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64화 (16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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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 Oxogan The Twelve Sky

"이봐요 소위 양반 이름이 뭡니까?"

"주성귭니다, 주성규.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요 주소위 나중에 이 아수라장이 누구 소행인지 잘 증언해주시길 바랍니다. 저한테 불똥 튀는 일이 있으면 곤란합니다."

"예?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아니 그것보다 당장 GFT를 호출해야합니다."

"GFT? 그건 또 뭡니까?"

"제네틱 포스 트루퍼. 대 천외천 범죄군 전담 수사반입니다. 이번에 대대적인 뉴트리아X 소탕작전 때문에 항시 대기중이니 수도권 내에서라면 5분 안에 헬기를 타고 도착할 수 있을겁니다. 앗차! 이건 기밀사항인데..."

"기밀사항이고 나발이고 일단 살고봅시다."

미국의 SSS(Special Security Service)처럼 한국에도 천외천 관련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특수부대가 있는 모양이다. 매스컴을 통해 VOTO(Vaccine Of Things Online) 관련 정보를 억제할줄만 알았지 실제 현장에서는 손가락만 빨줄 알았는데 그런걸 준비했단 말이지?

이것 참 기특하다고 해야하나. 나는 실탄도 없는 M16 소총은 진즉에 갖다버리고 주성규 소위와 내 몸을 이매망량의 물결에 실어보냈다. 뒷산치곤 꽤 가파른 산 비탈면을 타고 최대한 빠르게 가시남자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생각이였다.

한쪽 다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은 한층 더 강력해진 이매망량 덕분에 유명무실해졌고, 거센 파도를 가로지르는 서퍼처럼 험한 길만 골라 하산하니 가시남자도 쫓아 오지 못했다. 검은가시 자체는 무슨 채찍마냥 유연한 공격이 가능했지만 가시남자 본인의 기동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달까?

바로 눈앞에서 나뭇가지나 바위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하자 육사출신의 주성규 소위도 적잖이 쫄고 있었다. 어느모로 봐도 외발남자가 선보일 수 있는 재주는 아니였기에 나중에 변명의 말을 준비할 필요가 있으리라. 뭐 어차피 주성규 소위가 구명의 은인을 추궁할 타입으로는 보이진 않으니...

"다른 예비군들은..."

"GFT가 도착하면 같이 올라가서 찾아보죠. 뿔뿔이 흩어졌다면 모두 죽진 않았을겁니다."

"제가 천외천 범죄자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에 선량한 시민들이 학살당한것 같아 마음이 아프군요."

"너무 마음쓰지 마세요. 살의가 있으면 숟가락으로도 살인을 할 수 있는게 사람입니다. 이번 일은 그냥 사고에 불과했어요. 주소위의 탓이 절대 아닙니다."

"뉴트리아X도 그렇고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징후가 심심치 않게 발견됐지만 저는 대한민국이라면 아직 법과 질서가 살아있을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 희망사항이였던것 같군요. 후우... 헬기소리가 들리네요. GFT가 도착한것 같습니다. 한쪽 다리뿐이라 힘드실테니 저한테 한쪽 어깨를 기대세요."

주성규 소위의 말대로 저 멀리서 아련하게 프로펠러 도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한쪽 다리가 불편해도 운신에 지장이 없다는걸 알면서도 부축을 도맡은건 내가 선보인 능력에 관해서 함구하겠다는 암묵적인 의사표현인가?

내가 아무리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망나니라고 해도 이렇게 싹수가 있는 친구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이번 사건에 관련해서 증인으로 서게 된다면 아야사의 연줄을 이용해서라도 징벌을 피해갈 수 있게 해줘야겠군.

GFT(Genetic Force Trooper)의 헬기는 어느새 지척에 달했으나 산악지형이라 착륙이 여의치 않았는지 부대원들이 상공에서 바로 낙하해 내려왔다. 지면에 착지하자마자 능숙하게 낙하산을 탈착하고 분대장으로 보이는 남성이 주성규 소위에게 접근해온다.

"GFT소속 한강철 소령이다. 풍산개 2호를 발동한게 그쪽인가?"

"충성! 특전사 소속 주성규 소위입니다."

"이런데서 후배를 보다니 반갑군. 그건그렇고 우리를 호출한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있겠지?"

"예!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해야할것 같습니다. 상황이 급박합니다. 지금도 민간인 사상자가 더 늘어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민간인? 아하... 예비군을 말하는건가. 주성규 소위 소집령이 발동한 이상 예비군도 군인이다. 귀관의 마음은 모르는건 아니지만 군인이 희생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그럼 바로 사건지로 안내해주... 그런데 그쪽은 누구지?"

"예비군 3년차 예비역 병장 김사건입니다. 이거 뭐 충성이라도 해야됩니까?"

