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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결국 도엔버를 다시 되찾아 오셨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갈비뼈 부분을 붕대로 칭칭감은 밀러 캠밸이 첫만남에 얼굴을 붉힌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경외심이 담긴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허 너무 그렇게 비행기태우려 하지마. 나 비행기 같은거 안타도 원래 잘난 사람이야. 아야사의 팬트하우스에는 해독제 강탈사건때 모였던 원년멤버들과 추가로 시스트린, 도엔버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도엔버는 거의 삶의 의지를 포기한 사람처럼 넋을 잃고 있어 심문없이도 알고 있는걸 술술 불것 같은 분위기였다.
"도엔버 지금부터 내가 그 개고생을 해가면서 너를 납치해온 보람이 있을만한 고급정보를 털어놓는게 좋을거야. 그렇지않으면 내가 그 화풀이로 네 옥수수를 털어버릴테니까."
"이제와서 정보를 숨기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알고있는걸 전부 말해주지. 하지만 그전에 고스트놈들의 미얀마 지부는 어떻게 됬는지 후일담을 듣고 싶은데?"
"뭐 그거야 어렵지 않지. 아야사 TV좀 틀어서 네 오라버니한테 세상물정좀 알려줘라."
아야사가 쇼파에 있던 리모콘을 들어 TV를 켰다. 마침 40인치의 넓은 화면에서는 미얀마의 이름없는 선착장이 장거리공대지유도탄을 맞고 쑥대밭이 됬다는 내용의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삶의 의욕이 없어보였던 도엔버의 표정이 한층 더 멍청해졌다.
-미국방성은 이번 사건을 최근 분쟁지역에서 과격성향을 보이고 있는 민간군사기업 고스트의 만행으로 보고 특별수사본부를 결성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또한 미검찰당국은 민간군사기업 고스트의 최대주주인 율리시안 헉스포드를 참고인자격으로 강제소환했지만 고스트사에서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율리시안 헉스포드는 현재 미국내에 거주중이지 않은것로 보이며...
"참고로 미야만 지부 사건은 내가 그런거 아니야. 뉴스에서 말한것처럼 율리시안 헉스포드가 범인이다.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뭐 일종의 파벌싸움같은거였겠지. 그러니까 나한테 감사하라고. 내가 아니였으면 너도 저 미얀마 지부에서 한 줌 재가 되었을테니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건가... 아무튼 거하게 엿을 먹은 인간이 나 하나뿐이 아니라는걸 알고나니 시궁창같던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군. 그러면 내가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지. 일단 상속자 리그에 관해서부터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야겠군. 아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테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속자리그는 완벽한 헛소리다.
왜냐하면..."
도엔버는 나의 경우 아야사에게 들어 이미 알고 있는 상속자 리그에 관한 썰로 이야기의 첫머리를 시작했다. 나도 블루아주 크로스데일 정확히는 천외천의 일원인 매드 알케미스트(Mad Alchemist)라는 인물의 본질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속자 리그의 전제 자체가 얼마나 허황된 이야기인지 모르는바가 아니였다.
하지만 도엔버는 더 논리적으로 증거까지 첨부해가며 블루아주가 자신의 모든것을 손주 ,손녀에게 넘겨줄만큼 인심 좋은 할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설토하고 있었다. 그 증거중에서 도엔버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바로 상속자들에게 나눠준 유전자 지도가 각기 달랐다는 점이다.
각기 다른 동물을 베이스로 했다는 점을 떠나서 각각의 유전자 지도는 한가지씩 트레이드 마크를 지니고 있다고한다. 아야사의 본 마스크 보어의 경우 총탄도 막아내는 뼈가면이 그것이였고 도엔버의 메가노사우르스의 경우 육중한 몸체를 견딜 수 있는 인체공학적 다리가 트레이드 마크에 해당했다.
이 밖에도 도엔버가 다른 상속자들을 염탐한 정보에 따르면 날개, 손톱, 눈에 해당하는 트레이드 마크를 지닌 유전자 지도가 있다고한다. 그리고 모든 상속자들은 해독제를 받기 위해서 자신들의 실험경과를 분기별로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에게 보내야만 했으니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의 목적은 뻔한 것이였다.
상속자 리그라는 허울을 내새워 상속자들로부터 생체실험정보를 수집해 지상최강의 생체병기를 완성시키는것.
"제법 설득력있는 추리군. 만약 블루아주의 실제 목적이 지상최강의 생체병기가 아니라고 해도 상속자 리그가 허울뿐이라는것과 블루아주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건 100% 확실하겠지. 그런데 도엔버 네가 왜 아야사의 해독제를 훔쳐 본 보어 마스크에 관련된 데이터를 강탈하려 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 나오지 않은것 같다만?"
"도구없이 싸운다면 인간보다 강할 동물이 얼마나 될거라고 생각하나? 물론 너처럼 상식밖의 힘을 지닌 천외천 유저들은 제외하고 일반성인남성이라 가정했을때."
