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101화 (10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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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나는 현재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에 탑승해 한라산 정상에 있는 백록담에 와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오르시나가 수어지교(水魚之交)의 권능을 이용해 지구오 수왕성간에 수원 포탈을 연지도 어느새 30일이 지났던 것이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도엔버 녀석을 납치하기 위해 기야스를 타고 미얀마까지 갔다온 일이나 트라우마때문에 기야스함내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팬텀을 몸으로 위로해준 일까지.

그렇게 숨가쁘게 달려온 일정도 카페인과 타우린으로 샤워를 했던 기말고사끝에 쟁취한 여름방학덕분에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오르시나가 지구의 물이 너무 더럽다며 다시는 항성간 수원 포탈을 안열어줄 기세였던 지라 나는 정말 철저하게 운송물자를 준비했다. 일단 지구에서는 시스트린이 마침내 완성한 옥단예 차파오와 라면을 위시한 장기보존식품으로 가득채운 300t짜리 초대형 무인운행트럭을 준비했다.

당연히 초대형 무인운행트럭과 라면을 위시한 장기보존식품을 구입하는데 사용된 일체의 비용은 아야사가 지불했다. 원화로 대략 50억가량이 소요된 이 프로젝트로 향후 몇년간은 빙린여관에 자리를 잡은 푸스카의 매점물량이 비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아야사에게는 혹시나 VOTO(Vaccine Of Things Online)때문에 시국이 어지러워질때를 대비해서 식량을 확보해둔다는 구실을 내새웠지만 온전히 믿는 눈치는 아니였다.

"그러면 일단 이 옷이랑 트럭이 수왕성으로 보내야할 물건 전부야."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번에 수원 포탈을 열어서 수왕성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수원 포탈을 열어주지 않을거야. 지구는 오염된 수원이 너무 많아서 권능을 회복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백록담 같은 수원을 다시 발견하지 못하면 지구에 고립될 가능성도 있어. 나는 이렇게 수질이 최악인 행성에서 눌러앉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워워 진정해, 오르시나. 이 지구의 수원이 모두 청정수역으로 바꾸기전까지는 절대 항성간 수원 포탈을 열어달라고 보채지 않을테니까. 일단 수왕성쪽에 있는 네 분령한테 맡겨둔 물건부터 이 쪽으로 넘겨줄래? 명경지수로 백록담에 비쳐보고싶은 물건들이 몇개 있거든."

"흥! 아무리 구제불능이라고 해도 계약자는 계약자니까 그 명에 따르지요."

백록담에서 권능을 회복한 덕분에 물의 정령에서 다시 오피스레이디로 실체화한 오르시나가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백록담에 지구와 수왕성을 잇는 수원 포탈을 열기 시작했다. 화산이 폭발하는것도 아닐지언데 백록담이 부르르 떨며 눈부신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연락용으로 수왕성에 남겨둔 오르시나의 분령이 보따리를 한가득 싸메고 백록담의 수면위로 솟구쳐 올랐다.

아바타 옥사건으로 로그인해 내가 챙겨주었던 물건이였으므로 그 내용물들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였다. 대게는 전생유적에서 획득한 기연품목으로 안면인식장애를 일으키는 목각안경, 어느 노인과 체스내기에서 이겨서 받은 폰 글라디우스, 초거대 물고기의 심장에 박혀있었던 던클레오의 생명석 그리고 VOTO시절부터 인벤토리에 짱박아둔 구십번대 네임드 아이템 항아리까지.

폰 글라디우스의 사용법도 궁금했지만 전재산을 쏟아부어 구입한 뒤로 별의별 네임드 NPC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정체를 알 수 없었던 항아리의 정체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것이 사실이였다. 오르시나의 분령에게서 보따리를 건네받은 나는 아직 거대한 무언가가 백록담 수면밑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것을 눈치챘다. 오르시나의 분령이 아담한 손으로 부여잡고 있는 거대한 꼬리 두개, 다름아닌 철갑교룡의 시체였다.

"기야스 익스플로이드 좀 잔뜩 내려보내서 저 시체좀 격납고로 옮겨줘."

-함장령 수리했습니다. 함선 보건규정에 따라 시체의 소독및 격리를 임의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내가 이미 방부제처리를 해서 상관없겠지만 뭐 하고싶으면 해. 오르시나 일단 이 폰 체스말을 명경지수로 확인해보고 싶은데."

"할거면 빨리해. 항성간 수원 포탈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30분밖에 안되니까."

