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92화 (592/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내가 힘겹게 손가락을 뻗어 겨눈 곳에는 플라즈마 전구안에 속박된 석판이 눈이 멀듯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마침내 두 엘더 아케인족 형제가 COT(Collection Of Things), 사이킥필드에서 카라스 의원의 지배자 각인을 지워내고 자신들의 지배자 각인을 새겨넣는데 성공해 오롯이 콧의 주인으로서 인정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사방팔방에서 뚜뚜루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미 사망판정을 받은 아나키스트 멤버들의 시체에 깃들어 있던 뚜뚜르들을 위시해서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각양각색의 생김새와 복장을 한 뚜뚜루들이 이곳 그린 아일랜드로 집합하고 있었다.

'뭐야뭐야 왜 다들 이쪽으로 가고 있는거야?'

'누가 공짜로 별꿈사탕을 나눠주고 있다는데? 또 어떤 누구는 여기에 별꿈사탕으로 만들어진 궁전이 있다고 하기도 하고.'

'에에에에 정말? 와 그러고보니 저기서 별꿈사탕 냄새가 난다!'

'늦기전에 우리도 빨리 가자!'

그렇게 모여든 뚜뚜루들이 불꽃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플라즈마 전구 곁으로 모여들자 전구의 크기가 급속도로 팽창하더니 이내 이목구비가 두루뭉숭한 구름거인의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두말할 것 없이 그 구름거인이 뚜뚜루 아니 엘더 아케인족들의 시조인 에이션트 원의 잔류사념인 것으로 추측되었는데, 아직 여러모로 불안정한 상태인지 크기가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다 고장난 인형처럼 관절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씨벌 저딴게 창세신격이라고? 카라스 의원을 쓰러트리기는 커녕 혼자서 가게 오픈쇼나 할 것 같은데? 에이션트 원의 의지만 부활시키면 만사형통일줄 알았던 내가 격하게 실망감을 드러내려는 순간 갑자기 두개골 안쪽에서 보신각 타종을 하는듯 둔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홀로 전능하다는 것은 결국 무능한것과 다름없다. 질투도, 경쟁도, 사랑도, 미움도, 좌절도, 성취도 없는 그 영역에 어찌 자꾸 도달하려하는가 작은 아기파랑새여.

"닥쳐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관점에는 차이가 있는법. 네놈처럼 태어났을때부터 창세신격이였던 놈이 밑바닥에서 시작해 바득바득 기어올라가 반신의 위를 차지한 내 심정을 알기나 할까. 애초에 이 외딴 행성에 인형놀이나 하고 있는 주제에 어디서 설교질인 것이냐!

-...인형놀이라 그럴지도 모르겠군. 나는 나의 형제이자 자손들이 흩어져 결국 그 근원조차 알 수 없게 되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워 스스로를 쪼개 이 별을 만들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지나친 과보호 였을지도. 허나 구획이 어찌되었든간에 그대는 수렴하려하고, 나는 발산하려하니 이는 태초의 법칙인 질서와 혼돈만큼이나 서로 어울릴래야 어룰릴 수 없는 딜레마. 이번에야 말로 그대가 다시는 프록시마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무거운 단죄를 내리리라.

"본체 아니 화신정도만 되도 꽁지털이 빠질세라 도망쳤겠지만 고작 한줄기 의지에 불과한 주제에 건방지구나!"

컬렉션 오브 띵즈(Collection Of Things)

그랜드 컬렉션, 버드케이지(Birdcage) 만개(滿開)

라고 말한 카라스 의원이 자신의 새장을 열어재끼자 그 좁은 틈새로 보통 새의 날개만한 깃털이 삐죽 튀어나오더니 이내 새장이 찢어질듯 벌어지며 하이퍼 아바타, 삼족오 못지않은 거대한 괴조가 등장했다. 적지않은 수의 새들이 카트랏슈에게 잡아먹히거나 브리슬콘의 나무병사들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카라스 의원에게는 비장의 수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삼라만상을 관조해온 붕새여 눈앞의 모든 것을 먹어치워라!"

그렇게 몸전체가 빠져나오는데도 한세월이 걸린 괴조, 붕새가 카라스 의원의 명을 받고 입을 쩍 벌리자 목구멍이 블랙홀과 연결되기라도 한듯 모든걸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브리슬콘의 나무 병사들이 땅에 뿌리를 내려 급히 버텨보려 했지만 그 흡입력이 어찌나 강한지 땅덩어리채로 나부 병사들을 먹어치워 일부 트렌트만이 간신히 살아남았을뿐이였다.

이대로 가다간 전황의 균형이 급격히 기울 수 밖에 없어 내가 손을 쓰려는데 에이션트 원이 모래시계 환영을 소환하며 선수를 쳤다.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땅에서 온자들은 땅으로 하늘에서 온자들은 하늘로 돌아가리라.

