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어디서 허튼 수작을! 한번 지배자의 각인을 새겨넣기 시작한 COT를 네까짓게 빼았을 수 있을것 같으냐?"
하지만 카라스 의원은 역시 만만한 인물이 아니였으니 시리우스, 프리우스 형제가 듀얼코어로 정신파를 쏴재끼는데도 아랑곳 않고 오히려 한층 더 짙은 보랏빛 숨결을 내뿜었다. 뿐만 아니라 브리슬콘이 기회를 틈타 COT(Collection Of Things), 시크릿 가든의 괴식물들을 내보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목조(木鳥) 대전을 재개하는데도 흔들림없이 지휘체계를 이어나가 진정한 듀얼코어가 무엇인지를 선보였다.
'아무래도 유니온키네시스를 사용해야할 것 같구나, 시리우스여.'
'과연 상원의원이 괴물은 괴물이로군. 우리 두형제가 동시에 내뿜는 정신파 간섭을 밀어낼줄이야. 시간이 없다. 콧의 소유권이 넘어가기전에 어서 서두르자!'
유니온키네시스(精神體化) ~왈큐레의 형제들~
엘더 아케인족 형제도 이대론 승산이 없다는걸 깨달았는지 서로의 영혼을 융합해 한층 더 강력한 정신파를 쏘아냈다. 그제서야 보랏빛으로 물든 예의 석판이 본래의 색을 되찾으며 조금씩 내가 있는 쪽으로 끌려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시리우스, 프리우스 형제의 영혼이 결합되어 탄생한 플라즈마 전구쪽에서 흡인력이 발생하여 사실상 석판이 카라스 의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직전이였다.
"웃기지마라! 이미 COT를 한번 굴복시킨적이 있는 내가 엘더 아케인족 할애비가 온다한달 소유권 싸움에서 질것 같으냐!!"
펄럭펄럭펄럭!
라고 카라스 의원이 소리침과 동시에 자신의 거대한 날개를 새차게 퍼덕이자 본래 물리적인 간섭을 받을리 없는 정신파가 흩어지며 거의 다 넘어온줄알았던 석판이 무주공산 상태가 되고 말았다. 절대인간감옥, 플레쉬 메이든(Flesh Maiden)을 유지하느라 별다른 리액션을 취할 수 없었던 내가 그 모습을 보고 입술을 질끈 깨무는데 갑자기 카라스 의원이 한쪽 무릎을 꿇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사태였지만 우리에게는 굉장한 호기였기에 마침내 석판이 플라즈마 전구안쪽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로서 COT, 사이킥필드를 인터셉터하는데 성공한 나는 재빨리 시리우스, 프리우스 형제에게 연결된 영혼의 족쇄를 촤르륵! 풀어헤치며 말했다.
"어서 COT, 사이킥필드를 이용해서 에이션트 원의 의지를 부활시켜라. 그동안 카라스 의원은 내가 막고있을테니까!"
"크으윽! 제기랄 도대체 COT, 버드케이지에 무슨 일이 생겼기에 이런 통증이..."
플라즈마 전구가 석판을 품은채 하늘위로 승천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카라스 의원이 새장의 문을 오픈하자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카라스 의원의 손에 아니 내 손에 죽임을 당한줄 알았던 대붕공자, 카트랏슈가 살이 뒤룩뒤룩 찐 상태로 때구르르 구르다시피 등장한 것이다. 너무 의외의 사태에 나도 카라스 의원도 말을 잇지 못하는 가운데 카트랏슈가 입을 열었다.
"으으으... 너무 배불러서 더는 못먹겠네요. 디바우러 모드를 발동했을때만 해도 다는 못해도 십분의 일은 먹어치울 수 있을줄 알았는데 결국 1%도 못먹었네요. 이걸로 카라스 의원의 힘도 1% 약해졌다고 봐야할까요. 아저씨, 그럼 저는 더 이상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어서 뒤는 부탁할게요.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쿠울쿠울."
"이런 돼먹지못한 모르모트 자식이 감히 같잖은 속임수를 부려!"
그렇게 카트랏슈가 산만한 배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잠에 빠져들자 분노한 카라스 의원이 솔개가 병아리를 낚아채듯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내 COT, 사이킥필드쪽이 먼저라고 판단했는지 급히 우회에 자신도 하늘로 날아올랐다. 내 손으로 카트랏슈의 목숨을 끊었을때 디파일러 아크비숍 수준의 현상금밖에 들어오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처음부터 모습을 흉내낸 그림자 호위무사를 준비한 모양이였다.
결과적으로 아무죄도 없는 카트랏슈의 심복을 VP에 눈이 멀어 내 손으로 죽여버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어찌됐든간에 지금 상황에서는 잘잘못을 떠나 카라스 의원을 저지하는게 우선이였기에 나는 그의 뒷목을 깨물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 남의 목 뒤에 장난질을 쳐놨겠다 나도 절대 지워지지 않을 상흔을 남겨주마!
도데카 쉐도우 블래스트(Dodeca Shadow Blast)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방! x 12
"이 거머리같은 자식이 끝까지 훼방질을!"
"어으어으어으어버버버버(내가 바로 등뒤에 찰싹 붙어 있다는걸 잊은건 아니겠지)?"
