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09화 (109/599)

0109 / 0316 ----------------------------------------------

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응접실에는 이미 엔지와 밀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헌데 반갑게 나를 맞이하는 두 사람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침훌한 분위기가 녹아있었다. 특히 밀러의 표정이 어두운것이 블루아주의 연구실을 찾는 과정에서 순풍이 아닌 역풍이 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건씨 오랜만입니다. 아야사에게 레드위도우라는 천외천 유저분을 전담호위로 붙여주셨더군요. 아야사를 잘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밀러, 마치 미스터 김의 장인어른이라도 된것처럼 이야기하는군."

"아니 사건씨는 조금 뭐랄까 마이 웨이인 느낌이 있어서. 아야사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건 아닐까하고 걱정했거든요."

"내 사람은 내가 알아서 챙겨. 먼 미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용건이나 말하지 그래?"

"미스터 김 까칠한건 여전하구만. 하지만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어. 겉으로 감정을 표출하지 않아서 속을 알수없는 인간보다는 100배 낫거든. 우리가 이렇게 다시 한국에 돌아온건 뭐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SSS에 아주 곤란한 일이 생겼거든. 그래서 슈퍼히어로의 힘을 한번 빌려볼까 해서 전용기까지 타고 날라왔지."

"내가 엔지와 밀러를 싫어하는건 아닌데 말이야. 정식으로 도움을 청하려면 우두머리가 와야된다고 생각안해? 내가 아야사의 조력자라고 해서 장기말의 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나도 그 말에 동의하네."

응접실 쇼파와 마주보고 있는 방향에 있는 문이 걸죽한 목소리와 함께 열렸다. 일순 응접실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꽂혔다. 갑작스런 시선집중에도 위엄있는 자세로 꽂꽂히 서 있는 그는 대머리에서 눈까지 내려오는 화상자국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륭사부보다는 조금 작은것 같지만 족히 190cm는 될듯한 키는 쇼파에 앉아 쳐다보고있는 내가 목이 아플정도. 쇼파에 앉아있던 엔지와 밀러가 급히 일어나 가볍게 경례를 건네는걸 보아하니 저 험악한 인상의 아저씨는 같이 전용기를 타고온 SSS의 상관인 모양이다.

"반갑네. 사건군이라고 했던가? 나는 스페셜 시큐리티 서비스, 통칭 SSS의 국장 가스킬 대령이라고 하네. 자네가 말했던대로 도움을 청하는 쪽 우두머리의 엉덩이가 무거워서는 안돼겠지. 저쪽에 계신 친절한 아야사양이 휼륭한 홈씨어터 설비가 갖추어진 방을 내어주어 보좌관과 함께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고 있었네.

이제 막 준비가 끝났으니 들어와 보겠나?"

"안될거 없죠."

방금 내 입으로 도움을 요청하려면 직접 와야된다고 지목했던 그 우두머리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설마하니 바로 옆방에 있을줄은 몰랐지만. 나는 가스킬 국장을 따라 옆방으로 향했다. 아야사와 시스트린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고 그 둘을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일단 지금부터 영상 하나를 보여주기 전에 본 영상에 나오는 부대는 SSS소속이 아니라 미육군의 티어1 대테러 부대 델타포스의 오퍼레이터 요원들이라는 사실을 집고 넘어가야겠군."

"VOTO에 관련된 좁게는 천외천에 관한 문제는 SSS란 곳에서 전담하는거 아니였습니까?"

"원칙적으로는 그렇네. 하지만 델타포스의 지휘관중에 욕심많은 내 후배한명이 작전을 가로채갔네. 사실 미육군 내부에서는 VOTO관련 사건이 델타포스같은 최정예부대조차 해결할 수 없을정도로 위험한 부류라는 인식은 아직 없다네. 물론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높으신분들의 생각이 조금 바뀐것 같긴 하지만.

일단 영상을 보면서 추가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젊은 군인이 서류가방처럼 생긴 노트북을 조작해 스크린에 영상을 출력하기 시작했다. 영상은 분대장으로 추정되는 대원이 날짜, 투입인원, 장소와같은 작전명세에 관해서 브리핑하는것으로 시작됐다.

이윽고 일개소대에 해당하는 델타포스 오퍼레이터 요원들이 지구기준으로 최첨단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뉴욕 지하철의 폐쇄된 노선에 집합해 있는 장면이 보인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벽에 불과한 장소에 두 대원이 나서 일사불란하게 폭탄을 설치하고 빠진다.

