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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푸하! 이정도면 됐잖아? 이제 그만해."
"후우후우. 앞으로 최소 일주에 한번씩은 저랑 사랑을 나눠주신다고 약속해주세요."
"한달에 한번."
"너무하세요. 정말 잘해드릴게요. 지구의 은어로 따지면 홍콩보내드릴테니까 2주일에 한번으로 해주세요."
"한달에 한번."
"자꾸 그러시면 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길거에요."
"절대불허."
"그러면 제가 섹시한 복장으로 유혹해서 주인님이 절 덮치는건 횟수에 포함안되는거죠?"
"은리 사저에게 줄 옥단예 차파오나 빨리 완성시켜줘."
"VOTO 시절에는 주변에 여자라곤 저랑 누시아님, 듀리스님 이렇게 세명밖에 없었는데 어쩌다 갑자기 이렇게 꽃밭에 둘러싸이게 되신건가요?"
확실히 생각해보면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에 몰두할 당시에는 지지리도 여복이 없었다. VOT 시스템의 제한때문에 시스트린, 누시아 그리고 듀리스를 강제로 취할 수 도 없었고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나를 좋아해줄 현실의 여자도 없었다. 애시당초 편의점 알바를 제외하면 현실의 인간과 접촉자체를 자제했던 암흑기였으니 볕이 들일이 없었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들날이 있다너니 최근 내 인생은 꽃바람이 만개해 있었다. 내가 괜히 시스트린 정도의 팜므파탈에게 한달에 한번만 만나주겠다고 강짜를 부리겠는가? 다 남자라면 인생에 한번쯤은 찾아온다는 인기절정의 시기에 한 여자에게 속박당하고 싶지 않아 미리 포석을 깔아둔것이다. 어장관리를 여자만 하라는법은 없지 않겠는가?
"이러다 날새겠다. 빨리 도엔버한테나 안내해. 그 깔끔쟁이 녀석이 이런 낙후된 시설에서 2박 3일 머물고 있을리가 없어. 미얀마에 전용기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녀석이니까 지금 당장 납치해야해."
"뉘예뉘예 알겠쭙니다. 바로 모셔다 드리겠쭙니다."
"그런 말투는 또 어디서 배운거야? 진짜 현지 적응력하나는 에보니메이든의 주민들중에서 따라올자가 없겠구만."
"그러니까 저한테 잘하세요. 누시아님에게 차량을 운전한다던가 네비게이션을 보고 길을 찾는다든가 하는 일이 가능할거 같아요? 어디 미아보호소에 흘러들어가서 아이들이랑 노닥거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듀리스님이야 그림자 도약이 있으시니까 상관없지만서도요."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긴해도 시스트린이 유능하다는 사실은 나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아직 면허가 없는데 다른 행성에서 온지 10일째인 시스트린이 일반챠량도 아니고 어린이집 통학용 버스를 나와 부끄러운짓을 함과 동시에 운전을 해냈으니 이는 단순히 아라크네족의 뛰어난 방향감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철창살 트랩안에서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늦장을 부려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도엔버의 몸에 인간은 눈치챌 수 없을정도로 얇은 거미줄을 달아놓는 센스를 보여줬다. 이제는 시스트린이 내 말에 절대복종하는 마네킹이 아니라 적당히 어루고 달래야하는 유능하지만 센서티브한 부하직원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할 때다.
나는 패브릭 아케인 슈트의 헬멧을 폐쇄하고 클로킹 모드로 전환한 후 앞서나가는 시스트린의 뒤를 쫓았다. 시스트린에게 몸을 투명화하는 기술따위는 없었지만 특유의 기민한 움직임으로 천장에 달라붙어 아랫층으로 내려가더니 피곤에 찌들어 있는 당직병의 등에 거리다미를 꽂고 영원한 안식을 선물해줬다.
"좋아, 이런식으로 한놈씩 미라로 만들어서 이 곳을 고스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진짜 유령부대로 만들어버리자고."
"벌써부터 배가 불러오는 기분이네요."
따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지휘부 상황실을 벗어나려는 그때 당직병 앞에 있던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나는 앗차싶었다. 당직병을 마지막에 죽였어야 했나? 어디서 온 전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받지 않는다면 상황실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노출시키게 되고 받는다쳐도 제대로 응대하지않으면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나는 못먹어도고라는 심정으로 일단 전화를 받기로 했다. 불이 들어온 수신LED 밑에 쿡룸(Cookroom)이라고 적힌 라벨이 있어 내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취사병이라면 밥만하는 놈들이니까 속이기 쉬울거야.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오히려 당당하게 전화를 받으니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빙고! 여전히 재수없는 목소리군.
