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586화 (586/599)

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나의 요청에 브리슬콘이 엔도미야로부터 따로 언질받은게 없어선지 얼굴 한가득 의문 부호를 표하며 말했다.

"하려면 할 수 는 있겠지만 아무리 세계수를 단말로 사용했다고 한들 항성간 이동에는 막대한 생명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자칫 축적된 생명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면 제가 바로 리타이어 할 수 도 있어요. 카라스 의원이 제 서포트없이 상대할 수 있을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쯤은 당신도 인지하고 있을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지원군을 소환할 필요가 있지. 툭 까놓고 말해서 나무 아줌마랑 카라스 의원간의 COT 상성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잖아? 새가 하늘이라면 식물은 땅이야. 하늘이 홈그라운드인 새쪽에서 대놓고 공중전을 펼치면 땅에 묶여 있을 수 밖에 없는 식물쪽이 불리한 것은 당연지사. 날 믿고 지원군을 불러. 손도 안되고 코를 풀게 해줄테니까."

"...그렇게가지 말씀하신다면 이런 외진 행성으로 지원을 나와준 당신을 믿고 또 한번 항성 간 워프를 진행하겠습니다. 부디 카라스 의원을 이 땅에서 몰아내 평화를 가져다주세요."

브리슬콘이 자신의 본목(本木)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수에 녹아들어 사라지더니 눈이 멀듯한 광채를 또 한번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지원군을 부르겠다는 제스쳐를 취했음에도 카라스 의원은 멀찍이서 지켜만 보고 있을뿐 아무런 방해도 하지않았다. 실력에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야 보일 수 없는 행동이였기에 나는 도리어 긴장감이 고조되는걸 느끼며 세계수의 광채가 잦아들길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몇백광년이나 떨어진 저 우주 너머에서 누군가가 워프되어 왔을때 나는 반가움에 소리쳤다.

"오랜만이다, 카트랏슈!"

"그렇네요, 아저씨. 이런식으로 제회를 하게 될줄은 몰랐어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뭐 나야 늘 잘먹고 잘싸고 있지. 그러는 카트랏슈 너는 잘 지냈냐고 묻고 싶지만, 지금이 그렇게 한가롭게 안부나 묻고 있을때가 아니라서 말이지. 이제 막 소환되서 당황스럽겠지만 딱 말할게. 저기 있는 나무 아줌마가 널 소환한 장본인으로 착한놈. 그리고 저기 날개달린 여자랑 남자는 나쁜놈이니까 저 중에서 여자쪽을 네가 맡아. 나는 남자쪽을 맡을테니까."

"날개라면 저도 달려있긴 합니다만 어쨌든 피아구분이 쉬워서 좋네요. 백토성 이외의 공간에서 싸우는건 처음이지만 아저씨에게 폐가 되지않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잠깐만요!!! 아크리퍼, 도대체 지금 지원군으로 누굴 부른건가요?"

"누굴 불렀냐니 디파일러 킹, 대붕공자 카트랏슈라고 못들어봤냐? 아 못들어 볼만도 하구나. 다른 디파일러 킹이나 퀸과는 다르게 이 녀석 한 행성에만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았거든."

"제, 제정신입니까!? 아무리 부를 사람이 없다고 해도 디파일러 킹을 부르다니요. 호랑이를 잡자고 늑대를 불러들인 꼴입니다. 미리 알았다면 절대 워프를 허용하지 않았을겁니다. 아크리퍼 당신과 제가 힘을 합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건가요? 설마 당신 알고보니 야미도엔의 이중첩자라던가..."

"아 정말이지 아까부터 듣자듣자 하니까 이 나무 아줌마가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시네. 둘이 힘을 합하면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브리슬콘 당신이야말로 카라스 의원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것 아닌가? 상대는 상원의원이야, 상원의원! 원래 프라임 의회 출신인 당신이 그 무서움을 몰라? 막말로 나랑 당신 그리고 디파일러 킹, 카트랏슈 세명이서 동시에 상대한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야. 필요하면 디파일러 킹이 아니라 반신타락자를 불러서라도 일단 쓰러트리고 봐야지 도대체 뭐가 문제야? 애초에 프라임 의회는 엔도미야의 편도 야미도엔의 편도 아닌 제 3의 세력 아니였나?"

내가 논리정연(?)한 말재간으로 몰아붙이자 브리슬콘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 나 또한 카트랏슈와는 별개로 야미도엔과 얽히고 싶지 않아서 디파일러와 협력하는 상황따윈 만들지 않으려 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이 빌어먹을 프라임 의회놈들은 영악하게도 비단 프록시마나 용제성에만 어깃장을 놓은게 아니라 다수의 행성을 동시다발적으로 침공해 엔도미야의 연산력을 극한으로 갉아먹는 전략을 펼쳤다.

