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26화 (12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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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Oxogan The Dances With Wolves

나는 아바타 클래이가 있는 방향과 정반대로 돌아섰다. 뭔가 꿀럭꿀럭하는 소리와 함께 이솔다 공주가 탄성을 내지르니 여간 뒷동네 상황이 굼긍한게 아니다. 하지만 뒤돌아봤다가 정말로 이솔다 공주가 은리 사저에게 찌르기라도 하면 어렵사리 평화협정을 체결한 은리사저와 다시 전시체제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제 아바타 생성이 끝났으니 VOT 단말기를 통해서 로그인해보세요. 무법자의 경우 VOT 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 10만 VP를 주고 따로 로그인 단말기를 구입해야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은 그럴 필요가 없죠. 옥사건 준위도 이제 뒤돌아봐도 좋아요. 준비한 옷을 입혔으니까."

"이솔다 공주님이야 뭘 입어도 예쁜... 정도가 아니라 뿅가 죽겠네! 뭡니까 저옷은?"

벽을 보고 계속해서 서있노라니 나쁜짓을 하고 벌이라도 받는것같아 고역이였으니 블랙A로부터 떨어진 뒤돌아봐도 좋다는 허락은 내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것이였다. 아바타 이솔다 공주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 고대하며 오랜만에 군대제식인 '뒤로돌앗!'을 행하니 그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아바타 이솔다 공주가 소위 세일러복이라 불리우는 여교복차림을 하고 있었던 것. 교복을 입어서인지 아바타의 신체나이보정탓인지 모르겠지만 더 앳되보이는 이솔다 공주가 수줍은 듯이 고개를 내리깔자 취향저격으로 내 심장은 벌집이 돼버렸다. 단정하지만 왠지 복장불량으로 체벌을 해야할것은 이 느낌!

"어머 옥사건씨는 모르셨나보군요. 이솔다 공주님의 아바타는 술사들의 메카로 알려진 담금성의 상아탑 학원에 입학하기로 했습니다. 기껏 비싼돈을 주고 아바타를 만들었는데 수왕성이나 돌아다니는건 아깝잖아요. 수왕성은 아직 디파일러 무리가 토벌되지 않아서 위험하기도 하고."

"블랙A씨의 말대로에요. 여인천하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리저리 알아봤는데 담금성의 상아탑이라는 곳이 학비, 행성안전도 그리고 교수직을 맡고 있는 술사들의 수준 모든면에서 괜찮은 학원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학점수강제이기 때문에 아이스바운드의 행정업무를 병행하면서도 스케쥴 조정이 용이할것 같아 망설임없이 입학금을 넣었습니다. 아바타가 후천적 마력기관까지 복사할 수 있는것은 아니니 이참에 제로에서부터 다시한번 술식을 배워보려구요.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언제가 옥사건 준위처럼 DF등급의 술사가 되어 모험을 떠나는것이 꿈입니다. 동해용궁의 인어족들을 보호하는것은 물론이고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현실적으로 이솔다 공주님이 없는 동해용궁은 선장을 잃은 배와 같으니 마냥 제쳐둘 수 는 없으셨겠죠. 아바타라고 하는 수단을 통해서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책임감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찾으신것 같아 제가 다 속이 시원하네요. 그리고 여담으로 교복차림 진짜 사랑스럽네요.

이솔다 공주님이 입학하신 그 순간 상아탑이라는 학원의 남학생들 모두가 상사병에 빠질텐데 공부가 제대로 될런지 모르겠네요."

"역시 배우신 술사분이라 그런지 옥사건씨는 말이 유창하시네요. 이런걸 연애선수라고 하던가요?"

"좋게말하면 선수지만 여인천하 커뮤니티에서는 난봉꾼이라고 하지요."

나름 진심을 담아 말한건데 선수라니? 난봉꾼이라니! 하지만 샐쭉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며 난봉꾼이라고 지칭하는 아바타 이솔다 공주조차 너무나 사랑스러워 유감스러울 새가 없었다. 아무튼 이걸로 블랙해커가 무법자집단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밥줄인 아바타 판매에 있어서만큼은 정직을 추구한다는것을 알았다.

사령안 제 1형 트루스피커로 살펴보았지만 그 어떤 삿된 마음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본래는 같은 무법자들에게만 판매한다고 들었거늘 블랙해커도 먹고살기가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그들이 요구한 해산물 5만 VP치를 제한 나머지 25만 VP 현물도 대게 보존성식량이거나 생필품들이였다.

"그런데 이솔다 공주님의 아바타는 어떻게 담금성이라는 곳까지 옮기실 생각이죠?"

"그정도야 저희 블랙해커측에서 서비스로 태워다 드리는거죠."

"오호 애프터 서비스도 확실하고 이거 완전 착한기업이잖아."

