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68화 (26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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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 Oxogan The Killer Whale, Leviathan

"아크리퍼공, 매드독스공도 이 망령 양탄자에 태워가야 할것 같습니다만. 어쩌면 아직 아이스 핀드와 교전중일 가능성도."

"나도 알고있으니까 그 역겨운 말투는 집어치워."

"역시 염두에 두고 계셨군요. 아무래도 아크리퍼공은 겉으로는 까칠하게 굴어도 속마음은 따듯한 그런 부류인것 같습니다."

"거기서 한마디만 더해봐. 궁둥이를 주 차버려서 바다 한가운데에 빠트려줄테니까."

이제는 일반인의 육안으로도 보이기 시작한 쓰나미때문인지 마침내 올라운더 에이지가 그 가볍기 그지없는 주둥아리에 자물쇠를 채웠다. 사실 매드독스 왕루옌 말고도 김여령 여사가 아직 하와이 땅을 떠나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녀에게는 륭 사부가 전담 호위로 붙어있었다.

그말인즉슨 여차하면 파도를 주먹으로 격파하는 한이 있더라도 륭 사부가 엄마를 지켜줄 것이라는 소리였기에 나는 일단 왕루옌이 착륙한 본섬의 북쪽으로 향했다. 쓰나미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이매망량의 물결은 마치 청룡열차처럼 가파르게 움직였고 고된 훈련으로 무장한 SSS요원과 네이비씰 부대원들조차 얼굴이 하얗게 질릴 수 밖에 없었다.

이매망량들이 그들의 바지끄댕이를 억세게 붙잡고 있었기에 중간에 튕겨나갈 일따윈 없었지만 아직 VOT 온라인의 이적의 힘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로서는 안전바가 없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기분일터였다. 허나 나는 조금도 아랑곳 않고 하와의 섬의 북쪽으로 향했고 얼마안가 가부좌 자세로 태평하게 앉아있는 왕루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공의 힘때문에 감각이 극대화된 왕루옌이라면 쓰나미를 일으킨 거대한 힘의 파동을 느끼지 못할리가 없거늘 어찌된 일인 것일까? 마치 추상 미술가의 예술작품처럼 기괴한 모양을 하고 있는 얼음조각상을 보아하니 아이스 핀드를 무찌르긴 했는데 아마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데미지를 입은 모양이였다.

나는 최정예 공수부대원들도 낙하산 없이는 엄두도 못낼 높이에서 이매망량의 힘도 빌리지 않은채 주저없이 뛰어내렸다. 순식간에 가속화된 몸덩이가 지상과 충돌하며 찌르르르하는 울림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지만 운신에 지장이 있을정도는 아니였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왕루옌을 코앞에서 살펴보니 눈썹과 콧구멍에 서리가 그득하다.

'누가보면 여기가 하와이가 아니라 북극인줄 알겠군.'

"천하의 매드독스가 아이스 핀드따위에게 고전하다니 이게 무슨 꼴이야."

"거의 다 죽였다고 생각했을때 강력한 동결의 저주를 맞아버린탓에... 면목 없습니다, 사건님."

-SSS요원중에 아야사처럼 먼곳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이킥 능력자가 있을지도 모르니 존칭 붙이지마. 아직까지는 네가 내 부하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사건님의 내공을 약간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이스 핀드와의 전투에서 너무 많은 내공을 소모한 까닭에 몸속에서 냉기를 몰아내기가 벅차군요.

왕루옌이 여전히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 자세로 보일듯 말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전음을 보내왔다. 점혈의 정석을 대성했을때 부록에 수록된 전음의 기본이 덤으로 딸려왔는데 오히려 본편보다 유용하게 쓰고 있는 중이였다. 인간과 신체구조가 전혀 다른 악마에게 점혈법따위는 통하지 않았으니까.

뭐 각설하고 지금까지 안하무인의 태도로 가스킬 대령을 대해왔으면서 새삼스레 나와 왕루옌의 상하관계를 숨기려고 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다른 5명의 북두십성 유저때문이였다.

북두십성 유저는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서로 뭉치는 일이 좀처럼 없었지만 다른 북두십성 유저 둘이 이미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뜩이나 현실에서는 본래 힘의 일할도 채 발휘하기 힘든 상황에서 다른 북두십성 유저들과 VOT의 이적에 관한 지식교류를 하고싶다는 충동을 느끼리라.

그건 너무나도 성가신 일이였다. 올라운더같은 북두십성 유저라면 한 트럭씩 모여서 학술토론회를 벌인다고 해도 내 알바 아니였지만 아크데빌정도의 유저 둘이 서로 머리를 맞대면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 가늠키 어려웠다.