그 기민한 움직임에서 이들이 얼마나 잘 훈련된 요원들인가를 알 수 있었다. 콰광하는 폭음과 함께 벽부분이 사람이 들어갈 크기만큼 깔끔하게 무너졌다. 벽너머에는 폐쇄된 노선의 낡은 벽돌과 대조되는 현대적인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 장면에서 가스킬 국장이 할말이 있는지 잠시 영상을 일시정지시켰다.

"저 장소를 알아낸것은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할말이 없네. 뉴욕경찰서에서 지하철 밑에 생체병기 연구소가 있다고 소란을 피운 과학자 한명이 구치소에 수감중인걸 우리쪽에서 빼돌려 심문을 했네. 경찰관들은 단순히 정신병자취급을 했지만 정황상 그가 연구소에서 뛰쳐나온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지.

덕분에 뉴욕지하철 전부를 샅샅이 뒤지는 고생을 덜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자기 팔을 긁다가 동맥을 건들여 과다출혈로 사망했네."

"자기 팔을 과다출혈로 죽을때까지 긁었다고요?"

"그렇소, 아야사양. 엔지와 밀러 요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야사양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죽을정도로 가려운겁니까? 블루아주 회장이 조제한 독은."

"예, 죽기보다 더한 고통이 있다는걸 저도 그때 첨을 알았으니까요. 구속복과 진통제가 없었다면 아마 저도 그 과학자처럼..."

"안좋은 기억을 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야사양. 하지만 지금 그 독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예의 과학자 한명뿐만이 아니라서 말이죠. 이어서 보여드리죠."

다시 영상이 재생되고 델타포스 요원들은 섣불리 복도쪽으로 진입하지 않은채로 드론을 준비했다. 선진입한 드론이 아무런 방해없이 복도 중앙쯤에 도달했을때 갑자기 총격이 퍼부어졌다. 사람이 아닌 자동추적 무인경비시설의 짓이였다.

자동추적 무인경비시설은 사람이 아닌만큼 견딜 수 있는 반동과 하중이 높기때문에 고구경 총탄을 사용할 수 있다. 정찰드론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만큼 산산조각이 났지만 델타포스 요원들은 당황하지 않고 총구가 90도로 휘어진 곡사소총을 이용해 맞대응했다.

프리즘으로 만들어진 조준경으로 귀신같이 자동추적 무인경비시설을 무력화시킨 델타포스 요원들이 추가로 드론을 내보냈다. 이후 비슷한 과정을 통해 복도의 무인경비시설을 모조리 파쇄한 델타포스 요원들은 질서정연한 움직임으로 장비를 챙겨 복도내부로 진입했다.

복도끝에서 두꺼운 철문과 조우하자 망설임없이 드릴을 꺼내 철문에 홈을 파낸다. 적당한 크기의 틈이 생기자 찰흑재질의 뭔가를 우겨넣고 황급히 전대원이 후퇴했다. 완전히 복도를 벗어나 다시 폐쇄노선에 도달하자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곧이어 처음 지하철 벽을 무너지게한 폭탄의 굉음과는 비교도 안되게 커다란 폭음이 영상너머에서도 귀청을 찢을듯 울려퍼진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델타포스요원들은 이번 작전을 심심풀이 땅콩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군. 다들 빨리 작전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서 시원한 맥주를 한잔 들이키며 미식축구경기나 볼 생각을 하고있던거야."

"델타포스 요원들이 방심을 했다는겁니까?"

"그건 아니지. 델타포스 요원들은 그 어떤상황에서도 전투머신이 될 수 있는 훈련을 받은 자들이야. 내가 그 훈련을 받은적도 있고 교관이 되어 훈련을 지도한적도 있기때문에 아주 잘알고 있지. 이번 경우엔 단지 적이 상식밖 아니 상상밖이였기 때문에 문제가 된거지. 다음 장면에서 직접 확인하게."

족히 수십cm는 될법한 철문이 우그러져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통로가 열렸다. 델타포스 요원들은 잔해들로 난잡해진 복도를 지나 경계를 늦추지않은채로 철문을 통과했다. 철문 너머에는 복도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넓은 공간이 숨겨져 있었다.

