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사건 준위까지 저를 어염집 아낙네 취급하는겁니까?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은 저희 수인족들이 지켜낼겁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테지요. 옥사건 준위가 강하다는건 알지만 저희 수인족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하는 애완동물이 아니란 말입니다!!! 전령으로 빠진 자들은 내게 에너지 클로와 에너지 셀을 전부 넘겨다오!"00366 vol.11 Oxogan The Injured Angel or Fallen Angel ========================= 내딴에는 점수 좀 따볼려고 휘르 행수를 감싸려 했던거지만 독립성이 강한 수인족들의 심기를 건드린 탓인지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말았다. 한술 더 떠서 무명의 슈퍼로이드의 폭주는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어 주위를 압박하기 시작했으니 진퇴양난이란 사자성어가 절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입실론(E) 사출 준비중(6/100)
-입실론(E) 사출 준비중(23/100)
-입실론(E) 사출 준비중(51/100)
-입실론(E) 사출 준비중(88/100)
-입실론(E) 사출 완료(100/100)
"정이십면체 아데노바이러스 필드(Adeno-virus Field) 전개 개시!"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예의 골프공이 또 한번 무명의 슈퍼로이드의 핸드캐논에서 무더기로 사출되어 인근 지역을 점거하기 시작하더니 육안으로도 확연히 보이는 자글자글한 자기장을 발산해 우리를 가둬버렸다. 사실 건물을 잘게썰어 무너트린 레이저 빔도 아니고 저정도 수준의 자기장이라면 그냥 육탄돌격으로 뚫어낼 수 있을만한 수준으로 보였지만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자기장의 영역 아래에 있는 모든 에너지웨폰 계열의 클로와 버클러가 전깃줄 합선났을때
마냥 일제히 불꽃을 토해내며 망가져버린 것이다. 아무리 수인족들이 타고난 육체능력이 지구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뺨다구를 왕복으로 후려갈길 정도라고 해도 아무런 무장없이 맨몸으로 슈퍼로이드에게 대적하는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
지고한 노력으로 일갑자 이상의 내공을 쌓은 은랑철권 퍼시벨 정도만이 이 상황에서 일인분을 할 수 있을테지만, 휘르 행수의 말에 따르면 그는 현재 팔륜성의 귀갑권가에 몸을 의탁한 상태였다. 사흉신교 교내서열 6위 교룡마검 도올무기에게 패배(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상태인 도올무기를 쓰러트리고 힘이 다해 쓰러진 것이지만)한 것이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걸지도.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현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 옥사건뿐이였기에 나는 에너지 클로 대신 진짜 자신의 손톱을 뽑아들고 전방으로 돌진하려는 휘르 행수를 이매망량 천인대장 10기를 총동원해 끌어 당겼다. 과연 휘르 행수는 어염집 아낙네 취급을 하기엔 괴랄한 완력으로 저항했지만 정예병사 1000명과의 줄다리기를 이길 수 는 없는 노릇인지라 단번에 자기장 영역밖으로 밀려났다.
"휘르 행수 미안해요!!! 지금의 무례는 다음번에 침대위에서 아주 정중히 사과하도록하죠. 우르사티 어서 빨리 그 명명 시스템이란거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봐."
"아까 말했듯이 똑똑이의 명명 시스템은 메탈하트에 내장되어 있어. 그러니까 일단 왼쪽 가슴의 패널에 내가 지정해둔 64자리의 핀 번호를 입력해야..."
"아니 씨발 지금 수인족들이 죄다 도축당할 기세인데 언제 그딴걸 입력하고 앉아 있어!! 됐고 메탈하트에 접근하는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너는 저 기계지렁이나 수리해서 수인족들이 도주할 지하루트나 만들어봐. 아참 그리고 저년의 이름은 대충 개똥이같은걸로 지어도 상관없는거지?"
"그게 무슨 끔찍한 작명센스야! 슈퍼로이드는 옥사건 네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더 섬세한 존재야. 그렇게 함부로 아무 이름이나 붙였다간 제 2, 제 3의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올 수 있어. 장난말고 진지하게 애정을 담아서 이름을 지어줘."
"예이예이,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이거원 충실한 로봇 부하를 가지고 싶어서 메탈 하트를 넘겼건만 아주 상전이 또 하나 생겼어."
나는 초월 그림자 도약이란 사기적인 능력을 빌미로 시시때때로 나를 집사취급해오는 흡혈귀년을 약 1초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지워버렸다. 지금은 전투에만 온신경을 집중해야할 시기였다. 슈퍼로이드의 전투력은 이미 퀼레뮤츠전에서 여실히 증면된 바 나는 에보니 메이든에서 마룡(魔龍) 쉐도우스틸의 시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쉐도우스틸의 삼지족 부위만을 블랙탈론으로 잘라 손아귀에 쥔 나는 변이 에너지를 오른쪽팔로 집약시켰다. 명명(命名)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해 삼위일체 아크네메시스 모드를 사용하는건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쓰는 꼴이였기에 부분 변이(Partial Transmutation)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일부육체만을 변이시키는만큼 마력소모값만 따지자면 훨씬 더 저렴한 기술이긴 했지만 마력제어과정에서 오히려 전체 변이보다 많은 집중력을 소모하는터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술이였다.