즉 나머지 5명의 북두십성 유저들의 소재가 밝혀지기 전까지 나와 매드독스는 VOT 온라인에서 알려진것처럼 견원지간으로 보여야 한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렇게 따지면 내공을 빌려주는 우호적 행위도 가급적이면 삼가야 했지만 왕루옌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요동치고 있었기에 나는 서둘러 그녀의 등뒤에 장심을 갖다댈 수 밖에 없었다.

용린소심공의 정순하다 못해 순수 100%인 내기가 왕루옌의 몸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왕루옌에게는 지구에서 내공을 재충전할 수 있는 아케인 피라미드와 같은 기물이 없었기에 현재 실낱같은 내공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였다. 하여 내 내기를 왕루옌의 체내에서 가닥가닥 풀어헤치니 마치 가뭄속 콩나물처럼 그녀가 그 내기를 빨아들였다.

-어쭈어쭈 이러다가 내 내공 다 빨아먹겠다.

-며, 면목없습니다. 내공이 고갈된채로 너무 오랜시간을 고통받다보니...

-나중에 내 정액을 이렇게 빨아먹어봐라. 무슨 말인지 알지?

-기, 기회가 되면 분발해서 봉사하겠습니다.

내공을 보충하자마자 몸에서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서리를 털어낸 왕루옌이 눈을 번쩍 뜨며 기상했다. 당장이라도 쓰나미가 우리를 덮칠듯 하늘 높이 기지개를 피고 있었기에 나는 가타부터 설명도 없이 기사회생한 왕루옌을 끌어안고 하늘로 솟구쳤다.

물론 중력가속도의 법칙에 의해 솟구쳐 오르는 속도가 제로가 되었을때는 이매망량 군단장인 소소의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이번 인페르노 소탕작전의 주역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매망량의 물결로 복귀했다.

표홀신법이 그 레벨대의 경신법중에서 특히나 몸의 운신을 가볍게 하는데 치중한 무공이라고 해도 허공답보가 가능한 수준은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멸망직전의 하와이에서 모든 볼일을 마친 나는 소소와 내 한몸을 지탱할 이매망량 몇기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인원을 모두 가스킬 대령이 있는 항공모함으로 보내버리기로 했다.

그 이유는 새삼 말할것도 없이 있어봤자 방해만 되기 때문이였다. 마왕과 동급 아니 사실상 그 이상인 태초의 마수 레비아탄과의 결전을 앞에두고 최상급티어의 악마인 아이언 핀드 한기를 상대로 고전하는 SSS요원과 네이비씰 그리고 올라운더를 끌고갈 수 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는가?

아크엔젤이나 매드독스는 어느정도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솔직히 바다라고 하는 전투무대의 특성상 그것도 다소 회의적이였다. 게다가 아크엔젤은 루나틱 생츄어리라는 광역술식을 펼치기 위해 적지않은 신성력을 소모한것은 물론 대 악마용으로 준비한 대궁의 특수제작 화살도 딱 한발 남은 상태였다.

"그 못미더운 시선은 도대체 뭐지? 설마 이 화살 한발이 지금 내가 가진 전부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다른곳도 아닌 지구에서 마왕과 결전을 벌이는데 내가 비장의 한수를 준비해두지 않았을것 같나? 이제와서 아크리퍼 네놈이 최후의 영웅 행세를 하는걸 보고싶진 않으니 나도 레비아탄과의 싸움에 참전하겠다."

"그래서 그 비장의 한수중에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위를 맨땅처럼 걸어다닐 수 있는 권능도 포함된 거겠지? 이매망량은 전천후 운송수단이기도 하지만 내 주 공격수단이기도 해. 아크엔젤 네년에게 좋은 공격위치를 잡아주기 위해 신경을 분산할 틈따위는 없단 말이다. 그리고 나는 영웅 행세를 하려는게 아니라 남의 나와바리에서 얼쩡거리는 건방진 고래놈을 포경하려는 것 뿐이야."

"아크엔젤공 여기서는 아크리퍼공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을것 같소. 누가뭐라해도 그가 아니였다면 우리는 모두 태평양 한가운데에 수장당할뻔 하지 않았습니까?"

"오올라우운더 네놈은 좆도 아무것도 한것도 없으면 그냥 입닥치고... 아니 기분나쁘게 아크데빌의 시체는 뭐하러 챙긴거지? 화살이 그녀석의 머리를 꿰뚫는 순간 축복도 같이 풀리기때문에 재활용할 껀덕지 도 없단 말이다!!"

"그, 그건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일단 장례라도 치뤄줘야 할거 같아서..."

"뭐!? 뭐가 어째고 저째? 이것들이 진짜 쌍으로 사람을 엿먹이고 있어."

