끝날때까지 참는 걸로 합의를 했다.

나도 그때쯤이면 자격증 시험이 끝나니 그러고 나면 같이 놀러가자고 여동생에게 제안을 했다.

여동생은 조금은 불만족스러운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잘 따라주었다.

시간은 금세 지나 여동생은 시험기간에 접어들었다.

기말시험기간이 되면서 여동생은 눈코뜰새 없이 바빠지며 집에 오지 않고 학교에서 밤을 새는 일도 많아졌다.

그에 따라 여동생과 함께하는 야간 산책의 시간 마저도 줄어들어버렸다.

간간히 여동생과 마주칠때마다 여동생의 안색은 점점 나빠져만 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엄지손톱을 보았지만 다행히도 멀쩡해보였다.

그렇게 학교에서 며칠간 밤을 새던 여동생은 한번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 날에 맞춰 짧은 산책후 우리는 편의점에서 간단한 야식을 먹었다.

여동생은 야식을 먹고 난 뒤에는 또 새벽까지 시험공부를 해야한다고 말을 했다.

"으으.. 너무 힘들어 오빠..."

"그래도 이제 거의 다 끝나가잖아. 마지막까지 힘내야지."

"흑흑.. 오빠아.. 그럼 뽀뽀해줘."

여동생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로 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내가 가만히 있자 여동생은 날 바라보며 안해줄꺼냐는 듯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으이그.."

나는 슬쩍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에 여동생의 입술에 짧게 뽀뽀를 해주었다.

여동생은 이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은은한 미소를 띠며 입술을 집어넣었다.

"오빠랑 같이 있으니까 좀 힘이 난당..."

여동생의 힘들어 보이는 모습에 의욕을 좀 더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곰곰이 고민을 한 끝에 여동생에게 이야기를 했다.

"더 힘나게 해줄까?"

"... 뭔데?"

여동생은 무슨 상상을 하는건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입술은 천천히 야릇하게 핥았다.

그 모습을 보니 장난을 치고 싶어졌지만... 참고 원래 하려던 말을 마저 했다.

"마지막까지 힘내야지. 그래야 끝나고 나서 맘 편하게 놀이공원에 놀러가잖아?"

"어..? 어..!!"

여동생은 언제 요망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눈을 크게 뜨고 흥분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여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자리로 와서 나에게 안겨왔다.

여동생은 가슴에 안긴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한 번 더 물어보았다.

"시험 끝나면 같이 가는 거야? 진짜로?"

"그때쯤이면 나도 자격증 시험이 끝나니까. 같이 가자."

여동생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를 좌우로 비비적거렸다.

나는 그런 여동생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어떡해.. 너무 좋아.. 에헤헤.. 벌써 기대된다 어떡하지 진짜..!"

"그러니까 남은 시험도 잘 쳐야지."

"응응!"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여동생은 벌써부터 들떠서 놀이공원가면 뭐하지..!라면서 연신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좀 활기가 생긴 듯한 여동생의 모습에 나도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우리는 야식을 마저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가 각자의 방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여동생은 방긋 웃으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좋은건가..."

나는 놀이공원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다지 좋아하지는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동생이 저렇게 기대하며 좋아하는 걸보니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여동생에게 옮은건지 나도 조금은 그 날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나의 자격증 시험과 여동생의 기말고사가 끝이 났다.

나의 시험은... 다행히 잘 친 것 같았다.

집에 들어가기 전 오랜만에 밤이 아닌 저녁시간 여동생과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기말은 잘 쳤어?"

"이미 성적은 내 손을 떠났어.. 난 최선을 다했어!"

여동생은 생각보다 대범한 마음가짐이었다.

뭐 똑부러진 여동생이니 알아서 잘 했겠지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성적에 대한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

"그것보다 우리 놀이공원은 언제가?"

"글쎄.. 언제가 좋을까."

그렇게 여동생과 나는 시험에 대한건 잊어버리고 놀이공원을 언제 갈지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결국 놀이공원은 당일치기 일정으로 평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정했다.

이번에도 저번 당일치기 여행처럼 먼저 내가 집에서 나와 차를 렌트하고나면

집 근처에서 기다리는 여동생을 태우고 이동하기로 했다.

여동생은 흰색의 목폴라티에 짧은패턴치마에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베이지색의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많이 기대가 되는건지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질 않았다.

여동생이 예쁘게 차려입고서 환하게 웃는 걸 보니 평소보다 더 예뻐보였다.

이대로 혼자 돌아다니면 번호 엄청 따였겠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빠오빠오빠오빠오빠오빠"

"왜? 듣고 있으니까 한번만 불러."

"어떡해 나 너무 떨려..."

"아니, 놀이공원을 처음가보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래."

"가면 내가 해달라는거 다 해주는거지?"

"그런 약속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 왜애애애 나 해보고 싶었던 거 있단 말이야."

"... 들어보고 생각해볼게."

여동생과 대화를 하며 운전을 하다보니 어느새 놀이공원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입구로 가 입장권을 끊었다.

놀이공원에 각을 잡고 온 만큼 우리는 자유이용권을 끊었다.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다행히도 생각보단 사람이 적었다.

놀이공원의 입구에서부터 이런저런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가게를 지나치려던 순간 여동생은 팔짱을 끼고서 나를 가게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왜? 벌써부터 뭐 사려고? 짐을 들고 다니면 거슬릴 텐데.."

"이건 중대사항이야..!"

