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 Oxygan the Close Beta Test
구석구석 비취보석이 박히지 않은 곳이 없는 이곳은 바로 앙그릿사의 레어(본래 비취 광산이였던 곳을 개조했다고 한다). 아야사와의 섹스를 적당선에서 마무리하고 내가 급히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물론 그런 겉만 번지르르한 돌멩이나 구경하자는게 아니였다. 잘하면 여신을 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이 바로 나를 이곳으로 이끈것이다.
그렇게 레어의 가디언으로 추측되는 비취골렘의 안내를 받아 한참을 걸어 도착한 그곳에는 과연 광휘의 치천사, 세라푸스가 전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거대한 비취보석안에 갇혀 있었는데 중요 부위(툭까놓고 말해 젖꼭지랑 보지)는 모두 날개로 가려져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거참 보여줄거면 좀 대놓고 보여줄 것이지 감질나게시리.
"옥사건군, 생각보다 빨리 와주었군요."
"아아 나도 개인적으로 세라푸스의 상태가 조금 궁금하던 참이라서 말이야. 그래서 어때? 겉보기엔 딱히 이렇다할 외상은 없어보이는데"
"단적으로 말해 이보다 최악일 순 없는 상황이에요. 안그래도 신앙 링크의 오염으로 영체가 서서히 무너져가던 와중에 이미 자신과는 상극인 속성으로 탈바꿈한 성녀를 껴안는 바람에 영체붕괴가 가속화되고 말았죠. 제가 임의로 보석술법을 사용해 그 속도를 최대한 둔화시키곤 있습니다만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런지."
"그건 완전 꿈도 희망도 없는 얘기로구만. 그래도 날 불렀다는건 뭔가 방법이 있단 소리겠지?"
"예,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긴 하지만 최후의 수단이 하나 남아있긴 합니다. 바로 세라푸스양의 신격을 한단계 낮추어 치천사가 아닌 지천사로 만드는 것이지요. 물론 말이 한단계지 사실상 대부분의 신의 권능을 잃게될 것이고 천사의 힘과 계급을 동시에 상징하는 날개 또한 줄어들겠지만 지금과 같은 반시체나 다름없는 상황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지금과같은 상태론 곤란하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아님에도 순수하게 세라푸스를 걱정하는 앙그릿사를 따라 나 또한 동정심 한표를 던졌다. 물론 내 동정표는 절대 순수한 의미에서 나온것이 아니였으니 만약 세라푸스가 지천사로 강등당하면서 '병약 미소녀' 꼬리표를 때버린다면 야미도엔이 성토전을 개최한 취지에 맞게 다시금 '천사 애완녀'의 꼬리표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였다.
물론 그렇게 될 경우 여신을 안는다는 의미는 퇴색되겠지만 정액받이의 치욕천사정도의 타이틀만 되도 내 아랫도리를 불끈거리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그러면 일찍이 루시페르 앞서 공언했던대로 그녀를 따르던 성녀인 누시아가 보는 앞에서 따먹고, 성기사단장인 에녹이 보는 앞에서도 따먹고 그리고 누시아랑 같이 덮밥으로도 따먹어야지. 으흐흐흐흐!
"하지만 제 힘만으로 신격을 한단계 낮추는건 무리가 있어요. 적어도 동급인 치천사 한명이나 바로 아랫급인 지천사 네명이 있어야 시도라도 해볼텐데 이미 아스트랄계로 자취를 감춘 그들종족을 다시 찾기란 요원한 일이죠."
"그러면 엔도미야한테 부탁하는건 어떨까? 명색이 녀석도 신은 신이니까 말이야."
"그건 안될말이에요. 애초에 엔도미야님이 대신격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는 초월자이신건 맞지만 카테고리로 따지자면 기계신에 해당하는 그분은 천사의 신격을 컨트롤할 능력은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천사의 신격 소위 엔젤 하이로라고 불리우는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건 어디까지나 같은 천사뿐.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저희 주위에는 이미 치천사급의 천사가 한명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게 누군데? 혹시 여신칼날단원중에 있는거라면 내가 아니라 그 녀석을 불렀어야 했던거 아니야?"
"아뇨, 여신칼날단에서 신격을 지닌 이는 몇몇 있지만 천사는 세라프스양 한명뿐. 즉 세라프스양 본인이 본인의 신격을 낮추는 일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이미 그녀가 의식이 있을때 사전협의는 끝났습니다만 신격을 낮추는건 높이는것 만큼이나 어려운일인지라 옥사건군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필요한건 세가지. 첫번째는 중환자나 다름없는 그녀에게 링거 역할을 해줄 오염되지 않은 신앙링크 하나, 두번째는 일종의 목발 역할을 해줄 성검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라프스양에게 남아 있는 루시페르의 저주인 타천사의 염상을 넘겨받을 투석장치가 필요합니다."
