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34화 (13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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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Oxogan The Dances With Wolves

뭐야 저 카리스마 넘치는 늑대행수를 애먹게하는 햇병아리는? 주고받는 대화로 유추해보건대 대행수라는 휘르 행수의 상급자에 해당하는 그라마록 대행수의 자제인 모양이다. 이것참 우주에서도 혈연, 지연, 학연 삼종 세트는 무시할 수 가 없구만.

"자 그려면 첫 번째 관문입니다. 여러분들이 향하실 백토성은 낮에는 타죽을듯이 덥고 밤에는 얼어죽을듯이 추운 사막입니다. 디파일러와의 교전과는 별개로 보급품의 유무가 정말 중요하지요. 해서 제 딸 라라펠과 그 친우인 릭과 레서 몫까지 포함한 일주일치 보급품을 수납할 수 있는지를 먼저 테스트 하겠습니다. 준비된 구조팀 후보부터 저희측에서 준비한 식량과 식수를 챙긴 후 10발자국을 걸어주세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 식량더미는 제 딸 라라펠의 먹성을 고려한 부분입니다."

휘르 명령을 받고 수인들이 경트럭으로도 아슬아슬할것 같은 보급품을 지고 휘르가 있는 단상 아래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저게 일주일치 식량이라고? 그제서야 은리사저가 라라펠을 두고 대식가라 칭했던것이 문득 떠오르며 그녀 또한 은빛늑대의 일족이라는걸 상기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캡슐형태의 칼로리 영양제가 아닌 드라이아이스에 담겨진 양고기를 보급품 식량으로 선정하다니 부피와 중량이 터무늬없이 증가하지 않는가? 물론 나야 인벤토리와 아이언 메이든이 있으니 경트럭이 아니라 덤프트럭채로 식량을 제공한다한들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수납할 수 있어 상관없지만서도,

다른 구조팀 후보자들의 경우 시작하기도전에 난색을 표하는 자들이 많았다. 그치들도 설마하니 사막으로 구출작전을 나서는데 양고기를 챙겨줄지는 몰랐곘지. 그렇게 모두가 망설이는 가운데 당당하게 앞으로 나선이가 있었으니 외눈안경을 착용한 중년신사였다.

"전이술 마에스트로 체어맨이 첫타자로 나섰군."

"그라면 전이술식을 사용해서 이공간속에 저 식량을 쑤셔넣으면 그만이잖아. 이런 불공평한 게임이 있나!"

"불공평하긴 처음부터 휘르 행수가 이공간을 지닌 구조팀 후보자를 원했을뿐이야. 그게 아니라면 최고급 스테이크용 양고기를 저렇게 정성들여 포장했을 이유가 없지. 설마 순진하게 딸의 먹성때문이라는 이유를 믿는건 아니겠지? 그 미친늑대 라라펠은 여차하면 뱀도 산채로 잡아먹을 여자라고."

나는 귀동냥으로 외눈안경의 중년신사가 전이술사 랭킹 1위 체어맨이라는 사실을 캣치했다. 과연 우주제일의 전이술사는 어떤식으로 술식을 전개할지 궁금해 사령안 제 2형 샤프마인드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 보기로 했다.

체어맨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지퍼를 여는듯한 제스쳐를 취하자 마술처럼 공간이 벌어진다. 그의 쇼맨쉽은 그게 끝이 아니였으니 차곡차곡 쌓인 식량과 식수를 손짓한번으로 끌어당겨 벌어진 공간안으로 밀어넣는다.

보급품을 모두 챙기고 10걸음을 걸어야한다는 조건은 사실상 체어맨에게는 무의미한 것이였다. 사령안 제 2형 샤프마인드로 그 과정속에서 체어맨의 내부 정신망이 어떻게 마력반응을 일으키는지 지켜보고있던 나는 뭔가 기묘한 점을 발견했다.

체어맨이 뭔가 속임수를 썼다거나 하는것은 아니였다. 전이술식에 무지한 내가 봐도 매끄럽게 흰색 정신망다발을 이용해 전이 에너지를 정제해냈다. 이후 이공간을 연다거나 물건을 끌어당기는 술식전개에 관해선 내가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환상술식을 상징하는 회색 정신망다발이 발견되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10걸음 다 걸었습니다만, 레이디 휘르."

"아... 마에스트로 체어맨 통과입니다. 상아탑의 교수일로도 바쁘실텐데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할따름입니다. 철딱서니 없는 딸을 구하러 가는 일에 체어맨님이 흙먼지를 뒤집어쓸 필요까지가 있나 싶습니디만..."

