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83화 (18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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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Oxogan The Twelve Sky

"길게 끌고 싶지 않으니까 요점만 말하지. 가진거 다 토해내라. 그러면 살려주마. 물론 내가 짖으라면 짖는 충견으로 제 2의 삶을 시작해야겠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지 않겠어?"

"서, 설마 네가 아크리퍼?"

"내가 누군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율리시안? 그냥 손가락만으로 네놈의 머리통을 터트릴 수 있는 위대한 존재라는것만 알아도 충분하잖아."

"다 넘기겠다. 고스트 슈트, 팬텀 슈트, 캡틴 슈트의 설계도는 물론 미얀마에 있는 비밀공장까지 전부 넘길테니 제발 비비앙을 만나게 해줘. 제발, 제발... 크흣! 그녀가 너무 보고 싶어."

"어디보자 비비앙을 만나게 해주면 모든걸 다 토해놓겠다고? 그것 참 조금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 제안이군. 그냥 죽어라."

나는 이매망량 백인장에게 율리시안 헉스포드를 박살낼 것을 지시했다. 이매망량 백인장은 한쪽 손가락으로 율리시안을 찍어누른채로 무심히 도깨비 방망이를 내리쳤다. 파직! 마치 벌레가 밟혀 죽듯이 율리시안은 내장조각과 피를 방안에 흩뿌리며 최후를 맞이했다.

한때는 미국방성에서도 러브콜을 보내온 촉망받던 공학도이자 민간군사기업 고스트의 캡틴이였던 그였지만 도엔버 크로스데일의 의뢰를 받은것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애인도 뺐기고 부하도 전멸하고 마침내 자신의 목숨까지 잃었으니 약육강식의 잔혹함이란 바로 이런거겠지.

나도 저런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지금 보다 더 강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율리시안의 슈트 시리즈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총알따위는 귀갑흑석단으로 커버가 가능했으니 우주에서도 알아주는 아케인족의 슈트가 모조리 박살난 지금 내게 필요하건 최소 미사일 정도는 막아낼 수 있는 갑옷이였다.

뭐 그래도 고스트 슈트를 양산해서 각국의 국방부에 팔아먹는다면 제법 짭짤할테니 기야스에게 미얀마 지역의 탐사를 맡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뭐 어찌됐든 지금 당장 중요하건 강신술과 풍수지라는 키를 들고 있는 왕루옌을 구슬리는 일이였다.

"왕루옌 아니 미친개라고 불러야 하나? 개새끼들처럼 쪽수로 밀어붙이다가 쳐발렸으면 더 이상 무게잡지말고 어서 대답해라. 네년이 율리시안 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지만 내 인내심이 개미 똥구멍만해서 말이야. 3초안에 대답하지 않으면 네가 즐겨쓴다는 천둥벌거숭이형 보다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고문해주지. 3, 2, 1..."

"역시 나는 십이지천의 형제들과 일만이천 교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인망높은 두목은 아니였던것 같군. 흐흐흐."

"이년이 미쳤나. 갑자기 왜 실실쳐웃고 지랄이야. 네년 싸가지 없는건 육천에 가까운 교도들을 총알받이로 내보낼때부터 알아봤으니까 새삼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것 같은데?"

"맞아. 육천명의 교도들을 희생해서 아크리퍼 네녀석의 힘을 일할이라도 빼게 만든다면 이득이라고 생각했지. 조직의 대의니 의리니 하는건 다 허울에 불과했을뿐이야. 그런데 그런 희생을 치뤄놓고도 지금 내가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

"어디 한번 그 두개골을 쪼개서 무슨 생각을 쳐하고 있는지 알아볼까? 뒤지기 싫으면 빨리 본론이나 말해!"

"어떻게 하면 아크리퍼 네녀석에게 달라붙어서 부귀영화를 누릴지 생각하고 있단 말이지. 제 입으로 형제들이라 칭한 자들을 쳐죽인 상대에게 어떻게하면 잘보일까 고민하고 있단 말이다! 흐흐흐흐흐흑, 흐흣. 견소룡이 죽기전에 내게 뭐라고 했는지 아나? 어떻게든 몸을 보전해서 힘을 비축한 뒤 대의를 이루라더군.

그 놈의 대의, 대의, 대의! 나중에 진정으로 인민들을 위한 중국을 세우겠다는 대의 말이야. 하하하! 그저 내가 교도들을 현혹하기 위해서 짜낸 바보같은 문구에 모두 현혹되가지고는 그렇게 목숨을 바치다니 웃기지않아? 일국을 갈아엎을 힘이 있다면 그냥 그 힘으로 잘먹고 잘사면 그만인것을. 그래 차라리 그때 모두 죽은게 잘된 일일지도 모르지. 암 그렇고말고. 흐흐흐, 흐윽!"