브리슬콘이 카라스 의원의 존재를 파악하고 엔도미야에게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뒤늦게 회신이 온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미 대부분의 여신칼날단원들은 다른 어떤 장소에서 프라임 의회 소속 의원들의 테러를 수습하는 중이였고 여분의 인력이라고 해봤자 서열 31위 대지의 수호정령, 몰(성토전에 참여했던 노움족)처럼 전력상 한참 기준 미달인 깍두기들뿐.

그렇기에 나는 본디 격퇴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디파일러에게 한시적 동맹을 요청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도 야미도엔측에서 먼저 제안을 해오지 않았다면 시도조차 못해볼 일이였지만 어쨌든 대붕공자 카트랏슈정도면 아주 믿을만한 전력임에는 분명했다.

"푸하하하하하하! 이거 점점 재밌어지는군요. 설마하니 야미도엔의 애완견 아니 애완조가 등장할 줄이야. 설마 같은 조류라고 해서 그냥 매칭을 시킨거라면 정말이지 유감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야미도엔은 초월 인공지능이 아니라 그냥 미친년이라는게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로군요. 근원이 날개달린 짐승이라 한들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격의 차이가 현격한 것을. 어디서 저런 조잡한 DNA의 생체병기따위를 들이미는지."

"그래서 너는 내가 상대해주겠다고 하잖아 이 까마구 새ㄲ...!"

"카라스님곁에서 떨어져 이 개자식아!"

내가 카라스 의원과 드잡이질을 하고 있는 와중에 쌩뚱맞게도 선우매향이 나타나 내게 달려들었다. 이제는 완전히 인간의 껍데기를 탈피한 그녀는 팔이 날개로 대체된 하피라는 몬스터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마의 뿔이 5개나 달해 이마에 양뿔만 있었을때와는 비교를 불허할정도로 살벌한 마기를 응축하고 있었다.

과연 분령(分靈)이 순간적으로나마 본체가와도 쉽지않겠다는 생각을 할만했다. 만약 내가 혼자서 카라스 의원과 선우매향 아니 이제는 하피뇽이라 불러야할 그녀를 상대해야 했다면 승률이 거의 제로에 수렴했으리라. 그러나 다행히도 내게는 선체가 100% 화이트 티타늄으로 구성된 전함을 일격에 박살낼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아군이 있었기에 하피뇽의 일격이 내게 닿는 일은 없었다. 일전에 전함 크레센트의 주포를 막아냈을때처럼 카트랏슈가 날개를 펼쳐 나를 비호해 주었던 것이다.

콰과과과과과광!

진'사령안 개안(開眼) ~카마이타치의 새벽~

얼티밋 언데드 폼 제 4형 쌍두용왕(雙頭龍王) 쉐도우스틸X팔타로스X용의인장

나는 그것을 사실상 본격적인 전투개시의 신호탄이라 여기고 바로 풀파워를 전개해 카라스 의원을 향해 돌진했다.

"넌 또 뭐야? 방해되니까 저리 비켜!!"

"죄송하지만 저를 쓰러트리기 전까진 아저씨를 공격하실 수 없습니다."

"자 카라스 네놈의 날개도 저만큼 튼튼한지 어디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저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좋을대로 해보시지요."

애시드 블레이드(Acid Blade)

본래 쌍두용왕 모드는 삼위일체 모드보다 훨씬 강력함에도 마력코어의 한계로 오래 유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거기다 애시드 블레이드까지 써가며 마력을 쥐어짜면 당연히 마력조루가 될 수 밖에 없었지만 용제성에서 '그 사건'을 겪으면서 인공마력기관을 대폭 강화한 결과 나는 쌍두용왕 모드를 거의 상시로 유지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다.

치지지지지지지지지직!

당연히 애시드 블레이드 또한 마력을 한층 더 밀도있게 때려박았을뿐만 아니라 팔타로스를 완전히 굴복시켜 용언의 오묘함까지 더했지만 지금 이 순간 카라스의 한쪽 날개에 가로막혀 흠집 하나 내지 못하고 있었다. 상원의원의 압도적인 강함이야 하원의원 역병의 구스모토를 상대하면서 얼추 예상했던 부분이긴 하지만, 설마하니 드래곤 스케일조차 갈라버리는 애시드 블레이드가 고작 까마귀 깃털 하나 녹이지 못할줄은 몰랐기에 나는 앗차싶었다.

그렇게 한동안 대치상태가 이어지길 십분여 카라스 의원이 권태로운 표정을 짓더니 놀고있는 다른 날개를 접었다 펼쳐 내게 까마귀 깃털를 쏘아보냈다. 몸의 단단함이라면 나 또한 자신이 있었기에 무시하고 애시드 블레이드에만 집중하려는데 갑자기 전두엽을 송곳으로 긁는듯한 충격이 연이어서 덮쳐왔다.

그제서야 까마귀 깃털이 단순한 물리공격이 아닌 정신공격계 기술임을 눈치챈 나는 급히 애시드 블레이드를 거둬들이고 뒤로 물러섰다. 정신계 공격이 딱히 내 치명적인 약점은 아니였지만 육체적 데미지와 달리 정신적 데미지가 누적되면 쉽게 회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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