"별말씀을. 그런데 25만 VP치 현물 말입니다만 함선내의 창고에 분류별로 보관해야 해서 인력을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블랙해커가 워낙 점조직 단위로 운영되다보니 이 넓은 함선에 저 혼자뿐이거든요."

"그정도야 어렵지 않지요. 옥사건 준위는 이제 돌아가보셔도 좋습니다. 짐정리는 제가 인어족들을 인도해서 진행하도록 하지요."

"아닙니다. 기왕 이렇게 된거 저도 싸이클롭스 좀비들을 이용해서 짐정리를 도와드리지요."

"어머 옥사건씨는 강령술사셨던가요?"

"그렇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아뇨. 그냥 술사중에서도 워낙 희귀한 분들이라 사인이라도 받아둘까 싶어서. 이솔다 공주님 이제 로그아웃 하셔도 됩니다. 담금성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로그인하셔도 이 관안에서 옴짝달싹도 할 수 없으니 주의해주세요."

블랙A가 적당히 말을 얼머부리며 뒤돌아섰다. 뭔가 미심쩍었지만 블랙A가 가죽바지 위로 탱탱함이 부각된 궁딩이를 씰룩거리며 로그아웃한 이솔다 공주의 아바타를 조심스럽게 관안에 눕히니 내 머리속은 이미 궁딩이 생각뿐이였다.

이솔다 공주의 본체가 의식을 되찾자 블랙A는 아바타가 담긴 관을 다시 닫아버린 뒤 아바타 룸을 벗어나 우리를 격납고쪽으로 인도했다. 이솔다 공주가 백신마켓에서 배송비 포함 25 VP치 현물을 주문하는 동안 이솔다 공주의 호출을 받은 인어족 인부들이 속속들이 격납고로 찾아들어왔다.

그중에는 일전에 내가 도올명과 도철광의 시체로만든 듀라한 짐꾼도 섞여있었다. 본래 극한의 단련을 받았던 사흉신교의 무인들이 지구력까지 무한이니 인어족들에게 사랑받는 일꾼으로 자리매김한 모양이다. 나도 싸이클롭스 좀비를 소환하려는 그때 나는 블랙A가 두기의 듀라한을 보고 찰나의 시간동안 눈을 번쩍이는 모습을 포착했다.

혹시 그녀가 저 듀라한들이 본래 아바타라는것을 눈치챈걸까? 나는 애써 그녀에게 관심이 없는척 굴며 이솔다 공주가 주문한 현물들을 분류하는 것에 집중했다. 싸이클롭스 좀비가 격납고가 아닌 함선내부까지 진입할순 없었던지라 인어족 인부들이 옮기기 쉽게 쌓여있는 짐들을 블록놀이를 하듯 재배치한다.그러면서도 블랙A의 움직임을 주시하는것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니 짐정리가 반쯤진행됐을때 이상징후를 포착할 수 있었다.블랙A가 따로 옮길 짐이 있다며 듀라한 두기에게 명령어를 전달하는 인어족 인부와 함께 함선내부로 빠진것이다. 모두가 짐정리에 한창인 가운데 너무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였던지라 그 누구도 그녀의 부재에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싸이클롭스 좀비를 회수한 뒤 이솔다 공주에게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언질을 해두고 블랙A의 뒤를 쫓았다. 영력망을 펼쳐 내가 만든 언데드의 위치를 추적하는 일은 내게 숨쉬는것만큼이나 쉬운일이였다.

"이 목이 없는 언데드는 누구 작품이죠?"

"옥사건 준위님께서 싼값에 인어족들에게 영구대여해준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잠깐 만져봐도 될까요?"

"상관없습니다. 워낙 튼튼한 애들인지라. 일전에 저희측 실수로 짐더미가 이 친구들을 덮친적이 있었는데 흠집 하나없이 멀쩡하더군요. 교대근무를 하면서 전임자에게 인계받는식으로 몇백시간동안 연속으로 일을 시킨적도 있고요."

"그렇게 거칠게 다룰 생각은 없었는데 아무튼 참고하도록 하죠."

나는 기척을 숨기기 위해 이매망량으로 부유 상태로 함내를 이동하며 마침내 블랙A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인어족 인부가 보란듯이 두기의 듀라한을 이리저리 쓰다듬으면서 동시에 왼손은 일전에 영혼역학 위상전환용 구슬을 집어든 장갑을 착용한채 교묘한 각도로 듀라한의 몸에 찔러넣고 있었다.

이거 냄새가 나는구만. 사실 사령안 제 2형 샤프마인드를 통해 아바타의 육체 내부를 관조할 수 없었다면 나도 눈치챌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가 귀신같은 솜씨로 일전에 보았던 구슬 2개를 두기의 듀라한으로 부터 추출해 주머니에 넣는것까지 확인한 뒤 앞으로 나섰다. 인어족 인부 아저씨는 아주 눈뜨고 당한셈이다.