"이 빌어먹을 고스트놈들아 의뢰주를 이런 시궁창같은 장소에서 지내게할 생각을 하다니 남은 잔금을 받을 생각이 코딱지만큼도 없는 모양이지? 당장 이 빌어먹을 벌레들 다 쫓아내고 에어콘 대령해!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던 놈들이 단 한명에게 쥐어터져서 의뢰를 실패했으면 최소한 의뢰주에 대한 대우만큼은 확실히 해야할거 아니야!
지금 당장 내가 지시한 부분을 이행하지 않으면 잔금의 10%도 줄 수 없다고 너희 윗대가리한테 전해!"
철컥! 송구한 목소리로 도엔버의 비위를 맞추주려고 했던 나는 뚝하고 끊긴 전화기때문에 실소를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도엔버 자식이 자기 무덤을 파는구나. 나는 시스트린에게 고개를 까딱거리며 빨리 속행하자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금 더위와 벌레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도엔버에게 내 얼굴까지 보여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군.
물론 도엔버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일것이고. 도저히 사람이 보여줄 수 없는 기묘한 움직임으로 건물 너머를 뛰어넘는 시스트린을 쫓아 나는 마침내 취사실에 도착했다. 엘리트 고스트가 아닌 일반 고스트 병사가 지키고 있었지만 딱히 특출난 사명감으로 경계에 임하는것 같지는 않았다. 마치 벌칙게임의 곤욕스러운 미션을 수행하는듯한 얼굴이랄까?
나는 장난기가 생겨 클로킹 모드를 해제하고 너무나 당당한 포부로 일반 고스트 병사앞으로 걸어 나갔다.
"여 성질 더러운 의뢰주 지키느라 고생이 참 많아. 이 놈이 상황실에다 대고 벌레퇴치랑 에어콘을 요청해서 그런데 잠시 달래러 들여보내줄 수 있을까?"
"충성! 아까 전화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그런 터무늬없는 요청을 한겁니까? 정말이지 부자들의 생각은 이해할 수 가 없군요. 이곳 미얀마 지부의 환경이 열악한건 사실이지만 그나마 나은 취사실에 배정해줬는데도 불평질이라니. 드러가서 욕좀 보십쇼.
그런데 누구십니까? 처음 보는 슈트인데..."
"나를 모르는거야? 본부에서 온 블랙 팬텀이잖아."
"그게 누... 크억!"
내가 고스트 일반 병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을때 시스트린이 언제 올라갔는지 취사실 천장에서 병사들을 덮쳐와 두 병사 모두 삽시간에 미라로 만들어 버렸다. 결국 아무리 인간들이 고도화된 문명이기를 지니고 있다해도 타고난 포식자보다 뛰어난 사냥꾼이 될 수 는 없는 법이다.
내가 등장했음에도 즉각 발포하지 않은 것은 외곽을 지키고 있는 엘리트 고스트들을 뚫고 이렇게 버젓이 적군이 근거지 내부를 활보할리가 없다는 일종의 자기함정에 빠진것이고. 나는 여유롭게 콧노래까지 부르며 취사실 안으로 입장했다. 각종 통조림과 보존성 군용식량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이곳에서 왠지모를 향수가 느껴진다.
일단 도엔버를 제압한 다음에 하나정도 맛을 볼까? 나는 클로킹 모드로 시스트린은 천장을 타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진입하니 도엔버가 취사병 휴게실 침낭에 고개를 쳐박고 뒤쳑이는 모습이 보인다. 이대로 기절시켜서 한국에 있는 내 자취방에서 눈을 뜨게 하는건 영 재미없는 시나리오고 내 존재를 확실하게 인지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도병장님 다음 불침번 차례입니다. 어서 환복하십쇼."
"무슨 개소리야! 사람 착각했어 이 머저리야. 이제 막 잠이 들려했는데 방해하다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내 전화 한통이면 너같은건... 히익! 너... 너는!"
"헬로우, 도엔버.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줄 알았나? 꿈도 야무지셔라. 그러니까 처음부터 사람 봐가면서 건들였어야지. 레드위도우 이 녀석 감아버려."
내 명령에 시스트린이 섹시하게 입에서 거미줄을 뽑아내더니 능숙한 솜씨로 도엔버의 사지를 구속해 버렸다. 나 또한 도엔버가 소리를 질러 일을 복잡하게 만들까봐 턱뼈가 부러질세라 주둥아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 사이 시스트린은 계속해서 거미줄을 뽑아내 도엔버를 고치마냥 감기 시작했다.
도엔버 따위에게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의 존재를 노출시킬 순 없었으므로 이런식으로 오감을 전부 막아버린 것이다.