"레이디 휘르에게 받은 은혜가 있는것을 제가 어찌 바쁘다는 핑계로 따님의 변고를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아직 구조팀 최후의 1인으로 선발된것은 아닙니다만 설사 떨어진다한들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최대한의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백토성까지는 무리하면 매스 텔레포트도 가능하니 이동시간을 절약해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만 백토성의 엔츄라 여왕이 자국내로 허가없이 워프하는것을 끔찍히도 싫어하는지라. 다소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워프 게이트를 통한 다음 정식 통관 절차를 밟아야 할것 같습니다."

"엔츄라 여왕의 까달스러운 성격은 소문이 자자하지요. 제가 잠시 그 사실을 깜빡해 오지랖을 떨었군요. 괜시리 저때문에 구조팀 선발과정만 지체된것 같으니 어서 들어가 보겠습니다."

과연 휘르 행수도 12 술식 마에스트로중 한 명인 체어맨에게는 쉬이 하대를 할 수 없는 모양이다. 곧바로 다음 타자로 나선 나는 이공간속의 보급품을 토해낸 체어맨과 교차하면서 재차 회색 정신망다발의 존재를 확인했다.

술사가 두 가지 이상의 술식에 조예를 보이는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애초에 나부터가 강령술사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은 변이술식도 강령술식에 맞먹는 수련을 쌓았다. 문제는 체어맨의 회색 정신망다발이 그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

뭔가 다른 존재가 체어맨의 왼팔에 달라붙어 있었고 그 존재가 회색 정신망다발 즉 환상술식에 조예가 있는 술사임이 분명했다. 이런 미스테리한 사실을 과연 다른이에게 알려야할까? 아니면 체어맨 본인에게 직접 물어본다던가.

그런 고민을 함과 동시에 나는 어렵지 않게 보급품을 아이언 메이든 속에 담고 10걸음을 걸어 테스트에 통과했다. 휘르 행수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를 복귀할때까지도 해답은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섣불리 결정할 문제가 아님을 직감한 나는 일단 성실하게 구조팀 선발과정에 임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휘르 이모, 다음은 내가 해볼래! 아니아니 휘르님 다음은 저 준트록 골드코인이 도전해보겠습니다."

"이미 다른 구조팀 후보자들에게 전부 들통난 마당에 부르고싶은대로 부르시지요. 그것보다 일전에 이공간 주머니에 곤충을 수집했다가 그라트록 대행수님께 압수당하셨으면서 어떻게 이 테스트 임하시려는겁니까?"

"그거야 남자라면 완력으로 승부를 보는거 아니겠어?"

완력으로 승부를 본다고? 나는 준트록이라는 재기발랄한 사자 청년이 보급품을 받침대채로 들어올려하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저게 무슨 무식한 짓거리야. 설사 들어올린다 한들 사막처럼 운신이 자유롭지못한 공간에서 저런 자세로 얼마나 이동할 수 있을가?

들어올리는건 둘째치고 10걸음이나 채 걸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준트록이 그르렁거리는 맹수의 울부짓음을 기합삼아 1톤을 될법한 보급품을 거뜬히 들어올린다. 그리고 이내 사자꼬리를 꽂꽂히 새우며 10걸음을 걷는것을 성공해내 보인다.

실상 이 테스트의 진짜 목적인 보급품을 수납할 이공간의 존재여부확인에 부합한 통과방식은 아니였지만 일단 테스트 조건을 달성한건 사실이였기에 휘르 행수가 잠깐 망설이더니 통과를 선언한다.

지연이 있는 사이이기에 오히려 더 냉정하게 심사하려 했던 모양인데 이제와서 완력으로 보급품을 챙기는것은 무효라고 룰을 뒤집을 수 도 없는 노릇이니...

"이거봐 휘르 이모. 내가 발두인 보다 공부는 못하지만 힘쓰는건 잘한다니까."

"확실히 발두인과 동갑이라는게 믿기지 않을정도의 완력이로군요. 역시 핏줄은 못속이는 모양입니다."

뭐... 뭐? 저 사자 청년이 발두인 함장과 동갑이라고! 나는 다시 한번 준투록의 이목구비를 세밀히 살폈다. 확실히 청년이라고 하기엔 엣되고 소년이라고 하기엔 발육상태가 너무 좋은 애매한 느낌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발두인 함장과 동년배라니.