"그거야 많지. 곰, 호랑이, 사자, 악어, 범고래, 코뿔소, 코끼리등 차라리 도구없이 인간이 이길 수 있는 동물을 찾는편이 빠르겠군."
"그래. 단순히 피지컬로 따지면 인간보다 우월한 동물은 얼마든지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이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존재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총때문이지. 결국 생체병기라고 해도 일반적인 육식동물보다 더 포악하고 덩치만 클뿐 총앞에서는 무력하다. 그래서 아야사의 본 마스크 보어의 데이터가 필요했다.
그걸로 내 메가노사우르스를 개량해서 완벽하진 않다고 해도 어느정도 총탄에 저항력을 지닐 수 있도록 만든 뒤에 양산하려고 했지."
"양산한 뒤에는 뭐 세계정복이라도 하려고?"
"택도없는 소리. 나는 단지 블루아주 그 늙은이가 우리를 토사구팽하기전에 선수를 치려고 했던것 뿐이야. 의미도 없는 상속자 리그를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지닌 역량을 총동원해서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뭐 결국 보기좋게 실패했지만."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것처럼 굴던 도엔버가 '최후의 발악'이라는 단어를 토해낼때는 눈동자를 활활 불태웠다. 그저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부족한것 없이 자라 온실속 화초처럼 유약한 놈일줄로만 알았더니 나름 깡다구가 있었던 모양이다. 도엔버에 대한 내 인식이 아주 한심한 놈에서 덜 한심한 놈으로 승격하는 순간이였다.
"이것참 재계거물들의 단순한 상속다툼인줄 알았더니 슈퍼 히어로 영화에나 나올법한 음모에 휘말렸구만. 그런데 문제는 주연급 악당은 정해졌는데 주연급 슈퍼 히어로는 아직 미정이라는거야. 감독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더럽게 게으른 친구로군."
"엔지 신원미상의 슈퍼 히어로가 홀연히 나타나서 우리를 구해줄거라는 기대를 해선 안되요. 이번에는 우리가 움직여야합니다. 당장 SSS 본부랑 연락해서 대책마련을 해야죠. 이봐요 도엔버 역습까지 준비한걸 보면 블루아주가 어디서 지상최강의 생체병기를 만들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거겠죠?"
"뉴욕 지하철 어딘가의 폐쇄노선. 이게 내가 몇천만 달러를 써가면서 알아낸 정보의 전부야. 블루아주 그 늙은이가 머리를 잘쓴거지. 등잔밑이 어두운걸 떠나서 뉴욕이라는 방패아래에서라면 이번에 고스트 미얀마 지부를 쑥대밭으로 만든 장거리공대지유도탄을 얻어맞는 일따윈 없을테니까. 불만한 정보는 다불었어. 그래서 이제 나를 어떻게 할셈이지? 죽일건가?"
"무슨 그런 섭한소리를 죽을땐 죽더라도 가진건 다 토해내고 죽어야지. 일단 대외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현물자산부터 아야사한테 넘겨. 혹시나 블루아주 그 영감탱이한테 평소 친분이 없던 장손과 손녀가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인상을 주면 곤란하니까."
"미스터 김, 일단 우리 SSS는 법과 질서를 수호는 단체라서 말이야. 그런 대화는 우리가 없을때 하는게..."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요, 엔지. 저희는 그저 정당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것뿐이라고요. 이 녀석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잊었어요? 아 엔지랑 밀러의 몫도 따로 챙겨줄까요? 이 녀석이 타고다니는 페라리 세르지오라는 차만 팔아도 꽤 나올듯 싶은데."
"워워 진정해 미스터 김. 나는 불명에퇴직같은건 하고 싶지 않다고. 그러면 나랑 밀러는 이만 나가볼테니까 천천히들 비지니스관련 얘기들 나누라고."
엔지가 식은땀을 흘리며 밀러와 함께 팬트하우스밖으로 퇴장했다. VOTO(Vaccine Of Things Online) 시절 나와 앙숙이였던 블루아주의 음모를 파해치는것도 중요하지만 엄연히 나를 적대했었던 도엔버에게 단죄를 내리는것도 미룰 수 없는 일이였다. 아야사의 해독제를 훔친건이야 내가 아야사의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쳐도 나를 인질로 삼기위해 B플랫 엔터테이먼트 경호팀을 동원한건은 빼도박도 할 수 없는 대역죄였다.
"도엔버 혹시 B플랫 엔터테이먼트라는 곳 기억해? 혹시나 잡아때는 일이 없었으면 해. 왜냐면 이미 현장증거가 충분한 상황에서 확인차 물어보는거니까."
"아... 알고 있다."
"말이 짧군. 내가 제대로 정보를 불지않으면 옥수수를 털어버린다고 분명 말했을텐데. 미얀마까지 쫓아가서 드잡이질 하는걸 보고도 내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걸 아직 모르겠어?"