"이거 숨은 술 수 있는거야? 아직 심문해야될 사항이 많아서 죽으면 곤란한데."
"걱정 붙들어 매세요. 한두번 하는 솜씨인줄 아세요? 저는 아무리 배가고파도 죽은 시체따윈 취급도 안해요. 전 육회 매니아란 말이에요."
"좋아, 그러면 이번에는 이 고스트 미얀마 지부는 물론 스텔스 잠수함까지 고철로 만들 생각이다만 혹시 그 팬텀이라는 녀석 강하냐?"
"그 핑크 홀릭년 말씀하시는 건가요? 인간치고는 제법이긴 했어요. 특히 그년이 들고 있는 총의 위력이 일반 병사들의 것하고는 차원이 달라요. 단순히 스쳤을뿐인데 살점이 뭉터기로 뜯겨져 나가더군요. 만약 제가 흡혈귀화 되지 않았었다면, 이전에 피를 잔뜩 먹어두지 않았다면 변신 전 상태에서 질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정도란 말이야?"
"저라고 무적은 아니잖아요? 애시당초 지구에서는 간단한 술식조차 사용할 수 없어서 전투패턴이 너무 제한적이에요. 사실 그래서 지구의 총화기 사용법도 배워둘까 생각중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구상에서 시스트린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몇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팬텀이라는 존재는 위협적인 변수다. 이제와서 시스트린이 검술의 기초부터 배우는것도 우스운 일이니 단기간에 폭발적인 위력을 낼 수 있는 총격술을 배우는게 맞다. 나는 문득 허버지에 감아둔 홀더의 고딕풍 매그넘이 시야에 잡혀 집어들었다.
"시스트린 너라면 금방 명사수가 될 수 있을거야. 이건 아까 그 발정난 노병한테서 챙겨둔 매그넘인데 한번 시험삼아 사용해봐. 여기를 당겨서 장전한 다음에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되는 더블액션 방식이야. 그리고 이 정도 디자인이면 네 눈에도 찰거라고 생각하는데?"
"나쁘진않네요. 하지만 주인님이 눈독 들이고 있었던 무기를 제가 가져도 되는거에요?"
"이제와서 순종적인 부하 코스프레를 해도 소용없어. 이렇게라도 어르고 달래지않으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말광량이라는걸 알았으니까."
"그러면 사양않고 받을게요. 그런데 탄환은 어디서 보급하죠? 꼴랑 여섯발로는 그 팬텀이라는 년을 골로보낼 수 없을것 같은데."
"이곳이 군부대라는걸 잊은건 아니겠지? 탄약고같은 곳을 찾아보면 분명 박스채로 있을거야. 아니면 그 노병이 있던 집무실 서랍을 뒤져보면 나올지도 모르지. 도엔버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급급해서 수색하는걸 깜박했네. 그런데 팬텀이 여자라는건 어떻게 알아낸거야?"
"그거야 딱 보면 알죠. 아무리 두꺼운 옷으로 가린다한들 가랑이 움직이는것만 봐도 바로 견적나오는거 아니겠어요? 설마 그년을 눈독들이고 있는건 아니시겠죠? 제가 언감생심 주인님을 독점하겠다는 마음을 품은건 아니지만 그년만큼은 조심하세요. 여차하면 주인님의 고간을 샷건으로 날려버릴지도 모르니까.
혹여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얼마나 비극적인 참사인가요?"
아니 시스트린 이 년은 내가 여자만 보면 일단 껄떡거리고 보는 난봉꾼인지 아는건가? 나는 그저 패브릭 아케인 슈트의 클로킹 모드로 여탕을 훔쳐본다는 소박한 꿈을 지니고 있는 평범한 남성일뿐이다. 고치화된 도엔버는 시스트린이 4개의 거미다리중 2개를 이용해서 업기로 하고 우리는 동이 트기전까지 작전을 완수하기 위해 취사실을 빠져나왔다.
이윽고 시스트린과 나는 어둠을 가르는 암살자가 되어 미얀마 지부에 있는 고스트들을 하나둘씩 그러나 거침없이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아라크네족 특유의 초감각과 패브릭 아케인 슈트의 적외선 카메라가 합해진다면 고스트놈들은 우리 손바닥 위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였다.
미얀마 지부를 배회중인 경계병력이 모두 제거 됬다고 판단된 순간 우리는 내무반에서 취침중인 병사들에게도 암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잘 훈련된 병사라한들 곤히 잠든 사이에 짓쳐드는 암수 앞에서는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이래서 365일 불친번을 세워둔거구나라는 사실을 피부로 체감한 나였지만 다시 군대에 돌아간다 한들 불침번역을 달갑게 맡을것 같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