앙그릿사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을 마쳤다.
"성검이야 아슈켈론을 말하는걸테고 오염되지 않은 신앙링크라면 짐작가는 사람이 한명 있긴하지. 그런데 타천사의 염상을 넘겨받을 투석장치라면 설마 나를 말하는건 아니겠지?"
"그 설마가 바로 사실입니다. 보통 인간이 타천사의 염상을 수혈받는건 사실상 자살행위나 다름없겠지만 루시페르 본인이 개화시킨 타천사의 염상도 견뎌낸 옥사건군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니겠지요."
"물론 그렇긴 하겠지만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이야기 이전에 내가 그만큼의 수고를 들일만한 리턴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먼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같은 여신칼날단 동료니까 무보수로 구해야한다느니같은 개소리는 집어치우라고. 어차피 여신칼날단이라는게 그렇게 동료애가 돈독한 집단도 아니거니와 나는 세상에서 자원봉사를 가장 극혐하는 사람이니까."
"물론 옥사건군이 그렇게 나올거란건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죠. 만약 옥사건군이 위에 상기한 세가지 조건을 충실히 이행해 세라푸스양의 회생에 성공한다면 본래 야미도엔에 그녀에게 채웠던 족쇄인 고대 아티팩트 금고아 정확히는 금고아의 레플리카를 넘겨드리지요."
금고아(禁箍兒)? 나는 생소한 단어의 등장에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보니 야미도엔이 세라푸스와 루시페르를 성토전 보상으로 내걸면서 그들에게 각자 목줄 하나씩을 걸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신급 존재를 그런식으로 포박할 수 있는 아이템이 보통 아티팩트일리가 없었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몽환경(夢幻鏡)급은 아니라고 해도 그 바로 밑급은 되지 않을까?
"아아 그 목줄 말인가. 용캐 부수지않고 가지고 있었군."
"트렉슐군처럼 물리적으로 강한 힘을 가해서 파괴할 경우 루시페르라면 모를까 세라푸스양에겐 무리가 갈 수 있는 상황이였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자유가 좋아도 저렇게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인생은 감옥안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보다도 못하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세라푸스양이 옥사건군의 노예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가 멀쩡하게 두발로 걷는 모습을 보고싶어요. 그리고 애시당초 옥사건군이 세라푸스양을 감옥에 가둬둘것 같지도 않고요."
"당연하지! 나는 원래 그런 음침하고 좁은 장소보다는 확트인 공터에서의 야외섹스를 좋아한다고. 그럼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지금 당장 세라푸스 부활의식을 시작해볼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비취보석을 이용한 술법원진을 금방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설계는 끝내놨으니 얼마 걸리지 않을겁니다."
앙그릿사가 종종 걸음으로 물러나더니 쿠키에 박힌 초코칩처럼 흩어진 비취보석들을 핑거스냅 한번으로 모조리 끌어모았다. 그리고 그렇게 모여진 비취보석을 바닥에 희미하게 새겨진 술법원진 곳곳에 박아넣으니 얼마안가 찬란한 오망성이 떠올랐다.
나 또한 놀고 있을 수 만은 없었기에 인벤토리에서 성검 아슈켈론을 꺼내는 한편 의식을 분할해 라스트 템블러 에녹의 영혼을 불러들였다. 성녀 누시아가 밴쉬 세이지로 타락한 이상 신앙링크가 아직 까지 남아있을만한 인물은 그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에녹의 영혼을 불러들인 순간 사령안을 통해 아주 희미한 실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 얇아서 금방이라도 끊어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그 실은 세라푸스가 봉인되어 있는 거대 비취보석안까지 이어져 있었으니 사실상 세라푸스의 유일한 생명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마스터의 명을 받듭니다. 저, 저건 세라푸스님?"
'아아 어서와라 에녹. 보면 알겠지만 지금 나는 같은 여신칼날단인 앙그릿사와 협력하에 세라푸스를 다시 부활시킬 요량이다. 그리고 그 과정엔 아무래도 에녹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군.'
"마스터님이 말입니까...?"
'뭐야 내가 좋은 일을 한다는게 믿기지 않는다는거야?'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에녹이 급히 무릎을 꿇으며 사과를 해왔지만 육체를 공유하는 지금 그런 행위는 내 무릎 연골 닳게할 뿐이였다. 하여 내가 서둘러 에녹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아슈켈론 이 깍쟁이가 지멋대로 붕붕 날아다니며 요란을 떨어댔다.
'뭐야, 뭐야, 뭐야! 세라푸스님이 다시 부활한다고? 완전.대박.사건!! 에녹 오빠, 세라푸스님이 다시 부활하면 그 성격 개차반인 강령술사는 쫓아내고 새 육체를 달라고 해보자. 응?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