왕루옌 또한 율리시안과 마찬가지로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모든 것을 잃었다. 자신을 포함한 12명의 십이지천 형제중 살아남은 자라고 해봐야 쿤메이와 샤오밍 자매뿐이였고 일만이천의 교도들은 난징성 대재난에 휘말려 한명도 빠짐없이 객사했다.

일주일도 채 되지않은 시간동안 그런 흉사를 연달아 겪다보니 왕루옌의 견고한 가면도 부서질 수 밖에 없었으리라. VOT(Vaccine Of Things) 온라인에서 나와 함께 상대하고 싶지 않은 유저 TOP 1,2를 다투던 악질 PK(Player Kill)유저 매드독스는 더 이상 내 앞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욕심으로 많은 이들을 사지로 내몰았지만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는 여인만이 있을뿐. 뭐 나는 그런 왕루옌의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였다. 인간은 아니 생명체라면 누구나 이기적인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더 좋은 암컷과 먹잇감을 탐내는 이기적인 마인드야말로 생명체를 진화시킨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나라도 왕루옌의 위치에 있었다면 똑같이 아니 더 악랄하게 동료들을 사지로 몰아붙였으리라.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결과적으로 나는 승리자였고 왕루옌은 패배자라는 사실였다.

"동정팔이는 저기 길바닥에 나가서나 하고 내가 묻는 말에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라. 그래서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예, 아크리퍼님의 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좋아 아주 잘 선택했어. 그깟 부귀영화 내가 가끔씩 던져주는 개껌만 받아먹어도 범인 수준에서는 상상도 못할만큼 누리게 해주지. 그전에 일단 충성의 서약을 하도록 할까? 이거 빨어."

"예?"

"이거 빨라고 눈치 없는 년아. 남자가 좆대가리 꺼내들고 빨라고 하면 그게 뭐겠냐? 설마하니 내가 세탁기가 없어서 너보고 바지를 빨아달라고 하겠니?"

"예, 예 알겠습니다."

그 카리스마 넘치는 두목 왕루옌이 내게 엉금엉금 기어서 다가와 고간에 얼굴을 파묻었다. 조심스럽게 좆대가리를 물어재낀 뒤 오물조물거리는 꼴을 보아하니 이 년은 한번도 구강성교를 해본적이 없는 모양이다.

하긴 재딴에는 암흑계에서 만인지상의 자리까지 오른년이 뭐가 아쉬워서 다른 남자놈 좆을 빨겠는가? 왕루옌의 혀놀림은 정말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같은 북두십성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유저를 굴복시켰다는 고양감때문에 그나마 즐길만 했다.

10분간 왕루옌의 구강봉사를 즐기다 거의 억지로 사정감을 유도한 나는 그녀의 표독스러운 얼굴에 정액세례를 끼얹었다.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결심을하고 누그러뜨려진 표정이 저거라니 이 년 인상 한번 참 사납구만. 뭐 저 살쾡이같은 눈매때문에 암흑계를 재패하기 용이했을지도 모르지.

나는 이어서 조금 과장해서 륭 사부급으로 단련된 왕루옌의 여체를 어루만졌다. 찰싹!하고 궁뎅이를 때려보니 바로 견적이 나온다. 이 탄탄한 궁뎅이를 벌리면 제법 쫄깃한 보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쿤메이의 그곳에 비하면 조금 뻑뻑할 수 도 있겠지만 그거야 내 마검으로 천천히 길을 들이면 그만이다.

"아직 해가 중천이니까 제대로 한번 즐겨보자, 이 암캐년아! 내 눈빛만 봐도 질질싸게 만들어주지."

*    *    *    *

난징성 대재난이 있었던 날로부터 한달 뒤 국제정세는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중국은 신의 지팡이의 국지적 폭격의 심증적인 범인을 미국으로 확정지었다. 물증은 없었지만 애초에 신의 지팡이라는 개념이 나온것도 미국 나사(NASA)였고 그러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을 법한 곳도 미국 나사뿐이였다.

최근 무섭게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명실상부한 세계의 2인자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중국을 향한 경고차원에서 미국방성이 난징성을 날려버렸다? 신의 지팡이가 기술적인 문제는 둘째치고 경제적인 차원에서 실현가능한 무기인가라는 의문이 남아있었지만 언뜻 듣기에 중국의 의견은 타당해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바로 세계 3차대전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중국 수뇌부 측은 전쟁으로 잃기엔 너무 많은 것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객관적으로 봤을때 군사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거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국가와 전쟁을 펼친다는것이 미친짓이라는 걸 그들도 모르지 않았다.

