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동생 딸치는거 훔쳐 보다가 걸린 썰 푼다-56화 (56/67)

EP.56 놀이공원 (2)

여동생과 나는 잠깐 벤치에 앉아 쉰 뒤에 다음 기구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다음엔 어떤 거 탈까?"

"바이킹은 어때?"

"... 괜찮겠어?"

"바이킹은 잘 타!"

롤러코스터를 무서워하면서 바이킹은 괜찮은 건가...

조금 불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여동생이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괜찮지 않다고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는 바이킹으로 걸음을 옮겼다.

처음으로 탄 롤러코스터보단 줄이 길었지만 여전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금세 탈 수 있었다.

바이킹으로 입장하고 어느 자리에 앉을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여동생이 덜 무서우려면 가운데에 타는 게 낫겠지?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에 여동생은 이미 먼저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오빠 바이킹은 끝자리에서 타야해!"

"... 진짜 괜찮겠어?"

"괜찮다니까!"

여동생은 자신만만하게 바이킹의 제일 끝자리로 가서 앉았다.

나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여동생의 옆에 앉았다.

안전바가 내려오고 서서히 바이킹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그리고 놀랍게도 여동생의 상태는 정말로 괜찮아보였다.

점점 움직임이 커지고 바이킹이 최고높이까지 도달했는데도 여동생은 환하게 웃으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악!"

"으어어억..."

부끄럽게도 내가 여동생보다 바이킹에 더 적응하지 못했다.

오빠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비명을 지르지 않고 그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단말마처럼 음침한 소리가 입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하읏..."

... 그리고 이따금 바이킹이 내려갈 때면 여동생에게선 야릇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옆을 바라보자 여동생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여동생의 모습을 보니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여동생의 속삭임이 떠올라 잠시나마 바이킹의 공포를 잊고 작게나마 애국가를 제창했다.

짧지만 길었던 바이킹이 멈추고 여동생은 환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나는 불편한 아랫도리가 신경쓰여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우리 한 번 더 타자!"

"어..?"

제대로 거절하기도 전에 나는 여동생의 손에 이끌려 다시 바이킹 줄을 서버렸고

그대로 한 번 더 바이킹을 타게 되었다.

... 그래도 두 번째에는 좀 익숙해져서 그런지 별로 무섭지 않았다.

다만 조금 더 애국가를 부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렇게 바이킹을 두 번 타고나서야 나는 바이킹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여동생은 조금 아쉬운 눈치였지만 다른 것도 타봐야 하지 않겠냐는 나의 설득에 순순히 따라 나왔다.

여동생은 롤러코스터 탈 때 무서웠던 기억은 다 잊은 건지 씨익 웃으며 나를 놀려댔다.

"오빠가 나보다 더 무서운 거 못타는 거 같은데?"

"... 아니거든."

여동생의 기고만장한 모습에 나는 조용히 마음 속으로 칼을 갈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다음에 탈 기구는 별로 무섭지 않은 후룸라이드였다.

나도 여동생도 즐거운 비명소리를 지르며 후룸라이드를 탔다.

재밌게 타긴 했지만 물이 튀기며 옷이 조금 젖어버렸다.

시간도 좀 지났고 옷도 조금 말릴 겸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점심메뉴를 고민하고 있으니 여동생이 내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왜 그래?"

"... 나 도시락 싸왔어."

"어? 언제 싼건데?"

"오빠 몰래 준비했지!"

여동생이 도시락을 싸왔기 때문에 우리는 가게에서 사먹지 않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여동생은 간단한 샌드위치와 몇 가지 과일을 도시락으로 챙겨왔었다.

"어쩐지 가방이 좀 크다 했더니.."

"남자친구한테 도시락 싸주는 것도 해보고 싶었거든..."

여동생은 부끄러운 건지 고개를 푹 숙이고서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먹고 있었다.

나도 여동생의 남자친구라는 단어에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샌드위치를 먹었다.

여자친구가 싸준 샌드위치는... 맛있었다.

그렇게 후식으로 과일까지 먹고 잠시의 휴식 뒤에 우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은 뒤 다음으로 탄 놀이기구는... 귀신의 집이었다.

여동생은 귀신의 집 앞에서 줄을 설 때부터 내 손을 꼭 잡고 놔주질 않았다.

"... 오빠 그냥 안가면 안돼?"

"무서워서 그래?"

"... 아니거든!"

누가 봐도 무서워하는 모습인데도 여동생은 끝까지 무섭지 않다고 우기고 있었다.

