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31화 (13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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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Oxogan The Dances With Wolves

이매망량 천인대에게 정제된 음에너지가 자아내는 악의를 퍼붓자 칼과 방패를 착용한 망령군대가 완성되어 상대에게 짓쳐든다. 에너지 웨폰이고 나발이고 의념이 담겨있지 않은 물리적 공격으로는 이매망량을 어찌할 수 가 없는지라 소나기처럼 퍼부어지는 화력은 허무하게 공중을 가를뿐이다.

어쩌다 내게 도달한 공격은 오르시나가 펼친 물의 장벽에 막혀 무위로 돌아간다. 실버사이드를 기습한 순양함의 경비병력이 화려하게 불을뿜고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불꽃놀이에 불과했다. 반면에 이매망량 악령천인대의 검격은 단조롭지만 확실하게 적의 피를 뿜고 있었다.

눈치 좋은 경비병들이 이매망량 악령천인대가 검을 휘두를때 유체화 상태가 풀린다는걸 깨닫고 타이밍을 노려 총격을 퍼부었지만 마귀문양이 새겨진 방패에 가로막혀 무위로 돌아갔다. 그저 미쳐 날뛰는 광전사같아보여도 제법 공수 밸런스가 잘잡힌 녀석들인 것이다.

노멀 이매망량를 부리기위해 내가 일일히 조종해줘야만 했던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 손발이 자유롭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물론 거미다리를 한 배틀로이드같은 비생명체는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내 몫을 남겨줬다고 생각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경비분대는 배틀로이드 스파이더를 바리케이트 삼아 후퇴하라! 모두 후퇴하라!"

"이 버러지 새끼들이 누구마음대로! 감히 나를 공격하고 도망갈 생각을해? 꿈도 야무지군."

오르시나가 펼친 물의 장벽은 그 운용이 너무나 자유로워 내가 블랙탈론을 뻗자 실시간으로 반응해 길을 터준다. 길게 쭉 뻗어나간 블랙탈론이 배틀로이드 스파이더를 두부처럼 썰어 고철로 환원시킨다. 경비분대원놈들도 고깃덩어리로 가공하기위해 이매망량 악령천인대를 뒤따라 블랙탈론을 전개하려니 오르시나가 내 손을 꾹 눌러온다.

"그정도로 해두고 네 수하인 악령들도 거둬들여."

"너 갑자기 왜이래? 설마 나한테 생명경시풍조에 관해서 설교 하려는건 아니겠지?"

"나도 인간따위의 목숨엔 관심없어. 다만 저치들의 영혼 인터페이스 즉 VOT 단말기라는 기기에 착용자의 생명활동이 정지된다는 조건으로 피격자에게 발동하도록 설계된 엔도미아님의 권능이 발견됐어. 지금까지 살펴본 VOT 단말기중에 그런 조건부 권능이 잠재되어 있지않은 영혼 인터페이스는 없었지만 어쨌든 중요하건 너한테 패널티가 갈 수 있다는거야."

영혼 인터페이스? 조건부 권능? 나는 생소한 단어때문에 버퍼링에 걸린것마냥 어휘 해석을 지체할 수 밖에 없었다. 오케이, 아이 갓 잇. 무법자가 무슨 우주항공 커뮤니티령을 찾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무법자가 아닌 일반 VOT 단말기 사용자였던 모양이다. 아니 그런데 무법자도 아니면서 함포를 갈긴거면 더 질나쁜 놈들이잖아!

"무슨 말을 그렇게 어렵게하니. 그러니까 요는 내가 저치들을 학살하면 무법자가 되서 더이상 VOT 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잖아."

"무법자라... 엔도미아님도 성격이 많이 유해지셨군. 옛날 같았으면 데미갓 기사단을 파견해서 동족살해자들을 도륙내셨을텐데."

"데미갓 기사단에서 탄원서라도 냈나보지. 인간끼리 서로 죽이는게 한두건도 아니고 너무 혹사시키는거 아니냐고."

"아... 아니거든! 데미갓 기사단분들은 완전 사명감에 불타서 피곤함을 모르는 분들이거든."

"너 얼굴이 왜 시뻘게지냐? 데미갓 기사단원중에 좋아하는 사람 있었구나? 야 임마 이제 내가 네 계약자니까 나만 바라봐야지."

"허... 헛소리하지말고 빨리 이 함선 기능을 멈출 생각이나해. 지금 이와중에도 네가 소속된 함선이 공격당하고 있다는걸 깜빡한건 아니겠지?"

그냥 농담으로 한번 던져본건대 오르시나가 말을 더듬으니 뭔가 미심쩍다. 내가 다른 남자의 여자를 뺏는건 괜찮지만 내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한눈을 판다면 홧병이나 죽을지도 모른다.

