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33화 (13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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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Oxogan The Dances With Wolves

실버사이드의 메인 브리핑 화면 너머로 보이는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은 정말 장관이였다. 거대한 함선이 수십대씩 도킹하는 모습은 수왕성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는 다른 장대함이 있달까?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실버사이드가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의 관제탑 허가를 받고 도킹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내가 이렇게 기분이 좋은것은 다름이 아니라 100만 VP라는 거금을 노략질 아니 전리품으로 획득했기 때문이다. 남의 구축함을 격추시키려 해놓고 나몰라라 하던 타오 함장도 자신의 딸에게까지 피해가 미칠것 같자 자택, 개인여객함, 귀금속등을 그자리에서 팔아치워 추가로 50만 VP를 마련했던 것이다.

다른 승무원에게 까지 고개를 숙이며 VP를 빌리는 타오함장의 부정에 나까지 뭉클해지는 일따윈 없었다. 엄연히 타오함장은 실버커뮤니티에 100만 VP만큼의 재산피해를 입히려 했고 원래라면 10배인 1000만 VP를 물어내야하는것을 원가인 100만 VP로 퉁쳐줬으니 오히려 내게 감사해야할 것이다.

원래 이 세상이 가는말이 고우면 호구로보는 세상이라 이 사정, 저 사정 봐줘가며 자신의 이익을 도외시하는것 보단 차라리 이 100만 VP로 더 강해지는게 정답이다. 그래야 타오 함장이 나쁜마음을 먹고 건쉽과 실버스케일 사이를 이간질했을때 건쉽 커뮤니티를 초토화 시킬 수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도킹이 무사히 끝났군. 옥준위는 나와 함께 발두인 함장의 모친이시자 비스트코인 상단 커뮤니티의 행수이신 휘르 실버코인님을 만나러감세. 나머지 승무원들은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많았으니 비스트코인 스테이션 번화가에서 피로를 풀도록.

"아 VP는 많은데 번화가에서 놀 시간이 없네."

-허허허. 옥준위 자네는 뭐랄까 지닌 힘에 비해서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종종 보이는군. 칭찬이니 오해하지는 말게. 뭐랄까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고위술사들은 모두 하나같이 어딘가 마음이 부서져 있는듯한 느낌을 줘서 말일세. 너무나 지독하게 한 분야를 파고든 반동같은걸까 싶었네만.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요. 저도 정상은 아니에요."

내가 해맑게 웃으면서 비정상임을 커밍아웃하자 입이 퇴화되어 사라진 까닭에 표정을 잘 알 수 없는 도르칸 대위가 형광등같은 눈을 뷸규칙적으로 깜빡거리며 당황한 기색을 표출한다. 이 정도로 놀라시긴. 내가 볼떈 오히려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종종 보이는건 도르칸 대위가 아닌가 싶다.

어릴적에 전대물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 감성이 아직 남아 있는게 아닐까? 나는 그런 의문을 뒤로하고 도르칸 대위와 함께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에 입성했다. 밖에서 드나드는 함선을 볼때도 그랬지만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짐을 나르는 수백명의 수인들도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든다.

발두인 함장이 평소에 그러는것처럼 자신의 종을 상징하는 귀와 꼬리를 숨기지 않은채로 타고난 신력을 발휘해 자기 몸보다 부피가 큰 짐을 번쩍 들어올린다. 이곳이야 말로 우주 물류산업의 메카라는 분위기를 팍팍내고 있었으니 수왕성의 한적함과 비교되는 부지런한 열기에 취할것만 같다.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의 물류센터를 구경하는것도 잠시 우리가 도킹했다는 사실이 발두인 함장의 어머님측에도 전달됐는지 마중나온 인원이 있어 나와 도르칸 대위를 내부로 안내했다. 다홍빛 여우귀에 끝이 흰색으로 물든 탐스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수인이 시크한 목소리로 '휘르님이 찾으십니다.'라고 했을때는 정말이지...그냥 앞뒤안가리고 달려들어서 자빠트린다음 정액투성이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도르칸 대위가 말한대로 고위술사들은 모두 마음 어딘가가 제 기능을 못하는 모양이다. 내 경우 절제라는 마음의 한 조각이 잘려나가 매력적인 여성만 보면 종족번식의 욕구를 제어할 수 가 없었다. 그나마 도르칸 대위의 텔레파시가 부처님 말씀처럼 머리속에서 지이잉!하고 울렸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가 없었다면 타오 함장의 사건에서 그의 딸인 샤오를 건드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두머리와 동글동글한 얼굴이 제법 귀여웠으니까.

