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90화 (590/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카라스 의원의 의미심장한 말에 브리슬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당신..."

"제가 프록시마에 들어온지도 10년이 넘었는데 당신은 둘째치고 엔도미야가 왜 눈치를 못챘겠습니까? 그건 제가 프록시마를 침공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저는 윤회술법을 이용해 프록시마를 외부에서 침입한게 아닌 태어난 것이지요."

"하지만 그 술법은 염라라는 고대신격에 의해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을텐데요."

"후후후. 다른곳이라면 몰라도 이 프록시마에서는 가능하지요. 창세신격 에이션트 원이 윤회의 고리를 행성 하나에 재귀하게 만든 이곳이라면 애초에 영혼이 명계를 오가지도 않기 때문에 윤회술법을 사용한다고한들 염라가 인지나 할 수 있겠습니까? 정작 윤회의 고리를 재귀하게 만든 에이션트 원은 지금 존재하지도 않고 말이죠."

"그말인즉슨 당신은 지금 본래의 육체를 버리고 새로 환생을 했다는건가요? 본래 굉장히 고귀한 혈통의 까마귀 영물 출신인걸로 알고 있는데 이전의 육체가 아깝지도 않습니까?"

"그거야 아바타로 만들어 쓰면 그만이지요. 제가 이 백리성씨를 지닌 인간들의 혈통에 주목한건 바로 그들의 탄생석 능력인 조류계열의 수인화가 지닌 특이성때문이였습니다. 재밌게도 이 탄생석 능력이 고도화 될 수 록 이 행성 용어로 말하자면 탄생석 랭크가 높아질 수 록 새와의 동질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더군요. 제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이제 아시겠습니까? 사이킥 능력이 강화될 수 록 새와의 동질성도 높아진다. COT, 버드케이지와 사이킥필드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할때 이 보다 더 휼륭한 육체가 있을까요."

라고 자랑하면서 카라스 의원이 리더의 몸속에서 꺼낸 석판에 보랏빛 숨결을 흡수시키기 시작했다. 만약 여기서 카라스 의원이 COT(Collection Of Things), 사이킥필드까지 손에 넣게 되면 안그래도 낮았던 승산이 아예 불가능의 영역에 도달하리라. 당연히 그런걸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볼 순 없었기에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진'사령안 개안(開眼) ~카마이타치의 새벽~

그건 바로 사흉성에서 내게 죽임을 당한 시리우스, 프리우스의 영혼을 진'사령안의 힘으로 불러내는 것이였다. 백리몽룡의 사이킥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에이션트 원의 직계 후손인 엘더 아케인족 보다 뛰어날 수 는 없을터. COT가 본질의 유사성을 최우선 조건으로 따진다면 인터셉터가 가능할지도 몰랐다. 물론 그것도 내가 본래 영적 재량이 뛰어난 시리우스, 프리우스 형제를 제압하고 난 후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주위 시간이 멈춘듯 흑백으로 변하고 나는 내 손에 죽임을 당한 엘더 아케인족 형제가 진'사령안의 안력에 구속되어서도 형형한 안광을 빛내고 있었다.

'하필이면 우리 형제를 불러내다니 지독히도 어리석구나, 필멸자여. 우리 형제는 본래 정신체에 가까운 존재들이였다. 육체라는 그릇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존재들과는 달리 영혼 상태에서도 사이킥 능력을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사이킥 에너지를 보충하면 다시 부활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우리 형제들은 인간들이 일컫는 죽음따윈 경험해 본적도, 경험 할 수 도 없다는 말이다.'

'그거 마침 잘 됐네. 그럼 어서 육신을 되찾아서 나한테 힘을 좀 보태줘.'

'여전히 말귀를 못알아 쳐먹는 필멸자로군. 우리 형제가 육신을 되찾는다고 한들 네놈에게 협력할까보냐? 설마하니 네놈의 영혼의 족쇄에 우리 형제가 굴볼할거라 생각했다면 그런 오산도 또 없을 것이다. 엘더 아케인족의 긍지에 맹세하건대 끝가지 저항해 종국엔 네놈의 정신을 망가트려주마!'

'프리우스여 잠깐 기다리거라. 혹시나 싶었는데 지금 우리가 있는곳은 성지 프록시마인듯 싶구나.'

'뭐라고!? 성지 프록시마라면 설마...'

'그래 우리들의 위대한 아버지, 에이션트 원께서 잠드신 곳. 내 평생 이 땅을 밟게 될줄이야.'

솔직히 말해 너무 똑같이 생겨서 구분은 가지 않았지만 시리우스로 추정되는 이가 눈을 감고 회한에 가득찬 표정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위대한 아버지의 피와 살로 이루어진 행성이라 그런지 그 향취부터가 남다르군. 그분의 의지는 이미 쇠퇴하여 사라졌겠지만 우리의 다른 형제자매들이 이 낙원에서 살아숨쉬고 있다는게 여실히 느껴지는구나. 그렇게 우주 전역을 수소문 했음에도 단서조차 잡지 못했던 곳을 이렇게 죽고나서야 찾게되다니 운명이란 실로 기구하지 아니한가.'

