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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인어의 눈물 회수작전에 실패한 대가로 해체된 도올명의 팀. 하지만 도올명을 눈의 가시라고 생각해왔던 도올탄도 그간의 공로를 생각하면 뇌옥에 갇힐정도의 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뒤늦게 알아낸 사실이지만 교내서열 10위, 11위인 도올명과 도철광이 쌍으로 뇌옥에 투옥된건 인어의 눈물이 아니라 혼돈자령을 잃어버린 탓이란다.
사흉신교내에서도 그 존재자체가 불투명한 혼돈술사는 본래 임무 도중에 헤어져서 우주미아가 된다고 해도 알아서 사흉신교의 본단이 있는 행성으로 복귀한다고 한다. 아니 무슨 연어도 아니고 회귀본능이 얼마나 강하면 이 넓은 우주에서 제 집을 잘도 찾아가는지 모르겠다만, 예의 전투에서 나는 그 혼돈자령을 영혼석에 봉인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아마 그것이 화근이 되어 도올명과 도철광이 가중처벌을 받게 된 모양이다. 그리고 궁기련은 소꿉친구 둘의 자진납세때문에 가까스로 처벌을 피해 지금은 뫼비우스 우주정거장에서 사흉신교의 연락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결국 모든 원흉은 나였다는 소리였지만 나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그저 궁기련히 심히 걱정될 뿐이였다. 뫼비우스 스테이션은 비스트코인 스테이션만큼이나 많은 물자가 오고가는 우주의 요충지였지만 무법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인만큼 치안이 형편없었기 때문이였다. 교내서열도 77위밖에 안되는 그녀가 어디서 험한꼴을 당하고 있는건 아닐까? 어서 쫓아가서 이 넓은 가슴으로 안아줘야지.
'도올명이나 도철광은 뇌옥에서 평생 썩든지 말든지 내 알바 아니지만 말이야.'
"옥사건님, 그래도 명색이 흉마십존의 일원인데 살려둬서 좀 더 정보를 캐는게 좋지 않았을까요?"
"뭐라고? 크크킄. 어린세랑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지금 팔륜학관에 닥친 위기를 발벗고 나서서 돕기 위해 움직이는것 같아? 좆까지 말라고해. 팔륜학관의 전교생이 독살을 당하든 팔륜성의 전 주민이 몰살을 당하든 내 알바 아니야. 내가 지금 서두르는 이유는 딱 하나. 내가 점찍은 계집년 하나의 행방을 더 구체적으로 캐묻기 위해서일 뿐이다. 지 앞가림 못하는 학생 몇십명을 절벽에서 끌어올렸다고 나를 정의의 협객처럼 생각하면 곤란해. 아주 곤란하다고."
"...그 여자 한명의 행방이 수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목숨보다 중요하다는겁니까?"
"그러니까 애초에 비교 자체를 하지말라고 이 머저리같은년아! 나는 지금 팔륜학관을 점거한 사흉신교놈들 보다도 악질인 대악당이란 말이다. 옆에서 내가 백호문주를 엿먹이는걸 보고도 아직 내가 어떤 놈인지 감이 안와? 애시당초 여덟개의 무가중 한곳만 배신을 해도 뻥 뚫리는 경계시스템을 구성한 새끼가 병신인거지."
"그건 확실히 여덟 가문의 수뇌부들이 범한 빼도 박도 못할 실수였죠. 이제와선 늦은 이야기입니다만 사령가와 사신문에서 한 가문씩 임의로 뽑아 짝을 지어 우주경계를 하자는 안이 예산문제 때문에 기각된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팔륜성의 지상병력이 흉마십존 몇명때문에 몸을 사릴정도는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용린검가를 위시한 여덟 무가의 수뇌부와 핫라인을 연결하면..."
VOT 단말기를 만지작 거리던 어린세랑의 얼굴이 흙빛이 되더니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어린세랑의 페이스에 맞춰줄 생각따위는 없었던 나 또한 얼마안가 제 자리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팔륜학관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이는 곳까지 도착하자 자욱한 독안개가 내 시야를 가로막았기 때문이였다.
"예의 역천혈강시가 팔륜성 곳곳에 있는 민가에 출몰했다는군요. 그것때문에 여덟 무가의 전투조들이 모두 비상체제에 돌입해서 팔륜성 각지로 출장을 나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절벽밑에서 해치운 역천혈강시가 전부는 아니였던 모양이군요. 출전 가능한 대기조가 없다면 팔륜학관은 현재 고립상태나 마찬가지..."
"대기조고 나발이고간에 지금 팔륜학관은 다른의미로 고립된것 같다만? 아무래도 어린세랑 너하고는 여기서 헤어져야할것 같군."
