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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Oxogan The Dances With Wolves
머리가 벗겨진 함장이 횡성수설 변명을 늘어놓는것을 기다려줄만큼 내 인내심이 뛰어나진 않았으니 나는 득달같이 대머리 함장에게 달려들어 일단 불알 한짝부터 잡아 뜯으려 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한 것이 있어야할 것이 없는게 아닌가?
나는 그제서야 함장의 이목구비가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다는것을 눈치챘다. 그 얼굴은 다름아닌 인어족 종업원에게 매춘을 시도했다 용린은리 사저에게 불알 양쪽을 털린 함선 무기제조 커뮤니티의 간부였던 것.
그 사실을 깨닫은 순간 어떤 그림이 하나 그려진다. 용린은리 사저에게 당한 일을 복수하기 위해 실버스케일 소속 함선을 격추시켜 재산피해를 입히려고 했던건가? 사실 그게 아니라면 밑도끝도없이 실버스케일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함포를 갈긴 이유를 설명할 수 가 없다.
함장놈이 더 괘씸해진 나는 불알 대신에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대머리 함장이 잡아먹히기 직전의 오리처럼 꼴사나운 비명을 지르자 주위 승무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내 주위를 둘러싼 경비분대가 일제히 에너지 웨폰을 겨누었지만 쏠 용기는 없어보였다.
"퉤! 내가 분명 개처럼 꿇으라고 했지? 아직도 내가 개 좆 호구로 보이는 모양이니까 일단 손가락 하나 뜯고 시작했어. 잘했지?"
"끄어어억! ㅇ... 의무, 의무병을 불러주시요."
"오호라 아직도 함장석에 앉아서 큰소리칠 여력이 있단 소리군. 손가락 하나 더 갈까?"
"으으으으 꿇을테니 제발 의무병 좀..."
"아니 니 함선에서 의무병을 왜 나한테 찾아? 여기 아무나 의무명 한명만 불러줍쇼. 이 양반이 손가락 하나 잘린거 같고 엄살이 좀 심하네."
여승무원 한 명이 의무병을 부르기 위함인듯 헐레벌떡 지휘통제실을 빠져나간다. 다른 승무원들이 모두 나몰라라 하고 있기에 함장의 인덕이 제로라서 그런가 싶었는데 한 자리수는 되는 모양이다.
의무병이 왔을때 치료할 보람이 있게 대머리 함장의 여기저기를 손봐주려는데 아이스크림을 잔뜩먹었을때처럼 머리가 지이잉!하고 울린다. 도르칸 대위의 텔레파시인가?
-옥준위 나 도르칸 대위일세. 일은 어떻게 진행된건가?
"적 함선의 지휘부 장악 완료했습니다. 지금 막 함장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려고 보니까 일전에 수왕성에 놀러와서 인어족에게 매춘을 시도했다가 은리사저에게 된통당한 전력이 있는 놈이더군요. 진짜 자세한 내막은 본인 입으로 들어봐야겠지만 그때 일에 앙심을 품고 실버사이드를 공격한것 같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던가. 단신으로 상대함선에 돌입해서 전황을 뒤집은 자네의 공은 칭찬받아마땅한 일이네만 일단 상대 지휘부 오퍼레이터들에게 본함 실버사이드의 영상통화요청을 수락해달라고 말해주겠나. 사실 용린은리 소령에게 따로 언질을 받은것이 있어서 말이지. 옥준위 자네가 너무 폭주하지 않게 브레이크 역할을 해달라더군.
"은리사저가 그런 소리를 할 처지나 되나요? 따지고 보면 은리사저가 이 작자의 불알을 베어버려서 생긴일인것을. 물론 저라도 그렇게 했겠지만. 어쨌든 알겠습니다. 연결해드리죠."
원래 고문이라건 쉴새없이 몰아붙여야 하는것인데 잠시 텀이 생겼다. 기왕 이렇게 된김에 의무병과 같이 고문하고 치료하고 고문하고 치료하고를 반복하는 태그팀을 이뤄야겠군. 실버사이드함과의 연결이 완료되어 함선의 메인 브리핑 화면이 도르칸 대위의 형광등처럼 번쩍이는 눈을 비추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나는 심문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러면 오늘 수왕성 베이스 캠프 기준으로 오후 2시 57분 19초 경에 귀함에서 무차별 포격을 가한 사건에 관하여 심문을 시작하겠소. 나 도르칸 대위는 항공우주 커뮤니티의 명예회원으로서 가급적 커뮤니티령에 따른 포로대우를 약속드리고 싶지만 보시다시피 강습병 옥사건 준위는 항공우주 커뮤니티 소속자가 아닌데다가 본함에 탑승한 상태도 아닌지라 함장령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요.
"얼토당토없는 소리를 늘어놓으면 나한테 뒤지게 얻어터진다는 소리야. 잘 필터링해서 들어라. 자 그럼 시작해볼까? 일단 너 이 함장새끼 VP 얼마가지고 있어?"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요."