"휘르님 발두인 도련님께서 보내오신 DF등급자가 이제 막 도착했습니다."

"먼길 오느라 수고했습니다. 그런데 내 아들이 예정했던 시간보다 조금 늦었군요?"

-면목없습니다, 휘르 행수님. 워프게이트로 향하는 도중에 구조신호를 내뿜는 고장난 함선을 발견했던지라 도저히 그냥 두고 갈 수 가 없더군요.

"도르칸 교수님도 너무 마음이 여리시군요. 사실 이번일은 제가 급하게 호출한 점도 없지않아 있어 넘어가겠지만 상인에게 있어 지각이라함은 학생이 강의시간에 5분정도 늦는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생 한명의 지각으로 다른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이 생기진 않지만 구조팀 후보자들은 전원이 도착하기전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으니까요."

"원래 주인공은 가장 늦게 나타나는법 아니겠습니까?"

"그대는?"

여우계열 수인을 따라 도착한 방에는 화려한 의자에 앉아 우리를 내려다보는 늑대계열 수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귀부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 교태로운 자태는 허리춤을 둘러싼 풍성한 늑대꼬리에서 화룡정점을 찍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게 기분나쁘기 보다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그 위엄에서 상대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발두인 함장이 어떤 가정교육을 받았길래 그렇게 조숙한지 궁금했는데 그 해답이 저기 있었다.

엄마가 진짜 야생 늑대의 눈빛을 하고 '컴퓨터 끄고 공부해!'라고 소리치면 거부할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두 아이의 엄마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아름다움속에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어 나를 정면으로 찔러오고 있었다. 여기서 흥분하면 나 진짜 변태되는거겠지?

"이번에 새로 실버스케일 커뮤니티의 일원이된 옥사건이라고 합니다."

"아아. 아들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유능한 DF등급의 강령술사라지요? 영매 능력자 자체가 흔치 않은지라 저도 강령술사는 처음봅니다만 주연을 뽑는 오디션이 열리기도 전에 주연을 자처할 정도로 대단한 분들인줄은 몰랐군요."

"아뇨. 강령술사가 잘난게 아니라 그냥 제가 잘난겁니다."

"......"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라."

"혹시 옥사건군은 이번 구조팀 후보자들중에 전이술 마에스트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씁니까?"

"전이술 마에스트로요? 그게 뭡니까?"

"12개의 술식계열에서 자타공인 최고로 평가되는 술사들을 칭하는 칭호입니다. 즉 옥사건군은 전이술식 분야에서 1위인 술사와 경쟁해야한다는 소리죠."

"아 확실히 그분은 이길 수 없겠군요. 전이술식으로 이리저리 쫄래쫄래 도망치면 따라잡을 수 가 없으니."

"그 광오할정도의 자신감 구조팀 선발과정에서도 계속될지 지켜보겠습니다. 폭시 지금 당장 구조팀 후보자들을 호출해서 준비해둔 선발과정을 진행하도록."

"알겠습니다, 휘르님. 옥사건님은 저를 따라오시죠."

나는 도르칸 대위와 찢어져 여우계열 수인 폭시의 뒤를 따라나섰다. 아아, 여우꼬리가 탱탱한 궁딩이 위로 살랑거리는게 죽여주는구나...가 아니라 옥사건 정신차렷! 나는 욕정을 떨치고 전이술 마에스트로라는 자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휘르 행수앞에서는 너무 허세를 부렸던건지도 모르겠지만 전이술사에 대한 내 인식은 다소 유틸적인 성향이 진한 초식술사였다. 화려한 불, 얼음 그리고 뇌전이 휘몰아치는 파괴술식을 쓰는 육식술사는 돼야 내 재생력을 상쇄시킬 수 있을까 말까인데 말이지.

"옥사건님."

"예?"

"아까부터 재 엉덩이를 빤히 쳐다보시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어라 너무 티났나.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서 엉덩이가 너무 예뻐서 수컷의 본능에 따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달까."

"암컷의 탱탱한 엉덩이는 수컷을 매혹하는 최고의 무기지요. 제가 그만큼 젊고 매력적이라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옥사건님. 암컷은 아무 수컷에게나 엉덩이를 내주지 않습니다. 특히나 암컷 수인족의 경우 우월한 자손을 가지려는 욕망이 있어 강한 수컷에게만 이끌리지요. 물론 강함과 별개로 다른 인종에게는 거부감이 있는것이 사실이나 이번 구조팀 선발과정에서 1위를 하신다면 혹시 모르겠습니다.

