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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Oxogan The Mutual Hatred like Dog and Monkey
내가 말했던 지름길은 다름 아닌 오르시나의 수어지교 권능을 이용하는 것이였다. 다른 행성도 아니고 같은 행성의 물길은 큰 부담없이 포탈을 열 수 있으리라. 물론 오르시나가 물의 수호령으로서의 전투력을 보존하기 위해선 하루에 한번씩만 사용하는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게 족히 일주일동안 밤새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북해용궁의 근해에 1시간도 채 되지 도착하자 스와레 공주는 어안이 벙벙한지 큰 눈을 껌뻑거렸다. 그 모습조차 너무 사랑스러워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끌어안을뻔 했지만 이솔다 공주의 당부가 떠올라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대신 이매망량을 지지대 삼아 바다위에 내려선다음 스와레 공주를 바다밑까지 에스코트했다. 호버크래프트를 아이언 메이든으로 회수한뒤 살펴보니 스와레 공주의 하반신이 에메랄드빛 비단잉어화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그만큼 바닷물이 맑았다는 소리였는데 기이하게도 북해용궁의 해안가주변은 바닷물이 시커멓게 죽어있었다.
"오르시나 이건 혹시?"
"맞아. 디파일러들이 별의 생명력을 일부 흡수한거야. 아직 그 피해범위가 넓진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
"옥사건 준위님 이 분은?"
"물의 수호령 오르시나라고 해서 저의 충실한 섹ㅍ... 가 아니라 동료죠. 이번에 스와레 공주님의 호위를 전담할 친구기도 하고요. 혹시라도 난전이 벌어진다면 제가 스와레 공주님을 신경쓰지 못할 수 도 있으니까요."
"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물의 수호령님."
"정말이지 누구와는 다르게 귀염성이 하늘을 찌르는 인어공주님이네. 내가 작심하고 지켜줄테니까 옆의 인간하고는 웬만하면 가까이 있지마. 완전 질 나쁜 녀석이니까."
"어허 어디서 말도 안돼는 색안경을 씌우려는거야? 그건 그렇고 스와레 공주님 예의 비밀통로는 어디에 있는거죠?"
"아 그건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야해서. 이걸 받으세요."
스와레 공주가 자신의 하반신에서 에메랄드빛 비늘을 떼어 내게 건네주었다. 이건 분명 바닷속에 있는 전생유적에 입장하기 위해 사용한적이 있었던 인어의 비늘. 그것도 인어공주님의 것이니 프리미엄이 붙는다해도 이상할게 없었다. 그런가 북해용궁의 내부와 이어진다는 그 비밀통로의 입구는 해저속에 있었던가.
디파일러들이 점령하고 있는 북해용궁을 대놓고 정문을 통해 입장하려든다면 싸움을 피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여차하면 북해용궁에 주둔중인 디파일러 병력들을 모조리 섬멸하겠다고 선언한 나였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들키지 않고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스와레 공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걸 선택하게는게 맞았다. 스와레 공주를 선두로 바닷속으로 잠수해 들어간 나는 겉으로 보이는것 보다 해저 상황이 심각하다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물속 생태계의 기반인 산호초들이 모조리 말라 비틀어져 있었고 그에 따라 먹이사슬이 차례차례 끊긴 탓인지 생명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수질도 썩 좋질않아 불쾌했지만 그런걸 불평하고 있을때가 아니였기에 오르시나의 손을 잡고 스와레 공주를 바짝 쫓아갔다.
"야 이 미친 계약자야 지금 어딜만지는거야?"
"찹살떡처럼 쫀득쫀득한 엉덩이요."
"그러니까 니 엉덩이나 쳐만질것이지 왜 내 엉덩이를 만지냐고!"
"거의 다왔어요. 모두 조금만 힘을 내주세요."
해안가를 돌고돌아 절벽같은 곳에 이르러 수중동굴을 발견하기까지 너무나 지루했던 나는 놀고 있는 손으로 오르시나의 엉덩이를 조물딱거렸다. 금새 발끈하며 물속에서 소용돌이를 일으켜 저항하려 했던 오르시나였지만 스와레 공주가 있다는것을 깨닫고 잠잠해졌다.
그렇게 오르시나를 상대로 치한짓을 하면서 꼬이고 꼬인 수중동굴 여행도 적적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물길이 끝나고 마침내 지상으로 올라왔으니 출구가 가까와졌다는 뜻이리라.