-잠깐만 옥준위, 일단 본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는게 최우선 과제가 아니겠소? 그리고 건쉽의 간부분은 이 사건에 관련하여 주 책임자로 밝혀질경우 배상금을 물어야할 가능성이 높으니 옥준위의 말을 흘려듣지는 마시요. 옥준위, 편의를 위해 내가 심문을 진행해도 괜찮겠소?
"상관없습니다. 도르칸 대위는 심문을 하고 저는 고문을 하면 되니까요."
-고... 고맙소. 일단 귀하의 성함을 듣고싶군요. 계속해서 건쉽의 간부분이라고 호칭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니까.
"타오 함장이라고 부르시요. 본의는 아니였으나 귀함을 공격하게 되어 진심을 다해 사과드리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최근 본사 건쉽 커뮤니티의 보급선을 노린 무법자 해적들을 추적하기 위해 고장난 상선으로 위장한 상황에서 함선 넘버링을 착각해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했소. 이 사안에 관련된 보상안은 내가 직접 건쉽 커뮤니티와 상의해서 추후 자리를 마련할테니 부디 평화적으로 마무리를... 끄아아아아악! 내 손가라ㄱ"
본체가 아닌 아바타에게만 존재하는 사령안 제 1형 트루스피커로 살펴본 결과 타오 함장의 영혼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자들 특유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나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타오 함장의 엄지손가락을 뜯어버린 후 퉷!하고 벹어버렸다.
반대쪽에서 함장석을 수술대삼아 손가락 봉합수술을 하고 있던 의무병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하더니 내가 벹은 엄지손가락을 급히 드라이아이스 박스에 옮겨 담는다. 다시 오리처럼 꽥꽥거리는 타오 함장의 턱주가리를 고정시켜 내 눈을 바라보게 만든 나는 최후통첩을 날린다.
"한번만 더 거짓말을 했다간 손가락이 아니라 팔을 뽑아버리겠어. 손가락이 5개니까 거짓말할 찬스가 5번 있다고 생각하는것 같아서 말이지. 알았지?"
"으으으으. 미... 미안합니다. 아까 옥준위라는 분이 말한게 맞아요. 인어족 종업원을 강제로 범한것도 아니고 충분한 VP를 지불할테니 잠자리 시중을 들지않겠냐고 제안한것만으로 날 고자로 만든것이 너무 화가나서 복수를 하려했습니다. 하지만 절대 안에 타고 있는 승무원까지 죽이려던 생각은 없었어요. 구조선을 타고 탈출할 시간을 준다음에 구축함만 격추해서 재산피해만 입히려고 했던것 뿐입니다. 저도 무법자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아빠! 우리한테는 무법자 해적을 추격한다고 했었잖아!"
"미안하다, 샤오."
-타오 함장 이번일은 정말 유감이요. 만약 이 사건이 공론화된다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타오 함장도 잘 알고 있을거라 봅니다. 사실 그것은 나도 바라는바가 아니요. 건쉽같은 초대형 커뮤니티와의 알력싸움이라는 짐을 발두인 함장에게 넘겨주고 싶진 않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버스케일이 건쉽을 두려워하는건 절대 아니요. 건쉽 간부중에는 내 교수시절 제자가 있고 발두인 함장의 모친은 비스트코인의 5행수중 한분이시며 용린은리 소령은 용린검가 출신이요. 그리고...
"나 옥사건은 우주제일의 미친개지. 건쉽이고 나발이고 내 눈에 거슬이면 쫓아가서 다 물어뜯어버릴거야. 그러니까 뒷배경을 믿고 어물쩡 넘어갈 생각이였다면 지금 당장 교정하는게 좋을거야."
나는 일부러 최종보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매망량 악령천인대를 실체화해 내 주변을 맴돌게 만들었다. 살아있는것들을 저주함과 동시에 살육하기 위해 뛰쳐나가려는 놈들을 영압족쇄로 묶고 있으려니 마치 도사견의 목줄을 쥐고 무력시위를 하는 모양새다. 타오 함장이 침을 꿀꺽넘기며 식은땀을 흘리는걸 보니 어느정도 먹혀든 느낌.
"내 개인선에서 일을 덮어준다면 그 이상 고마운 일이 없을것이요. 그런데 어느정도의 보상을 원하는것이요."
-그 부분에 관해선 옥준위에게 전임하겠소. 옥사건 준위가 아니였다면 나는 임무에 실패하고 속절없이 구축함까지 날려먹은 무능한 함장이 될뻔했으니 전리품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사양않고 제가 독식하도록하죠. 야 타오 얼마 있냐?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네가 거짓말을 하는지정도는 싸이킥 능력으로 알 수 있으니까 개수작 부리지 말고 한번에 가자. 알았지?"
"5... 50만 VP가 내 전재산이요."
"당장 내 VOT 단말기에 입금해."
"잠시만 기다려주시요. 일을 덮어주는건 고맙지만 그건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니요? 10만 VP정도라면 모를까 내 평생 쌓아올린 노력의 결정체를 한순간에 앗아간다는게 사람이 할짓이요!"
