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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367화 (367/599)

-엡실론(Y) 사출 완료(100/100)00367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내가 슈퍼젤라틴화를 해제한 탓에 핸드캐논을 사용할 수 있게된 프랑케네트가 이번엔 탁구공처럼 생긴 초소형위성 엡실론을 사방으로 사출했다. 그렇게 주위로 흩어진 엡실론들은 놀랍게도 녹색 빔을 쏘아 팔다리가 짤린 늑대 수인족들과 허리가 짤린 기계지렁이 어스웜 딘을 동시에 치료하기 시작했다.

생명체와 기계유닛을 동시에 치료하는게 가능하다니 이게 마법인지 과학인지 아리까리했지만, 어느 분야에서든지 극한의 경지에 이르면 기적에 가까운 일들을 해낼 수 있는 법이였다. 그건그렇고 프랑케네트 이녀석 정말로 건물파괴로 인한 재산피해뿐만 아니라 인명피해까지 이런식으로 복구할 생각이였나.

아무리 슈퍼로이드라지만 사고방식이 너무나 뒤틀려 있어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게 되는 장면이였다. 나도 육아보다 연구를 우선시했던 김여령 여사밑에서 자라느라 이런 사이코패스같은 성격을... 흑흑은 개뿔! 김여령 여사의 지금까지의 행적을 고려하면 나를 방치하다시피 키운게 오히려 다행인 일이였다.

"허억허억. 옥사건 준위 이 사태에 대해서 적절한 설명이 있어야 할것 같은데요? 금방이라도 늑대 수인족 자경단들을 학살할것 같던 옥사건 준위의 딸이 갑자기 그들을 치료하고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된 상황인거죠?"

"어어, 그러니까 제가 저녀석이 태어날때 이름을 안지어줘서 스트레스를 받은탓에 사춘기가 조금 일찍왔다고 해야하나요? 그래도 뒤늦게나마 제가 이름을 지어줘서 정상화가 됐다는 뭐 그런 얘기인데 휘르 행수입장에선 조금 수긍하기 어렵겠죠. 저조차도 아직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닌데요. 아무튼간에 무조건 제가 100% 잘못했습니다. 부품을 구하기 쉽다는 이유로 우르사티를 이곳에 정착시킨건데 이런식으로 휘르 행수에게 폐를 끼칠줄은 몰랐군요.

그러니 저를 어서 침대위에서 잔뜩 혼내..."

"됐습니다. 옥사건 준위와 이이상 얘기해봐야 시간낭비일것 같군요. 수인족의 방싣대로 당사자와 직접 결판을 내겠습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사건이 터진 곳과 한참 떨어진 장소까지 휘르 행수를 밀어낸 나였지만, 그녀가 귀부인의 풍모와는 아주 동떨어진 사족보행으로 현장에 복귀할줄은 꿈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였다.

오랜만에 격렬한 육체활동을 한 탓인지 아니면 화가 나서인지 숨을 씩씩거리며 프랑케네트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휘르 행수를 나는 딱히 말리지 않았다. 이미 한번 휘르 행수의 의지를 거스르고 그녀를 전투현장에서 반강제로 이탈시킨적이 있기 때문이였다. 뭐 죽방 한대 맞아주고 휘르 행수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수지맞은 장사 아니겠는가.

"어스웜 딘씨 정말로 죄송해요. 제가 잠깐 어떻게 됬었나봐요."

-똑똑이 너무 신경쓰지마라. 나는 괜찮다. 오히려 허리가 부서졌다가 다시 붙으니까 예전만큼 쑤시지 않아서 참 좋다. 그래도 똑똑이가 다시는 화 안냈으면 좋겠다. 똑똑이 화내니까 너무 무섭다.

"이봐요, 똑똑이씨! 치료가 다 끝났으면 저랑 잠깐 얘기 좀 할까요."

"휘르 행수님 이제 저에게는 프랑케네트라는 정식 이름이 생겼으니 그쪽으로 불러주셨으면 좋겠군요. 어스웜 딘씨야 메모리 제한때문에 어쩔 수 없더라고 쳐도 말이죠."

"꽤나 당당한 태도로군요, 프랑케네트씨. 여전히 건물을 부셔도 다시 지어주면 그만 팔다리가 끊어져도 다시 붙여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겁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대신에 이름의 부재로 인해 생겼던 오류가 사라져 좀 더 명확한 사리분별이 가능해졌다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휘르 행수 당신이 절 무력으로 제압해 문책하는건 불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시는바와 같죠."

프랑케네트가 기세좋게 덤볐지만 쪽도 못쓰고 사지가 잘려나갔다가 녹샘빔을 쬐고 다시 뼈와 살이 붙고 있는 늑대 수인족들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의 자경대는 저게 전부가 아니..."

"물론 다른 4행수에도 각자 전용 자경대가 딸려있고 대행수이신 그라트록님 밑에는 특수한

훈련을 받은 소수정예 부대 라이온하트가 있다는걸 압니다. 하지만 제가 활용할 수 있는 전력 또한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라는걸 알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제가 마음 먹으면 저희집

안방 불을 켰다가 끄는것마냥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의 모든 전력을 차단하는게 가능합니다."