카라스 의원의 뒷목을 문채로 쉐도우 블래스트를 12방이나 쏜 탓일까 입안이 완전히 헐다 못해 녹아버린 내가 정박아처럼 지껄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희생을 바탕으로 카라스 의원에게 가한 데미지는 고작 500원 짜리만한 땜빵(?)뿐.
카트랏슈가 1%(1억마리중 1%니까 추정 100만마리)를 잡아먹었음에도 깃털의 강도가 어찌나 단단한지 결국 진짜 피부에는 상처조차 내지 못했다. 뭐 흠집조차 내지 못했던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였지만 이대로라면 카라스 의원이 그냥 날 무시하고 시리우스, 프리우스 형제에게 향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나는 세계수가 있는쪽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 브리슬콘, 여력이 있다면 지금 당장 내 발을 뿌리로 묶어서 잡아당겨줘! 카라스 의원이 절대 COT, 사이킥필드에 접근 못하게 해야해!!"
대답은 없었지만 충분히 내 의사를 알아들었는지 브리슬콘이 나무뿌리를 전개해 내 다리를 휘감았다. 이로서 카라스 의원의 비행을 1차로 막아낸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2차 위기가 찾아왔다. 브리슬콘의 나무병사들을 학살하던 하피뇽이 주인의 위기를 알아채고 달려온 것이다.
1:1 상황이라면 인공마력기관이 대폭 강화된 얼티밋 언데드 폼의 힘으로 하피뇽 따위야 날파리마냥 때려잡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샌드백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최악의 경우 하피뇽이 시리우스, 프리우스 형제를 노릴 경우 대처할 방법이 없었기에 나는 급히 내 그림자를 향해 말했다.
"어둠의 정령왕의 이름으로 명한다. 나의 두 권속들이여 왕의 부름에 응해 눈앞의 적들에게 영원한 어둠을 선사하라!"
-셰오 더 큐피트, 왕의 화살은 언제든지 장전완료라구요.
-아발란체 더 쉐, 쉐도우 다, 당신의 검집은 언제든지 뽑힐 준비가... 아 진짜 오글거려서 못해먹겠네!
용제성에서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대부분의 부하를 두고온 나였지만 애초에 정령정원에 귀속된 존재인 어둠의 정령들만큼은 두고오고 싶어도 두고 올 수 가 없었다. 하여 본래 최하급 어둠의 정령이였다가 내 감정에너지와 마력을 흡수해 최상급 어둠의 정령으로 각성한 셰오 더 큐피트와 본래 세라푸스가 창조한 성검의 성령이였다가 상반된 속성으로 전직(?)한 아발란체를 참전시켜 하피뇽을 막기로 한 것이다.
하피뇽이 혼혈이건 어쨌든간에 뿔이 곧 계급인 악마에게 다섯개의 뿔은 결코 낮은 짬밥이 아니였기에 그 둘이 힘을 합해야만 맞상대가 가능하리라. 근접전의 아발란체와 원거리지원의 셰오라면 조합도 나름 괜찮고 말이지.
"저리 비켜 이 피래미놈들아!"
"어머머 이 숙녀분은 왜 이렇게 화가 많이 나셨을까? 혹시 갱녀기신가요?"
"셰오, 조심!
그렇게 급한 불은 껐지만 카라스 의원은 여전히 살기어린 눈빛으로 COT. 사이킥필드를 향항 집념을 내려놓지 않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깃털 표창이 소나기 쏟아지듯 휘날리며 나를 떨쳐내려 하고 있었지만, 절대인간감옥, 플레쉬 메이든의 무서운 점은 바로 떨쳐내려 하면 할 수 록 울트라 젤라틴화가 심화되어 속박력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였다.
결국 날개죽지 깊숙한 곳까지 녹색피가 파고들어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된 카라스 의원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두 손을 뒤로 넘겨 내 목을 움켜쥐었다. 그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언옥타늄으로 구성된 목뼈가 부러지진 않을지언정 45도 각도로 조금씩 꺾이기 시작했다. 누가 선우매향 상사 아니랄까봐 남의 모가지 꺾는걸 왜이리 좋아해?
"생각해보면 모든 일의 발단은 좀비걸 그 빈수레년때문이였어. 쥐뿔 가진것도 없으면서 덜컹덜컹 소음을 내서 내 신경을 거스르는걸로 모자라서 뭔가 뒷배가 있는것처럼 허세를 떨어 나로 하여금 조바심을 느끼게 만들었지. 빌어먹을! 본래 내 완벽한 계획대로 진행했다면 이런 시덥잖은 소요를 겪을 필요도 없었단 말이닷!! 어리석은 인간놈들이 그린 아일랜드에 전술병기를 투하하는걸 계기로 브리슬콘 전 의원과 그 둘을 공멸시키려 했었건만!!!"
"커커커컼...! 그것 참 안됐구만 그래. 그런데 이봐 카라스 의원 혹시 그런 속담 들어봤어? 닭의 목을 비틀어도 아침은 온다는 속담 말이야. 저길 보라고! 프록시마에 새로운 태양이 그리고 새로운 신성이 떠오르려 하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