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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백록담에서의 볼일을 마친 나는 기야스를 타고 자취방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기야스에게 인근 야산에서 보호색모드로 대기할것을 명령한 뒤 아야사가 있는 호텔로 향했다. B플랫 엔터테이먼트와 관련해서 내린 지시사항에 진척이 있어 아야사의 호출을 받은 것이였다.
김춘복 실장을 만나면 상식과 격식따위는 개나줘버리고 만난 그 자리에서 바로 턱주가리를 날려버릴 심산이였던 나는 아야사가 거주중인 팬트하우스에서 예상치 못한 이벤트와 조우했다. 한 낯선 여성이 재집마냥 자연스럽게 응접실에 앉아 커피를 한모금 틀이키고 고딕풍의 담배 파이프로 독한 연기를 내뿜는다.
"아야사 이분은 누구시지? 혹시 한국인 남자친구인가."
"아... 그게 한국에서 유일한 제 천외천 조력자입니다. 아주 어렵게 스카우트한 분이죠"
"아하 천외천이라면 영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이능을 사용한다는 소문속의 집단을 말하는거지? 내가 처음 본 천외천 유저는 그이의 직속호위였던 아이언 가고일씨였던 탓에 천외천을 과거 스파르타군의 재림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던 모양이네. 처음 뵙겠습니다. 카멜리아 로 파로입니다."
"예, 처음뵙겠습니다."
"정말로 처음보시나요? 한번쯤은 보셨을 수 도 있으셨을텐데."
"어디서요?"
"카멜리아 언니는 세계적인 여배우세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만 3번이나 하셨고 주연작품이 한국에서 천만관객을 돌파한적도 있죠. 언니 이 분이 워낙 게임을 제외한 미디어 매체에 관심이 없으셔."
나는 이 뜻밖의 불청객에 대한 감정이 좋은 상태가 아니였다. 예정된 만남이 아니였다는 점은 둘째치고 직접 조제한듯한 연초가 내뿜는 독한 연기가 비흡현자인 내게는 머리가 어지러울정도다. 다만 아까부터 아야사가 안절부절해하는지라 참고있었던 것이다. 아야사까지 나를 시도때도 없이 난동을 부리는 무뢰배처럼 인식하게 둘 순 없지 않겠는가?
나는 모르는척 했던게 아니라 정말로 카멜리아가 세계적인 여배우인지 몰랐다. 하지만 아야사에게 그 사실을 전해듣고 나자 '저게 무슨 세계적인 여배우야?'가 아니라 '아! 세계적인 여배우 할것처럼 생겼네.'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오렌지 브라운빛갈의 웨이브펌이 어깨에 닿을락 말락한것이 센스제로인 내가 봐도 세련되어 보였고 보통 여자라면 소화하기 힘든 다크레드 립스틱이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어 무난히 화장속에 녹아있었다.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도 범상치 않다.
담뱃재를 털어내는 모습 하나하나가 마치 느와르 영화의 한장면처럼 느껴져 내가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 A가 된 기분이다.
"그랬군요. 하긴 저라고 해서 천외천이라는 분들에 대해서 시시콜콜하게 알고 있는건 아니니까요. 듣자하니 천외천이 VOTO 내에서는 대통령급이라죠?"
"한 나라의 대통령이 1000명이나 되면 그게 무슨 대통령이야. 지역 군수지. 아이언 가고일같은 고만고만한 놈들이 900명정도고 쓸만한 놈들은 100명 정도일까. 그 100명은 최소 주지사급은 된다고 볼 수 있겠지."
"그러면 저는 지금 지역 군수랑 대화를 나누고 있는건가요? 아니면 주지사랑 대화를 나누고 있는건가요?"
"둘다 아니야. 나는 키메라 워리어, 세속의 지위따위로 감히 측량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별 용건 없으면 어서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군. 아야사랑 중요한 비지니스 얘기가 있어서 말이야."
"별 용건이라... 남편이 한국에 입국한 이후로 실종됬는데 이 정도면 별 용건인가요? 물론 서로 별거한지 오래라 같이 침대에 누운 기억도 까마득한 남편이지만 일단 서류상 보호자임에는 사실이니까요. 아, 키메라 워리어씨는 남편이라고 해도 누군지 모르시겠군요. 제 남편의 이름은 도엔버 크로스데일. 미국 최연소 상의원의 자리까지 오른적이 있는 남자입니다만...
세속적 지위에 관심이 없는 우리 키메라 워리어씨에게는 아야사의 친오빠라고 설명하는 편이 빠르려나."
