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게 휜 등허리로 도드라진 척추뼈가 느껴졌고, 봉긋한 가슴 아래엔 갈비뼈의 형태가 드러났다.
움푹 들어간 빗장뼈 부분도 눈에 거슬렸다. 그러고 보니 밀어붙인 하체 쪽에서도 딱딱한 골격 형태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왜….”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는 디무스의 행동에 리브가 꽉 잠긴 음성으로 의문을 표했다. 목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푼 리브가 두 손으로 디무스의 얼굴을 감싸 눈을 맞추었다.
물기 때문에 녹색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반짝거리며 디무스를 담아냈다. 너무 투명해서 그 속에 그의 얼굴이 고스란히 비칠 정도였다. 디무스는 그 속에 비친 자신을 생경한 시선으로 마주했다.
평생 보아 온 제 얼굴임에도 처음 보는 몰골이었다. 잔뜩 일그러져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춘기 소년 같은 꼴.
언제부터 그녀의 앞에서 이토록 이성을 잃었던가.
기이한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순간, 리브가 힘겹게 상체를 들어 디무스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 행동이 그의 이성을 단숨에 휘발시켰다. 그는 내내 움직이지 않고 있던 허리를 물렸다가 깊이 쳐올렸다.
“흐윽!”
강하게 밀어붙이는 힘에 살이 맞닿아 철썩거렸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애액이 후드득 떨어져 책상과 바닥에 점점이 흔적을 남겼다.
“아, 아!”
배 속 가장 깊은 지점을 꾹꾹 짓누를 때마다 리브의 입에서 터지는 교성이 높아졌다.
대체로 신음성을 목구멍으로 꾹꾹 억누르던 그녀였는데, 오늘은 쾌감에 젖어 스스럼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의 소리가 높아질수록 그의 허리 짓이 더 흉포해진다는 걸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선.
“깊어요, 너무, 아응!”
묵직한 책상이 덜컹거릴 정도로 격렬한 움직임이었다. 책상에 남아 있던 몇 개 안 되는 물건들마저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를 악문 채 허리를 움직이던 디무스가 자꾸만 위로 밀려나는 리브의 허리를 잡아 내렸다. 반쯤 빠져나왔던 굵은 성기가 거세게 처박혔다. 헐떡이는 교성에 울음이 섞였다. 한계치에 다다른 쾌감이 온통 성기로 몰려들었다.
“큭….”
성기를 바짝 조이며 따뜻하게 감싸는 내벽의 주름을 느끼며, 디무스가 리브의 배 속 가장 깊은 곳에 파정했다. 거의 비슷하게 절정에 다다른 리브가 허리를 뒤틀며 경련했으나, 디무스는 맞닿은 하체에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녀를 단단히 잡아 눌렀다.
꿈틀거리며 정액을 토해 내고도 귀두로 안쪽을 꾹꾹 누르던 디무스가 시선을 들었다. 그가 움켜쥔 살결마다 빨간 자국이 남아 있는 게 보였다.
“으응….”
땀으로 흠뻑 젖은 가슴골이 쉼 없이 들썩였다. 아직 쾌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증명하듯 꼿꼿하게 힘이 들어간 유두가, 탐스러운 과실처럼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장이라도 저것을 빨고 싶다는, 야만적인 충동이 일었다. 입 안에 넣고 혀로 굴리면 얼마나 단맛이 날지 궁금했다.
그가 막 제 충동을 실행하려는 찰나였다.
“오늘, 흐으. 해고당했어요….”
서서히 초점을 되찾은 리브가 말문을 열었다. 한바탕의 정사로 인해 흐트러진 까닭일까? 그녀의 시선이 퍽 나른했다.
“…그래서 이참에 코리다와 시간을 보낼까 해요.”
그건, 당분간 저를 부르지 말아 달라는 우회적인 요청인가.
디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떨떠름함을 알아챘는지, 리브가 설핏 웃었다.
“싸고도는 건 좋은 양육법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말씀대로 그 애를 독립시켜야죠.”
조곤조곤 말을 뱉는 음성이 상냥하면서도 차분했다.
“마침 부에르노 곳곳에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으니, 추억을 쌓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녀가 정말 여동생을 독립시키기로 마음먹었다면, 마지막으로 추억을 쌓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간 코리다는 외출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약했으니 지금이라도 뭐든 즐거운 기억을 남기고 싶겠지. 마침 지금 부에르노는 추기경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한 온갖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말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그 분위기를 즐기기에 리브의 처지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남의 눈초리가 신경 쓰인다지 않았나.”
겨우 오페라 한 번 본 것으로도 진을 뺐던 리브를 디무스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물며 오늘 잠깐 전시된 별 쓰레기 같은 그림 때문에 당분간 온갖 불손한 눈초리가 모여들 텐데, 이런 시기에 애지중지 아끼는 여동생과 외출이라니?