우물처럼 일자로 뚫린 암벽이 다소 난코스가 될 수 도 있었지만 등반할것도 없이 이매망량을 계단삼아 걸어 올라가면 그만이였다. 혹시나 있을 적의 위협을 대비해 이번에는 내가 선두를 잡았다. 그제서야 치한의 손길에서 벗어난 오르시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게 어찌나 귀엽던지 스와레 공주만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따먹고 싶을정도였다.
그런 야한 상상을 할만큼 북해용궁 내부로 진입하는 내 마음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한계단 한계단 우물의 입구가 가까워질때마다 눈에 띄게 불안해 하는 스와레 공주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런데 마침내 우물입구에 다달아 나무판자를 치우려는 순간 내가 열기도 전에 문이 열리면서 막대기가 내려왔다.
"그걸 잡고 올라와.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아니 고생이랄것 까지는 없었다만 너 누구냐?"
아무 생각없이 막대기를 잡고 북해용궁의 내부로 들어서니 고풍스러우면서도 웅장한 성의 내벽구조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아이스 바운드 마을때문에 내심 인어족들의 건축수준이 다소 낮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부터는 전면 수정해야할듯 싶었다.
뒤늦게 시야에 잡힌 막대기의 주인은 다소 양아치스러운 귀걸이와 목문신을 하고 있었지만 금발 홍안의 미남임을 부정할 수 는 없을듯 했다. 이런 나보다 잘생긴 남자를 보면 복통이 생기는 지병이 재발을! 우레야 매번 보니까 내성이 생겼다지만 이렇게 이기적인 기럭지에 이국적인 외모까지 갖춘 남자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쩌자는건지.
그것도 스와레 공주까지 뒤따라 올라와 삼자대면을 하니 현기증이 생길정도였다. 저 남자 아구창을 한대 후려갈기면 나보다 못생겨지려나? 한두대갖고는 안될것 같다는 계산이 섰을 때 나는 저 사내가 내민 막대가 작살의 일종이였음을 눈치챘다. 자신이 작살쪽을 잡고 손잡이 부분을 내밀었기 때문에 보통의 막대기로 보였던건가.
"이걸 보고 있는건가? 너도 제법 눈썰미가 좋군. 인간의 무기에 내가 흥미를 갖는건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까. 이 작살은 북해용궁의 보물인 여의창이다. 아마 선대 북해용왕이 고래잡이에 사용했던 무기였다라지? 그리고 고래를 잡아먹고 사는 물고기 와일슬레이어와 똑같은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어느쪽이든 고래를 100리 이상 죽였다고 하니까 말이야. 그렇지 않나? 스와레 공주."
"아,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는 어디에 있습니까?"
"물론 나는 약속은 지킨다. 설마하니 네가 정말로 예의 강령술사를 데려오는데 성공할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보기보다 제법이잖아? 하하하, 낑캉 데려와라."
"잠깐 둘이 아는 사이? 나를 냅두고 무슨 얘기를 그렇게 시부렁 시부렁 거리는거야."
"이런 주인공을 냅두고 너무 소란을 떨었나? 뭐 간단한 이야기야. 선수금으로 북해용궁의 주민들을 살려주고 너를 데려오면 스와레 공주의 양친까지 살려주겠다고 딜을 한거지.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만 이제보니 잭팟이였던 모양이군."
"죄, 죄송합니다. 옥사건 준위."
번개같이 뇌리를 관통하는 한 장면이 있었다. 스와레 공주가 동행인은 남자인 편이 좋겠다고 떼를 쓰는 장면이였다. 그때는 스와레 공주가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나보다라고 생각하며 어물쩡 넘겼지만 전후사정을 알고보니 너무나 수상한 발언이였다.
대대급 디파일러 부대를 손실없이 제압할 수 있는 DF등급 소유자는 그야말로 극소수였으니 성별을 제한하는것만으로 나를 특정해냈다는건가. 나의 적대적 시선에 스와레 공주가 수도꼭지가 고장난것처럼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건 절대 악어의 눈물은 아니였다. 여리디 여린 스와레 공주의 심성을 생각했을때 북해용궁의 주민들과 양친의 목숨이 저울대 위로 올라간 순간 정상적인 사고 불가능해 졌을터. 쯧쯧쯧. 차라리 아이스 바운드에 있을대 진상을 말해줬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텐데.