"뭐! 그 녀석 유부남이였어?"
"마치 제 남편과 일면식이 있었던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나는 말을 꺼내고도 앗차싶었다. 감히 내게 개수작을 걸어온 도엔버를 납치 및 감금하는 처사는 아크리퍼(Arcreaper)의 기준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였다. 하지만 통념적인 사회적 규범에 따르면 위법행위에 맞서 위법행위를 하는것은 엄연히 범죄였다.
때문에 이 카멜리아라는 여자에게는 도엔버가 어느집 개이름이냐는듯한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어야만 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대충 둘러대야겠지만 카멜리아라는 여자가 집요하게 파고들면 골치아픈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 카멜리아라는 여자까지 건들이는건 아크리퍼의 정의에 어긋났다. 나같은 무뢰배에게 무슨 정의가 있을까싶겠지만 내가 VOTO(Vaccine Of Things)에서 벌인 망나니짓에는 언제나 정당한 명분이 뒷받침되고 있었다.
나에게 해악을 가하려는자, 나의 이익을 가로채려는자,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자가 아니면 절대 먼저 건들지 않는다는 무뢰배가 지닌 최소한의 정의. 이것마저 지키지않는다면 나는 사람이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어찌됐든 무뢰배도 피와 눈물이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네 말대로 일면식이 있었지. 그리 썩 좋은 첫만남은 아니였어. 너처럼 천외천을 이종격투기선수의 상위호환 정도로만 알고있었는지 나를 깔보더라고. 그 자리에서 아이언 가고일을 어린애처럼 가지고노니까 그제서야 사람 대접을 해주더군. 한번 뒤집어 엎을까 하다가 어차피 다시 볼 사이도 아닌지라 참았지."
"아이언 가고일씨를 어린애처럼 가지고 놀았다는 장면이 상상이 가질않지만 그 말인즉슨 한국에서 도엔버를 목격한적은 있지만 이후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도엔버와 첫만남을 가진 그 시기는 언제였죠?"
"몰라. 기억안나."
"최근 이 호텔에서 뉴스에서도 회자될만큼 큰 화재사고가 있었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도엔버를 만난 시기는 이 화재사고 이전이였나요, 아니면 이후였나요."
"그것도 몰라."
"이 정도는 기억해주셨으면 하는데요. 자꾸 그렇게 대답을 회피하시면 저는 키메라 워리어씨가 뭔가를 은폐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봐 카멜리아씨 적당히 하지그래? 댁이 무슨 경찰이야?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는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내가 기억을 하고 있던 없던 대답할 의무는 없지않나? 한번만 더 그런 강압적인 태도로 지껄이면 여자라고 봐주지않겠어."
아야사와 안면이 있는것은 물론 실제로 도엔버를 납치한 장본인이 나였기에 참으려 했지만 슬슬 카멜리아의 태도가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자의 범주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애시당초 나는 도엔버가 먼저 시작한 싸움에 맞대응한것일뿐 도엔버를 감금한 일에 대해서 그 어떤 도의적 책임감도 느끼지 못했다.
저쪽에서 먼저 나를 납치하려들었는데 남편의 안위를 걱정하는 부인이 나타났다고 해서 얌전히 도엔버의 신병을 넘겨줄 순 없다. 게다가 간간히 들어오는 아야사의 보고에 따르면 아직도 처분하지 못한 현물자산이 꽤 많다고 한다.
도엔버의 경우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 남들과 스타팅 라인이 다르다고 해도 그만치 재산을 쌓은것을 보면 재계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남다른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손해배상의 일환으로 그 많은 재산을 십원한푼 남기지않고 긁어 먹는것이 인지상정 나이겠는가?
모든것은 도엔버가 자초한 업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남의 집이라... 마치 그 남에 당신은 포함되지 않는것처럼 말하는군요."
"당연하지. 나랑 아야사는 남이 아니니까."
"그 말은 조력자 이전에 아야사와 남녀사이의 정을 통했다는 말인가요?"
"물론이지. 그것도 아주 끈끈하게 말이야."
"후우, 아야사 시국이 불안정해서 기댈대가 간절했겠지만 그래도 곁에 둘 남자는 좀더 신중하게 고르는편이 좋겠구나."
"댁이나 잘하시지 그러셨어요? 배꼽맞춘지도 까마득한 허수아비 남편이랑 사시면서 누구한테 지적질이신지."
"표현이 저급하군요."
"나름 고르고 고른 말이 그겁니다. 아니 부부사이에 배꼽맞춘다는 표현이 저급할건 뭐 있습니까? 부부사이에 당연히 누려야할 행복이자 금슬의 척도가 섹스인것을."