나는 보따리에서 폰 글라디우스를 꺼내 백록담에 비쳐보았다. 오르시나가 이미 백록담에 명경지수(明鏡止水)의 권능을 펼쳐둔 상태인지 내 얼굴과 폰 체스말이 호수에 비치는게 아니라 전혀 다른 장면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메키의 소환수, 윈터피스트의 화염버전처럼 생긴 화염거인이 폰 체스말을 집어든 후 전신을 활활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내 폰 체스말을 집어든 화염거인의 손에서 팔목보호대와 결합된 폭이좁은 형태의 단검이 마술처럼 형상화됬다. 그 단검은 실체가 있는 철제무기가 아니라 화염의 마력이 검기처럼 예리함을 갖춘것으로 보였다. 마력 주입이라고 하는 한자리수번대의 기본술식을 통해 경지에 오른 검사의 전매특허인 검기를 흉내낼 수 있다니 보통 아티팩트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상상이상이다.

헌데 그것이 끝이 아니였다. 화염거인의 몸이 활활 타오르다 못해 용암으로 뒤덮히자 화염거인의 손에는 다소 작아보였던 단검이 대검으로 변모했던 것이다. 화염거인의 몸에 딱 맞는 용암대검이 위력적인 기세를 내뿜으며 땅을 가르는 장면을 끝으로 명경지수(明鏡止水)의 권능의 지속시간이 다해 호수가 내 매력적인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확실히 유용한 아티팩트라는것은 알았지만 마력원천이 없는 지구에서 어떻게 마력주입을 구사할지가 문제로군.

"다음은 던클레오의 생명석을 비쳐볼까."

나는 보따리에서 에메랄드 빛 광채를 내뿜는 돌을 집어 들었다. 겉보기로는 에메랄드 보석처럼 생겼지만 실상 만져보면 왠지모를 따스함이 손아귀를 타고 전해... 으아앗! 이거 뭐야? 던클레오의 생명석을 집어든 순간 녹빛 광물이 액체처럼 녹아내리며 모세혈관을 타고 내 몸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바타 옥사건으로 집어들었을때는 아무 일도 없었거늘 이게 무슨 변고란 말인가. 피부가 올록볼록 솟아오르는 가운데 녹색 액체가 팔을 타고 매서운 속도로 가슴께로 향하고 있었다. 옷을 벗어재끼며 이 녹색 액체들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고 있노라니 그 목표는 다름아닌 심장이였다. 그 어느때보다 역동적으로 맥동하기 시작한 심장이 온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걱정했던것 치고는 꽤 긍정적인 현상이다. 사실 전생유적의 목적을 생각해보면 탐사자에게 유해한 기연이 존재할리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던클레오의 생명석이라는 기연에 어떠한 부작용도 없다는 확신을 얻고 싶어 오르시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오르시나 이거 99레벨의 체 테스트에서 얻은 기연이 명경지수로 비쳐보기도 전에 내 몸에 흡수되버렸는데 딱히 내 몸에 이상은 없는거겠지?"

"당연한걸 왜 물어. 전생유적의 기연을 탐사자가 오용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자체로 부작용이 있는 기연을 엔도미아님이 안배했을리가 없잖아."

"확실히 내가 느끼기에도 온몸에 활력이 넘치는것 말고는 딱히 이상이 없긴한데 정체불명의 기연이 심장안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니까 역시 좀 불안해서."

"그러면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한번 명경지수로 봐줄테니까. 흐음~ 별거 아니네. 그냥 명줄이 10배정도 질겨졌다고 생각하면되."

"명줄이 10배정도 질겨졌다고?"

"그래. 보통 사람이면 죽을 상처를 입고도 끈덕지게 살아남는다거나 잠을자지 않아도 쉽게 지치지 않는 몸을 가지게 된거지. 아무리 네가 영매계열의 능력자라고 해도 몸이 튼튼해서 나쁠건 없잖아? 아 그리고 수명도 한 10배쯤 늘어났을걸?"

수명이 10배나 늘어났다니 그야말로 진시황제가 그토록 찾아다녔던 불로초의 하위호환이 바로 던클레오의 생명석이였던 것이다. VOTO에서 매드 알케미스트(Mad Alchemist) 블루아주가 유저들에게 거금을 줘가며 수소문했던 생명연장의 실마리가 이런식으로 내 손아귀에 들어오다니 블루아주가 알았으면 거품물고 꼬꾸라질 일이였다.

잠깐! 그러고보니 활력이 넘치는 신체부위에는 내 주니어도 포함되어 있잖아? 나는 노골적으로 오르시나의 엉덩이를 주시하며 한쪽 입꼬리를 밀어올렸다. 이번에 항성간 수원 포탈이 닫히고 나면 앞으로 30일 동안 오르시나는 재차 육체를 실체화할 수 없게 된다. 일전에 한번 배꼽을 맞춘 정이 있는데 이렇게 그냥 보내는것도 야박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던클레오의 생명석으로 강화된 정력을 기반으로 오르시나의 옥궁속에 거하게 한방 싸질러 오르시나에게 기대 이상의 충족감을 안겨주리라.

