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25화 (12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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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 Oxogan The Dances With Wolves

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파견업무거리가 생기다니 내 인생도 참 바람잘 날이 없다. 발두인 함장이 예의상 나와 은리 사저를 둘다 호출했지만 나는 현실적으로 내가 파견을 갈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 작전참모인 은리 사저는 전시상황에서 실질적인 지휘권을 지니고 있는데다가 최근 관광객들을 상대로 치안관 역할도 겸하고 있다.

즉 그녀의 부재는 아이스바운드의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것과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하여 나는 이미 발두인 함장의 친누나인 라라펠 실버코인을 구하러 나서기로 마음을 굳혔다. 물론 구조팀에 선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탈락하더라도 우주여행을 한셈치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긴말않겠습니다. 그냥 제가 가는걸로 하죠. 사실 우주여행이라는걸 한번 해보고 싶기도 했고 수왕성말고 다른 행성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거든요. 헌데 은리 사저랑 그 발두인 함장의 친누나인 라라펠이라는 분은 어떤 사이입니까? 이미 일면식이 있는듯한데."

"일면식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저에게 용린은리 소령을 소개해준게 라라펠 누나니까요. 사실 그런 인맥이 없었다면 사회초년생인 제가 DF등급의 검사를 고용하는건 불가능했을겁니다. 이후 용린은리 소령을 통해 용린춘 상사나 용린환 소위처럼 든든한 인력도 지원받았으니 누나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있죠."

"발두인 함장님 솔직히 말해서 용린환 그 녀석은 아직 일인분도 못한다고 봅니다. 그녀석은 한참 더 굴려야돼요! 아... 이런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 집고 넘어가야할건 집고 넘어가야한다고 생각해서."

"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있나요? 저도 8살때는 함선운항 방법 및 시스템 과목을 이해못해서 쩔쩔맸는걸요. 그래도 저는 용린환 소위의 착실한 심성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데 말하신김에 라라펠 누나와 정확히 어떤 사이였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사실 저도 둘도없는 술친구라는 단편적인 이야기 밖에 듣지 못해서."

발두인 함정 그거 비꼬는걸로 들리는데? 물론 발두인 함장이 자신을 치켜세워 다른이를 깍아내릴만한 사람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지만 용린환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상처받았을 것이다. 어찌됐든 은리사저의 술친구라면 나도 관심이 있었기에 귀를 기울였다.

은리사저의 포악한 성격을 받아줄려면 부처님처럼 관대하거나 아수라처럼 악독하거나 둘중 하나일텐데 어느쪽일까? 발두인 함장을 닮았다면 전자겠지만 전자의 해당하는 사람이 시집가기 싫다고 디파일러와 싸우는 용병 커뮤니티를 꾸렸을것 같지는 않다.

"무슨 대단한 우정스토리를 기대하셨다면 일찌감치 포기하십쇼. 그냥 비스트코인의 한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서 대판싸우다가 미운정이 든것뿐이니까요. 뭐 솔직히 성향이 어느정도 비슷했으니까 몇년동안 같이 붙어다닐 수 있었던거지만."

"비슷한거군요. 성.향.이."

"뭐 옥사건 뭘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있어. 라라펠년에 비하면 나는 완전 착했거든. 나야 상대가 먼저 건들지 않으면 가만히 있었지만 그년은 조금만 자기 성미에 뒤틀리는 일이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물어뜯어버리는통에 실버라군의 미친늑대라는 소문이 자자했었... 아! 발두인 함장님 절대 누나분을 모욕하려던 생각은 없었습니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을 들어보면 요새는 혼기가 꽉차서 성질도 많이 죽었다는 얘기도 있고 아무튼 어디가서 맞고다닐 애는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마십쇼."

"그건 그렇지만 아무래도 백토성의 기후환경를 고려하면 식수나 식량문제를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

"그 대식가 녀석이 며칠째 굶고있을걸 생각하니 암담하긴 하네요. 혹시 릭과 레서도 같이 실종된겁니까?"

"언제나 세트처럼 붙어다니던 세사람이였으니까요. 어머니측 수뇌부에서는 같이 조난중인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은리사저가 실력을 인정할 정도면 디파일러들에게 쉬이 당할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발두인 함장이 말했던대로 살아있는 인간에게 물과 음식은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필요시 무기호흡으로 전환할 수 있는 얼티밋 언데드 폼의 우수성을 보여줄 기회로군.

물론 라라펠 일행을 위해서라도 충분한 식수와 식량을 인벤토리에 챙겨가야겠지만 여차하면 한 사람 몫의 보급품을 아낄 수 있다는건 굉장한 일이다. 얼추 필요한 정보는 다 교환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발두인 함장이 긴급회의를 파했다.