"아니요.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이 독안개는 화생방 훈련용으로 희석된 독이 아니라고. 중독되서 헬렐레하는 년 챙길 틈따위는 없으니까 살고싶으면 뒤로 물러나라고."
"어린세가에는 수공뿐만 아니라 망고주합이라는 신물이 대대로 내려져오고 있습니다. 그거라면 이정도의 독은 충분히 막아내주겠죠. 옥사건님을 혼자 보냈다간 부상당한 학생들이나 선생님을 내팽겨칠게 불을 보듯 뻔하니 제가 옆에서 보좌하겠습니다."
"흥! 니 멋대로 해. 참고로 말하지만 나는 궁기련의 행방만 알아내면 바로 빠질거야. 어설픈 협객 흉내를 도와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는걸 알아둬라."
나는 그렇게 어린세랑과 함께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독안개의 숲으로 발을 내딛였다. 사실 이렇게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혹시모를 기습에 대비해 주의깊게 전진을 해야했지만, 사령안을 갖고 있는 내 눈에는 인근지역에 개미새끼 한마리도 없다는게 확인되었다.
때문에 대놓고 이매망량의 물결에 몸을 실고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알라딘처럼 팔륜학관을 향해 질주했다. 어린세랑도 물을 타고 서핑을 하는듯한 느낌의 경공술로 제법 민첩하게 내 뒤를 따라붙고 있었으니, 본신의 무위가 뛰어나진 않아도 경공술 하나만큼은 제대로 익힌 모양이였다.
팔륜학관의 부지만 해도 높이가 아닌 넓이로만 따지면 용린루 이상이였기에 이 사태의 원흉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적은 가까이 있었다. 눈물점이 매력적인 독고수란 아니 궁기수란 선생이 팔륜학관의 정문에서 대놓고 정체불명의 약초를 불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쓰레기같은걸 아무대서나 함부로 불태우면 안된다는거 모르나? 독고수란 선생."
"어머나 옥선생님. 꽤나 멀쩡해보이시네요?"
"마치 내가 멀쩡한게 이상하다는것처럼 이야기 하는군."
"그거야 어린세랑 선생님의 진법이 오작동해서 절벽으로 떨어지셨으니까요. 경공술의 달인이라면 모를까 강령술사인 옥선생님이 어디 한군데 부러졌다고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
"내 진법은 완벽했습니다. 예의 공간이동은 다른이의 농간..."
"잠깐! 어린세랑, 저 인간같지도 않은 여자랑 일일이 시시비비를 따질것 없어. 그냥 반죽여놓고 알고있는걸 다 토해내게 만들면 그만이야. 그렇지 않나, 사흉신교 교내서열 7위 독혈여제 궁기수란?"
"어머 제 본명을 알고계신걸 보니 도올탄 그 꼬맹이가 임무를 실패한것도 모자라서 자기가 알고 있는걸 다 불어버린 모양이군요. 역시 파천흉검기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애송이를 흉마십존의 자리에 올린건 실수였던걸까요? 하지만 역천혈강시는 열명이 모이면 팔륜오객조차 고전하게만들 수 있는 희대의 역작. 그저 돌격명령만 내렸어도 눈앞의 그 어떤 적도 섬멸했을텐데... 역시 옥선생 당신이 평범한 강령술사가 아니였던것 같군요. 사실 이 독무 자체로는 크게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제가 제조한 항혈청과 반응하면 그 어떤 고수도 맥을 못추는 극독으로 바뀌거든요."
"흥! 한몸에 3개의 영혼을 다고 사는 괴상한 여자만 할까?"
"거기까지 알고계신다면 역시 그냥 살려둘 수 가 없겠군요. 혼돈술사!"
보랏빛 영혼과 순수한 영혼 그리고 탁한 영혼 이렇게 3종류의 영혼을 갖고 있는 궁기수란의 몸을 중심으로 또 한번 보랏빛 파동이 퍼져나간다. 일전에 도올명 일행이 인질교환장소로 선택된 무인도를 외부와 단절 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혼돈결계가 이번에는 팔륜학관의 정문에 시전된 것이였다.
"혹시 옥선생님은 만독불침지체라도 되는건가요? 저 독혈여제와 이렇게 1:1로 마주보고서도 여유로운 인간은 처음 보는지라."
"만독불침지체, 금강불괴 그리고 도검불침 좋은건 다 가져다 붙여도 내 육체만 못하지. 일종의 상위호환이랄까?"
"후후후후. 재미있으신 분이군요. 그런데 그거 알고 계십니까? 독공의 경지가 초절정에 달하면 독이 통하지 않는 무생명체에게도 통하는 강산계열의 독검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그렇게 빈틈투성이 자세로 있으면 안되죠."
