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85화 (585/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여신칼날단 서열 6위의 아크리퍼, 옥사건? 녹색의 율법사, 브리슬콘양보다 한단계 낮은 순위로군요. 엔도미야가 버그라도 걸린걸까요? 아니면 저에 대한 데이터 갱신이 늦은걸까요. 브리슬콘 전 의원보다 더 서열이 높은 여신칼날단원을 보내도 모자랄판에 이런 얼뜨기를 보내다니 말이죠."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되지. 내가 분명 서열 27위에서 6위로 급상승했다고 말했잖아. 이러한 성장세에서 상대가 지닌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읽어야지 그냥 서열이 낮다고 무시하다니 당신도 꽤 근시안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구만. 멀리 보는 새가 높이난다라는 격언도 못들어봤나?"

"당신... 이제보니 제가 아닌 어떤 누구랑 성격이 조금 아니 많이 닮았군요. 지닌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허세만 가득했던 여자가 한명있었죠. 지금 고인이 됐지만 정말 제가 싫어하는 타입의 인간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명색이 여신칼날단 서열 6위라고 하니 저를 조금은 즐겁게 해줄 수 있겠지요?"

"즐겁다 못해 두려움에 벌벌 떨게 만들어 줄 수 도 있지.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 말이야."

"큭큭큭. 제발 부탁이니까 죽음의 위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경각심정도는 느낄 수 있게해주세요."

딱!

카라스 의원이 내가 봐도 입벌구(입만 벌리면 구라)처럼 느껴지는 옥사건의 허세에 코웃음을 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일전의 전투에서 합체가 풀렸는지 세마리로 나뉘어져 있는 뇌조, 화조, 빙조가 기다렸다는 듯이 각 속성의 브레스를 쏟아냈다.

당연히 본체가 쉐도우 브레스를 사용해서 맞대응 할줄 알았지만 그는 삼속성의 브레스 퍼레이드가 바로 머리맡에 짓쳐들든, 말든 아랑곳 않고 선우매향쪽을 향해 괴화정령을 파견했다. 괴화정령이란 이매망량에 어둠의 마력을 덧씌워 임의로 어둠의 정령화시킨 것이였는데 그 과정이 숨쉬듯 자연스러운게 본체도 그 동안 놀고만 있지는 않은 모양이였다.

아무튼 선우매향을 덮치는줄 알았던 괴화정령은 그녀의 꽃다발(정확히는 쇠꼬챙이 다발에 대갈통이 꽂힌 기괴한 물건)로 파고들더니 나를 포함한 두개골들에 빙의를 시도해왔다. 그렇게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플로팅 스켈레톤헤드라는 언데드가 급조되어 꽃다발을 빠져나와 하늘을 떠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 행동이 분령(分靈)인 나를 회수하기 위한 페이크 작전이란걸 짐작하고 얌전히 괴화정령에게 몸을 맡겼다. 당연히 선우매향쪽에서 가만히 있을리가 없었으나 당장 문제는 본체를 덮친 삼속성의 브레스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본체가 별다른 방어술법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강력한 마력장이 펼쳐져 세마리의 괴조들이 쏘아낸 브레스를 몸에 닿기도전에 증발시켜버렸다.

"이 건방진 인간놈, 그건 카라스님에게 바치기 위해 내가 공들여 준비한 꽃다발이란 말이닷!"

"그게 어딜봐서 꽃다발이야 이 미친년아! 이 초코볼이나 쳐먹어!"

쉐도우 블래스트(Shadow Blast)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방!

본체는 좀비걸의 두개골에 깃든 나를 회수하는 한편 입안에서 볼링만한 검은 구체를 응집해 선우매향에게 발사했다. 쉐도우 브레스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이펙트에 내가 실망하는 것도 잠시 이마의 양뿔에 어둠의 마력을 집약해 맞대응하려던 선우매향이 마치 투포환에 얻어맞기라도 한듯 형편없이 나가떨어졌다.

같은 암속성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일방적으로 한쪽이 밀린다는건 저 검은 구체 하나에 쉐도우 브레스 전체를 압축하고도 남을 마력이 담겨 있다는 소리였다. 설마 본체가 이런 신기술을 연마해올줄은 몰랐기에 내가 신기해하는 사이 녀석은 좀비걸에 깃들어 있는 나를 진공청소기마냥 흡수해버렸다. 영력이 강한쪽에서 더 큰 인력을 발휘하는건 당연한 일이였기에 내가 자연스럽게 본령(本靈)쪽으로 합류하려는데 얼티밋 언데드 폼에서 상식을 초월한 마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잠깐! 뭐야 이 마력농도는? 코어 하나에서 이전의 도데카 코어의 마력기관을 합친것보다 더 많은 마력이 느껴지잖아. 그런 코어가 12개라니 도대체 얼티밋 언데드 폼에 무슨 짓을한거야?'

'새행성에 둥지를 튼걸 기념해서 개조를 좀 진행했지. 얼티밋 언데드 폼의 개조를 멈춘지도 꽤 오래됐잖아? 호흡기관에 사자의 관을 삽관한건 사실상 개조라고 부를 수 도 없는 시술 수준이였고 오시리스가 봉인에서 풀려나면서 그마저도 의미없어졌지. 물론 그만큼 얼티밋 언데드 폼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에 그랬던거지만 시시각각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하는 마당에 나라고 놀고만 있을 순 없지없겠어?'

