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67화 (26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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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 Oxogan The Killer Whale, Leviathan

"모두 흩어져서 아이언 핀드의 시선을 분산시키시요. 아이언 핀드의 외피는 그 어떤 악마보다 단단하지만 그 대신 동체가 무거워서 하늘을 날 수 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도 없소. 그리고 총화기가 통하지 않으니 SSS요원분들의 싸이킥 능력으로만 짤짤이를 하도록 합시다. 겉보기에는 루나틱 생츄어리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것 같지만 분명 조금씩이나마 데미지가 누적되고 있으니 모두 힘냅시다."

일본의 북두십성 유저인 에이지의 그림자를 매개체로 하여 그림자 도약을 사용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직접 전투에 뛰어들지 않고 입으로만 싸우는 올라운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VOT 온라인에 관한 풍부한 지식으로 나름 제갈량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것 같은데, 당장 눈앞에 여포가 날뛰고 있는데 지략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군인들이 조금이나마 숨통이 틀 수 있게 아이언 핀드와 1:1로 대적할 수 있는 무장이 필요한 시점이였다. 표홀신법을 사용해 지체없이 아이언 핀드에게 달려든 나는 주먹에 내공의 힘을 담아 아이언 핀드의 어깨쪽 관절부위를 후려쳤다. 그러자 A랭크의 무력을 지닌 괴수가 어깨가 움푹 파인채 뒤로 주르륵 물러났다.

본래 B랭크의 무력을 지닌 유저는 A랭크의 무력을 지닌 몬스터를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였지만, 무공을 사용하는 무투계 유저의 경우 내공과 무력이 시너지를 이루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언 핀드의 외피를 뚫는데는 실패했지만 공격의 주도권을 가져왔다는 점이 중요했다.

목에서 서둘러 폰 글라디우스가 달린 목걸이를 잡으뜯은 나는 체스말에 내공을 들이부어 순수 검기로만 이루어진 장검을 연성했다. 권기의 경우 절삭력보다는 타격력을 보정하는데 특화되어 있기에 서툰 검술 솜씨에도 불구하고 검기발현 아티팩트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아크리퍼공 도대체 언제?"

"시끄럽고 댁은 월석이나 제대로 간수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 아크데빌놈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검술에 조예가 없다고 해도 대성한 보법이나 권법의 이해도 덕분에 찌그러진 관절부위에 쇄도하는 섬광은 제법 그럴듯한 검격으로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언 핀드의 어깨관절에 500원 짜리만한 균열이 생겼으니 처음으로 아이언 핀드에게 유효타격을 입힌 셈이였다.

땅에 흩어진 탄피의 개수로 보건대 못해도 족히 수만발의 납탄환이 퍼부어졌음에도 생채기 하나 없던 녀석이였기에 나는 기분이 무척이나 고무되었다. 아직 아바타에 비하면 멀긴했지만 본체의 힘도 무시못할 정도로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역시 정형화된 초식이 아니였기 때문이였을까 검을 거두는 순간 나는 아이언 핀드의 강철주먹을 정통으로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환수갑옷 그레이트 쟈칼덕분에 치명상은 피했지만 꼴사납게도 야자수 나무에 쳐박힌 다음 떨어진 코코넛 열매를 얻어맞는 3류 꽁트를 연출하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열이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은 나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폰 글라디우스의 검기발현 형태를 장검에서 짐승의 손톱으로 전환했다. 슈퍼로이드 퀼레뮤츠와의 싸움에서 박살난 화이트 탈론의 재림. 이로서 백호패왕권의 초식을 마음껏 사용함과 동시에 검기 특유의 절삭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되리라.

'내공소모가 배가 된다는게 흠이긴 하지만.'

그러나 바닥나는 내공만큼이나 빠르게 걸레짝이 되가고 있는 아이언 핀드의 외피를 보고 있자니 점점 흥이나서 주먹질에 힘이 실린다. 거기에 주변의 SSS요원들과 네이비 씰 부대원들이 그런 나를 괴물 보듯 넋놓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내 고양감을 배가 시키고 있었다.

십만 이매망량군 없이도 내가 이정도로 싸울 수 있다 이 말이지. 그러나 그 고양감이 독이 된 탓일까? 나는 미처 아이언 핀드의 그림자속에서 솟아 오르는 수십개의 손길을 발견하지 못해 발이 묶이고 말았다. 패도적인 백호패왕권의 일권일수 앞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던 아이언 핀드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온다.