내가 벙쪄있는 사이 나머지 참가자들중 대부분이 기권을 하거나 사자 청년 아니 소년 준트록처럼 완력으로 보급품을 들어올리려다 고배를 마시고 물러났다. 1톤 상당의 보급품을 담을 이공간 아티팩트는 DF등급 소유자라고 해도 소유하기 쉽지 않은 물건이였던 것이다.

처음보다 십분의일로 줄어든 구조팀 후보자들은 이어서 4000m 오래 달리기로 맞붙었다. 라라펠 일행이 식량난을 겪고 있을 현재 일분일초라도 구조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후보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자기모래폭풍때문에 일반적인 탈것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물론 전자기기와 상관없는 소환수는 허용된다기에 나는 언데드 전투마 나이트메어를 소환해 다른 참가자들의 야유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휘르 행수의 호루라기와 함께 시작된 오래달리기에서 단연 돋보였던것은 내가 아닌 전이술 마에스트로 체어맨이였다.아무리 흙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말발굽을 튕겨도 체어맨이 순간이동으로 치고나가니 말짱 도루묵이였던 것.나는 반쯤 포기하고 사족보행으로 사냥감을 쫓듯 내게 달려드는 준트록만이라도 따돌리기 위해 나이트메어를 재촉했다. 그런데 몇 바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체어맨의 순간이동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같은 술사인 나였기에 순간이동을 수십번씩 연속으로 사용하느라 마력기관에 부하가 왔다는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않기 위해 세치혀를 놀려 나이트메어의 자존심을 자극했고 결국 1등으로 결승점에 골인할 수 있었다.

"오래달리기 결과 1등 옥사건, 2등 체어맨, 3등 준트록 후보자입니다."

무미건조하게 순위를 읊는것처럼 보이는 휘르 행수였지만 내게는 그녀가 못내 당황하는것이 보였다. 입만 산 놈인줄 알았던 내가 연이어 선전하고 있는 까닭이겠지. 그러니까 요즘은 자기PR시대라 잘났으면 잘났다고 툭까놓고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휘르 행수 못지않게 오래달리기 결과에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한자가 또 있었으니 바로 체어맨이였다. 순간이동이라는 어떻게 보면 달리기의 범주를 벗어난 사기적인 능력을 갖고도 패배했으니 자괴감이 들겠지. 마에스트로라는것도 별거 아니구만.

나는 승리에 도취되어 체어맨의 왼팔에 달린 이질적인 존재에 대해선 까맣게 잊어버렸다. 상대가 그 어떤 괴물같은 신체를 지니고 있던간에 내 얼티밋 언데드 폼만 할까? 진짜 괴물은 괴물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법이지.

"현재까지의 결과로 치면 옥사건 후보자의 선발이 가장 유력합니다. 하지만 백토성이 디파일러 창궐지역임을 생각하면 실질적인 전투력의 측정도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여러분이 모두 DF등급 소유자라는것은 알고있지만 백토성의 극악한 환경과 1인 파티라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DF등급이라도 더 강한분에게 표를 드릴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토너먼트를 개최할 수 도 없는지라 후보자 여러분들의 최근 1년간 디파일러 사냥 데이터 기록을 조회해서 여러분의 전투력을 간접적으로 산출해 등수를 매기려합니다. 모두 기분나쁘실지 모르겠지만 VOT 단말기 조회에 협조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세번째 테스트는 대 디파일러 전투력 측정인 모양이다. 전이술 마에스트로라 불리우는 양반과 직접 손속을 겨뤄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테스트 방식은 디파일러 사냥 기록 산출로 이루어졌다.

매력적인 여우 비서 폭시가 나서서 오래달리기 참가자들의 VOT 단말기를 일일히 조회하기 시작했다. 일전에 디파일러 비숍 하울링 코드를 위시한 디파일러 연대를 괴멸시킨 전적이 있는 나는 자신있게 VOT 단말기를 내밀었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도 있었다.

사자소년 준트록의 경우 딱봐도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 도련님. DF등급을 받았다 해도 디파일러와 연달아 난전을 펼친 경험은 없었는지 울상이였다. 그리고 상아탑에서 교수일을 하고 있는 체어맨도 지닌 힘과 별개로 디파일러 사냥 경험은 별로 없는지 입술을 피가나도록 깨문다.

아이고 이 양반아 너무 억울해 할거 없어. 인생은 실전이란 말이지. 상아탑에서 학생들이랑 책이나 드려다 보는게 댁의 한계였던거야.

"그러면 디파일러 사냥 데이터 산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전투력 간접측정 공식은 단순히 지난 1년간 디파일러를 사냥해 획득한 VP의 합계로 결정하였으니 너무 낮은 수치때문에 후보자들이 마음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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