'뭐 그건 그렇긴 하지. 아니 그보다 이봐 본체, 상대는 카라스 의원이라고 해서 COT라는 정체불명의 힘을 다루는 초강자니까 개조에 성공했다고 해서 절대 방심하지...'

'나도 다 알아. 과거 얼티밋 판게아 행성에 존재했던 프라임 의회에 소속된 인물이라지? 게다가 내가 쓰려트렸던 하원의원, 역병의 구스모토보다 곱절은 더 강하다는 상원의원을 상대로 방심할 생각따윈 없다. 오히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물불가리지 않고 전부 다 동원해 상대를 격살할 생각이야.'

'뭐, 뭐라고!? 도대체 내가 프록시마에 있을동안 용제성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말하자면 조오오오오온나게 기니까 일단 본령에 흡수되서 서로의 경험과 심득을 공유하자고. 설마 본령인 내가 본체를 이렇게까지 발전시켜놨는데 분령인 내가 놀고만 있지는 않았겠지?'

놀키는 커녕 제대로 심득을 쌓을 겨를도 없었다고 항의하려는 찰나 본령쪽에서 자석을 방불캐하는 인력이 발생해 일방적으로 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좀비걸의 몸속에 있을때라면 모를까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뭔가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후련해졌다.

이제 카라스 의원이건 브리슬콘이건 귀찮은 일은 전부 본체에게 떠맡기고 나는 편히 휴식을 취해야지. 애초에 내가 옥사건이고 옥사건이 나이니까 딱히 흡수당한다고해서 내가 소멸하는 것도 아니였다. 그저 본래 있을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쿠울쿠울.

* * * *

'천우용진, 플레인즈워커, 아나키스트, 안전기획청, 선우매향, 그린 아일랜드, 브리슬콘 그리고... 카라스 의원. 대충 수집된 정보는 이정도인가.'

나는 분령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일단 용제성에서 나만 횡액을 당한게 아니라 분령 또한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음을 알게되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이 자식 당연히 인간 남자 몸에 빙의해서 여자나 꼬시고 다닐줄 알았는데 애초에 그럴틈도 없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다 프라임 의회와 여신칼날단간의 싸움에 휘말렸구나.

그나마 나의 경우 짱짱한 부하들도 있었고 그 어떤 질병에도 면역인 얼티밋 언데드 폼이 있었기에 실전력에선 다소 밀려도 상성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는데 쥐뿔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 분령입장에선 너무나도 답답했으리라. 또한 영혼회로에 관한 심득은 얼티밋 언데드 폼의 육체개조뿐만 아니라 영혼개조를 통한 스펙상승의 여지가 있음을 알려와 나를 기쁘게했다.

물론 상원의원, 카라스라는 초강적을 눈앞에 두고 영혼회로를 연성할 시간따윈 없겠지만 말이다. 그밖에 분령은 자신이 독립적인 자아를 가질 가능성을 슬며시 내비치며 소울 아바타(Soul Avatar)가 왜 금술로 지정되었는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즉 괜히 12계통의 술법을 동시에 익히겠답시고 분령 12마리를 만들게 되면 괜히 영력 스텟만 날리고 폐가망신을 면치못한다는 뜻이였다.

자 그럼 분령도 말끔히 흡수했겠다 슬슬 어떻게 카라스 의원을 상대할지 고민해볼까? 나는 프라임 의회의 하원의원, 역병의 구스모토와의 험난했던 싸움을 떠올리며 바짝 마른 입술을 햛아 올렸다. 분령한테는 마치 내가 가볍게 하원의원을 제압한 것처럼 말했지만 실은 그 반대였다. 만약 김여령 여사의 활약이 없었다면 패배하는 쪽은 오히려 나였을 것이며 용제성 또한 지구처럼 쇠퇴의 길을 걸었으리라.

"이제보니 상당한 마력을 소유하고 계시는군요. 하피뇽을 나가떨어지게 만든 마력탄이나 삼두조의 속성 브레스를 무력화 시킨 마력장을 보아하건데 이미 인간의 레벨은 아득히 초월해서 드래곤 수준에 이르신것 같습니다. 확실히 좀비걸양처럼 뭣도 없으면서 큰소리를 친건 아닌듯하니 저도 나름 예우를 갖추어 상대해 드리도록 하죠."

"그래? 미안하지만 나는 예우따위는 개나줘버리고 치사하고 악독한 계략이란 계략은 다 써가면서 너를 쓰러트릴 작정이다. 그게 내가 너희 프라임 의회 소속의 인간 아니 쥐새끼랑 싸우면서 배운 교훈이니까. 자 그러면 거기 나무 아줌마, 이름이 브리슬콘이라고 했나? 많이 지친건 알겠지만 저 카라스라는 놈을 쓰러트리기 위해선 지원군이 한명 더 필요하니까 내가 지정해준 좌표에서 넘어오는 녀석을 한번 더 워프시켜줘.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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