단순히 넓은 공간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숲이 조성되어 있었다. 폐쇄된 지하철 노선 벽속에 저런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자체로도 놀라운 일이였지만 곧이어 놀라다못해 기절할만한 일이 벌어졌다. 육지생명체중 덩치로 치면 단연 으뜸인 코끼리보다 거대한 생명체가 숲속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생명체를 본 순간 나는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의 몬스터 드레이크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드래곤에 비하면 한수, 두수 아니 세수정도는 접어줘야하는 몬스터지만 거대한 날개에 위협적인 칠흑빛 비늘이 촘촘하게 박힌 거대한 파충류 숲을 배회하는 모습은 쥬라기월드를 연상케 했다.

델타포스 요원들도 당황했는지 지금까지의 신속한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분대장의 지휘아래 병풍같은 방탄방패로 간이 진지를 구성하더니 망설임없이 휴대용 대전차 무기인 바주카포를 꺼내들었다. 비늘도 비늘이지만 얼굴을 위시한 급소부위를 두터운 뼈로 감싸고 있는 녀석을 상대로 일반소총이 통하지 않을거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으리라.과연 델타포스 요원들의 판단은 주효했다. 아무리 드레이크를 닮은 거대한 생명체라 한들 대전차용 무기의 화력을 버틸 수 가 있으랴?뼈로 둘러쌓여 있지 않은 복부 부분이 심각한 화상과 함께 뚫리면서 내장이 흘러내린다. 분노한 드레이크 아류 생명체가 델타포스 요원들을 잡아먹을 기세로 달려들긴 했지만 이미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상태라 몇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흙바닥에 몸을 누이고 말았다. 역시 덩치 하나는 굉장한것이 쓰러질때 폭탄이 터지는듯한 진동이 전해진다.

"아야사 혹시 저거."

"예, 맞습니다. 상속자들로부터 모은 실험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완성형 생체병기겠죠. 하지만 생각했던것보다 위협적이진 않군요. 아직 실험단계의 프로토타입이거나 아니면 단순히 델타포스 요원들의 실력이 우수했기때문에 쉽게 당했을 수 도 있죠."

"말씀중에 죄송합니다. 보고서를 통해 이미 전해들은 사실이긴 합니다만 저런 종류의 생체병기를 아야사양도 키우고 계시는겁니까?"

"가스킬 국장님 만약 정말로 내게 도움을 청할 생각이 있다면 그에 관해서는 묻지않는편이 좋을것 같습니다만."

"절대 책임을 물으려고 그런것이 아닙니다. 어떤 이유로 아야사양이 그 일을 시작했는지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단지 블루아주 회장의 협박때문에 시작한 일이니 이번일이 잘 해결된다면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생체병기에 관련된 데이터를 폐기하고 이미 만들어진 녀석들도 폐사시키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말입니다.

사실 완전무장한 델타포스 요원들이였기 때문에 제압할 수 있었던것이지 저런 생체병기가 시가지에 나타난다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펼쳐질겁니다."

가스킬 국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확실히 저런 생체병기들이 시가지에 나타난다면 시민들때문에 바주카포같은 대전차화기를 쓰기도 애매해진다. 제압은 힘들어지고 민간인들의 피해는 속출하겠지. 물론 아야사가 본 마스크 보어를 연구소밖으로 고의로 유출시킬 일은 없겠지만.

나는 사실 아야사의 본 마스크 보어를 어떤 유효전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나서지 않기로했다. 오히려 거세게 반발할 수 록 뒤가 구리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내가 침묵하자 아야사가 가스킬 국장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친채로 입을 열었다.

"가스킬 국장님이 염려하시는 부분 충분히 이해합니다. 허나 VOTO의 이능으로 인해 시국이 불안정한 이때에 위험하니 먼저 무기를 내려놓는것은 도의적일 수 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봤을때는 아둔한 일이지요. 저 또한 미국시민권자이긴 합니다만 주변국의 핵보유를 견제하며 세계평화를 표방하는 미국이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국제 보안관인가 하는 문제는 확답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세계평화를 위해 제가 생체병기라는 무기를 내려놓았을때 가스킬 국장님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천외천 유저들로부터 저를 보호해줄 수 있으신지요? 과대망상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만 저는 이미 한번 제 친조부이자 매드알케미스트라는 이명으로 천외천의 일원이된 블루아주 회장에게 목숨을 저당잡힌적이 있습니다."

"아야사양의 언변과 논리에는 정말 못당하겠군요. 사실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이야기도 아니였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대신 다음 장면을 보시면 제가 왜 아야사양에게 생체병기의 위험성에 대해서 걸고넘어졌는지 알게 되실겁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