"어이어이, 하희빈. 신을 모시는 사람이 말을 그렇게 험하게 하면 쓰나. 그럼 나는 고래 잡으러 간다. 너는 돌아가서 올라운더랑 같이 쌔쌔쌔나 하면서 놀아라."

그 어떤 악천후속에서도 과녁의 10점을 놓치는 법이 없어 평정심의 아이콘으로 불리우는 양궁 금메달리스트 하희빈. 하지만 그런 그녀도 상황이 의도했던것과는 다르게 돌아가자 육두문자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근데 사실 따지고보면 내가 총대를 메고 마왕급 몬스터를 홀로 상대하는 위험을 무릅쓰겠다는데 하희빈 저년은 뭐가 그렇게 아니꼬운건지.

나는 마치 마을버스를 배웅하듯 손을 흔들며 이매망량의 물결을 멀리 떠나보냈다. 하희빈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칠판을 긁듯이 내 귀를 괴롭혔지만 나는 아랑곳않고 그림자 속에서 월영공 듀리스에게 맡겨둔 아케인 피라미드를 꺼내들었다.

악마들과의 격전이 쉼없이 이어지던 가운데 왕루옌에게 30년치 내공까지 빨린 탓인지 단전이 텅텅 비어 있었던 것. 몇기의 이매망량에 의지해 공중에서 운기조식을 취하니 무서운 속도로 내공이 차오른다. 그만큼 아케인 피라미드 꼭대기에 자리한 최상급 마력석의 색도 빠르게 바래져 갔지만 그거야 풍수지에서 다시 채우면 그만이였다.

1갑자의 내공을 모두 회복할때쯤 아크엔젤 일행을 항공모함까지 바래다준 내 십만 이매망량들도 다시 내 앞에 집결했다. 만전의 상태로 레비아탄을 회뜰 준비를 모두 마친 것이다. 딱 하나 륭 사부가 김여령 여사를 전담 호위하느라 파티에서 이탈한것이 아쉬운 점이였지만 크게 게의치는 않았다.

막말로 듀리스 혼자서도 상대가 가능한 적이다. 게다가 여차하면 그림자 도약으로 도망친 다음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를 끌고와서 주포 피스메이커로 요격하는 제 2의 선택지도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싸움의 승패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쓰나미가 한차례 훑고 지나가 잠잠해진 바다를 향해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주인 잃은 똥강아지 새끼야 빨리 새주인님께 인사올려라!!!"

-이 경망스러운 말투는 설마 아크리퍼 네녀석이냐? 이제서야 하찮은 인간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자유를 되찾았거늘 내 어찌 제발로 네놈 밑으로 들어갈거라 생각하는 것이냐. 망상은 꿈속에서나 하거라.

"흐응. 그러니까 지금 네 절친인 베히모스처럼 언데드화되고 싶다 그 말이지?"

-누가 절친이라는 것이냐. 이 아크데빌보다 말이 안통하는 괴짜녀석아. 애시당초 이곳은 게임속 세상도 아닐뿐더러 육지도 아닌 바다위다. 네놈이 나를 당해낼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이 뚱뚱한 고래 놈아. 지구의 바다는 마계의 바다와는 달라서 치명적인 독성을 머금고 있지도 않고 네 명령에 복종할 해양 마수들도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까 복날의 개처럼 쳐맞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얼른 튀어나와서 배를 까뒤집고 꼬리라도 흔들어 보란 말이다!!"

내 도발에 마침내 심해속에 꽁꽁 숨어있던 레비아탄이 수천개의 상처조차 듬성듬성 보이게 만드는 거대한 동체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고막을 뒤흔드는 뱃고동 소리와 함께 직경 50m짜리 물대포가 내게 쏘아진다. 나는 그 발끈 어택에 십만 이매망량군을 응집시킨 거대 주먹으로 응수했다.

상식을 초월한 물리력끼리의 충돌에 공간이 뒤틀리는 듯한 착시가 일어나는 것도 잠깐 온사방으로 물방울이 비산한다. 물론 나 또한 지금까지 고이 간직해온 이매망량군의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첫 공수교환은 무승부로 돌아가나 싶었는데 흩어진 물방울들이 서로 뭉치면서 창의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잠깐의 숨돌릴틈도 없이 나를 360도 전방위에서 덮쳐오는 레비아탄의 아쿠아 랜스. 나는 이매망량군에게 방패를 치켜들게 한 다음 구 형태로 나를 감싸버렸다. 한치의 빈틈도 없는 망령 방벽이 단 한방울의 바닷물도 진입을 허용치 않았지만 이런식의 소모전은 내게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였다.

'태평양의 바닷물과 내 십만 이매망량군. 어느쪽이 먼저 바닥나는가는 뻔한 문제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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