"도르칸 대위님 실버사이드 구축함이 얼마정도 합니까?"
-내가 실드부분을 개조한것까지 합치면... 흐음 못해도 100만 VP는 되지않을까싶네.
"그래서 너는 사람이라서 100만 VP짜리 구축함을 박살내려고 했냐?"
나는 이와중에 자신의 재산을 아끼는 타오 함장의 태도에 분노 게이지가 맥스로 치닫는것을 느꼈다. 마음같아서는 정말로 팔을 관절채로 뽑아버리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타오 함장이 기절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기가 번거로워질것 같아 차선택을 펼치기로 했다.
"그렇게 배째라는식으로 나오면 나는 진짜로 배를 째버리는 사람이야. 타오야 상대를 잘못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어. 자 이 더럽게 무능하고 탈모까지 있는 함장을 둔 불쌍한 승무원 여러분. 지금 당장 구조선타고 이 함선에 탈출하는게 좋을겁니다. 왜냐면 지금부터 제가 이 함선을 박살낼거거든요. 바로 이렇게 말이죠!"
나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쉐도우 브레스를 장전했다. 내가 지휘부로 입장했던 함선도어를 향한채로 입을 벌리고 도데카 마력기관에서 음에너지를 끌어모은다. 동시에 사령안 제 2형 샤프마인드로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조준각도를 조절했다.
어마무시하게 사악한 기운의 파동을 승무원들도 느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벽으로 도망친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타오 함장이 VP를 주겠다고 소란을 피웠지만 이미 늦었다. 쉐도우 브레스는 마룡 쉐도우스틸도 중간에 못끊는데 나라고 그게 가능할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진 목구멍을 해방하니 괴랄한 음에너지의 파동이 함선내벽을 썩게만들며 순양함 내부를 꿰뚫는다. 사실 쉐도우 브레스는 생명체에게 즉효인 쇠약 속성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부패속성을 지닌 브레스였던지라 금속물도 녹이슬다 못해 허물어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본래 위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 한들 함선내부에 일자통로를 만드는 일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다. 경비분대와 승무원 그리고 타오 함장도 사람 입에서 함포 위력의 에너지포가 쏟아져 나오자 말을 잇지 못하고 얼어있다.
"두번째 간다. 얼어있지 말고 빨리 구조선으로 갈아타라. 이 함선은 이미 틀렸어. 순양함이면 뭐해? 함장이 병신인데."
"잠깐 드리겠소. 드릴테니 그만 두시요."
"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을 좋아해. 내 눈앞에 50만 VP를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뜨는게 아니라면 나를 멈출 수 없을걸?"
내가 다시 함선내벽을 향해 입을 벌려 브레스를 쏘려는 제스쳐를 취하자 타오 함장이 거의 울기직전의 표정으로 자신의 팔목에 있는 VOT 단말기를 두드린다. 하여튼 이것들이 실력행사를 안하면 말을 안들어쳐먹어요.[옥사건의 보유자금]
-POS(Point Of Sales) 단말기로부터 1,700 VP가 도착했습니다.
-블랙77님으로부터 142,300 VP가 도착했습니다.
-살라만다 커뮤니티로부터 마력전도성실을 구입하셨습니다.(-40,000 VP)
-살라만다 커뮤니티로부터 전이술식 서비스를 이용하셨습니다.(-1,000 VP)
-타오님으로부터 50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TOTAL: 603,000 VP
"확인해보시요..."
"좋아 정확히 50만 VP군. 이제 나머지 50만 VP를 어떻게 변제할까 같이 논의해볼까?"
"그 무슨 또 말도안돼는 소리요!"
"도르칸 대위가 말했잖아. 실버사이드 구축함은 100만 VP정도라고. 당연히 네놈도 100만 VP를 물어내야하는거 아니겠어? 아니면 네놈의 뻘짓으로인한 우리의 시간적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청구해줄까?"
"맘대로하시요! 이제 내게는 한푼도 없는것을 알면서 어찌 그런 소리를 내뱉는거요?"
"도르칸 대위 이 순양함은 얼마정도 할거같습니까"
-순양함이라면 최소 500만 VP라네.
"이 순양함을 날려먹으면 무고한 함선을 공격한 일과 별개로 타오 함장이 어떤 문책을 받게될까요?"
-건쉽은 지독한 자본주의를 철칙으로 내새우는 커뮤니티니 타오함장뿐만 아니라 딸인 샤오양에게도 그 손해를 메꾸게 할것이네. 만약 순양함을 파괴한것이 우리측이란것이 밝혀져도 마찬가지네. 왜냐하면 1차적으로 원인을 자초한것이 타오함장이니. 아마 건쉽의 간부인 타오함장이라면 그런 사정을 더 잘알겠지. 세상에는 실버스케일처럼 가족같은 분위기의 커뮤니티만 있는것은 아닐세. 지독한 이해관계로 뭉친 기업형 커뮤니티는 실수를 눈감아준다거나 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