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36화 (23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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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으음~ 오랜만에 맛보는 바깥공기. 집사 진한 얼그레이 홍차랑 치즈케이크 한조각 부탁할게."

은빛늑대일족의 휘르 행수가 후천적으로 그 고귀함을 키워냈다면 월영공 듀리스는 날때부터 밤의 귀족이였던지라 타고난 고귀함을 지니고 있었다. 애쉬블론드의 웨이브진 머리스타일에 화려한 장식의 드레스 그리고 흑요석 박아넣은듯한 눈동자.

하나같이 듀리스의 고귀함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들로 인해 일순간 낭떠러지밑은 귀족들이 티타임을 즐기는 응접실로 변모하고 말았다. 물론 흉흉한 기세로 이곳을 덮쳐오고 있는 역철혈강시들 때문에 금새 무드는 깨지고 말았지만 그녀는 아직도 홍차타령을 하고 있었다.

사실 Ex등급의 영력을 되찾았지만 Ex등급의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들을 길들이는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영혼의 표식을 통해 그들의 육체를 굴복시킬 순 있을지언정 그들의 긍지높은 정신까지 굴복시킬 순 없었으니 나는 어느정도 선에서 타협을 보기로 했다.

"나중에 홍차는 드럼통채로 치즈케이크는 산처럼 쌓아줄테니까 저기 저 놈들이나 먼저 어떻게 해봐!"

"어머 천하의 아크리퍼님께서 지금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는거여? 이거 티타임이나 즐기고 있을때가 아니였네. 어디 한번 내 발을 햝으면서 여왕님 제발 한번만 이 미천한 집사놈을 도와주세요라고 해봐."

"듀리스 아무리 화장실 들어갈때와 나올때 다르다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빌어먹을 포이즌 스토커놈들로부터 구해줬더니 이제와서 여왕님 노릇을 하겠다고? 됬다, 집어치자.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전력보존을 위해서 불렀던것 뿐이니까 그냥 다시 에보니 메이든으로 돌아가."

"어머 우리 집사 삐진거야? 정말 남자가 속이 좁기는. 도와줄테니까 그 빌어먹을 동네로 돌아가는건 좀 봐줘라. 시스트린도 관짝 생활을 졸업한지 오랜데 그녀의 종주 흡혈귀인 내가 언제까지고 그 우중충한 놈들이랑 어울릴 순 없잖아?"

"알면 잘 좀해라, 잘 좀!"

"흐음. 사실 저런 하수구 폐기물같은 피조물들은 베히모스가 상대하는게 딱인데 말이지. 최근 통 먹질못해서 뱃가죽이 등에 달라 붙었더라."

당장에 일개소대의 역천혈강시가 코앞에서 핏빛검기로 코팅된 검을 휘둘러 오는데도 월영공 듀리스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자신감이 어디서 오나 싶어 지켜보고 있노라니 듀리스의 입김 한번에 핏빛검기가 모조리 증발해 그녀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역천혈강시가 다루는 검기는 괴검 블러디 카타나의 유혈검기와 유사한 성질의 것인 모양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듀리스가 오리지널 뱀파이어라고 해도 입김 한방에 수십개의 검기를 잠재울 수 는 없는 노릇이였다.

피 그 자체가 검기의 근원이였기에 피의 주인인 듀리스에게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듀리스는 기껏 상대의 화력을 반감 시켜놓고 흡수한 유혈검기를 다시 토해내기 시작했다.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못먹을 음식을 먹은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

"이거 더럽게 맛없네. 정말이지 오랜만에 바깥에 나와서 시식한 피였는데 괜히 입맛만 버렸잖아."

"잠깐 흡수했다가 저 녀석들을 해치우고난 다음에 토해내면 되잖아!"

"어머 집사 어떻게 그런 비위상하는 일을 나한테 강요하는거야? 내 고귀한 피가 저런 썩어빠진 피와 단 한방울이라도 섞이게 나둘 순 없다고. 게다가 굳이 무기를 빼았지 않아도 저런 하등 피조물들을 해치우는건 치즈 케이크를 먹는것 보다 간단한 일이란 말이지."

월영공 듀리스가 일개소대의 역천혈강시를 향해 손을 휘두르자 그에 반응해 유혈검기로 이루어진 손톱이 나타나 그들을 볏짚단처럼 베어넘겼다. 블러디 카타나가 뿜어내는 유혈검기보다 훨씬 더 정순하고 예리한 유혈손톱은 그녀가 괜히 원시 흡혈귀가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고작 손짓 한번에 괴멸 직전에 놓인 역천혈강시들중 일부 살아남은 자들이 저돌적으로 듀리스에게 달려든다. 듀리스에게 유혈검기가 통하지 않는다는걸 깨달은 강시술사가 그들에게 육박전을 종용한 모양이다. 듀리스에게 조심하라고 외치려는 순간 그녀의 지근거리에 도착한 역천혈강시의 몸이 부풀어 오르며 끝내 폭발해버렸다.