"됐습니다. 그만하죠. 교양없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새삼 다시 확인시켜주셔서 고맙군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카멜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대놓고 쇼파에 드러누웠다. 입장이 난처해 지금까지 일언반구도 없었던 아야사가 밖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카멜리아를 배웅하러 나섰다. 보아하니 도엔버와는 앙숙이였지만 카멜리아와는 사이가 꽤 괜찮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야사의 입장을 고려해서 일일히 사려깊은 행동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노예가 주인님의 눈치를 봐야지, 주인님이 노예의 눈치를 본단 말인가? 세간의 시선때문에 일단 조력자라는 타이틀을 내새우곤 있지만 아야사에게 투자한것이 있는 만큼 나는 철저하게 그녀를 노예로 부려먹을 생각이였다.
아야사의 배웅이 제법 길어지고 있었다. 보지않아도 '사건님이 자존심이 쌔서그렇지 성정이 나쁜분은 아니에요.'따위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카멜리아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입대하기전만 해도 아야사가 세계최고의 갑인줄 알았건만 함께 있는 시간이 늘다보니 을의 입장에 선 아야사를 더 많이 보는것 같다.
"사건님 너무 기분나빠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사소한 문제로 시작된 별거가 길어지긴 했지만 카멜리아 언니는 아직... 도엔버 오라버니를 좋아하고 있거든요. 겉보기완 다르게 많이 걱정하고 있는지라 행동이 과했던 면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우리 아기고양이 성격 더러운 갑들 사이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고생이 많다. 잠깐 내 무릎에 앉아서 쉬어."
어느새 카멜리아를 배웅하고 아야사가 돌아왔다. 나는 아야사와 단둘이 있게된것도 오랜만인지라 그녀를 내 무릎에 호출했다. 코끝을 아야사의 귓가에 대고 있으려니 꽃향기가 섞인 바디워시향과 여대생의 살내음이 섞여 사내의 방심을 뒤흔들었다.
내친김에 뒤에서 아야사를 꼬옥하고 안으니 따스한 온기가 심장까지 전해져 성난 마음을 녹여 내린다. 다소 감성적인 분위기에 젖어 있으려는 찰나 어김없이 내 주니어가 내 뜻에 반기를 들고 솟아오른다. 엉덩이에 닿은 고깃덩어리의 감촉을 느낀 아야사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진다.
허나 이내 아야사는 순종적으로 내게 몸을 맡겨올뿐 반항의 의사는 없었다. 나는 몇번을 만져도 질리지 않는 아야사의 유방을 양손으로 이리저리 비틀기 시작했다. 주니어 녀석이 성문만 열었을뿐 정작 중요한 입성을 하지 못했던 아야사의 옥궁에 넣어달라고 성화였지만 나도 좀 즐겨야하지 않겠는가?
일단 한번 옥궁맛을 보고나면 나를 지배하는것은 이성이 아니라 한 마리 짐승이 될 터였다. 아야사의 이 휼륭한 여체를 맛보지도 못한채 정신없이 번식활동에 전념하게 되겠지. 그것은 아야사에게도 나에게도 바람직한 정사가 아니였다. 아궁이에 불을 피우듯 진득하게 애무를 해줘야 아야사의 방초림에 단비가 내려 입궁을 원할히 돕지 않겠는가?
"아흣! 오후 세시에 중국코스요리 전문점을 통채로 빌려 B플랫 엔터테이먼트 관계자와 약속을 잡아놨습니다. 흐읏! 이미 상당한 금액의 투자가 이루어진 상태고 향후 미국음반시장 진출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 귀띔을 했으니 아마 사건님이 보시고 싶은 인사를 전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앙!"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네. 설사 조금 늦는다고 해도 어차피 아쉬운건 그쪽이니까 일전에 재대로 즐기지 못했던 시간들을 오늘 보상받겠어. 아아 우리 아기고양이는 어쩜 이렇게 살결이 말랑말랑할까. 손이 녹아내릴것 같아."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나는 아야사의 검은 레이스 브레지어를 벗겨내려는 손모양 그대로 멈처섰다. 팬트 하우스의 응접실을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이렇게 원망스럽게 느껴진적이 있었을까? 아 지난번에 도엔버의 협박전화가 울렸을때도 이런 느낌이였지. 나는 아야사가 전화를 받을 수 있게 아야사의 유방에서 깔끔하게 손을 땠다. 흥이 깨졌다, 완벽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