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229화 (229/599)

0229 / 0316 ----------------------------------------------

vol.7 Oxogan The Rebirth Of Aged Blue Dragon

나는 직녀루의 주인의 같잖은 협박에 코웃음을 쳤다. 다른이의 시선에선 내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나는 이미 팔륜성과의 전쟁 시뮬레이션을 마친 상태였다. Ex랭크의 영력을 되찾은 시점에서 일인군단의 위용을 되찾은 내게 물량공세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기에 팔륜오객, 팔륜이존, 팔륜일황의 전력만 분석했을뿐이지만.

일단 팔륜오객의 경우 용린은리 사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내게 큰 위협이 될것 같지는 않았다.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에서 이미 증명된 일이지만 순수무투계 유저들은 나처럼 초월적인 재생력을 지닌 하수인 소환계열의 유저를 당해낼 수 가 없었다.

하수인 소환계열 유저의 주요 약점중에 하나가 소환사 본인의 맷집이 형편없어 하수인을 무시하고 저돌적으로 들어오는 불시의 일격에 허무하게 당할 수 있다라는 것. 하지만 무투계열의 유저가 일격에 소환사를 해치우지 못한다면 그 순간부터 하수인들에게 포위당할 수 밖에 없었으니 내가 팔륜오객에게 필승을 장담하는 이유였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건 무투계열에서는 신성력과 완력 둘 다 월등한 몽크정도가 유일했고, 술사계열에서는 똑같이 군단급의 하수인을 토해낼 수 있는 정령술사, 악마술사 혹은 하수인을 지나쳐 강대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염동술사정도뿐이였다. 아 물론 염동술사는 정확히 따지자면 술사계열이라기 보다는 싸이킥 계열이라고 봐야겠지만.

'어찌됬든 팔륜이존은 에보니 메이든의 Ex등급 주민들로 충분히 상대 가능할거고 팔륜일황도 육체초월(Phoenix Mode)를 습득하기 이전의 사리카야를 패퇴시킨것 뿐이라면 내가 지레 쫄 필요가 없단 말이지.'

뭐랄까 내 입맛대로 꾸며진 설렁설렁한 시뮬레이션이였지만 어차피 내가 팔륜성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최악의 경우에 불과했기에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팔륜함대의 유지를 위해 적지않은 지원금을 내고 있는 직녀루를 위해 8개의 무가가 출동하기는 하겠지만, 일단 한번 꽝하고 무력충돌을 일으키면 내 평범한 진상손님이 아니라는게 밝혀질터.

아무리 지원금이 아쉽다고 해도 가문의 존폐까지 걸어가면서 나와 싸울리가 만무했기 때문에 결국 모든 화살은 직녀루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현실적인 앞날의 예측이였으니 내가 대놓고 팔륜성 말살을 천명하지 않는 이상에야 이 싸움이 전면전까지 번질리는 없었다.

"왜 웃는겁니까, 옥공자? 설마 제가 없는 얘기를 지어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요. 이 정도 규모의 기루를 운영하고 있다면 여덟 무가가 뒷배로 있다고 해도 이상할건 없지 않습니까? 아니 오히려 그 편이 자연스럽죠."

"하지만 그 여덟 가문이 멸문까지 각오하면서 내게 덤벼드는건 조금 부자연스럽지 않나?"

"...마치 옥공자에게 여덟 가문을 멸문시킬 힘이 있다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그런 힘이 있으니 백호문의 소문주를 저리 묵사발로 만든것은 물론 천하의 직녀루의 주인을 마치 뒷골목 양아치처럼 겁박하는것 아니겠어? 좆도 없는 놈이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렸다라는 경우의 수 보다는 오히려 그 편이 자연스럽지. 당신도 아까 말했잖아. 대우주시대를 맞이했다고. 그러면 그 대우주시대에 맞게 시야를 좀 넓히는게 어때? 단신으로 여덟 가문을 무찌른 존재가 지금까지 없었던것도 아니잖아."

"일찍이 사신성을 멸망으로 몰아넣었던 디파일러 퀸 사리카야에 대해서 말하는거라면 조금 경우가 다르지 않습니까? 그녀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괴수..."

"딩동댕! 정답. 내가 바로 그 괴수야 이 아줌마야!"

나는 언제라도 발검할 수 있게 대기중인 4명의 경비원들을 마치 무를 뽑듯이 이매망량의 손아귀로 잡아당겼다. 한놈은 내가 이 방에 들어오기 전부터 병풍 뒤에서 대기중이였던 놈이였고 나머지 셋은 직녀루의 주인과 함께 왔다가 문을 열자마자 마루밑으로 숨어든 놈들이였다.