더 자세한 정보는 발두인 함장의 어머니가 계신다는 비스트코인 우주정거장에서 들을 수 있겠지. 일분일초를 다투는 사안인지라 출발은 내일로 결정됐다. 공수중대장 도르칸 대위의 보급운송용 구축함 실버사이드를 타고 수왕성과 가장가까운 워프게이트와 도킹해서 비스트 코인 스테이션까지 항성 도약으로 이동하면 당일치기도 가능하단다.

물론 워프게이트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일체의 경비는 발두인 함장의 어머니측에서 지불한다고 하니 걱정할것이 무엇이랴? 내일 새벽 6:00시 출발이면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나는 나름의 태세정비를 위해 은린선 밖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    *    *    *

"흐음~ 당신이 실버스케일에 새로왔다는 DF등급의 술사로군요? 반가워요. 저는 블랙A입니다."

"블랙A 거참 괴상한 이름이군."

"일종의 코드명이죠. 사실 코드명을 많이 쓰다보니까 이제는 본명이 가물가물해요. 그런데 블랙해커들이 아바타 거래에 관해서는 절대 장난질을 치지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는걸 모르셨던 모양이군요. 이렇게 DF등급의 술사가 친히 납셔서 공증인까지 자처하시다니."

"무법자놈들을 어떻게 믿고 이솔다 공주님에게만 맡기라는거야. 아바타를 생성한다는 명목으로 이솔다 공주님의 몸에 불순한 짓을 할지 누가알아?"

"그렇군요. 사실 여성 커뮤니티장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제가 왔지만 확실히 같은 여자가 봐도 반할정도로 매력적인 분이시긴 하죠."

현재 나는 이솔다 공주의 요청을 받고 블랙해커 요원과의 거래를 감독하고 있는 중이였다. 본래는 비스트코인 스테이션으로 가기전에 와일슬레이어 던클레오를 언데드화 시켜 전력에 포함시킬 생각이였지만 내가 먼저 말을 꺼내놓고 이솔다 공주의 요청을 나몰라라 할 수 는 없는 노릇이였다.

사실 걱정했던것과는 달리 블랙해커 요원은 여성이였다. 그것도 아주... 매력적인. 이솔다 공주를 위시한 인어족 여성들이 평소에 비키니와 랩스커트차림으로 다녀서 배꼽이 드러나는건 사실이지만 블랙A의 스키니 가죽바지와 가죽자켓, 그리고 도발적인 일자복근을 사이에 드러난 배꼽은 차원이 다른 섹시함을 선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새빨간 입술에서 부터 가슴골까지 이어지는 장미덩쿨 문신이 상상력을 자극해서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블랙해커 요원이 이솔다 공주에게 불순한 짓을 하지 못하게 감시하러 나온 내가 오히려 블랙해커 요원에게 불순한 짓을 하게 생겼다는 소리다.

내가 계속해서 자신의 일자복근과 가슴골을 힘끌거리는데도 블랙A는 그저 싱긋 웃을뿐. 그 미소가 이성과 혈전을 펼치고 있는 본능을 자극해 전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인어족들을 지휘해 소금에 절여진 해산물 상자를 구축함의 냉동고에 운반하던 이솔다 공주가 일을 마치고 돌아온 덕분에 나는 가까스로 이성을 지킬 수 있었다.

"약속했던 5만 VP치 해산물보다 조금 더 넣었습니다. 요새 청린방어가 제철이라 생산량이 정식판로를 충당하고도 남았거든요."

"이렇게 고마울때가. 미모와 마음씨가 비례하는 경우는 흔치않은데 말이죠. 그러면 5만 VP치 해산물을 계약금으로 치고 아바타를 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죠. 그쪽의 DF등급 술사분도 참관하실건가요?"

"당연한걸 뭘 물어."

"그게 영혼역학 위상전환용 송신기랑 수신기를 각각 이솔다 공주님과 아바타 클래이에 장착하고 나면 아바타 클래이가 이솔다 공주님의 유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바타 생성을 진행하는데... 그때 태초에 태어났던 모습 그대로 알몸이 되버리거든요. 즉 의상 데이터까지 복사하지는 않는다는 소리죠.

물론 본체가 아닌 아바타의 알몸이긴 하지만 혹여나 이솔다 공주님께서 부끄러워 하시지는 않을까 싶어서."

"그렇다면 더더욱 내가 눈에 불을켜고 참관해야겠군. 블랙A 네가 허튼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위해서 말이야. 네가 레즈비언일지도 모르잖아."