“요즘은 도시에 외부 방문객이 많으니까요. 얼굴을 잘 가리고 제 신상을 드러내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색하게 웃던 리브가 문득 손을 뻗었다. 끈적한 손이 땀에 젖은 이마를 조심스럽게 쓸어 올렸다.
“후작님께서 제게 내어 주신 마차를 다들 알아보는 것 같아서, 당분간만 평범한 마차를 타면 어떨까 싶어요. 남들 다 타고 다니는 값싼 마차를 타고, 최대한 조심히 돌아다니면 괜찮을 거예요.”
“굳이?”
“코리다에게까지 제 소문을 들려주고 싶지 않아요, 후작님.”
그녀로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품을 바람이었다.
“어차피 저는 곧 이 저택에 들어올 텐데, 마지막으로 동생과 자유롭게 놀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디무스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스스로 이 저택에 들어오겠노라 말하는 리브를 마주하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애초에 그녀를 이 저택에 데려다 놓겠다고 다짐한 게 그 자신이었고, 반드시 그렇게 할 작정이었음에도 생경한 소리를 들은 기분이었다. 낯선 충격이었지만 싫기는커녕, 흡족함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짜릿하게 관통했다.
디무스의 침묵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리브의 미소가 조금 흐려졌다. 작게 달싹거리던 입술에서 자그만 음성이 흘러나왔다.
“제발요.”
배 속에 꺼지지 않는 불구덩이라도 있는 것처럼, 열기가 순식간에 전신으로 번졌다. 파정 후에 조금도 빼지 않고 있던 성기가 꺼덕거리며 힘을 받았다.
제 속에서 힘을 되찾은 묵직한 존재감을 리브도 알아챈 듯했다. 앓는 듯한 신음을 흘린 리브가 디무스의 입술을 엄지로 꾹 누르며 두 다리를 그의 허리에 휘감았다.
디무스가 허리를 굽혀 집어삼킬 듯 키스했다. 순순히 입술을 벌려 혀를 섞던 리브가 그의 팔을 손톱으로 긁으며 아래를 조였다. 말라 가는가 싶던 내벽이 축축하게 젖어 가며 성기의 움직임을 재촉하고 있었다.
입술을 뗀 디무스는 기꺼이 그 채근을 받아들였다. 급하게 몰아붙이던 조금 전과 달리, 한층 뭉근하고 느리게 문지르자 리브가 탄성과 함께 뜨거운 숨을 뱉었다. 발갛게 물든 눈가가 점차 젖어 들어갔다.
“그저 며칠만 코리다와 둘이… 하아, 다니려는 거예요. 혹 제가 부름에 바로 응하지 못해도 노여워하시지 말아 달라 청하는 거고요.”
그러니까 그녀는 지금 디무스가 붙여 둔 마부와 마차를 떼어 놓고 싶은 것도 모자라, 디무스가 당분간 저를 불러 주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마지막 추억을 쌓겠다고 하니 조금쯤은 관대해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제 입으로 이 저택에 들어오겠노라 말했으니.
미간을 찡그린 디무스가 결국 긍정의 답을 내놓았다.
“…그래.”
그의 대답을 들은 리브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이내, 리브가 눈매를 접으며 미소 지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말을 뱉은 직후, 그녀가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다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디무스.”
놀랍게도 그녀의 입에서 나온 제 이름이 꼭, 잘했다는 칭찬을 담아 내린 상처럼 들렸다.
디무스가 침음을 삼키며 리브를 끌어안았다.
집무실 책상은 다시금 오래도록 덜컹거렸다.
***
리브와 코리다는 검은 마차 대신,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타는 합승 마차를 이용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후드를 꾹 눌러쓰고, 옛날의 그 허름한 차림을 한 채 돌아다니는 리브와 코리다의 뒤로 디무스의 명령을 받은 수하 몇이 따라붙었다. 자매가 커다란 행사장에서 인파에 휩쓸리기라도 하면 목표물을 구분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코리다의 체력 때문인지 외출이 길어지는 일은 없었다. 자매는 늘 해가 지기 전에 귀가했고, 저녁 시간에는 잔뜩 흥분해서 일과를 재잘거리는 코리다의 목소리가 담벼락 밖까지 울려 퍼졌다.
보고를 받은 디무스는 리브와 코리다가 방문하는 장소를 청소해 주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단순히 자매의 뒤를 밟는 것으로 그쳤던 수하의 일거리가 좀 더 늘어났다.
그들은 행여 리브의 얼굴을 알아보는 자가 있으면 재빨리 치워 버리는 일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주 잠깐 자매를 놓치기도 했으나, 그래 봐야 부에르노 시내였고 외출 시간이 길지도 않아서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그렇게 닷새째 되던 날.
자매는 귀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