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28화 (22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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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너무 극심한 분노를 느낀 탓일까 내 마음은 마치 한 겨울 호수처럼 얼어붙고 말았다. 물론 그 빙판 밑에는 용암이 들끓고 있어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였다. 백호문의 소문주 양해청의 일행으로 보이는 사내들도 주변 공기가 심상치않다는걸 느낀듯 했지만, 지위면에서나 완력면에서나 양해청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 있는 이가 많지 않은듯 했다.

"소문주 취기가 과한듯 하니 이만 물러나지."

"서우 형님! 서우 형님은 제가 그 쟁쟁한 후지기수들 사이에서 제가 3등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뼈빠지게 노력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 놈의 빌어먹을 학점때문에 평소라면 학을 떼는 서책을 한장씩 뜯어먹으며 통채로 외웠습니다. 실전무예 과목에서 A+를 받기 위해서 하루에도 수천번씩 주먹을 휘둘렀단 말입니다. 내일 아침 팔륜학관으로 돌아가면 지옥의 계절학기가 다시 시작될텐데 제가 도인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런 금욕적인 생황을 해야한단 말입니까?"

"그런 사정을 양주청 장문인께서도 알고계시니 천급 기녀의 화대를 지원해 주신게 아니겠는가? 소문주가 아직 어리다보니 1000VP라는 금액이 얼마나 큰 돈인지 감을 잡지 못하는 모양이군. 어린아이같은 투정은 그만부리고 다른 천급 기녀를 만나보는게 어떻겠소, 소문주? 혹시라도 홍실이보다 괜찮은 아이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요?"

"흥 그깟 1000VP 다른 행성으로 용병일을 하러간 선배들 이야기를 듣자하니 디파일러 한 대대만 때려잡으면 금새 모인답니다. 그리고 내 팔선녀들을 모두 안아본 것은 아니지만 홍실이와의 속궁합은 그야말로 두번 다시 없을 찰떡궁합이였으니 다른 이는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목숨을 걸고 모은 돈으로 가정을 꾸릴 생각을 해야지 어찌 유흥비로 쓸 생각을 한단 말이요, 소문주!"

"아니 고추달고 태어나서 여자를 탐하는게 뭐가 나쁘단 말이요! 툭까놓고 말해서 아버지에게 따로 동행을 부탁받은 서우행님을 제외한 나머지 섬전맹호대는 어떻게 인급 기녀라도 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를 따라온거잖소!"

양해청의 한맺힌 외침이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섬전맹호대의 대원들도 뭔가 캥기는게 있는지 여기저기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내 마음이 꽁꽁 얼어붙기 전이였다면 모를까 이미 빈정이 상할대로 상한 지금 그는 죽음의 신의 심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뻔한 사형선고는 없을지어니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 몸부림치게 되리라.

"이이이이익! 후우우. 해청아 정말로 홍실이란 아이가 아니면 안되겠더냐?"

"이제야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거요, 서우 형님?"

"이해는 무슨 개뿔이. 해청이 네가 어렸을적에 하도 울어재껴서 뻔히 이가 썩을줄 알면서도 당과를 물려주는 심정으로 다른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는것 뿐이다. 흠흠. 거기 옥공자 일단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섬전맹호대의 대주인 나 서우가 대신 사과드리겠소. 보시다시피 소문주가 학업 스트레스때문에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으니 100% 우리쪽 잘못이요. 화대는 물론 술과 안주값까지 2배로 보상할터이니 넓은 아량으로 그 홍실이라는 처자를 양보해주시면 안되겠소이까?"

"글쎄. 확실히 오늘은 여자 치마나 들추고 있을 날은 아닌것 같군."

"그러면 소문주에게 홍실이를 인도하는걸로 합의를 보겠소이까? 귀공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한 점은 다시 한번 이 귀견수 서우가 사과드리겠소."

"아니아니. 그건 아니지. 왜냐면 댁의 소문주가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사지가 부러진 상태에선 오입질을 할 수 없을테니까!"

이매망량 군단장 레가투스 레기오니스, 줄여서 레레가 내 명을 받고 출격하여 백호문의 소문주 양해청의 사지를 포박하였다. 확실히 Ex 랭크의 영력을 손에 넣어 가장 좋은점이라고 한다면 십만으로 늘어난 이매망량군의 한계치도 있겠지만서도 백인장과는 비교도 안되는 지능을 지니고 있는 레레에게 지휘권을 위임할 수 있다는 점이였다.

