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10화 (11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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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다시 재생된 화면에서는 델타포스 요원들이 흙바닥에 엎어진 드레이크를 확인사살하고 있었다. 내장이 흘러나올정도의 상처를 입은 이상 살아있을 가능성은 적었지만 만약 바주카포를 맞은 상대가 사람이였다면 사실 시체도 찾을 수 없어야 정상이였다.

수많은 전장을 누비는 과정에서 단 한번도 조우하지 못한 이생명체를 상대로 델타포스 요원들은 필요이상의 신중함을 기했던 모양이다. 다만 그 신중함이 독이 되었다. 드레이크를 확인사살하는 과정에서 퍼진 총소리가 주변에 있던 다른 드레이크를 흥분시켰던 것이다.

인공숲의 나무들이 벌벌떨며 드레이크들의 접근을 경고하고 있었다. 델타포스 요원들이 급히 전열을 정비해 자신들이 만들어 두었던 간이 진지로 복귀했다. 허나 인공 숲에 서식하고 있는 드레이크의 숫자는 상상이상이였다. 눈으로 보이는것만 열댓마리.

술렁거리는 수풀을 보니 보이지 않는 녀석들까지 합치면 수십은 될듯했다. 가장 앞서 달려오고 있는 드레이크에게 화력을 집중하던 델타포스 요원들도 제자리에서 분전하는것이 정답이 아니라는걸 알았는지 후퇴하기 시작했다.찰흑폭탄으로 박살냈던 철문까지 후퇴한다면 코끼리보다 덩치가 큰 드레이크들이 더이상 쫓아오지 못하겠지.입을 쫙 벌리고 시속 40km는 될법한 속도로 달려드는 드레이크들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델타포스 요원들은 장비까지 버리면서 철문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철문이 좁아 모든 요원들이 빠져나가기 전에 드레이크들이 당도할것 같았다. 델타포스 요원들중 분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이를 악물고 어떤 결단을 내린듯 델타포스 요원들이 챙겨온 찰흑폭탄을 몸에 덕지덕지 바르고 드레이크가 접근중인곳을 향해 내달렸다.

"그는 훈련시절부터 돋보였던 휼륭한 병사였지. 육체적인면은 물론 정신적인 면까지."

영상이 나오는 도중에 가스킬 국장이 속삭이듯 중얼거리더니 절도있는 경례로 묵념을 표했다. 이어진 영상에서 분대장 보였던 병사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철문을 폭파시켰을때 보다 커다란 굉응이 분대장의 최후를 짐작케했다.

철문을 통해 자동추적 무인경비시설이 있던 복도로 탈출한 델타포스 요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드레이크의 추격은 피했지만 분대장의 희생으로 자신들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정신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그것으로 영상이 끝이날줄 알았던 나는 복도에 정체불명의 연녹색 안개가 차오르는것을 목격했다. 워낙 입자가 희미했던지라 두눈을 비비고 난뒤에 다시 확인해 봤지만 분명 미세먼지가 가득찬 도심처럼 뿌연 안개가 가득차 있는것이 확실했다.

델타포스 요원들은 뒤늦게 연녹색 안개를 눈치채고 미리 준비한 방독면을 착용했지만 이미 호흡기로 안개를 들이마신 상태였다. 아직 이렇다할 병변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의료진의 지원을 받기 위함인지 어느 한 사내가 분대장을 대신해 델타포스 요원들을 인솔하기 시작했다. 서둘러 복도를 빠져나가 폐쇄된 지하철 노선으로 향하는 델타포스 요원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상은 종료되었다.

"현재 이번 작전에 투입되었던 델타포스 요원들은 예외없이 극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병원에서 투병중이네."

"혹시 얼굴에 검은꽃같은것이 피지는 않았나요?"

"있었지, 있었고 말고. 혹시 아야사양은 유사한 병세를 앓았던 경험자로서 이 병에 대해서 따로 조언하고 싶은것이 있나?"

"유감스러운 말씀입니다만 안락사를 원하는 병사가 있다면 그렇게 해주는것이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합당한 일이겠지요. 절대 병사들의 생명을 경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 고통을 겪어본 당사자로서 진심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드리는겁니다."

"후우... 사실 SSS에서 이 작전을 맡았다고 한들 델타포스와 비슷한 꼴이 났을거라고 생각하네. 만약 SSS 선에서 처리가능한 문제였다면 자네를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어떻게보면 델타포스의 오퍼레이터 요원들이 모르모트가 된셈이네만 나 또한 델타포스 출신이고 이번 참사에 관해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네.

실제로 미국방성 펜타곤에 작전을 발의한것도 나니까 말일세."