"으음? 아! 옥사건 준위님이시군요. 여긴 어쩐일이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듀라한이 필요한 일 있다면서 이솔다 공주님이 저더러 찾아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바쁘지 않다면 가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게 이 상인분이 옮기셔야하는 짐이 있으시다고 하셔서..."

"이제 가보셔도 괜찮습니다. 제 볼일보다야 이솔다 공주님의 명령이 우선이지요."

"이런 죄송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옥사건씨는 안가보셔도 괜찮으신겁니까? 그 싸이클롭스 좀비 한마리면 족히 듀라한 두기 분이상의 작업을 할 수 있을텐데요."

"아바타 관련 거래에 관해서는 장난질을 치지 않는게 블랙해커의 불문율아니였나?"

"예? 그게 무슨..."

나는 기습적으로 블랙A에게 달려들어 신체를 구속하려했다. 하지만 블랙A는 놀라운 반사신경과 유연성으로 백덤블링을 연달아 펼쳐 내게서 물러났다. 과연 탱탱한 엉덩이 근육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제법 한 수 가 있었던 모양이군.

나는 작전을 바꿔서 이매망량을 동원해 블랙A를 속박하기로 했다. 서로 눈치를 보며 대치중인 상황인줄로만 알고있을 블랙A는 자신을 덮쳐오는 마수를 눈치채지 못했다. 부지불식간에 이매망량으로 사지를 포박해 블랙A의 신병을 확보한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아둥바둥거리는 블랙A의 뒤로 여유롭게 걸어나갔다.

아아 이 탱탱한 궁딩이를 한번쯤 지하철 치한마냥 더듬고 싶었단 말이지. 나는 블랙A를 백허그하며 한손으로는 유방을 다른 한손으로는 볼기한짝을 움켜쥐었다. 블랙A가 단발마의 신음성을 내뱉으며 반발했다. 만약 자신의 사지를 천마리에 달하는 망령들이 옭아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무의미한 저항임을 알았을것을.

"이솔다 공주가 말로는 난봉꾼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비신사적인 행동을 일삼는 분인줄은 정말 몰랐네요."

"나도 네게 정직한 장사꾼의 얼굴이 아닌 도둑고양이의 얼굴이 있을줄은 몰랐어."

"아까부터 당최 무슨소리를 하는건지..."

"계속해서 발뺌할 생각인가? 요기 주머니에 뭐가들어있는지 어디한번 확인해볼까."

"잠깐만요! 그래요 인정할게요. 제가 그쪽 물건에 손을 댓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 영혼역학 위상전환용 구슬은 분혼수투 없이 강제로 꺼내려하면 그냥 길가의 돌멩이나 다를바없이 변해버려요. 즉 당신 손에서는 아무 가치도 없는 물건이란 말입니다!"

"시덥잖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어쨌든 네가 내 물건에 손을댄건 사실이잖아. 도둑고양이에게는 그에 맞는 벌을 내리는게 맞겠지? 하지만 그전에 그 구슬로 뭘할려고 했는지 소상히 말해봐. 괜히 어줍잖은 거짓말을 했다간 손모가지 날라갈줄알아!"

"뭐 대단한 목적이 있었던건 아니고 그냥 재활용하려고 했어요. 사실 영혼역학 위상전환용 구슬은 송신기와 수신기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죠. 구슬 두개에 아바타 클래이만 있으면 아바타를 또 하나 팔아먹을 수 있죠. 블랙마켓에 팔아도 그만이고요."

사령안 제 1형 트루스피커로 확인해본 결과 진실이였다. 이것참 신박한 정보로군. 무법자들의 아바타를 탈취하면 족히 15만 VP는 벌 수 있다는 소리였다. 나는 블랙A의 탱탱한 유방과 궁딩이를 조물딱조물딱 거리며 머리속에서는 주판을 튕기기 시작했다. 성적욕구도 좋지만 여기서는 실리를 취하는편이 좋을것 같군.

"좋아! 도둑고양이 블랙A 솔직해서 좋군. 지금부터 내 말 잘들어. 나는 분명 네가 아바타 룸의 관짝에 분혼수투라는걸 두고오는걸 봤어. 즉 네가 끼고있는걸 포함해서 분혼수투는 2개 이상이라는 뜻이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네 죄에 대한 면죄부값으로 분혼수투랑 네가 뺏어간 영혼역학 위상전환용 구슬 2개를 내놔."

"터무니없는 요구로군. 이봐 대단하신 술사양반 혹시 아바타 클래이가 폭탄역할을 할 수 있다는걸 알고있나?"

"어쭈 말이 짧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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