그리고 줄이 다 줄어들고 아까 바이킹에서 나를 놀렸던 업보청산의 시간이 돌아왔다.

직원에게 입장권을 보여주고 있는 사이에도 귀신의 집 안에서는 각양각색의 비명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여동생을 바라보니 내게 팔짱을 끼고 반쯤 매달린 채로 동공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입장하기 전 직원은 웃는 얼굴로 친절히 안내사항을 말하고 있었다.

"귀신의 집 안에서는 휴대전화 사용 및 사진, 동영상 촬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일행과 부딪히지 않도록 진행방향으로만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동생은 이미 안내직원의 말 같은 건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드디어 검은 장막을 해치고 귀신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어둠 속에 기분 나쁜 빨간 조명만이 드문드문 들어와 있었다.

여동생은 이젠 반쯤 내게 안기듯이 달라붙어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헤치고 우리는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한 발자국을 나아갈 때마다 어디선가 인기척과 함께 스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여동생은 작은 소리가 날 때마다 움찔거리며 더욱 강하게 내 옷을 붙잡아왔다.

"오빠아아.. 나 버리고 가면 안돼요오..."

깜깜한 어둠 속 한줄기 옅은 조명에 비친 여동생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천천히 나아가던 중 갑자기 어둠을 헤치고 해골이 튀어나와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여동생은 깜짝 놀라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방향으로 뛰어가려고 했다.

아.. 반대로 가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안내원의 말이 떠올라 입구를 향해 달려가는 여동생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여동생을 잡아당겨 강하게 껴안았다.

양 손으로 여동생의 등과 머리를 감싸주며 강하게 안고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꺄아아악...! 으에엥...."

내 품 안에서 울고 있는 여동생을 보니 그때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가슴 한쪽이 싸늘하게 식으며 조금 마음이 아파왔다.

여동생의 등을 천천히 토닥거려주니 점점 여동생은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해골 분장을 하고 있던 직원은 양 손을 들고서 어색하게 나와 여동생을 바라보더니

칫.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돌아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해골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나서 여동생의 얼굴을 붙잡고 눈을 마주보았다.

"눈 감고 내 손만 잡고 따라와. 알겠지?"

"흐으으.. 네에..."

여동생은 두 눈을 꼭 감고서 내 손만을 붙잡은 채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여동생의 모습이 안쓰러워 한 손은 여동생의 허리에 둘러 반쯤은 껴안은 채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중간 중간 깜짝 놀랄만한 소리와 함께 여러 종류의 귀신들이 튀어나왔다.

귀신이 튀어나오는 장치들도 있었지만 분장을 한 직원들이 뛰쳐나오기도 했다.

나는 눈앞까지 따라와 소리를 지르던 직원들과 눈을 마주치고는 서로 어색한 인사와 함께 헤어지길 반복하며 길을 따라서 이동했다.

여동생은 귀신이 튀어나올 때마다 움찔거리며 내 품에 더 강하게 안겨왔다.

"히이익...! 오빠아...으에엥..."

여동생의 우는 소리에 강하게 손을 잡아주었다.

손을 잡아주니 여동생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뛰어나가 버리진 않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길을 헤치고 나아가다보니 어느새 어두운 통로 끝에 빛이 새어 들어오는 출구가 보였다.

"이제 다 왔나봐. 눈 떠도 괜찮아."

"진짜에요...?"

여동생은 눈꺼풀을 파르르 떨면서 눈을 천천히 떴다.

눈꺼풀이 서서히 들리며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에 눈동자가 보석처럼 빛이 났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끝에는 이슬같이 맑은 눈물이 매달려 있다 천천히 떨어졌다.

나는 잠시 그 장면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여동생은 천천히 눈을 깜빡이더니 안도한 듯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우.. 진짜 끝인가 보네.."

"어..? 어... 이제 끝이야."

나와 여동생은 조금 떨어져 손을 잡고 천천히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출구에 가기 직전 옆에서 푸쉬익하고 강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꺄아아아악!"

여동생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나는 급하게 여동생을 붙잡아주었다.

"괜찮아?"

"으에에엥... 마지막까지 이게 뭐야아..."

여동생은 울상을 지으며 말랐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

여동생은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대로 여기에 주저앉아 있을 순 없어서 나는 여동생의 앞에 등을 보이며 앉았다.

"업힐 순 있겠지?"

"응..."

여동생은 천천히 내 등에 업혀왔다.

나는 여동생을 업고서 등에 비벼지는 말랑한 가슴의 감촉과 손에 느껴지는 탄탄한 허벅지의 감촉을 애써 무시하며 출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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