"면목없습니다, 국장님. 제가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작전의 위험성에 대해서 더 강력하게 어필했어야 했는데. 천외천의 힘을 두눈으로 직접 목격하고도 너무 안이했던것 같습니다."

"이번 작전에서 델타포스 분대장을 맡았던 친구가 밀러 자네 동기였지? 마음 굳게 먹고 어떻게 하면 블루아주 회장에게서 해독제를 탈환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게. 지금 병석에서 자신들의 혈관을 긁어내려하는 대원들을 구제하는 일이야말로 대원들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그 친구의 뜻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니까."

본래는 아야사가 영화를 보기 위해 홈씨어터를 들여났을 시청각실이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유쾌함 빼면 시체인 엔지도 조크 한마디 꺼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것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예의 분대장에 대한 애도가 아닌 블루아주의 연구실 구조였다.

분대장의 행동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였지만 애도를 한다고 해서 죽은사람이 되돌아 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구실 구조를 분석해서 블루아주를 때려잡아 그 목을 죽은 분대장의 무덤에 올린다면 최고의 추모선물이 되겠지.

자동추적 무인경비시설의 경우 델타포스 요원들이 그랬듯이 시야만 확보된다면 나도 이매망량을 이용해서 파쇄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FAS(Fabric Archane Suit)의 쉴드를 믿고 강행돌파를 해도 그만이다.

드레이크를 닮은 생체병기가 서식하고 있는 인공숲부터는 조금 골치가 아프다. 단순히 정면돌파를 하기엔 너무 개활지였다. 물론 시스트린과 륭사부를 대동해 정면돌파를 한다면 이길자신은 있었지만 블루아주가 감시카메라로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지닌 카드를 전부 내보이고 싶지는 않았다.좀더 협소한 지형에서 각개격파하는 방안을 숙고해봐야겠군.마지막으로 무사히 탈출한줄 알았던 델타포스 대원들을 병석에서 사경을 헤메게 만든 연녹색 안개의 경우 아야사를 고통받게 했던 독과 동일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미리 안티도트를 구입해 독에 대한 면역력을 갖춰야할 필요가 있겠지.

물론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안되니 FAS의 모듈중에 외부공기와의 차폐기능이 있는지도 살펴봐야할것이다. 철저하게 빈틈없이 준비할 수 록 불루아주 영감탱이의 목을 조르는 밧줄의 빈틈도 줄어들 것이다. 다소 오래된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감히 내게 현실 PK(Player Kill)로 협박을 해? 아주 가시는길을 편하게 모셔다드리는게 아니라 가시는길 가시밭길로 만들어주마.

"사건군 생각이 아주 많아보입니다만 이번 영상을 보고 천외천 유저로서 사견이 있으시다면 말씀해보시죠. 귀담아 듣겠습니다."

"일단 이번 사태에 대해 펜타곤에서 어떤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지 알고싶네요 제가 알기로 미국은 자국의 안보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저도 답답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만 아직 높으신분들은 VOTO에 잠재된 위험성에 대해서 실감을 못하는것 같더군요. 고작 게임 하나때문에 미국방성이 들고일어나야한다는 사실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시는 장군님도 있고 민간군사기업 고스트에서 무단으로 장거리공대지유도탄을 발사한 일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다른 일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고 말하시는 장군님도 있었습니다.

물론 가벼이 여기지말고 총력을 다해 연구소에 대규모 병력을 급파하는것은 물론 크로스데일 기업사찰까지 강행해야한다고 하는 장군님이 제 의견에 힘을 실어주셨습니다만 결국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제가 총대를 매는것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예의 영상에서 지구상의 생명체가 아니라는것이 뻔히 보이는 생체병기를 직접보고도 장군님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제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세계제일의 군사강국이라 한들 힘을 한데로 모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건 조심스럽게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혹시 블루아주 회장이 저나 다른 상속자들에게 그랬던것처럼 장군님들을 중독시켜 협박하고 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장군님들이 항상 펜타곤에 기거하시는건 아니니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겠습니다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대놓고 블루아주 회장을 보호하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못할겁니다. 펜타곤에는 눈이 많아서 그 즉시 지위를 막론하고 정보부의 심문을 받게될테니까요. 아직 미국방성이 자정기능을 잃어버릴정도로 타락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케이스를 생각하면 확실히 일이 복잡해지긴 하겠군요."