"옥사건 준위 만약 제가 호명한 순간에 뒤로 돌아서지 않으면 용린은리 소령에게 옥사건 준위가 제 탈의장면을 훔쳐봤다고 보고하겠어요. 농담아니라 정말로요. 제가 늘 말하지만 남녀사이의 선은 지키셔야죠."

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블랙A와 이솔다 공주의 뒤를 따랐다. 이솔다 공주가 너무 단호박처럼 굴어서 어떻게 반론할 수 가 없었다. 내게 뒤통수에 눈이 달린것철 시야가 넓어지는 사이킥 능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사고분할 싸이킥 능력이 이리도 쓸모없게 느껴지긴 처음이다.

블랙해커측의 구축함으로 추정되는 함선내에서도 철통같은 보안으로 지켜지고 있다는 아바타 룸. 하지만 블랙A의 패스카드를 사용하자 도미노처럼 철갑문들이 개방되어 어르신들 마실 나가듯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안설비는 그게 끝이 아니였다. 아바타 룸에 도착하자 블랙A는 장례식 관처럼 생긴 정체불명의 캡슐앞에서 패스카드 말고도 추가적인 인증절차를 5분넘게 이어갔다. 아바타의 가격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지만 지루하게 느껴지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침내 모든 보안절차가 완료되고 관처럼 생긴 캡슐이 개방되자 고운 입자로된 찰흙덩어리와 술식원진이 새겨진 장갑 그리고 영롱한 빛을 발하는 구술 두개가 눈에 띈다. 지루했던 시간을 보상받듯 흥미가 돋는 물건들이다.

"아시다시피 아바타는 블랙해커의 유일한 장사밑천인지라 지금부터 진행될 아바타 생성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있으셔도 참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냥 저기 보이는 한쌍의 구슬이 각각 영혼역학 위상전환용 송신기와 수신기 역할을 한다는 정도만 알아두세요.

하나는 아바타 클래이에 다른 하나는 이솔다 공주님의 영혼에 장착될겁니다. 장착할때 조금 묘한 감각이 느껴지시겠지만 아프지는 않을겁니다.

그리고 정말로 혹시나 싶어서 말씀드리는겁니다만 그쪽의 DF 등급 술사분이 어떤 수상한 액션을 취한다면 그 즉시 모든 거래는 캔슬입니다. 아마 블랙해커측에서 먼저 동해용궁 커뮤니티에 접촉하는 일은 다신 없겠죠. 설사 제가 죽는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뭘 그렇게 살벌하게 말해. 아무짓도 안할테니까 빨리 이솔다 공주님한테 아바타나 만들어줘. 이솔다 공주님이 지금 장난감 선물포장을 뜯기전의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는거 안보여?"

"제가 언제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는겁니까? 물론 기대하고있는건 사실이지만..."

"하하! 제가 너무 두분을 기다리게 했나요? 그러면 이솔다 공주님 아~하고 입을 벌려 보실래요?

이솔다 공주가 블랙A의 지시에 따라 입을 크게 벌렸지만 어느새 예의 장갑을 착용한 블랙A가 구슬을 밀어넣은건 입이 아니라 이마였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이마속으로 구슬이 마술처럼 사라진것처럼 보였겠지만 사령안을 지닌 나는는 구슬이 이솔다 공주의 영혼에 뿌리내리는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독룡 팔타로스의 독령제절초가 내 영혼에 뿌리를 내린것과 유사한 매커니즘이였지만 그 목적은 판이하게 달랐다. 블랙A가 이솔다 공주의 이마를 톡톡하고 두드리고 나서야 블랙A가 자신에게 장난을 쳤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솔다 공주가 서둘러 입을 닫고 얼굴을 붉혔다.

"입을 벌리고 있어야 구슬이 더 흡수가 잘됩니다만."

"정말이지 옥사건 준위도 보고있는데 장난은 그만둬주세요."

"헤헤. 죄송합니다. 너무 순진한 표정을 하고계셔서 저도 모르게 그만. 영혼역학 위상전환용 송신기도 잘 자리잡은것 같으니 이제 DF등급의 술사인 그러니까 옥사건씨가 뒤돌아설 차례가 온것 같네요. 좋은 구경 혼자해서 미안하지만 용린은리라는 DF등급의 검사분 성범죄에 관해선 꽤 엄격하신분이라죠?

최근에 건쉽 커뮤니티의의 간부 한명을 고자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블랙해커쪽에서도 유명하니까요."

"예, 예. 돌아섭니다, 돌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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