여동생은 비장한 얼굴로 가게에 들어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목표한 것을 찾았는지 거침없이 그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동생이 찾고 있었던 건... 동물모양의 머리띠였다.

그 곳엔 여러 가지 동물모양의 머리띠가 있었다.

토끼, 고양이, 돼지 등등 각양각색의 머리띠가 많이 있었다.

"이거 사려고 온 거야?"

"물논. 그리고 오빠도 쓸 거야. 오빠는 어떤 게 좋아?"

"어? 나도 써야 하는거야?"

여동생은 토끼귀 머리띠를 집어 내 머리에 씌우려고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가리며 여동생에게 한 발짝 멀어졌다.

"오빠는 자유의 몸이 아냐! 운명에 순응해!"

"아니다 이 악마야..!"

여동생과 옥신각신 다툰 끝에 결국 나는 머리에 고양이머리띠를 쓰게 되었다.

"정의는 승리한닷..!"

"..."

여동생은 토끼귀, 나는 고양이 귀 머리띠를 쓰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 피부가 하얗고 새까만 흑발의 여동생이 쓴 토끼귀 머리띠는 귀여워보였다.

토끼귀를 보고 있다보니 문득 바니걸이 떠올라버렸다.

토끼귀엔 바니걸 의상인데...

잠깐 바니걸 의상을 입고 부끄러워하는 여동생을 상상해버렸다.

살짝 아랫도리가 불편해졌다.

나는 생각을 털어버리려 머리를 살짝 흔들고는 마음 속으로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동생은 휴대폰으로 여러 각도로 자신의 모습을 몇 번 확인하고 있었다.

"자 그럼 이거 쓰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거야!"

"어? 그건 너무 부끄러운데.. 안돼."

"아 왜애애애.. 내 소원인데!"

"아니 애초에 그런 약속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 나이를 먹고 고양이 귀 머리띠를 쓴 채로 놀이공원을 돌아다니기엔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한참동안 여동생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지금 같이 머리띠를 끼고 사진을 찍는 것까지만 하기로 합의를 봤다.

우리는 연인처럼 팔짱을 끼고 붙은 채로 휴대폰 셀카를 몇 장 찍었다.

그리고 머리띠를 벗고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하지만 사진만 찍고 돌려놓는 건 미안함이 들어서 대신 몇 가지 기념품을 사고서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오고 놀이공원 지도를 펼치고 여동생과 무엇을 먼저 타볼지 고민을 했다.

"음... 오빠, 우리 뭐부터 타볼까?"

"나중에 사람 많이 몰릴만한 걸 먼저 탈까?"

"... 그럼 롤러코스터 먼저 타러 갈까?"

"그래."

여동생은 뭔가 비장한 얼굴로 롤러코스터를 타러가자며 제안을 했다.

우리는 연인처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서 롤러코스터를 향해 걸어갔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줄을 얼마 서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었다.

안전바가 내려오고 옆을 바라보자 여동생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오빠아... 나 너무 무서워..."

"뭐야 너 이런거 잘 못 타?"

"으으응...."

여동생은 마치 생명줄 대신이라는 듯 안전바를 꽉 쥐고 있었다.

얼마나 꽉 쥐고 있었는지 손은 새하얀걸 넘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여동생의 무서워하는 모습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도록 여동생의 손 위에 내 손을 겹쳐주었다.

그러자 여동생은 한 손은 안전바에서 손을 떼어내고 내 손을 붙잡았다.

"오빠아.. 나 떨어지면 오빠가 잡아줘야해..?"

"아니 그럴일은 없거든.."

롤러코스터가 출발하고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점점 고점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롤러코스터가 올라감에 따라 여동생의 손은 점점 더 떨리고 있었다.

"오빠아아아악..."

여동생은 나를 부르는건지 비명을 지르려는건지 애매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덜컥 소리와 함께 롤러코스터는 최정상에서 멈추었다.

롤러코스터가 멈춰버리자 여동생은 당황하며 나를 바라봤다.

여동생의 눈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뭐야뭐야.. 고장난거 아니야? 이대로 여기서..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여동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롤러코스터는 강하를 시작했다.

롤러코스터는 빠른 속도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때로는 위로, 때로는 뒤집혀서 움직이고 있었다.

위에서부터 떨어질 때는 마치 내장이 들리는 듯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다보니 어느새 롤러코스터는 다시 출발점까지 돌아와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롤러코스터는 천천히 승강장을 향해 들어가고 있었다.

여동생은 약간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멍하게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우린 서로 맞잡은 손을 단 한순간도 놓지 않고 있었다.

"... 괜찮아?"

"응..."

롤러코스터가 멈추고 여동생은 덜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천천히 롤러코스터에서 일어섰다.

나는 여동생을 부축해주며 천천히 롤러코스터 승강장 밖으로 나왔다.

"많이 무서웠어?"

"으응.. 그것도 그런데.."

여동생은 이제 멍한 얼굴은 좀 사라졌지만 얼굴은 조금 더 빨개져있었다.

"왜 그래? 열나는 거야?"

"으응.. 그게 아니라.. 롤러코스터 떨어질 때 있잖아..."

"응 그게 왜?"

여동생은 주위를 살짝 둘러보곤 내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뭔가 자궁이 들리는 느낌이 오빠가 날 들어서 박아줄 때 같았어..."

"...."

귓속말을 마치고 내게서 떨어진 여동생의 얼굴을 조금 더 붉어져있었다.

그리고 마치 귓속말을 통해 열이 옮은 것처럼 내 얼굴도 점점 더 붉어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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