그저 눈짓으로 양해청을 한번 흘겨보았을뿐인데 어느새 그는 대역죄인처럼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소문주와 마찬가지로 그저 기루 죽돌이인줄 알았던 섬전맹호대의 대원들이 번개같은 움직임으로 나를 포위해 들어왔지만 내가 청실의 술잔을 집어든 다음 90도로 꺽는 것이 먼저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모두 당황하지 말고 맹호방원진의 대형을 갖추어라. 상대는 허공섭물의 경지에 오른 고수일지도 모른다. 막내는 뒤로 빠져서 최대한 빨리 본단에 이 사실을 알리도록."

"고작 뼈 몇 마디 부러졌다고 생난리를 부리기는. 아무래도 댁의 소문주는 범생이는 될지 몰라도 고수가 되기에는 한참 멀은것 같군."

"옥공자 이게 무슨 난폭한 짓거리요! 아무리 해청이가 예의에 어긋난 만행을 저질렀다고는 하나 사지를 분지를 정도의 죄는 아니였소!"

"호오. 사지를 분지를 정도의 죄는 아니였다라 그것 참 재미있는 발언이로군. 이봐 서씨 양반 그런 죄의 경중은 도대체 누가 정한거지? 설마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이라고 말하려는건 아니겠지?"

"왜 아니겠소!"

"이거이거 이 양반 안되겠어. 가정을 꾸리니 어쩌니 하기에 제법 머리가 굵은줄 알았는데 아직 세상살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그런건 말그대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도덕적 기준일뿐 내 기준과는 한참 먼 이야기란 말이지. 자 그럼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한참 기녀들과 알콩달콩 재미를 보려는 손님방으로 무단침입한 죄는 화대를 두배로 갚아주면 용서받을 수 있는 건가? 그것도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이라고 말할만큼 당신이 뻔뻔하지 않기를 믿어. 내 기준에선 봤을땐 말이야 그건 사형선고를 100번 내려도 부족할정도의 대역죄였다고!!!"

"옥공자 냉정을 되찾으시오! 지금의 행위가 백호문과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건 알고 그런 소리를 내뱉는겁니까?"

"왜 모르겠어? 말단놈한테 시비털다가 끝내는 그 놈이 속한 길드전체를 뿌리뽑는게 내 전매특허인데 말이야."

섬전맹호대의 대주 서우는 내가 이 이상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걸 깨달았는지 다른 대원들과 함께 출수를 감행했다. 제법 선명한 검기가 실린 주먹들이 내 머리통을 수박처럼 쪼갤기세로 사방에서 퍼부어진다.

청실과 홍실은 안채내의 분위기가 위험한단걸 눈치채고 진즉에 밖으로 대피한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마음놓고 이매망량의 소용돌이로 대응했다. 저 권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십만에 달하는 망령군들이 휘몰아치고 있는 장면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였다.

십만원혼이 내뿜는 대규모 음에너지에서 기원한 물리력이 섬전맹호대를 마치 세탁기속의 거적대기처럼 밀어부쳐 천장위에 껌딱지마냥 달라붙게 만들었다. 일종의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불과했지만 손도 못쓰고 당해버린 대원들은 내가 어마무시한 내력을 기반으로 허공섭물의 묘리를 발현했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깊은 산골짜기에서 몇십년동안 수련을 하다가 내려온 은거기인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걸지도 모르지. 그러나 저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간에 오만방자한 양해청의 행위를 방치한 이들에게 베풀 자비따위는 없었다. 즉 방조죄 또한 본죄만큼이나 엄히 다스릴 생각이였으니 나는 또 한번 술잔을 90도로 꺾어 버렸다.

"크하으윽! 옥공자 백호문의 무사들을 상대로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할거라 생각하는 것이요!?"

"오호 꼴에 대주랍시고 정신력이 제법이군. 그러는 너희야말로 감히 대사신의 흥을 깨고도 무사히 제발로 이 방을 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더냐?"

"대, 대사신? 그런 칭호는 내 평생 들어본적이 없소. 어디 출신의 기인인줄은 모르겠으나 그 알량한 힘을 믿고 백호문을 능멸하려 했던거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는게 좋을것이요. 백호문의 장문인이신 양주청 어르신은 그 패도적인 무공만큼이나 성정이 거칠게 없으신 분이니 체면때문에 이번 사태를 좌시하진 않을테니까."