내가 하면 로맨서 남이하면 불륜같은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일 수 도 있지만 원초적으로 보면 최대한 많은 암컷에게 자신의 아기씨를 뿌리려는 수컷의 본능이랄까? 하여 더 캐묻고싶었지만 오르시나의 말대로 지금도 이 순간에도 실버사이드함을 향한 포격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내가 함선의 구조에 대해서 잘아는건 아니지만 도르칸 대위가 말했듯이 전력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면 그 어떤 기계장치도 제기능을 할 수 가 없다. 사령안 제 2형 샤프마인드를 발동시켜 잔하 에너지가 밀집되어 있는 구역을 확인하면 전력 시스템의 코어부분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그렇게 마음을 먹고 복도를 벗어나려는데 두터운 함선도어가 앞뒤로 길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게 산소농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이 몸이 직접적인 교전으로 상대하기엔 버거운 적이란걸 깨달은 모양이군.

"오르시나 혹시 파도술식으로 이 함선내벽을 뚫을 수 있겠어?"

"못할것도 없지. 낙화유수의 권능을 너무 얕보는거 아니야?"

쉐도우 브레스로 단숨에 길을 뚫을 수 도 있겠으나 그간 오르시나의 보조적 성향이 짙은 권능만 사용하다보니 공격적 성향을 지닌 낙화유수의 위력을 견식해볼 기회가 없었다는 생각이 문득들어 바톤을 넘겼다.

오르시나가 다이아몬드를 제련할때 사용한다는 수압 커팅기마냥 물줄기를 집약시키더니 그대로 함선도어를 쪼개버렸다. 두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위력에 나는 새삼 천주랑이 왜 그렇게 수호령의 계약자가 되기위해 애썼는지 실감했다.

"오오오! 대박, 대박! 이대로 돌격하면서 내가 지목하는 철갑문을 계속해서 쪼개줘."

"엣헴! 수호령의 힘이 원래 이 정도라고. 앞으로 나한테 잘보이는게 좋을걸?"

"알았어, 알았어. 이번 일만 끝나면 개인선실에서 내 주니어로 잔뜩 괴롭혀줄테니까."

"아 짜증나! 엔도미야님은 왜 수호령쪽에서 계약을 파기할 수 없게 만든거야."

"에이 좋으면서 또 싫은척한다."

나는 말로는 투덜되도 내 명령에 따라 다음 함선도어를 절단하기 위해 전진하는 오르시나가 귀여워 궁딩이를 찰싹!하고 두들겨 주었다. '아앗!'하는 새된 비명소리조차 귀여운 오르시나를 보고 있노라면 다른 그 어떤 기연을 얻었을때 보다 큰 보람이 느껴진다.

*    *    *    *

"이것참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해주셨구만."

"물의 장벽으로 최대한 막아보겠지만 한두발 빗겨나갈건 각오해. 주변에 수원도 없는데 저정도 화력을 빈틈없이 막는건 나로서도 힘든 일이니까."

"상관없어. 저쪽에서 준비해준만큼 나도 전력으로 갈 생각이니까. 금방 끝날꺼야."

"강습병에게 마지막으로 권고한다. 무기를 버리... 아니 두손을 들고 항복하라. 이 권고를 무시하면 우리는 더 이상 항공우주 커뮤니티령에 따른 정당한 포로대우를... 왓 더 헬!"

전력 시스템을 관장하는 함선내부의 발전소에 도착한 나를 반긴건 못해도 수백은 될법한 병력과 배틀로이드 스파이더들이였다. 나는 모기가 웽웽거리는것처럼 시끄럽게 구는 경비중대장으로 보이는 사내에게 걸죽한 욕한사발을 해줄까 하다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을것 같아 아이언 메이든을 꺼내들었다.

이 순간을 위해 코피를 질질 흘리며 언데드 회로를 깔았지. 나는 덴클레오를 순양함의 원동력인 발전소 한가운데 풀어놓았다. 물이 없으니 헤엄을 칠 수 있는건 아니지만 이 정도 덩치의 괴물에게는 다른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 가라 던클레오, [펄떡거리기!]

콰르르르르르르릉!!! 미리 설계해둔 명령어가 전달되자 던클레오가 갓 잡아올린 횟감용 생선처럼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당연히 경비중대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바빴고 감히 대응사격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듯 보였다.

함선 내부에 건설된 발전소가 위협적인 고주파음을 내는것이 마치 '나 고장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듯 하다. 전력관이 박살나면서 여기저기 유리조각이 비산하고 지진이 난것마냥 함선내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바로 이 맛이지! 적 본진 한가운데서 난동부리기. 이만큼 재미있는 전술이 또 있을까?