그 묵직한 선언에 갑자기 붕새의 크기가 실시간으로 줄어들더니 종국에는 하나의 알이 되고 말았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나무병사들 또한 역성장을 하다가 종국엔 씨앗이 되버리는게 아닌가? 나는 그 비현실적인 장면에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닐까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창세신격이 지닌 힘의 수준은 애초에 싸움 자체가 성립할 수 없을정도로 전능 그 자체였던 것이다. 단순히 카라스 의원이 타겟이라 안심할게 아니라 과연 저 생명체의 생장을 회귀시켜버리는 힘이 나를 향했을때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면밀히 고심할 필요가 있었다. 에이션트 원이란 존재 입장에선 나 또한 이방인인건 매한가지기 때문이였다.

"네가 대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는걸 알고있다. 이전에는 그걸 몰라 도망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컬렉션 오브 띵즈(Collection Of Things)

그랜드 컬렉션, 버드케이지(Birdcage) 역류(逆流)

진정한 새들의 낙원, 갈라파고스 제도

카라스 의원이 붕새라는 비장의 카드가 무위로 돌아간 것에도 아랑곳 않고 이번엔 새장 환영의 입구를 자신의 손으로 찢어버렸다. 그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얼마안가 그린 아일랜드 심처의 풍광이 뒤바뀌며 그가 사용한 신기술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그린 아일랜드라는 명칭에 어울리게 푸르른 수목으로 우거진 수목으로 우거진 장소였던 곳이 황량한 사막으로 변해 나무는 커녕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는 환경으로 변모한 것이다. 나는 그간의 경험으로 카라스 의원의 지금 사용한 기술이 심상세계와 비슷한 계열의 기술임을 직감하고 정신줄을 바짝 다잡았다 자신의 의지를 바깥 세상에 내비침과 동시에 현실과 동기화 시켜 탄생한 심상세계속에서는 몽땡이만 튼튼하다고 장땡이 아니기 때문이였다.

"새장을 뒤집어 현실에 덧씌운 이곳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만큼은 나 또한 신에 버금가는 권능을 발휘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일반적인 신격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 그럼 우선 이 귀찮은 거머리부터 처리해볼까!"

카라스 의원이 지칭한 거머리란 필시 나를 말하는게 분명했기에 내가 순간 움찔하는 것도 잠시 갑자기 한쪽 눈과 흉부쪽에서 극심한 통증과 이물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기생장기 요슈아와 불칸이 각각 깜찍한 날개를 단채로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게 아닌가? 너무나도 황당한 사태에 내가 말을 잇지 못하는데 요슈아놈이 얄미운 소리를 해왔다.

'유효오옷! 드디어 이 몸에게 날개가 생기다니 지긋지긋한 셋방살이도 끝이구나!!'

'오호라, 지금껏 날개죽지 근육을 성실히 연마애온 덕분에 날개가 생긴 모양이로군. 앞으로 날개 접었다 펼치기 100회 10세트도 루틴에 추가해겠어.'

"이것들이 지금까지 누구의 피와 마력을 빨아먹고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짐승들도 자신을 키워준 은혜를 알진데 이 금수만도 못한 놈들이이익!!"

'키워주긴 누가 키워줬다는겁니까? 맨날 능력 착취만하고 괴롭히기만 했으면서. 그러니까 평소에 잘했어야죠. 내 살다살다 벨제붑님보다 악독한 악마 아니 인간은 처음 본다 이말입니다! 이 마귀보다 못한 놈아아아악!!'

'흐으음, 그러고보니 근육 단련에는 영양분의 주기적 공급 또한 필수인데 이 상태에서는 그게 쉽지 않겠군. 철분이야 바위를 씹어먹으면 된다지만 양질의 단백질은 도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뭐야 이것들은? 네놈의 눈과 심장을 공중분해해서 대머리독수리들의 먹이로 주려했건만 여분의 장기들을 그것도 에고 장기를 갖고 있을줄이야. 정말 상식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난 인간이긴 하구나. 하긴 그러니까 엔도미야가 고작 인간따위에게 여신칼날단 10위권내의 서열을 내렸겠지.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네놈에게 얼마나 많은 여분의 장기가 있다한들 이곳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한마리의 날짐승이 되어 자유롭게 하늘을 뛰어노리라!!! 어디한번 네놈이 빈껍데기가 되서도 그렇게 주둥아리를 놀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

카라스 의원이 또 한번 손가락을 튕기자 나는 전신을 개미가 물어뜯는듯한 가려움에 몸부림쳐야 했다. 보통 못생긴 얼굴을 두고 이목구비가 자유분방하다는 표현을 쓰곤하는데 지금 이 순간 내 이목구비뿐만 아니라 전신의 오장육부가 지멋대로 자기주장을 해대고 있었다.

만약 얼티밋 언데드 폼의 초월적인 재생력과 언옥타늄의 단단한 뼈대가 아니였다면 나는 진즉에 정육점 돼지마냥 오체분시 되었으리라. 씨부럴 에이션트 원, 이 새끼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내가 프록시마의 주민이 아니라고 그냥 강건너 불구경만 하겠다는건가? 만약 그런거라면 카라스 의원은 둘째치고 내 손으로 프록시마를 멸망시켜주마! 지구도 멸망시켰는데 두번을 못할까? 원래 처음이 어렵고 두번째부터는 쉬운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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