"아니 됐네. 전역한지 3년이면 충성하는법도 잊어먹었을텐데. 다만 내가 부지불식간에 내뱉은 말들은 전부 잊어버리는게 신상에 좋을걸세. GFT분대 약진 앞으로."

일단 장비부터가 남다른 GFT분대원들이 마치 평지를 오르듯 산을 타기 시작했다. 주성규 소위까지 그 행렬에 따라붙어 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줄 알았는데 GFT분대에서 대원 한명이 이탈하더니 인상을 찌푸린채로 내게 다가온다. 잠깐만 그런데 저 체형은 여자같은데?

"시발! 오랜만에 실전을 맛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예비군 뒤치닥거리나 해야되다니."

"뒤치닥거리? 그쪽이 없어도 내 발로 걸어나갈 수 있으니까 그런 표현은 자제해줬으면 좋겠군."

"하아? 여군도 여자라고 지금 허세 떠냐? 이런 산 중턱에서 한쪽발이 불편한 상태로 어떻게 빠져나간다는거야? 잔말말고 한쪽어깨 기대! 나도 좋아서 하는게 아니라 명령이라 따르는것 뿐이니까."

"우리는 국가와 국민의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 육군이다. GFT는 복무신조같은게 없나보지? 나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니까 조금 친절하게 대해주겠어? 내가 등산하다 조난당한것도 아니고 소집령에 응했다가 불의의 사고에 휘말린건데."

"예이예이.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위대하신 국민님."

짧은 스포트 머리때문에 멀리서보면 남자라고 착각할 수 있을만큼 보이시한 외모의 여군이 내 부목이 되어 주었다. 내가 아무리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놈이라지만 겨드랑이에 와닿는 여군의 단단한 어깨근육에 스려던 고추도 절로 가라앉았다.

그런데 GFT에게 이매망량의 힘을 들켜봐야 좋을게 없을것 같아 순수하게 육체의 힘만을 사용해 등산을 하려니 여간 벅찬게 아니다. 기갑교룡 골리앗과 아처를 만드느라 한달정도 LPTM(Liquid Physical Training Machine) 훈련을 쉬었더니 그새 몸이 녹슬은 모양이다.

역시 인스턴트식으로 만든 몸은 빠르게 쳐지는건가? 내 체중을 일부 지탱하면서도 찡그림 한번없는 여군을 따라 한강철 소령이 올라간 길을 쫓다보니 어느새 가시남자와 교전중인 GFT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형의 검은가시 능력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을줄 알았는데 상황은 정반대였다.

고슴도치마냥 온몸에 마취탄환이 박힌 가시남자가 힘겹게 검은가시를 전개하고 있었지만 GFT군의 이마는 두부처럼 꽤뚫리는게 아니라 덜익은 감자처럼 겉표면만 까질뿐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탄모 내피가 그정도 내구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순없으니 제네틱 포스 트루퍼란 이름 그대로 유전자 조작이 가미된걸지도.

"이이이익! 내가 바로 레비아탄님에게 선택받은 인간 데빌 타투너란 말이다! 국가의 똥개놈들에게 질 수 는..."

"도대체 천외천 놈들은 왜 하나같이 전투경험은 미천한 주제에 저런 오글거리는 대사를 내뱉는건지. 역시 게임이 사람을 망치는건가? GFT 일제 사격 개시!"

"지금부터 보는 관경은 머리속에 잊는게 좋을거야 예비군. 언젠가 매스컴에 정식으로 공표하는 날이 오겠지만 그전까진 입다물고 있어. 그 잘난 국민 대접을 받고 싶다면."

"아이코 무서워라. 발설하면 어디 남산에 끌려가서 코로 사이다라도 먹일려고? SNS때문에 한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세상이야. 도대체 언제까지 VOT 관련된 사건사고를 숨기려는거지? 게다가 이번에는 적지않은 사람들이 죽었어. 그것도 예비군 소집령을 받은 일반인들이. 절대 파장이 만만치 않을걸?"

"너, 너 VOT 관련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설마 네녀석도..."

"좋을대로 생각해.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굳이 천외천 유저가 아니더라도 VOT의 이적을 각성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일반 사람이였다면 마취탄 한방에 이미 꿈나라로 향했겠지만 가시남자는 이명을 지닌 천외천 유저인만큼 나름 저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언제 찢어졌는지 상체를 개방한 가시남자의 몸은 악마문신으로 도배되어 있었고 미루어 짐작컨대 그것이 그의 힘의 원천일터였다.

전세는 GFT쪽으로 거의 기울었지만 산정상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듯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무슨 연근도 아니고 구멍이 송송 뚫린 바위와 소나무들. 거기에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찢어진 청바지 패션을 하고 있는 GFT분대원들 중에는 피를 흘리고 전장에서 이탈한 자들도 있었다.