"그거야말로 내가 바라던바다. 백호문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장문인이 나를 후려친다. 그야말로 백호문을 멸문시키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명분이 아닌가? 그리고 대사신은 내 칭호라기 보다는 본질 그 자체를 나타내고 있다는걸 기억해둬라. 모든 죽은자들의 주인이자, 왕이자, 어버이가 바로 대사신이라는 것도. 사람을 잘못 건드린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 쪽이라고.

그러면 다음 죄인을 심문할 차례인가? 천급 기녀를 두명이나 예약한 귀빈의 방에 괴한들이 침압하도록 방치한 지.배.인.씨!"

"예, 옙! 옥공자님 변명처럼 들리시겠지만 아니 변명이지만 이 늙은이의 힘으로는 저 건장하기 그지없는 사내들을 붙잡아 둘 수 가 없었습니다."

"호오 이른바 불가항력이였다?"

"그, 그렇습죠."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직녀루 주인보고 일다경 이내에 이쪽으로 튀어오라 그래.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직녀루를 이 땅에서 지워버리겠다는 말도 잊지말고."

여전히 미동도 하지않는 병풍 뒤의 경호원을 슬쩍 쳐다보며 노년의 지배인에게 엄포를 놓은 나는 뜨끈뜨끈 불이 들어오는 방바닥에 몸을 뉘었다. 섬전맹호대의 대원들이 천장위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모양새는 별로 보기좋은 풍경은 아니였으나 어짜피 오늘밤 뜨거운 밤을 보내기엔 글렀으니 등이라도 뜨겁게 지질 심산이였다.

그렇게 일다경쯤 누워서 쉬고 있다보니, 때마침 직녀루의 주인이 이 근처에 있었는지 아니면 그 주인이 시간관념이 철저한 자였던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각종 귀금속 악세사리로 치장 아니 무장을 한 중년여인이 안채에 당도했다. 굳이 내 뜨거운 밤을 망친자들의 과실비율을 타지자면 백호문이 8할 직녀루가 2할이였기에 나는 좋게좋게 가기로했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지배인으로부터 들었겠지? 용서받고싶다면 아니 살아남고싶다면 200만 VP와 직녀루 팔선녀들의 한달 독점권을 내놔라."

"이건 꽤나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시는분이로군요. 뭐 원하시는 바가 명확하시니 쓸데없는 눈치싸움을 하지않아 좋지만 조금 요구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글쎄. 백호문에는 800만 VP와 1대 제자들이 익히는 상승무공비급을 달라고할 생각이였다만 이래도 아직 내 요구가 과하다고 생각하나?"

"뭐, 뭐라고! 이 개자식아!! 차라리 나를 죽여라. 소문주인 나를 인질로 삼아 그런 거금을 탈튀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니 설마 홍실이를 예약한것도 그 계획의 일환이였더냐!?"

"너 새끼는 헛다리 짚지말고 좀 닥치고 있어! 인질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네가 저지른 과오에 대한 죄값을 치루는것뿐이다, 멍청아!"

나는 이매망량의 손아귀를 형성해 그새 정신이 든 백호문의 소문주 양해청의 아구창을 후려갈겼다. 그는 뒤늦게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을 듣고 호신강기를 발동해 막아보려 했지만 무려 1만의 이매망량을 집약해 만든 손아귀의 물리력 앞에선 호신강기조차 종이갑옷에 불과했다.

후드득. 피칠갑이된 생이빨 몇개가 하늘에서 떨어져 삼선 누릉지탕에 빠지고 말았지만, 저런 먹다 남은 음식을 탐할이가 있을리가 없었기에 상관없는 일이였다. 본의 아니게 거래에 앞서 무력시위를 하고만 나는 직녀루의 주인에게 싱긋 웃어보이며 할말 있으면 계속해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화법이 직설적일뿐만 아니라 손속 또한 거침이 없으신 분이로군요. 하지만 저희 직녀루는 팔륜함대에 매년 적지않은 지원금을 대고 있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계십니까?"

"전함이라도 끌고와서 나를 칠 생각인가? 미안하지만 고작 장난감 전함 몇개가지고 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지."

"그게 아니라... 여차하면 청룡문, 백호문, 주작문, 현무문, 용린검가, 귀갑권가, 봉황창가, 기린도가에서 직녀루의 뒤를 봐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전함을 유지하는 것은 이 대우주시대에 팔륜성의 치안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일.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예산을 8개 무가가 지닌 재력만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저와 같은 상인 나부랭이와 제법 괜찮은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제 이해 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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