그 탓에 지금까지 실전에서 제대로 사용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지금까지 숱한 전장을 해쳐오며 쌓아온 짬밥이란게 있었기에 마룡의 삼지족과 내 오른팔은 엉성하게나마 융합을 이루었다. 우두두두둑. 한두번정도 손아귀를 쥐었다 폈다를 반복해 테스트를 끝낸 나는 흉악하게 성장한 오른손을 앞세워 전방으로 돌진했다.
이미 수인족들중 몇명은 에너지 웨폰이나 쉴드도 없으면 무모하게 무명의 슈퍼로이드에게 달려들었다가 초진동 빔샤벨에 사지가 썰려나간 상태였다. 빌어먹을 놈들 악조건에서 투지를 불태우는 것도 좋지만 상대를 봐가면서 덤벼야지 저래놓고 나중에 내 앞으로 의수랑 의족값을 청구하면 아구창을 날려서 틀니까지 하고 다니게 만들어줘야지.
"호신강기 쓸줄 아는 놈 아니면 다 꺼져 이것들아!"
쉐도우 탈론(Shadow Talon)
삼지족에서 발가락 하나마다 쉐도우 블레이드와 유사한 형태의 음에너지 운용을 꾀하자 거대한 매발톱이 형성화 된다. 일반적인 전투상식으로 생각해본다면 이 쉐도우 탈론으로 초진동 빔샤벨에 응수하는게 정석이겠지만, 그 어떤 상처도 초고속재생이 가능하고 피를 젤리처럼 굳히는 것도 가능한 육체를 지닌 이에게는 다른 꼼수가 있었다.
무차별로 양손의 초진동 빔샤벨을 주위에 휘두르고 있는 수명의 슈퍼로이드 별칭 똑똑이에게 접근한 나는 대놓고 몸통을 약점으로 내주었다. 드르르르르륵! 똑똑이는 이미 애미애비도 못알아볼정도로 맛이 간 상태였기 때문에 내 몸통은 도축장의 돼지마냥 갈려나갔지만 나는 개의치않고 오히려 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리하여 똑똑이의 핸드캐논까지 녹새피를 물들게 하는데 성공한 나는 슈퍼젤라틴화로 상대의 양손을 봉쇄한 후 쉐도우 탈론을 메탈하트가 있을것으로 추측되는 왼쪽 심장 부근에 그대로 꽂아넣었다.
그그그그그극!
음에너지는 기본적으로 무생물체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지만 순도높은 음에너지의 경우 부패의 기운을 발산해 금속을 녹슬게 하는 것이 가능했고 그 결과, 똑똑이의 가슴쪽 피부 실리콘과 철판은 서서히 닳아 없어져 마침내 우르사티가 언급한 명명(命名) 시스템으로 추정되는 패널의 일부가 등장했다.
주위에 흩뿌려진 골프공 그러니까 초소형위성 입실론(E)들이 똑똑이 주위로 몰려와 나에게 자기장 필드를 집중하기 시작했기에, 나는 어디 단독주택에서 뜯어온 초인종처럼 생긴 그 패널의 스위치를 누르고 다급히 소리쳤다.
"프.랑.케.네.트. 이거면 됐냐 이 깡통로봇아! 왜 이름의 연원도 알려줄까?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어 만들어진 괴물 프랑켄슈타인과 실이 달린 구체관절인형 마리오네트의 합성어다 이 빌어먹게도 말안듣는 딸년아!! 이제 그토록 원하던 이름도 지어줬으니까 아버지 말 좀 쳐들어라!!!"
"프, 프랑케네트?"
패널이 완전히 드러난 상태는 아니였지만 음성인식 과정에 큰 문제는 없었는지 무명의 설움을 벗은 프랑케네트가 자신의 이름을 곱씹는다. 그런데 내가 마지막에 절규하듯 당부한 얘기는 듣지 못했는지 초소형위성 입실론(E)들이 몰려와 나를 전자렌지에 쑤셔넣은 핫도그처럼 데우기 시작했다.
"앗! 죄송해요, 아버지."
-입실론(E) 회수 준비중(8/100)
-입실론(E) 회수 준비중(33/100)
-입실론(E) 회수 준비중(75/100)
-입실론(E) 회수 준비중(94/100)
-입실론(E) 회수 완료(100/100)
치이이이이익!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프랑케네트가 앱실론들을 거두었지만 이미 내 몸은 노릇노릇하게 익은 뒤였다. 얼티밋 언데드 폼을 지니고 있는 나였기에 버텼지 보통의 인간이였다면 그대로 한줌의 핏물과 뼛가루만 남아 장례를 치뤘을만한 공격이였다.
"죄송하다면 다냐, 이 깡통로... 아니 내 딸 프랑케네트야. 저기서 손들고 무릎꿇고 앉아서 니가 한짓거리 좀 봐라. 너보다 일찍 태어났지만 지능이 12살 밖에 안되는 어스웜 딘씨는 허리가 두동강도 아니고 세동강이 났고 용맹한 수인족들중 일부는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어. 나야 하룻밤 잘먹고 잘자면 회복이 된다지만 재들은 어떻게 할거야!!!"
"저, 정말 죄송해요. 지금 바로 복구해 드릴게요."
-엡실론(Y) 사출 준비중(6/100)
-엡실론(Y) 사출 준비중(23/100)
-엡실론(Y) 사출 준비중(51/100)
-엡실론(Y) 사출 준비중(88/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