"한국은 유난히 치안이 안정된곳으로 유명하지. 한국에서 도심 총격전이 벌어진다면 나라가 뒤집힐 정도의 대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래서 언론과 경찰의 시선을 돌릴 미끼까 필요했어. 그리고 고스트놈들이 해독제를 강탈하는데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보험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지.
그 모든걸 위해서는 한국사정을 잘아는 단체가 필요했고 미국 음반시장 진출을 미끼로 B플랫 엔터테이먼트라는 곳을 매수했던거야. 그 결과는 아야사의 흑기사씨가 더 잘알고 있겠지."
"외지에서 쓸 말을 아무 사전조사없이 고르지는 않았을테고 B플랫 엔터테이먼트에 관한 정보도 불어봐. 가급적이면 나쁜쪽으로."
"B플랫 엔터테이먼트의 이강건 사장이 옛날에 꽤 유명한 주먹이였다는군. 현재는 그쪽 일에는 손을땠지만 김춘복 실장이 종종 음지에 발을 담그는 모양이야. 내가 B플랫 엔터테이먼트랑 접선한것도 이강건 사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김춘복 실장을 통해서였으니까. 김춘복 실장이 실세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혼자서 날뛰는것처럼 보이더군.
아무튼 그 김춘복 실장이 혼자서 날뛰다가 B플랫 엔터테이먼트가 해외음반시장 진출을 위해 모아둔 공금을 홀라당 까먹은 모양이야. 그렇게 똥줄이 타는 상황에서 내가 손을 내밀었으니 김춘복 그 작자가 앞뒤안재고 그냥 덮석 의뢰를 물더군. 아무튼 종이계약서를 쓰긴했지만 계약서에 포함된 위법적 내용때문에 내가 미국음반시장 진출과 관련해서 투자를 강제받을 일따윈 없어.
한 마디로 지금 B플랫 엔터테이먼트는 속빈 강정이라는 소리지. 소문 한번만 잘못나도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서 부도가 날걸?"
도엔버는 궁지에 몰리다 못해 밑바닥까지 추락하고나니 타인의 불행을 땔깜삼아 위안을 받는 지경에 이른 모양이다. B플랫 엔터테이먼트와 관련된 비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도엔버는 어딘가 모르게 즐거워 보였다. 나는 블루아주와 관련된 문제가 일단락 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도엔버의 재산을 강탈하기 시작할 생각이였다.
지금이야 타인의 불행을 땔감삼아 웃고있지만 집구석의 수저세트까지 남김없이 털리고 나면 절대 남의 처지를 왈가왈부할 상황이 못될 것이다. 어찌됐든 현재로서는 뉴욕 지하철에 숨겨져있다는 블루아주의 연구실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내가 딱히 할일이 없었다. B플랫 엔터테이먼트나 도엔버의 현물재산압류의 경우 아야사에게 일임해 천천히 그 둘의 목줄을 조여나갈 생각이였다.
"레드위도우 이 녀석 다시 포박해. 일단 먹고 싸게는 해줘야 하니까 입하고 엉덩이는 남겨두고. 아야사 지금부터 내말 잘들어. 네가 지닌 역량을 총동원해서 대외에 공개되지 않은 도엔버의 현물자산 입수하고 B플랫 엔터테이먼트라는 곳도 인수해서 목줄 채워놔."
"알겠습니다, 사건님. 전투에서는 도움은 커녕 짐만됬지만 이런 부류의 일은 실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잠깐 포박될땐 포박되더라도 흑기사 너한테 할말이 있다."
"아까부터 검은 슈트를 입었다고 흑기사라니 오글거려죽겠네. 그냥 키메라 워리어라고 불러. 뭐 도엔버 네놈덕분에 알아낸 정보가 많으니까 자비심을 발휘해서 질문 하나정도는 받아주지."
"키메라 워리어 너는 분명 굉장한 천외천 유저다. 일년에 백만달러나 받아먹으면서 중요할때 아무것도 못한 아이언 가고일에 비하면 말이지. 하지만 블루아주 그 늙은이는 단순히 VOTO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손꼽히는 재력과 권력을 지니고 있어. 너는 그런 악당을 상대로 아야사의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자신하나?"
"무슨 개소린지 모르겠네. 나는 슈퍼히어로같은게 아니라 슈퍼악당이다! 블루아주같은 조무래기 악당따위는 소굴만 알아내면 바로 박살낼 수 있다고!"
도엔버가 망치에 머리를 부딪힌듯한 표정으로 입과 엉덩이만 제외하고 서서히 고치화 되간다. 내가 팬트하우스를 벗어나느 그 순간에도 도엔버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뭐 이미 질문 하나에 답을 해줬으니까 아무리 애원을 해도 응대해줄 생각따윈 없었지만. 즉 도엔버는 이미 단물이 빠진 껌이라는 소리였다. 나는 시스트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정말로 슈퍼악당처럼 당당한 걸음걸이로 내 스위트 홈, 6평 자취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