추가로 발사된 마취총을 맞고 가시남자 마침내 쓰러졌으니 무혈제압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상자없이 무사히 천외천 범죄자를 제압한 것이다. 이미 죽은 예비군들이야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모두가 안심하는 가운데 한강철 소령이 k11 복합소총을 겨눈채로 가시남자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지근거리까지 접근했다.

그러나 그 순간 가시남자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올리며 최후의 발악을 펴쳐보였다. 그 타겟은 다름 아닌 나를 부축해준 여군이였으니 섬전처럼 뻗어나간 검은가시가 여군의 눈동자를 노려온다. 한강철 소령의 말대로 전투경험이 일천한 가시남자였지만 눈동자까지 단단하진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리라. 탕!

"소노부 중위!"

"한강철 소령님 저는 괘, 괜찮습니다."

한강철 소령이 스스로를 데몬 타투너라고 밝힌 가시남자가 수상한 거동을 보이자마자 k11의 공중폭발탄으로 머리통을 날려버렸지만 여군의 눈동자를 향한 검은가시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매망량으로 겹겹이 둘러싼 장판을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의 눈동자를 5cm 남겨두고 검은가시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자 터프한 여군도 숨을 거칠게 내쉬며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본의 아니게 GFT의 분대 전원의 시선을 독차지하게된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예비군들이 주로 도망친 방향을 가리켰다.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찾으러 가봐야 하는거 아닙니까? 길이 험한건 둘째치고 뉴트리아X가 또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주성규 소위 부하 몇을 부쳐줄테니 예비군 생존자 수색작전에 임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희 둘은 저 예비군 신병 확보해. 범죄적 성향을 지닌 자는 아닌것 같지만 VOT의 이적을 발휘할 수 있는 자니 방심하지 말고."

"누구 마음대로 내 자유를 억압하겠는다는 거지?"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서니 예비군은 협조하도록. 보시다시피 시국이 불안정한 때에는 강력한 국가의 통제가 약이거든. 나쁘게 굴 생각은 없으니 화를 자초하지 마."

"나는 국민이고, 국민은 대한민국의 주인이야. 영장도 없이 이렇게 함부로 굴어도 되는건가? 똥개 새끼들이 주제를 알아야지. 너희들은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어. 천외천 유저는 선량하고 악하고를 기준으로 나뉘는게 아니라 건드려도 되는자인가, 아닌자로 나눠진단 말이다!!! 그리고 저기 널부러진 가시남자는 전자고 나는 후자지. 이 주인을 무는... 복날에 쳐죽일 똥개 새끼들아!"

얌전히 한국의 소시민으로 살려고해도 난리야. 안그래도 게임인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던 한강철 소령때문에 고삐가 풀리기 직전이였던 나는 개차반 성격을 전격 개방했다. 일반 이매망량들은 수비로 돌리고 이매망량 백인장 삼인을 공격으로 돌려 승리에 도취된 GFT에게 천외천 유저의 진정한 힘을 보여줄 생각이였다.

게임이라고 하는 가상의 세계 속에서 체력회복물약을 줄줄이 소세지처럼 빨며 싸우던 놈들과 달리 나는 진짜베기의 싸움을 할 줄 알았다. 돌아가면 자취방의 짐은 기야스함으로 옮겨야겠군. 오늘부터 대한민국 시민권 포기닷!

그러나 여군을 상대편쪽으로 밀쳐내는것으로 전투의 신호탄을 울린 나는 치지직거리는 무전 소리때문에 전투기관차의 시동을 끌 수 밖에 없었다. 한강철 소령이 허겁지겁 k11을 내려놓고 받아든 무전기에서 너무나 익숙한 음성이 들려온다.

-으흐히히. 천외천 유저는 선량하고 악하고를 기준으로 나뉘는게 아니라 건들여도 되는자인가, 아닌가로 나눠진다고? 안보는 사이에 중2병에 걸려도 단단히 걸렸군. 아들 잠깐 얼굴 좀 보고 보내줄테니까 열내지 말고 한강철 소령을 따라가.

"이, 이 목소리는 설마... 엄마?"

-그래 i'm your mother 다.

"저 예비군이 김여령 박사님이 자제분이였다고요?!"

-응, 맞아. 한소령. 헬기 카메라로 보고 있으니까 우리 아들한테 못된짓 할 생각일랑 꿈도 꾸지마.

"아니 그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호 목적으로..."

-방금까지 아들의 정수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던 사람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은데?

"죄, 죄송합니다."

"엄마, 제약회사 다니고 있는거 아니였어?"

-그거 그만둔지가 언젠데.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보면 해줄테니까 중2병 놀이는 그만하고 빨리 튀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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