"지금 저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건가요?"

"제가 이 근방의 CCTV와 엘리베이터를 전부 올스탑시킨 사실을 휘르 행수가 가장 먼저 눈치채신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리고 이 모든건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의 전산보안 수준이 형편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 했던 일. 그러니 여기서 제가 제안 하나 드리겠습니다.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의 전산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어 어중이 떠중이 해커들은 손도 못댈정도의 철통 방화벽을 구축해드릴테니 이번 사건을 없었던 일로 하는건 어떨런지요? 이정도까지가 제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해드릴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거대한 상단을 이끌고 계시는 지도자 답게 현명한 판단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랑케네트의 발언은 언뜻 정중해보였지만 옥사건식으로 풀어헤쳐 보자면 '니깟게 날 어찌할 수 없으니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라는 뉘앙스가 다분했다. 휘르 행수도 마냥 귀에 좋게 들리지만은 않았는지 대뜸 고개를 돌려 나를 뚫어져라 째려보기 시작한다. 허나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편들기엔 상황이 애매한 탓에 내가 할 수 있는건 파리처럼 손을 싹싹 비는 것뿐이였다.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의 전산보안 수준이 그렇게 열악한가요?"

"예, 생후 100일도 채안된 제가 100초만에 관리자 권한까지 장악이 가능한 정도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옥사건 준위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상식으로 재단할 수 없는 특별한 존재잖아요."

"그렇긴하지만 뫼비우스 스테이션의 경우 아무리 저라도 관리자 권한 해킹에 100년 이상이 걸릴정도로 전산보안이 철저하죠. 객관적인 기준으로 봤을때도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의 전산보안 수준은 아주 형편없어요. 투기장에서 일주일마다 꼬박꼬박 쌈박질 대회만 열게 아니라 한달에 한번쯤은 해킹 대회을 열어보시는건 어떤가요? 제가 전산 시스템을 리뉴얼한다고 해도 그걸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력을 갖춘 관리자가 없다면 무용지물일테니까."

"크읍! 좋습니다. 어디한번 전산 시스템을 갈아엎던지 투기장에서 해킹 대회를 열던지 당신 마음대로 해보세요. 비스트코인 상단의 5대 행수중 한명으로서 당신의 행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모든 작업이 끝난 후에도 오늘과 같은 전산마비사태가 발생한다면... 그때야말로 프랑케네트 당신은 오늘의 죗값을 포함해 혹독한 대가를 치루게 될것입니다. 그리고 왜 지금까지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의 전산보안이 형편없음에도 그걸 빌미로 공격해 들어온 무법자 세력이나 타 상단세력이 없었는지를 알게되겠죠."

끝내 자존심을 꺾고 한발 물러선 휘르 행수가 냉랭한 표정으로 뒤돌아서 사건 현장을 무거운 걸음으로 벗어났다. 그 기세가 사뭇 살벌해서 치료가 끝난 늑대 수인족 자경대원들도 함부로 뒤를 따르지 못할 정도였다.

나 또한 기분이 저기압일대로 저기압인 휘르 행수와 함께 오늘밤 뜨거운 열락의 시간을 보내긴 어려울듯해지자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휘르 행수가 내곁을 무심히 지나치는듯 하더니 마치 먹잇감을 낚아채듯 내 팔뚝을 끌어당기는게 아닌가.

나는 휘르 행수의 우악스러운 완력에 질질 끌려다니는 와중에 호기심을 참지못하고 행선지를 캐물었다.

"어어, 휘르 행수? 갈땐가더라도 지금 저희가 어디로 가는지 말씀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옥사건 준위, 나 지금 발정기랑 스트레스성 두통이랑 겹쳐서 미칠지경이에요. 그러니 오늘밤은 침대위에서 죽었다고 복창하는게 좋을거에요. 본인 입으로 침대위에서 혼내달라고 했던걸 잊지는 않았겠죠?"

"아아, 그거요. 암요 잊지않았죠. 남자로 태어나서 어찌 한입으로 두말을 하겠습니까. 저 정말 오늘밤 제대로 불태울 준비가 되있으니까 마구잡이로 괴롭혀주세요."

"오르가즘 단계에 이르렀을때 바짝 날이선 발톱으로 등을 햘퀼지도 몰라요."

"하하, 그 정도 상처야 재생하면 그만이죠."

"프렌치 키스를 할때는 평소보다 길어진 송곳니가 잇몸을 찌르 수 도 있어요."

"허허, 입안에 핏물이 고이면 좀 불편할지도 모르겠네요."

"펠라치오를 할때는 옥사건 준위의 자지를 진짜 목구멍으로 삼킬지도 몰라요."

"그, 그건 쫌 애시당초 그 부위가 사라지면 휘르 행수쪽이 더 아쉬울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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