호오 언데드가 검기까지 사용할줄 알고 자폭기능까지 추가되어 있는건가? 한마리 정도는 실험 샘플로 납치해서 연구해보고 싶은걸. 연달아서 살아남은 역천혈강시들이 듀리스에게 달라붙어 자폭을 시도했지만 나는 코딱지만큼도 걱정하지 않았다.

고작 저정도에 당할 짬이라고 하면 월영공이라고 하는 칭호가 아까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유혈검막덕분에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듀리스가 손톱 정리를 하면서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품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듀리스가 뒷목을 잡으며 통증을 호소했다.

"어머어머 나 빈혈온것 같아. 이게 다 집사가 제때 신선한 피를 공급해주지 않아서 그런거 아니야."

"가끔씩 시체같은거 던져줬잖아!"

"그건 베히모스 그 똥돼지 새끼가 바닥까지 햝아 먹어서 잔뼈하나 안남았다고. 그리고 격 떨어지게 어떻게 내가 죽은 시체의 피를 빨아 먹겠어? 진짜 우리 집사는 델리커트하지 못하다니까."

"도, 도대체 뭐야 저 여자는! 일개소대의 역천혈강시를 단신으로 격퇴하다니... 나도 10마리 이상 넘어가면 살짝 후달리는데. 부관, 부관! 어서 나머지 역천혈강시도 출격시키도록."

"하, 하지만 이 병력은 팔륜학관을 점거할때 사용해야한다고 궁기수란님께서..."

"지금 그런걸 따질때야? 당장 저 놈들을 해치우지 못하면 우리가 위험하게 생겼다고. 네가 저 괴물같은 여자를 상대할래?"

"아, 아뇨. 그렇다면 궁기수란님께서 지정한 시각까지 늦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꺼번에 출격시키겠습니다."

그 일개소대의 병력이 단순히 선발대에 불과했단 말인가? 못해도 일개중대는 될것 같은 역천혈강시들이 산비탈을 따라 새카맣게 몰려오는걸 목도하고 나는 허탈함에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도대체 저정도의 병력이 팔륜성으로 잠입해 들어올때 팔륜함대는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현재 우주경계를 담당하고 있는 청룡문이 사흉신교와 내통하고 있다는 설이 한층더 설득력을 얻는 순간이였다. 듀리스가 빈혈 운운하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산사태를 막고 있는 이매망량군을 제외한 나머지 병력으로 이매망량의 손아귀를 형성해 역천혈강시들이 몰려오고 있는쪽의 절벽을 강제로 허물었다.

거대한 자연의 힘앞에 무력한것은 강시들 또한 마찬가지였으니 유혈검기로 낙석을 베어넘기며 버티는것도 잠시 빈대떡처럼 찌그러져버리기 일수였다. 한결 여유가 생겨 아직도 뒷목을 잡고 있는 듀리스의 궁둥짝이나 후려갈겨 줄까 생각한 순간 역천혈강시들이 한데모여 검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니 강시놈들이 검기를 발산하는것도 모자라서 검진까지? 각 개체의 유혈검기가 엮이고 엮여 하나의 거대한 검막을 이루더니 소나기처럼 퍼부어지는 바위세례를 큰 피해없이 막아내고 있었다. 물론 아예 병력소모가 없는건 아니였지만 아직도 꽤나 부담스러운 수준이였기에 나는 듀리스를 향해 눈을 흘겼다.

"진짜 그렇게 놀고만 있을거야?"

"집사 내가 조금 저혈압기가 있잖아. 빈혈이 오면 괜시리 온몸이 무력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거 있지?"

"그럼 내 피라도 빨아먹고 저 놈들 좀 어떻게 해봐!"

"싫어. 집사의 피에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트롤의 피가 섞여있어서 맛이 없단 말이야. 흐응~ 그 옆에 있는 순결한 처녀의 피라면 모를까."

"처음부터 어린세랑의 피가 목적이였구만. 이 빌어먹을 레즈 흡혈귀가!"

"제 피를 부하 여성분에게 드리면 저 터무니없는 강시들을 해치울 수 있는겁니까? 그렇다면 기꺼이 내드릴테니 어서 저 사흉신교 무리들을 해치우고 팔륜학관으로 복귀하시죠. 사흉신교놈들이 이렇게까지 대대적으로 일을 벌였으니 팔륜학관에도 무슨 사단이 나도 단단히 났을겁니다. 어서 검치성 관주님과 합류해서 힘을 보태... 흐읏!"