옥사건님의 아기씨앗을 받고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완전 열심히하겠습니다! 받아만 주십쇼!"

"휘르님 앞에서 호언장담할때 알아봤지만 참 재미있으신분이군요. 다 도착했습니다. 어디 한번 천천히 살펴보시지요. 옥사건님의 경쟁자가 될 분들입니다."

폭시의 안내에 따라 입성한 거대한 실내체육관 안에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성별불문. 나이불문. 종족불문. 일단 DF 등급만 되면 무조건 초빙한 모양이다. 뉴페이스의 등장에 일순 시선이 집중됐지만 내 얼굴을 보더니 이내 흥미없다는듯이 각자 나누던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거 쬐에끔 기분나쁜데? 그렇다고 내가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사실 엄청난 거물이다!라고 소리칠 수 도 없는 노릇이라 무리와 떨어진 벽에 기대어 기다릴뿐이였다. 폭시에겐 내가 다른 후보들에게 쫀것처럼 보이는거 아니야? 그러나 다행히도 폭시는 단상에 오른 휘르 행수의 마이크세팅을 돕기 위해 바빠보였다.

"안녕하십니까? DF등급 소유자분들. 저는 비스트코인 상단 커뮤니티의 다섯 행수중 한명인 휘르 실버코인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런 제 초대에도 불구하고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제 딸 라라펠이 백토성의 사막 한가운데 고립되어 있는지라 앞뒤상황을 잴 여력이 없었답니다. 시간이 촉박한 일인지라 구조팀 선발과정은 짧고 굵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또한 탈락하신 분들에게는 비스트코인 커뮤니티에서 소정의 차비는 물론 무료로 숙소를 제공할 예정이오니 기왕오신김에 여독을 풀고 새롭게 단장한 번화가를 즐기다 가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다음으로 여러분이 진정으로 궁금해하실 구조팀의 구성과 성공적인 임무완수에 대한 보상안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구조팀인 1인체제입니다. 즉 여러분들 중에 단 한명만이 라라펠을 구조하러 가게될것이고 성공적으로 라라펠을 데려올시 VM, 백신 메달을 받게될것입니다."

휘르 행수의 등장으로 조용해졌던 구조팀 후보자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구조팀이 1인체제라는것 보다는 백신 메달이라는 보상안이 더 뜨거운 감자인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듣도보도 못한 뭔가가 보상안으로 결정됐던지라 그저 조용히 침묵할 뿐이였다.

이렇게 구석에서 혼자 무게잡고 있으면 뭔가 있어보일려나?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백신 메달에 대한 무지에 대해서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았으나 구조팀 후보자들 중에는 모르는건 꼭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내가 기다렸던것도 총대를 메고 질문을 해줄 사람이였지. 고맙다, 이 자식아.

사자의 귀와 꼬리를 한 장난기 많아보이는 청년이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않고 휘르 행수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넨다.

"휘르 이모, 백신 메달이라는게 뭐야?"

"준트록 도련님 공식선상에서는 격의없이 부르지 말라고 제가 주의를 들였을텐데요."

"아 미안. 습관처럼 이모라고 불러버렸네. 그래서 백신 메달이란게 뭐야?"

"백신마켓이 아닌 여신마켓에서 1회 구입을 할 수 있는 입장권같은겁니다. 애시당초 준트록 도련님은 왜 여기에 계신겁니까? 백신 메달이라면 그라마록 대행수님께서 준트록 도련님이 원하시면 알아서 챙겨주실겁니다."

"라라펠 누나는 내 신부가될 사람인걸. 당연히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것 보다는 내가 직접 구하러가는게 맞지 않겠어? 그쪽이 더 드라마틱한 분위기도 낼 수 있고."

"백토성은 디파일러 창궐지역이라 위험합니다. 그라마록 대행수님께서 허락하지 않을겁니다."

"왜? 나도 엄연히 디파일러 파이터 DF임을 공식인증받았는데 뭐가 문제야."

"그런 문제가 아니라... 휴유. 알겠습니다. 한번 시험에 응해보시지요. 하지만 미리 말씀드리건데 그 어떤 일체의 특혜도 없을겁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나도 황금사자의 핏줄로서 내 실력자체만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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