수중동굴 연결된 비밀통로는 최종적으로 알현실로 이어져 있었으니 왕족들의 탈출로라는 말은 사실이였겠지만 문제는 그걸 적에게 들켰다는 것. 이미 수중동굴쪽에는 디파일러 놈들이 틀어막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사이 웬 킹콩이 양손에 인어족 두명을 틀어쥐고 알현실로 입장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스, 스와레 이 남자의 말을 들으면 안된다고 이 아비가 그리 말했거늘...크흑"
"데려가라. 설마 근거지 까지 부축해달라고 말하는건 아니겠지? 어쩔 수 없었다고. 고문같은건 내 취미가 아니였지만 이 여의창이 있는 장소를 저 녀석이 좀처럼 불지 않았으니까. 성가시게시리."
"잠깐 이런저런 정황을 종합하다보니 네 정체를 알아낸것 같다만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건가?"
"그러고보니 서로 통성명도 아직 안했던가? 그래, 내가 디파일러 킹 마애혈불 긴고님이다. 아까 스와레 공주가 말했던걸 듣자하니 너는 옥사건 준위렸다.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거지만 준위라고 하는 계급은 킹보다 높은건가?"
"스와레 공주 위험해요!"
쒜에에에에에엑! 금발 홍안 사내의 정체가 디파일러 킹이라는 것이 밝혀지기 전부터 사령안의 기본기능인 트루스피커로 영혼의 속삭임을 주시하고 있던 나는 아주 미약한 공격의사를 확인하고 스와레 공주를 감싸안았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트루스피커의 전파가 시원찮았지만 마애혈불 긴고는 분명 누군가를 공격하려 했고 그 상대는 내가 아니였다. 오르시나가 현재 수증기화 되어 스와레 공주를 암중에서 호위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거법에 따라 스와레 공주만이 남는다.
아니나 다를까 여의창이라고 불리우는 북해용궁의 보물이 쭉 늘어나더니 내 몸을 관통했다. 그 과정에서 여의창의 돌진력이 제법 감쇄됐기 때문에 오르시나가 만든 물의 방패가 어렵지않게 여의창의 날을 수비해 낼 수 있었다.
"무슨 짓이지? 나는 약속은 지킨다라고 말한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만. 디파일러 킹이란 존재가 이렇게 입이 가벼울줄은 몰랐는데?"
"글쌔. 나는 스와레 공주의 양친을 살려주겠다고 했지 스와레 공주를 살려주겠다고 한적은 없는데 말이지. 애시당초 그녀는 너를 물먹인 장본인이라고. 감싸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오히려 네가 해야할 일을 대신해줬으니 감사해야하는것 아닌가?"
"이봐 오지랖도 정도껏 부려야지. 네 말대로 스와레 공주는 내게 빚을 졌다. 그러니까 그 빚을 갚을 방법도 내가 정한다."
"크크킄. 정말로 재미있는 놈이군. 사리카야가 관심을 가질만해. 그런데 이걸 어쩌나? 이 북해용궁은 이미 내 부하로 바글바글이거든. 물론 네가 비밀통로랍시고 기어들어온 통로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나는 내가 죽이고자 마음먹은 상대를 실수로도 살려둔적이 없어. 네가 감히 그 의지를, 왕의 살상명령을 거스르겠다는거냐?"
"나 또한 생사여탈을 결정한 상대의 운명을 실수로도 바꾼적이 없다. 너야 말로 감히 대사신의 의지를 거스르겠다는거냐?"
흑단관구(黑檀棺柩)에 잠들었던
전투마(Warhorse) 나이트메어
머미메이지(Mummymage) 무슈
사일런트워커(Slientwalker) 푸스카
묘지기의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현현(顯現)하라
내 소환령에 주위에 자욱한 검은 연기가 가득차고 익숙한 실루엣 셋이 비친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이언 메이든에서 미노타우르스 좀비로만 이루어진 일개대대의 병력을 소환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스와레 공주의 생환에 공을 들이는 이유. 그건 절대 내가 정의의 사도여서 그런건 아니였다.
그 어떤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었다 한들 스와레 공주는 나를 함정으로 밀어넣었다는건 명백한 사실이였다. 아마 남자새끼라면 마애혈불 긴고보다 빠르게 목을 쳤겠지. 그러나 스와레 공주는 아름다운 여성이였고 이솔다 공주와 소꿉친구이기도 했다.
즉 현 상황은 스와레 공주와 이솔다 공주 두명에게 이중으로 점수를 딸 수 있는 당구로 따지자면 쓰리쿠션이 가능한 상황이였으니 대망의 쓰리섬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디파일러 킹 긴고의 앞에서는 대사신이니 어쩌니 멋들어진 말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나는 성욕의 화신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