"그럼 귀여운 아가씨 사양않고 생명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냠냠할게."

듀리스가 이때다 싶었는지 어린세랑의 허리를 부여잡고 그녀의 목덜미를 앙칼지게 물어버렸다. 자지와 보지가 서로에게 끌리게 되어 있는것이 신의 섭리였지만 때로는 그 섭리를 거부하고 보지가 보지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었다.

듀리스가 바로 그 레즈비언의 대표주자였으며 내가 귀엽고 예쁜여자만 보면 자지를 벌떡 세우는것처럼 그녀는 송곳니를 벌떡 세워 자신의 권속으로 만들기 일수였다. 그렇게 자기 말만 잘듣는 착한 아이로 만들어서 밤마다 이렇고 저런짓을... 아오 부러운 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린세랑을 흡혈귀로 만들었다간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이기 때문에 나는 눈에 불을켜고 듀리스의 흡혈과정을 감시했다. 듀리스는 정말로 빈혈기가 있었던 것인지 깔끔하게 300ml정도의 피만 뽑고는 어린세랑을 놓아주었다.

흡혈귀의 흡혈과정은 대상에게 상당한 쾌감을 동반했는데 특히나 오리지널 뱀파이어의 경우 통상의 오르가즘의 곱절에 해당하는 쾌감의 극치를 선사했다. 덕분에 생전 처음 오르가즘에 이른 어린세랑이 힘없이 주저앉는걸 부축한 나는 언젠가 내 자지로 이년을 굴복시키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사흉신교의 처리가 우선이였지만.

"밥값은 해야지, 듀리스. 눈앞의 적을 다 쓸어버리고 그들의 수장을 내 앞에 데려와."

"오케이. 식후운동겸 다녀올게."

어느새 산사태를 전부 막아내고 검진을 유지한채로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는 역천혈강시들. 그 무리를 상대로 드레스 차림으로 홀로 걸어 나가는 듀리스는 어찌보면 무모해 보일정도였다. 그러나 실제로 둘이 충돌을 일으켰을때 진짜로 무모한쪽이 어느쪽인가가 명약관화하게 드러났다.

듀리스는 역천혈강시들의 유혈검기를 흡수해 믹서기처럼 회전시키더니 핏빛폭풍을 일으켜 강시놈들을 자폭할 틈도 없이 일거에 해치워버렸다. 내친김에 벙찐 표정으로 주저앉은 강시술사의 목을 가차없이 쳐버리고 도올탄을 유혈검기로 포박한채 내 앞에 데려오기까지 단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전투가 시작될때 얼그레이 홍차를 끓였다면 아직 채 식지않았을 시간동안 듀리스가 보여준 무위에 어린세랑도 무의식적으로 탄성을 내지를 정도였다. 이러다가 어린세랑이 듀리스한테 반한다거나 하는건 아니겠지? 끔찍한 상상을 한켠에 접어두고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간 도올탄의 뺨을 후려갈겼다.

"도올탄이, 알고 있는게 있으면 빨리 불어라. 그러면 고통없이 죽는다. 하지만 죽으면 쓰잘데기도 없는 의리를 지키겠답시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지옥에 가기에 앞서 이승에서 미리 지옥체험을 하게 될거야."

"그, 그그그그그그러니까 저희는 파, 팔륜학관내에 있는 뭔가를 점령하기 위해서 온건데요..."

"어떻게 팔륜성내로 잠입했는지부터 말해, 이 새끼야! 그리고 또박또박 알아듣기 쉽게 말해."

"상선으로 위장해서 들어왔습니다!"

"그래? 하지만 청룡선에 그냥 들여보내주지 않았을것 같은데. 어떤 짐을 실었는지 검사하다보면 강시의 존재를 들키는건 시간문제 아닌가?"

"그, 그게 저희가 도킹할때만 유독 감시가 소흘해졌달까... 아마 윗선에서 손을 쓴것 같은데 저같은 잡졸은 그런것 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까는 최연소 흉마십존이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이제와서 잡졸타령이냐? 에휴. 어린세랑 어떻게 생각하나? 별로 영양가 있는 녀석은 아닌것 같은데 심문은 여기까지 하고 그냥 목을 칠까?"

"사, 살려주십쇼.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 도올명, 도철광과 어울려 다니던 궁기련이라는 여자의 소재도 알려드릴테니 제발. 목숨만 살려주시면 앞으로는 회개하고 착한짓만 하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사실 이런 말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사흉성에는 저 하나만 바라보고 사시는 홀어머니가 계시... 커어커컼."

"같잖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궁기련이 어디 있는지나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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