궁기만독수 제 1초식 이독제독(以毒制毒) 파천독검기 발(拔)
주위를 가득매우고 있던 독무가 마치 작은 나사못처럼 변하더니 사방에서 나를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매망량군으로 철저한 반구형 방벽진형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일체의 흔들림도 없이 그 녹빛검기 다발을 맞이했다. 그때 내 그림자에서 갑자기 핏빛검기가 뿜어져나와 검막을 형성하더니 녹빛 나사못을 모조리 쳐내버렸다.
"어머 누가 우리 집사를 괴롭히는거야?"
"누가 튀어나와도 좋다고 했지, 듀리스?"
"하지만 가만히 있기엔 너무 심심한걸. 그냥 그림자속에 대기만 시킬거면 차라리 번화가쪽으로 놀러가게 해주던가. 오래만에 맛있는 케이크랑 홍차좀 맛보게."
"다끝나면, 일 다끝나면 사준다고 몇번이나 말해? 후우... 좋아! 10분 줄테니 저 여자를 한줌 핏물로 만들어라. 월영공이란 이명에 부끄럽지 않게 너의 클래스를 증명해봐."
"글쎄. 10분까지 필요할까? 5분이면 끝낼 수 있을것 같은데."
"이것들이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나 독혈여제가 그리도 우습게 보이더냐?"
"옥사건님 혹시나 싶은 이야기지만 만약 저 여자의 별호인 독혈여제가 계승한것이 아닌 사신성 시절때의 그 독혈여제 본인이라면 못해도 100살은 넘은 노고수일 가능성이..."
"그런것쯤 저 여자의 영혼을 꿰뚫어본 순간 진즉에 알아봤어. 그런 탁한 영혼은 절대 삼십대 초반의 미시가 갖고 있을법한게 아니였거든."
"100살이면 아직 어리네. 나는 한 1000살 넘기고 부터는 세는 것도 포기했는데. 그럼 연장자인 내가 양보해줄테니까 들어와보렴 이 꼬맹아. 공격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죽으면 아무래도 좀 억울하잖아?"
"......"
독혈여제 궁기수란이 아무말도 없이 얼굴을 악귀처럼 찡그리더니 폭발적인 속도로 앞으로 돌진했다. 서슬퍼런 독검기가 그녀의 손톱에서 1m가량 뽑아져 나오더니 야수처럼 그 앞발을 휘둘러온다. 듀리스는 우아한 몸동작으로 손사래를 치더니 핏빛손톱을 형상화해 그에 맞섰다.
그 충돌을 기점으로 궁기수란은 인간이길 포기한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미친듯이 듀리스를 몰아붙였다. 그녀의 독검기가 실수로라도 바닥을 스칠라치면 마치 한 여름낮의 아이스크림처럼 대리석 타일이 녹아내렸다.
일격이라도 허용할 경우 치명상이 될 수 있는 무차별 공격앞에서 듀리스는 한발도 움직이지 않고 계속해서 손짓말 할뿐이였다. 오리지널 뱀파이어라는 존재는 단순히 피의 지배력만 강한게 아니라 일반인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운동능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초절정에 다다른 무인과도 대등한 경합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린세랑의 말대로라면 족히 100년 이상을 무예수련에 투자했을 궁기수란이였지만 단순히 종족과 혈통의 차이로 인해 그 100년의 인생을 유아기 취급당하고 있었다. 궁기수란도 싸움이 시작할때부터 단 한걸음도 떼지 않고 자신을 상대하는 듀리스를 보고 그걸 느꼈는지 격분해 소리쳤다.
"얕보지말란 말이얏!"
"얕보이기 싫으면 입이 아닌 그 두손으로 증명해야지. 안그래?"
"이이이이익!!"
궁기만독수 제 2초식 독수독과(毒樹毒果)
궁기수란이 정면대결의 한계를 느꼈는지 급히 뒤로 물러난 다음 다시 주변의 독무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나사못이 아닌 동그란 구슬로 변한 독무가 분열하면서 점점 그 구슬의 크기를 줄여나갔다. 종국에는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줄어든 구슬이 듀리스가 있는 쪽으로 덮쳐들어왔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나 또한 이매망량군의 반구형 방벽을 다시 한번 견고히해 주변 공기의 유입을 차단했지만, 듀리스는 멀뚱멀뚱 그 관경을 지켜만 볼 뿐이였다. 어이구 저러니까 포이즌 스토커 길드놈들에게 당하는거지. 그리고 멀찍이서 그런 듀리스를 관찰하고 있던 궁기수란이 활짝펴진 두 손을 피가나도록 움켜쥐자 듀리스의 사지가 터져나갔다.
파천독검기 폭자결 발(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