"저게 버려진 호수를 이용해서 만든 네 새로운 장난감인 모양이지?"

"전생유적에서 기연을 지키고 있던 몬스터를 이용해서 만들었지."

"본성이 터무늬없는 변태라서 그렇지 내가 본 계약자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능력을 지닌건 인정해야겠군. 전생유적의 키퍼를 수하로 삼을 생각을 하다니."

"그래서 반할것 같아?"

"어림 반푼어치도도 없는 소리!"

"그렇게 야박하게 굴지말고 이따가 실버사이드로 돌아가면 으쌰으쌰 알지? 여행중에 가만히 있는것도 심심하잖아."

던클레오의 난동은 민폐수준을 넘어서 함선의 발전소를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두려움이라는 개념이 없는 배틀로이드 스파이더들이 어떻게 던클레오를 몰아내기 위해 분전하고 있긴 했지만 그들의 게틀링건은 방부제로 절여진 던클레오의 비늘앞에서 BB탄 총알만도 못한 위력을 내고 있었다.

발전소가 저 지경이 됐으니 함포에 돌릴 전력이 남아나지 않겠지. 한껏 여유가 생긴 나는 오르시나에게 추근덕거리며 남녀간에 시간을 때우기 정말 좋은 합체놀이를 제안했다. 오르시나가 칭찬할땐 언제고 벌레를 보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봤지만 주니어는 이미 텐트를 치고 있었다.

-옥준위 지금 내 말들리는가? 나 도르칸 대위일세. 지금 당장 공격을 중단하고 차라리 저치들과 협상을 하게!

"어라 지금 도르칸 대위가 텔레파시 보내는거에요?"

-맞네. 장거리 텔레파시는 그리 오래 지속할 수 없어 용건만 간단히 말하겠네. 자네의 공격으로 인한 함선 발전소의 데미지 누적이 그 이상 지속되면 순양함 자체가 폭발할 수 도 있어. 자네의 목숨이 위태로우니 어서 공격을 중단하게.

"잘됐네요. 이 빌어먹을 놈돌은 다 뒤져야합니다. 저는 함선이 폭발한다한들 살아남을 수 있으니 걱정마시죠."

-나도 기습공격을 감행한 저치들에 감정이 좋은건 아니네만 그랬다간 자네가 무법자가 되버리지 않은가?

"아, 맞다! 던클레오 멈춰!"

역시 사람이 본능을 앞세우면 이성이 마비되는 모양이다. 경비병력만 수백에 달하는 함선을 폭발시키면 그 순간 얄짤없이 무법자행인 것을. 나는 던클레오를 다시 아이언 메이든으로 회수한 뒤 도르칸 대위와의 텔레파시를 통해 이 함선의 지휘부가 협상을 원한다는 사실을 새로 알아냈다.

나는 무법자가 되면서까지 저치들의 목숨을 취할 생각은 없었으니 협생 테이블에서는 여차하면 전부 목을 칠 준비가 되있다는것처럼 굴어야겠지. 그래야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을테니. 겸사겸사 저들의 정체와 목적도 파악해야할 것이고.

발전소에서 기다리고 있노라니 옵티컬로이드의 종류로 보이는 로봇이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찾아왔다. 감히 을의 입장에 선 주제에 찾아오는것이 아니라 찾아오라고 하다니 괘씸한 일이였으나 고주파음이 귀를 찢을듯한 페허가된 발전소는 절대 협상장소로 적합한 곳은 아니였던 지라 나는 순순히 옵티컬로이드를 따라 나섰다.

실버스케일과는 또 다른 구조로 되있는 순양함 내부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지휘부로 유추되는 룸에 도착했다. 완전무장한 경비분대가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쫄아있는것은 내가 아닌 경비분대원들이였다.

경비분대의 에스코트 아닌 에스코드를 받으며 지휘부로 입장하니 말끔한 제복을 차려입은 항해사들이 계기판 앞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함장새끼 당장 튀어나와서 엎드려! 어쭈 내말이 말같지 않아? 삼초준다. 3, 2, 1. 오케이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거기 상석에 앉아서 벌벌떨고 있는 네놈이 함장이렸다."

"잠깐 진정하시요! 뭔가 오해가 있었던것 같소. 우리는 최근 본사 건쉽 커뮤니티의 보급선을 노린 무법자 해적들을 추적하는 중이였는데 함선 넘버링을 착각해서 실례를 범한것 같습니다. 이 사안은 충분히 보상할테니 부디 화를 가라 앉히시고 평화롭게 해결을...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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