내 입으로 쉐도우 핀드와 함께 신출귀몰할 수 있는 아크데빌을 조심하라고 했으면서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역시 실전 경험에 비해 지나칠정도로 뛰어난 무력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물론 내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월영공 듀리스가 핏빛 갈퀴를 형상화해 아이언 핀드의 꼬리도 그림자의 손길들도 전부 썰어버렸기에 위기랄것도 없었지만 나는 이번 일을 마음속 깊이 새기기로 했다. 본체가 아무리 초인급으로 강해졌다고 해도 심장과 뇌가 데미지를 입으면면 죽는 것은 일반인과 매한가지였다.

"아크데빌, 동서남북중에 하나를 찍어서 찾아온 모양인데 꽝이다 이 새끼야!"

"시끄럽다, 아크리퍼! 이 빌어먹을 성역만 사라지면 지옥의 군단을 끌고와서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발겨줄테니 말을 아끼는게 좋을 것이다."

"어차피 뒤질거면 할말 안할말 다하고 뒤져야지 아끼긴 뭘 아껴. 아 물론 네 얘기하는거야. 뭣하면 고해성사 할 시간이라도 줄까? 혹시 모르잖아. 주둥아리를 잘 털면 주님께서 너같은 망나니 새끼도 천국으로 보내 주실지."

"이이이이이익!! 눈앞의 적들 모두 쓸어버려라 나의 종들아!"

루나틱 생츄어리 안에서도 어느정도 전투력을 보존할 수 있는 상급티어의 악마, 식인 악마들이 쉐도우 핀드의 그림자 둥지속에서 철새떼처럼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막이 오른 난전속에서 병마용들은 인스턴트 하수인치곤 제법 분전했다.

일전에도 말했듯이 이건 일종의 상성상 우위덕분이였다. 상위티어의 악마는 기본적으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공포로 억누르는 아우라를 발현하는데 무생물체인 병마용들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식육을 통해 힘을 강화하는 식인악마들에게 진흙덩어리 병사들만큼 영양가없는 적이 또 있을까?

뭐 그렇다고해서 병마용들이 식인 악마들을 압도하고 있는건 아니였고 총화기나 SSS요원의 기초수준의 싸이킥 공격도 영 재미를 못보고 있는 상황이였던지라 나는 아이언 핀드의 섬멸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단 최상급 티어의 악마들을 한놈이라도 끊어야 이 전황을 유리한쪽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으리라.

내가 눈에 불을 켜고 식인 악마들의 공세를 피해 아이언 핀드를 쫓을때 아크데빌 또한 눈에 불을 켜고 월석의 위치를 물색했다. 월석이 발하는 특유의 성스러운 기운때문에 그 탐색기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고 쉐도우 핀드의 그림자 손길에 몸을 맡긴 아크데빌은 곧바로 올라운더 에이지가 있는 곳으로 쇄도했다.

"다, 다가오지 마시요. 그렇지 않으면 이 월석을 삼켜버리겠소."

"마음대로 하라지. 그러면 네놈의 위장을 파내서라도 월석을 파괴하면 그만이야!"

구태여 눈앞의 다잡은 물고기를 두고 에이지를 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나는 그 사태를 방관했다. 아이언 핀드같은 최상급티어의 악마들도 아예 루나틱 생츄어리의 영향을 받지 않는건 아닌지 이리저리 검기에 긁힌 상처가 녹이 슬듯 부식되고 있는 상황이였다. 앞으로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아이언 핀드의 격렬한 꼬리치기가 그레이트 쟈칼의 장갑을 스쳐지나가고 나는 그대로 안쪽으로 파고들어 두터운 외피 안쪽의 야들야들한 속살에 백호패왕권 오의 회신멸지를 쑤셔박았다. 용린정권 이상의 짜릿한 손맛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오른다. 그리고 완전히 넉다운된 아이언 핀드를 내공도 없이 무차별 파운딩으로 마무리.

악마에게 트롤과 같은 탁월한 재생력이 없다는걸 알면서도 아이언 핀드를 철가루가 흩날릴때까지 바스러뜨린 나는 그제서야 성이 풀려 주변상황을 살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궁지에 몰린 에이지가 뭔가 숨겨진 한수를 발휘할줄 알았는데 그저 SSS요원들과 네이비 씰 군인들만 개고생을 하고 있을뿐이였다.