예기치 못한 습격때문에 알감자처럼 줄줄이 딸려나온 4명의 경비원들이였지만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세를 내뿜는것이 보통의 고수가 아닌것 같았다. 아무리 여덟 무가가 뒷배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고 해도 진상손님이 있을때마다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순 없는 노릇이니 홍화루의 주인이 개인적으로 꾸린 무력단체로 추정됬다.

"그, 그런 견우대 1조가가 이렇게 쉽게 제압당하다니..."

"이녀석들이야 말로 이번 사건에서 내가 홍화루의 과실비율을 2할로 책정하게한 장본인들이다. 머리가 허옇게 센 지배인이 백호문의 소문주 양해청을 막아서지 못한거야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 녀석들이라면 충분히 양해청을 막아설 수 있었을것 같다만? 물론 섬전맹호대의 이빨빠진 호랑이들도 마찬가지."

"겨, 견우대가 여덟 가문의 전투조 못지않은 실력을 지닌것은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직녀루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천급 기녀를 지키기 위해서..."

"그러면 손님은 안중에도 없다는거냐!? 이 아줌마 이거 좋게좋게 가려고 했는데 안되겠네. 과실비율 일할 올려줄까?"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옥공자님의 진면목을 몰라뵈서 생긴 일이니 말씀하신대로 향후 한달간 천급 기녀들의 예약을 금하고 200만 VP도 드리겠습니다."

직녀루의 주인이 갑자기 태세를 변환해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내게는 마치 여덟 무가라는 뒷배가 자신의 비장의 무기인것처럼 굴었지만, 저 아줌마가 진짜로 믿고 있었던건 바로 저 견우대 1조놈들이였던 모양이다. 그것도 그럴게 저 견우대원들 한명 한명의 전력이 미노타우르스 암살자 푸스카 이상이였던 것이다.

물론 이들과 푸스카가 직접 맞붙을 경우 독이 안통하고 출혈이라는 개념이 없는 언데드의 특징이 변수로 작용할 수 는 있겠지만, 포박된 상태에서도 선명하게 단검을 불태우고 있는 핏빛검기와 사령안이 아니였다면 그 존재조차 눈치챌 수 없었을 은신술 그리고 이매망량의 손아귀가 옷깃에 닿은 순간 보여줬던 이형환위의 수법.

모든 지표들이 견우단 1조의 실력이 푸스카보다 윗줄임을 시사하고 있었다. 어찌됬든 병풍뒤에서 번데기처럼 움크리고 있던 녀석의 실력이 내 기준에서도 제법 쓸만한정도 였으니 직녀루의 주인은 이들의 실력을 얼마나 맹신하고 있었겠는가?

이 아줌마가 이 이상 뻐팅기면 직녀루의 가장 높은 건물 세개를 통째로 뽑아 저글링이라도 하려던 참이였는데 생각보다 일이 잘풀렸군. 그러면 이제 남은건 앞이빨이 몽땅 날아간 백호문의 소문주놈뿐인가. 과연 백호문에서 어찌나올지 심히 기대되는군. 이번야말로 팔륜성과 전면전을 펼쳐야할지도. 헤헷~

"지, 지금 입금했습니다."

"OK. 나도 확인했어. 역시 상인이라 그런가 돈처리 하나는 빠르구만. 그러면 나는 이만 내 숙소로 돌아가겠다. 저 이빨 빠진 새끼 호랑이는 내일 아침까지 저대로 둘터이니 백호문에서 사람이 오면 다음과 같이 전하도록. 용린검가에서 식객을 맡고 있는 옥사건이 무례하기 그지없는 무림후배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줘 무림의 정도를 바로 세웠다고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예. 그러면 날이 어두우니 살펴가십쇼."

"오냐. 다음부터는 기녀말고 손님도 좀 챙기라고. 아무리 천급 기녀들이 직녀루의 보물이라지만 실직적인 돈줄은 손님이니까.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손님이 왕이다. 크크킄."

사실 이매망량들이 내게서 직녀루에서 용린루 사이정도의 거리까지 떨어지면 아무리 Ex랭크의 영력이라고 해도 그 제어권이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있는 곳으로 오라는 정도의 간단한 명령은 내릴 수 있겠지만 누구누구를 포박하라는 집단행동을 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매망량 군단장 레가투스 레기오니스, 통칭 레레가 일종의 중계기 역할을 해준덕분에 이런 일도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레레를 남겨두고 직녀루를 벗어났다. 200만 VP라는 거금도 챙겼겠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콧노래까지 부르며 무인택시에 올라탄다. 만약 팔륜성에 택시기사가 존재했다면 무슨 좋은일 있냐며 넌지시 물어봤을지도.