대신 중국인민공화국에서 선택한 차선책은 다름 아닌 국제여론 싸움이였다. 세계의 보안관을 자처하는 미국이 이렇듯 무차별 공격을 펼쳤으니 너희들도 그 대상이 되지않으리란 법이 있겠느냐?라는 뉘앙스로 시작된 여론몰이는 제법 힘을 얻어 다각도에서 미국을 압박해 들어갔다.

"그때 차라리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으면 지구를 정복하기 편했을텐데."

그러나 미국은 직접적인 무력도발이나 경제 제재조치도 아닌 정말 순수한 여론싸움에 쉽게 응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물증도 없이 난징성 대재난의 범인으로 미국을 몰고간 중국을 향한 반대여론을 모아 역습에 나섰으니 한국과 일본이 이쪽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중국의 의견에 힘을 실고 심지어 일부 자국민들까지 미국방성을 비난하고 나서자 미국은 마침내 오랫동안 참아왔던 폭탄을 터트려 반미여론을 한방에 잠재웠다. 그 폭탄은 다름아닌 VOT 온라인과 천외천 유저들에 관련된 진실이였으니 전세계가 뒤집힌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SSS(Special Sequrity Service)의 요원이 직접나와 초능력까지 선보이며 VOT의 이적이 실제함을 증명한 미국정부는 일전에 뉴욕 지하철에서 발생했던 의문의 폭발사고의 범인으로 지목된 블루아주 크로스데일 회장이 천외천 유저였음을 밝히고 이번 난징성 대재난 또한 천외천 유저의 짓을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각국의 정부에서 암묵적으로 숨겨왔던 사실을 국제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미끼로 던진셈이니 또 다른 비난여론이 일법도 했지만 각국 정부의 사정은 여의치가 않았다.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온라인 게임에서 정체불명의 힘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VOT 온라인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통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농담으로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십쇼, 사건님. 혹여나 제 3차 세계대전이 핵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지배할 지구 자체가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알았어, 아야사. 나도 그냥 해본소리라니까."

성인만이 즐길 수 있다는 게임심의등급을 제외하면 그 어떤 법의 저촉도 없었던 VOT 온라인이였지만 최근에는 관련 법안으로 법전 한권이 나올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나마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VOT 관련 사태를 대비한 한국은 사정이 나았다.

블루아주 회장의 유작인 뉴트리아X를 가장 빨리 국토에서 박멸한 국가로 이름을 알렸던 한국은 또 한번 가장 체계적인 VOT 관련 법안을 책정한 것으로 많은 국가가 벤치마킹을 시도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천외천 유저들이 아크엔젤 하희빈이 설립한 백월교라는 세력에 속해있었다는 점 또한 치안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북한을 포함한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천외천 유저가 이끄는 조직들이 반정부 세력으로 돌변해 통치권을 찬탈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정말 점잖은 동네였다는 거지.

게다가 타국이 천외천 유저들에 대한 불신과 그들이 VOT에서 얻어낸 이적에 대한 욕망으로 갈등을 겪을때 한국은 비교적 빨리 상생의 길을 도모했고 세계 최초로 VOT 전문대학까지 설립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에스컬레이트처럼 착착 진행되는 그 일련의 작업들이 의심스럽기 그지없었다.

"툭까놓고 말해서 나는 한국이 이렇게 VOT 관련 사태를 잘 대처할줄 몰랐어. 뭔가 구린 냄새가 나."

"사건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인구수 대비 가장많은 천외천 유저를 지니고 있다는건 어찌보면 통제해야될 돌발변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런 천외천 유저들을 VOT 전문대학의 교수로 초빙했다는건 이미 사전에 협약이 되있었던게 아닐런지."

"아무래도 하희빈 그년이 가장 의심스러워. 어쩌면 매혹계열의 능력으로 한국 수뇌부를 전부 포섭한걸지도 모르지."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하희빈양과 한국 정부간에 어떤 긴밀한 협약이 있는것은 확실합니다. VOT 전문대학의 교수진들만 보더라도 대부분 백월교 출신이고. 뜬금없이 서울 한복판에 신전을 짓겠다는 건설계획이 인가된것도 정부와의 연줄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말입니다만 사건님. 저희도 어떤 대외적인 세력을 발호해야 하는것이 아닌지?"

"뭐 평소처럼 계속 방관자처럼 있을 수 만은 없겠지. 안그래도 중국쪽에서 포섭한 천외천 유저 셋에게 한국의 뒷골목을 밑바닥부터 접수해달라고 지시해놨어."

"확실히 양지에서는 이미 하희빈양의 백월교가 꽉잡고 있으니 음지부터 치고올라가는 것이 순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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