그림자의 손길에 속절없이 도탄된다는걸 알면서도 총알과 싸이킥 공격을 꾸역꾸역 쏟아부으며 아크데빌의 전진을 저지하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 어쩔 수 없이 실력행사를 위해 앞으로 나서려는 그때 식인악마들이 병마용들의 공격을 무시하고 일제히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야 아크데빌, 나랑 놀자. 왜 자꾸 급안맞게 일반인들이랑 아웅다웅 거리냐."

"시끄럽다고 했... 커어어어어어어어억!!!"

내가 정신없이 식인 악마들의 공격을 피하기 바쁠때 쉐도우 핀드의 그림자 손길이 마침내 진지 최후방에 숨어있던 올라운더 에이지에게 닿았다. 이미 다른 SSS요원들과 네이비 씰 군인들이 그림자 손길에 포박된 상황에서 에이지는 최후의 수단으로 그 커다란 월석을 입으로로 밀어넣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아크데빌은 식도가 이공간과 연결된 것도 아닐지언데 마음이 급해졌는지 서둘러 쉐도우 핀드를 앞으로 떠밀었다. 그리고 그 떠밀어진 거리 한치가 아크데빌의 생사를 갈랐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스피드로 날라온 화살이 아크데빌의 두개골을 꿰뚫은 것이다.

아니 잠깐 그런데 화살이라기엔 너무 큰거 아니야? 투창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두터운 화살대가 박힌 각도를 보고 주위를 살핀 나는 아크엔젤이 커다란 대궁에 시위를 매고 이쪽을 겨냥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내공으로 안력을 돋굴 수 없었다면 그녀의 존재자체를 인식할 수 없었을만큼 까마득하게 먼 거리였다.

두번째 사격은 주인을 잃고 방황하는 쉐도우 핀드의 흐릿한 형체를 향해서였다. 투창 아니 화살에 모종의 축복이 걸려있는지 쉐도우 핀드는 그 물리력을 왜곡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화살받이가 되고 말았다. 한때 이 지구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미치광이 무장조직 인페르노의 리더치곤 허무하기 그지없는 최후였다.

"호오 하희빈 제법인데. 쉐도우 핀드가 아크데빌의 곁을 떠난 그 찰나의 틈을 노려서 사격을 하다니."

"그 깐죽거리는 말투는 집어치우는게 좋을걸. 안그래도 마지막 남은 화살을 아크리퍼 네놈한테 쓸까 말까 고민중이니까."

"어이쿠 무서버라. 그런데 쏠려면 아까 거기서 쏴야지 이런 근거리에서 시위를 당기면 내가 잘도 맞아주겠다? 안그래?"

"아크리퍼공, 아크엔젤공. 어찌 흉수를 제거했는데 서로에게 날을 들이미는 것이요. 일단 부상당한 군인분들부터 후송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런지."

"아무것도 안하고 손가락만 빨던 새끼는 좀 닥쳐! 이 빌어먹을년이 내 머리통에 저 무식하게 큰 화살을 박아넣니 마네 하는데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차라리 잘됐네. 이번 기회에 하희빈 이년을 자빠트린 다음 보짓구녕에는 내 자지를 똥구녕에는 저 화살대를 박아넣어서 누가 서열상 우위에 있는 가르쳐 줘야..."

-마.침.내.진.정.한.자.유.를.되.찾.았.구.나.

특유의 또라이 기질이 발동하려던 찰나 하와이 섬 전체를 울리는 웅혼한 목소리에 나는 정신이 번쩍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아크데빌놈 보다 골치아픈 상대가 아직 한명 아니 한마리 남아 있었다. 바다의 화신이자 고대의 마수인 레비아탄.

그놈이 자신을 옭아매던 지옥의 증표가 사라지자 뭔가 심상치않은 짓을 벌이려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크엔젤의 위치를 확인할때와 마찬가지로 안력을 내공을 돋구어 살펴보니 저 멀리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었다.

파도의 높이가 무려 15층 아파트랑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으니 이 하와이가 아틀란티스처럼 가라앉는 것도 시간문제리라. 나는 서둘러 에이지의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월석을 박살내 루나틱 생츄어리를 해제했다. 그러자 병든 닭처럼 비실비실거리던 십만 이매망량들이 활기를 되찾았고 나는 그 위에 다른 인원들을 올려 태웠다.

절대 히어로 행세를 하기 위해서 이러는게 아니라 내가 이번 인페르노 소탕작전에서 새운 공을 증명할 증인들로 세우기 위해 그러는 것이였다. 다소 띠꺼운 표정을 한 하희빈의 손을 끌어올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하와이를 벗어날 준비를 마쳤... 아니지 잠깐만 왕루옌 그년도 데려가야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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