*    *    *    *

"옥사건님이 인맥관리 능력이 이 정도일줄은 몰랐군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어린세랑 행정관."

"백호문의 장문인이신 양주청 어르신께서 옥사건님을 찾고 있습니다. 팔륜성에 도착한지 일주일도 채되지 않아 팔륜성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8인중 한명이 제발로 찾아오게 만들다니 그 능력에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 그거라면 인맥관리 같은게 아니라 제가 사고를 쳐서..."

"역시 그랬군요."

"역시라니 설마 어린세랑 행정관은 이미 모든 정황을 알고계시면서 저를 떠본겁니까?"

"용린검가의 정보력을 얕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훈이를 통해서 어제 옥사건님이 직녀루로 향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던바, 마침 팔륜학관에서 외박을 끊고 직녀루로 출타한 백호문의 소문주가 다음날 아침 그 직녀루에서 중상을 입은채로 발견됬으니 우연치곤 기묘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물론 그 의혹이 확신으로 바낀건 양주청 어르신이 옥사건님을 호출한 시점이였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용린검가에 피해를 끼칠 생각은 없습니다. 여차하면 지금이라도 나의 손님 자격을 박탈하고 근처의 오피스텔이라도 잡아주시던지요. 혹여나 일이 잘못되도 백호문따위 멸문시켜버리면 그만 아니겠습니가?"

"...백호문 따위입니까? 알겠습니다. 일단 응접실로 가시지요. 오래전부터 양주청 장문인이 기다리고 계신터라 다른 오피스텔로 약속장소를 바꾼다거나 하는 일은 힘들것 같습니다."

나는 어린세랑 행정관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용린루의 응접실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 일문의 장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어린세랑 행정관은 가면을 벗을 생각이 없는듯 했다. 천주랑 그 자식이 하도 어린세랑, 어린세랑 노래를 부르길래 한번쯤은 그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이래서야 욕실에 잠입해들어가지 않고서야 그런 기회는 없을것 같았다.

'아니 쭈구렁 할망구가 되서야 그 가면 벗을 셈인가?', '저 발목까지 오는 삼베치마는 엉덩이 라인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군.' 백호문의 최고 우두머리를 만나러 가는 길임에도 내 머리속은 그런 시시껄렁한 생각뿐이였다. 그러니 마치 삼국지의 장비를 연상캐하는 중년인의 덩치가 3인용 소파를 가득채운 관경을 보아도 심드렁할 뿐이였다.

오히려 내가 놀란건 분명 사지를 분지르고 옥수수까지 털어버린 백호문의 소문주 양해청이 붕대를 감긴했지만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아비의 뒤에 서있다는 점이였다. 그의 표정은 마치 '우리 아버지한테 한번 좆대봐라!'라는 느낌이여서 내게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미래의학의 힘을 빌린것일까 아니면 귀한 영약이라도 쳐먹은걸까.

'만약 후자라면 명치를 존나 세게 후려갈겨서 그 영약을 다시 토해내게 만들어주지.'

"양주청 장문인을 뵙습니다."

"오오 세랑 행정관 왔는가. 못보던 사이에 많이 예뻐졌군 그래. 나날이 그 미모가 발전해나가니 팔륜일미의 자리는 앞으로도 굳건하겠어. 그런데 옆에 계신 신사분은?"

"장문인께서 만나기를 요청하셨던 옥사건님입니다."

"그런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젊구만. 이거이거 혹시나 반로환동을 경험한 노고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말을 놓기도 애매하구만."

"그냥 반말 까십쇼. 저도 지금부터 반말할거니까. 참고로 내 나이는 액면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거."

"이, 이 자식이 아버지한테까지 무례하..."

"해청이 너는 가만히 있거라! 한마디만 더 하면 내 돈으로 박아준 금니를 내 손으로 다시 뽑겠다!"

양해청이 깁스때문에 운신도 자유롭지 못한 주제에 아버지 앞이라고 기고만장해져서 내게 소리쳤다. 미리 계획했던대로 명치를 조온나 세게 쳐서 아직 소화되지 않은 영약이 있다면 토해내게 할려고 했지만 그의 아버지인 양주청이 먼저 선수를 쳤다.

어린세랑 행정관을 상대로 했을때의 온화한 말투는 어디가고 진짜 호랑이가 포효하는듯한 그 다그침에 양해청이 딸꾹질까지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거이거 정말 재밌어졌군. 양주청은 일문의 우두머리답게 범상치않은 내공과 육체를 지닌 진짜베기 무인이였다. 모르긴 몰라도 은리 사저보다 하수는 아닌것 같은데 피가 끊어오르는구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