"혹시... 정력도?"

"이 빌어먹을 계약자가 왠일로 얌전을 떤다 싶었더니 어딜 그런 음흉한 시선으로 내 엉덩이를 쳐다보는거야! 늘어난 정력을 시험해보고 싶으면 다른 인간 암컷이나 알아봐! 엔도미아님의 안배로 보통 인간보다 수명이 늘어났으면 널리 인간을 이롭게할 생각이나 할 것이지 여자 뒤꽁무니 쫓아다닐 생각밖에 안드니?

그리고 항성간 수원 포탈 유지시간 이제 반 조금넘게 남았으니까 헛짓거리 하지말고 빨리 일하란 말이야!"

"오케이, 오케이. 늘어난 수명의 십분지 일정도는 지구의 수질을 개선하는데 사용할테니까 너무 그렇게 화내지마. 명경지수로 감정해야할 물건은 이 항아리가 마지막이야. 그 다음에 차파오랑 트럭만 수왕성으로 옮겨주면 끝~"

나는 오르시나가 불같이 성화를 낸 탓에 막간을 이용해 운우지정을 나누려던 계획을 접고 재빨리 보따리에서 항아리를 꺼내들었다. 호수에 항아리를 비추자 흑갈색 대리석을 조각한듯한 몸매를 지닌 남녀가 노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연인관계라고 하기엔 여성쪽이 너무 어려 보인다. 물론 여성이 그 나이대에 맞지않는 대리석 몸매를 지니고 있었지만 얼굴의 앳된 기색을 숨길 순 없었다.

-딸아 태양은 우리에게 모든것을 주셨다. 우리가 추위에 떨지않도록 대지를 달궈주시고 곡식을 익게하시어 굶주리지 않게 해주셨다. 우리에게 이 항아리에 담긴 씨앗과 부지런히 땅을 일굴 근면함만 있다면 그 어떤 살생도 없이 일족을 배불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해도 일족을 지키기 위해선 투쟁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절제를 모르는 간악한 짐승들에 대해서 말씀하시는거군요.

-그렇다. 초목을 물어뜯으며 살아가는 초식동물도 초식동물을 물어뜯으며 살아가는 육식동물도 제 나름의 이치와 섭리를 따라 순환을 거듭하지만 예의 간악한 짐승들은 태양의 은혜를 멸시하는구나. 네가 장차 한 일족의 우두머리가 되어 그들과 맞서싸우기 위해서는 비타를 다루는 체술을 익혀야만 한다. 여기 이 항아리에 고르고 고른 종자와 일족의 비전인 마샬아츠 더 비타를 기록해 두었다.

-떠나야할 때가 온것입니까?

-안타깝게도 그렇다. 일족에서 너를 따르는 이들로 원정대를 꾸려 내일 아침 태양이 뜨는곳으로 향하거라. 너라면 잘 해낼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나 또한 성인이 되었을때 모부족에서 벗어나 이 곳에 정착했다. 나는 역량이 부족하여 이 작은 마을을 이끌어 나가는것만으로도 벅차했으나 너라면 창대한 왕국을 꿈꿀 수 있으리라.

나는 부녀관계의 두 사람을 비추는 태양이 실제로 따사롭다고 느꼈다. 마치 실감나는 꿈을 꿨다가 깨어난 기분이였다. 호수에 비친 관경을 기반으로 항아리의 내력에 관해 고민해볼 새도 없이 나는 차파오와 트럭을 인도해 백록담안으로 입수하는 오르시나를 배웅해야만 했다. 아마 시간의 촉박함을 느껴 서둘러 떠났으리라.

오르시나가 연락용 분령까지 이끌고 수왕성으로 돌아간 까닭에 나는 백록담에 홀로 남았다. 괜시리 여기서 죽치고 있다가 사람들 눈에 띄어봐야 좋을게 없었으므로 기연들을 모조리 챙겨 기야스로 귀함했다. 다른건 둘째치고 일단 항아리에 새겨진 마샬아츠 더 비타를 익힐 방법을 강구해겠군.

이미 전생유적의 지(智) 테스트에서 VOT 단말기의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않는 고대문자해석을 요청받아 깔끔하게 포기한 전례가 있긴하지만 걸려있는 보상자체가 다르니 해석에 임하는 각오도 다르다. 일단 항아리에 새겨진 기괴한 문양이 어떤 의미가 담긴 문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장족의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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