블루아주가 고위직에 있는 인사를 독으로 협박하고 있다면 위협적이진 않더라고 성가신 일이긴 하다. 아직 사회적 질서가 굳건한 이 세상에서 그 사회적 질서를 주도하는 고위인사들을 사주해 블루아주에게 유리한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낸다면 나는 하루 아침에 범죄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VOTO의 이능이 불고올 변화의 바람에 몸을 맡긴 이상 범죄자가 된다는 사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여차하면 한국 국적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데 전과자 기록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다.

마이 스위트 홈인 6평 자취방을 떠나야한다는건 좀 아쉽지만 기야스 함내에서도 충분히 쾌적하게 먹고 잘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었다. 단지 아직 적응이 되질 않았을뿐.

"옛날 그리스 신화에 보면 복잡하게 꼬인 밧줄을 검으로 내려쳐서 풀어버린 영웅이 등장하지. 이번 일도 그런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데. 연구소를 정면돌파해서 블루아주의 해독제만 손에 넣으면 간단한 일 아닌가? 독으로 협박당하고 있는 상대가 누구든 해독제를 이쪽에서 쥐고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리면 제발로 튀어나올 수 밖에 없어."

"일리 있는 말입니다. 아니 해독제를 마시지않은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으니 실제로 그렇게 되겠지요. 해독제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사건군에게는 연구소를 돌파할 묘안이라도 있는겁니까?"

"묘안이랄꺼까진 없고 아까말했듯이 압도적인 힘으로 정면돌파할거야. 말을 이리저리 빙빙돌리는건 성미에 맞지않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내가 이번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해준다면 SSS에서는 뭘 내놓을 수 있지?"

"뭐든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펜타곤에서 대가를 주고 천외천 유저를 고용하는 일을 탐탐치않게 생각해서 말이죠. 기업들은 너나 할것없이 천외천 유저들을 스카웃하려고 난리인데 말입니다. 혹시 사건군이 생각해두신 의뢰대금의 적정선이 있습니까?"

"1조 달러정도라면 엉덩이가 가벼워질것 같군."

"그... 그렇군요."

"참고로 말하는데 농담아니야."

"그럴것 같았습니다. 저도 말을 빙빙돌리는건 성미 맞지 않으니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SSS에는 그런 거금을 융통할 재량이 없습니다. 하지만 천외천 유저인 사건군이 흥미가 있을만한게 딱 한가지 있죠. 사실 SSS에도 천외천 유저가 한명 있습니다. 그녀는 싸이킥 능력만으로 천외천의 일원이 된 유저로서 SSS의 싸이킥 능력발현 프로그램을 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사건군에게 SSS가 지금까지 싸이킥 능력발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쌓아올린 실험 데이터를 모두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사실상 이게 SSS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입니다."

나는 사령안으로 가스킬 국장의 마음을 꿰뚫어 본건 아니지만 정황상 가스킬 국장의 말이 사실일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일개 부서에 1조 달러의 자금이 있을리도 없으며 애시당초 처음부터 내가 노린것도 SSS의 싸이킥 능력발현 프로그램이였다.

설마하니 SSS에 싸이킥 능력만으로 천외천의 일원이된 유저가 있었을줄은 몰랐지만 이로써 SSS의 싸이킥 능력발현 프로그램의 신뢰도는 믿을만하다는것이 입증되었다. 사실 블루아주의 경우 어차피 박살내야만 하는 상대였다.

가문의 힘을 총동원해 현실의 나에게 복수하겠다는 블루아주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불안하게 기다리는것 보다는 먼저 쳐서 화근을 제거하는것이 내 스타일. 결국 SSS의 싸이킥 능력발현 프로그램은 내게는 퀘스트 메인 보상이 아닌 일종의 덤인 셈이였다.

"거기에 가스킬 국장 당신이 융통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금을 얹으면 수락하지."

"융통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금이라니 조금 애매한 표현이군요."

"그럼 그냥 의뢰는 없었던걸로 할까?"

"아닙니다. 최대한 노력해서 모아보도록 하죠."

"바로 그거야. 성의를 보겠다는거지 가스킬 국장의 세간살이까지 긁어가겠다는게 아니라고. 아야사 내 여권이랑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좀 준비해줘."

"저희가 타고온 전용기로 같이 가시겠습니가? SSS 소유는 아니지만 한명정도 더 태운다고 해서 뭐라할 사람은 없을겁니다."

"아니 나도 적진을 털러가는데 준비를 좀 해야될거 아니야? 가스킬 국장은 돌아가서 보상이나 말끔하게 세팅해놔. 만약 보상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블루아주 회장보다 무서운 적을 만든 꼴이 될거야."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면 뉴욕에 도착하시면 여기로 연락주시죠. 숙식제공은 물론 델타포스가 침입했던 지점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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