'후후후. 내가 더 기구한 사실을 하나 더 알려줄까? 너희들의 형제자매들이 지금은 살아 있을지 몰라도 여기서 프라임 의회소속 상원의원인 카라스를 막지 못한다면 모두 곤충마냥 COT, 사이킥필드안에 박제되고 말 것이다. 아무리 이 프록시마 행성에선 윤회의 고리가 재귀하고 있다한들 COT안에 봉인되면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태로 카라스 의원의 노예가 되는 수 밖에 없겠지. 상황이 이럴진데 아직도 나에게 협력할 생각따윈 없는건가? 뭐 나야 고향별도 내다버린 입장에서 프록시마가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말이야.'

'새치혀로 우리 형제를 농락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는게...'

'프리우스여 아무래도 저 필멸자의 말은 거짓이 아닌듯 하구나. 임시로 근처의 형제자매들과 정신 네트워크를 활성화시켜 살펴본 결과 아니 우리 둘도 연결시키는 편이 빠르겠군.'

'으흐음. 프라임 의회놈들이 우리보다 먼저 프록시마 성지를 찾아냈을줄이야. 그들의 정보력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군. 하지마 그들이 상상을 초월하는건 정보력뿐만이 아니라 전투력 또한 최소 반신급 이상. 사이킥 에너지를 아직 회복하지 못한 우리가 그를 저지할 수 있다고 보는가, 시리우스여?'

'우리가 생전에 유니온키네시스로 힘을 합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 하지만 이 필멸자가 우리를 불러냈을때는 나름의 복안이 있었을터. 그렇지 아니한가? 윤회를 초월하는 눈을 지닌 자여.'

시리우스, 프리우스 형제가 그제서야 나름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나는 올타쿠나하고 인간통합실험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카라스 의원이 프록시마를 침공한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이전에는 인간들이 서로의 탄생석을 통합해 에이션트 원의 의지를 부활시키는 방법으로 그를 물리쳤다는 내용이였다. 그런 야매 실험으로 에이션트 원의 의지가 비록 잠시뿐이지만 스스로 움직였다는 사실에 엘더 아케인족 형제가 눈을 반짝였지만 이내 비관론을 내세웠다.

'확실히 자신들의 근원이 무었인지도 모르는 인간들이 그런 조잡한 방식으로 에이션트 원님의 의지를 일순간이나마 일깨운건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기적이 또 한번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에이션트 원의 의지를 되살릴 확률이 그정도로 낮은건가? 너희들은 에이션트 원의 직계 후손인데다가 유니온키네시스라는 휼륭한 툴도 가지고 있잖아.'

'우리 형제의 유니온키네시스 성공률이 99.9퍼센트에 이르는건 쌍둥이라서 영혼의 파장이 그만큼 일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성에 존재하는 불특정 다수의 형제자매들을 하나로 통합한다치면 유니온키네시스의 성공률은 0.1퍼센트 미만에 수렴하지. 애초에 영혼의 파장성과는 별개로 그 많은 수의 정신개체를 통합하는건 아무리 엘더 아케인족인 우리라도 불가능의 영역이다.'

'만약 COT, 사이킥필드를 매개체로 사용한다면?'

'콧을 말하는거라면 유니온키네시스의 성공률은 50퍼센트로 올라가겠지만 그 경우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콧안에 봉인하는 중간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그게 뭐 어때서? 어차피 지금 여기서 카라스 의원을 막지 못한다면 프록시마 행성은 멸망확정이야. 네 형제자매들이 COT에 봉인되는게 과정이 아닌 결과가 되어버린다고. 일단 카라스 의원을 쓰러트리고 난 후에 다시 풀어주면 되는거 아니야? 그것도 아니면 말로는 형제자매니 어쩌니 하면서 실제로는 COT의 힘을 탐내고 있다던가? 카라스 의원이 그러길 COT, 사이킥필드가 너희 엘더 아케인족과 유난히 궁합이 좋다던데.'

'바보같은 소리를! 뭐 좋다.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지. 하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다. 이 싸움이 끝나면 우리 시리우스, 프리우스 형제가 이 프록시마땅에 잠들 수 있게 해다오. 우리 형제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반신타락자에 들어갔을뿐 더 이상 싸우고싶지 않으니.'

'뭐 그정도야 어려운 조건도 아니니 수락하지. 자 그럼 COT를 인터셉터하러 가보실까?'

내가 그 말을 마치자 마자 흑백세계가 색감을 되찾으며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흘러간다. 내 양옆에 자리한 시리우스, 프리우스 형제는 육신이 없는 상태에서도 기묘한 정신파를 내뿜으며 카라스 의원의 손아귀에 있는 석판과 감응해 보랏빛 숨결을 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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