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97화 (9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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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생각보다 너무 손쉬운걸? 교전이 자주 일어나는 부대가 아닌가보군. 단순히 스텔스 잠수함의 보급거점 역할만 하다보니 병사들 군기가 빠진모양이야. 뭐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경계시간에 농땡이를 피우지않은것만으로 기특하다고 봐야되나?"

"지금 그 대사, 제 뒤에서 손가락만 빨면서 구경하셨던 주인님이 해도 되는 대산가요? 아라크네족과 달리 시계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인간들의 허점을 노린 제가 뛰어난 사냥꾼이였기 때문에 손쉬웠다는 생각은 안드시나요?"

"그 말도 일리가 있네. 하지만 나야 한평생 강령술이랑 변이술만 파고든 술사라고. 은밀하게 사람을 암살하는일이 가능할리가 없잖아. 괜시리 엄한데 찔렀다가 고스트놈이 죽지도않고 호각이라도 부르는 날에는 일이 복잡해진다고."

"그 부분을 불평하고 싶은게 아니에요. 피는 제게 있어서 마셔도 마셔도 질리지 않는 활력의 원천이죠. 즉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도 곰이 챙기고 있지만 조련사의 칭찬이 모자라단 말을 하려고 했던거에요. 정말 주인님은 왜이렇게 눈치가 없으신거에요?"

"오케이, 오케이. 우리 시스는 어떻게 섹시하고 싸움도 잘하고 손재주까지 좋아? 우쭈쭈 참 잘했어요. 이제 주둔병력은 대충 정리됬으니 빨리 지휘부로 다시 돌아가서 챙길건 챙기고 정보도 좀 수집하자고."

"흥!"

고치화된 도엔버를 업고도 지상과 허공을 넘나드는 시스트린의 날렵한 움직임을 쫓아 나는 지휘부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곳 미얀마 지부말고도 본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본부의 위치를 알아내야 한다. 말벌집을 건드렸을때는 뜨뜨미지근한 행동이 오히려 독이 되는법.

본부를 기둥뿌리 하나 남기지않고 박살내는것은 물론 다른 지부가 있다면 그것마저도 박살내야만 한다. 본체인 김사건이 아바타 옥사건보다 약하다는것은 몸을 사릴 이유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약하기 때문에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날카롭게 세우고 나를 건들면 어떤 악몽이 현실화되는지 고스트놈들에게 톡톡히 가르쳐줘야만 한다.

물론 민간군사기업 고스트에게 의뢰를 넣은 도엔버놈도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 다음에는 10원 한푼 남기지않고 전재산을 몰수한 다음에 삭초제근한다. 물론 경제의 기역자도 모르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봐야 무뢰배마냥 도엔버에게 죽기싫으면 가지고 있는 돈 다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수 밖에 없지만.

요즘 사람들이 스크루지 덕 영감처럼 집채만한 금고에 금화를 쌓아두고 있는것도 아니고 별의별 종류의 유무형 재산을 힘으로 강탈하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겠지. 뭐 그런건 아야사가 알아서 해주지않겠는가? 보호해주고 감싸주려고 아야사를 노예로 받은게 아니라 귀찮고 번거로운일을 다 떠넘기기 위해 받아들인것이다. 물론 맨처음에는 아야사의 우윳빛갈 나신이 탐나 덜컥 부하로 받는것은 물론 갖은 허세를 부렸지만.

"잠깐 선착장 감시 카메라에 뭔가 비쳤는데? 시스 이 녀석이 혹시 팬텀 아니야?"

"어디보자... 예, 맞네요. 부대가 초토화되고 있는 와중에 코빼기도 안보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잠수함에 잔류했던 모양이네요. 지금 가서 먼저 칠까요? 웬 잔챙이들이 섞여 있긴 하지만 주인님과 함께라면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을거에요. 만약 본 모습으로 현신하는걸 허락해주신다면 저 혼자서도 씹어삼킬 수 있고요."

"네 안전이 위협받는다 싶으면 앞으로는 주저말고 본모습으로 현신해서 싸워. 내 허락받을 생각하지말고."

"알았어요. 하지만 웬지 본모습으로 현신하면 낯선 이방인으로 찍힐까봐 두려워요. 물론 실제로 이방인이 맞지만 저는 이 지구의 문화에 녹아들고 싶어요. 옛날처럼 아라크네족이라고 해서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는게 아니라 디자이너 시스트린이 되어서 사람들의 선망어린 눈길을 받고 싶어요."

"주인님이랑 섹스도 하고싶다. 디자이너도 되고싶다. 진짜 욕심한번 많네. 유능하니까 봐준다. 그리고 아무리 변신하기 전의 너라고 해도 대등한 교전을 펼친 팬텀같은 녀석들이 나왔다는건 이미 이 지구가 미쳐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방증이야. 얼마안있으면 천외천들의 존재가 여론에 공개될것이고 봉사시간 40시간 채우기가 아니라 VOTO에서 1000레벨 찍기가 고등학교 졸업조건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

그때가면 거대거미로 변신하는 일 정도는 회사이력서에 써도 좋을정도로 세상인식이 바뀔테니까 너무 걱정하진마. 그리고 우린 팬텀을 피해서 기야스로 돌아간다."

"말이라도 고맙네요. 그런데 팬텀은 지금 제거하는게 낫지않겠어요? 거슬려요, 그 핑크홀릭년"

나는 말없이 기야스가 대기중인 곳으로 앞장섰다. 팬텀이 지휘부는 물론 부대전체가 전멸했다는 사실을 눈치채기전에 기야스에 도착해야만 했다. 만약 부대내에서 팬텀 일행과 조우했다면 망설일것 없이 섬멸전을 펼쳤겠지만 운좋게 감시카메라로 상대의 움직임을 읽었으니 그것을 이용해주는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나는 기야스의 함포로 팬텀이 자리를 비운 스텔스 잠수함을 격추해 도주로를 차단할 심산이였다. 굳이 미얀마에서도 외지에 속하는 이름없는 선착장에 지부를 세운건 다 이 주변에 마땅한 보급거점이 없기때문일터. 여기서 스텔스 잠수함을 격추한다면 팬텀은 여지없이 고립된다.

역으로,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기야스가 격추된다면 나 또한 미얀마 한가운데서 불법체류자가 되고 말것이다. 상대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최악의 악몽을 그대로 실현한다. 이 얼마나 가슴설레이는 일이란 말인가? 나는 점점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에서 유난히 안좋은쪽으로 명성을 떨쳤던 아크리퍼(Arcreaper)를 닮아가고 있었다.

이걸 좋은 현상이라고 해야할지 나쁜 현상이라고 해야할지 아직 섣불리 단정지울 수 는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 아야사의 처녀를 정복했을때 만큼이나 기이한 전율이 내 몸에 흐르고 있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였다. 팬텀은 100m 밖의 풀바스락 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는 불확실한 정탐정보를 일단 사실이라 가정한 나는 부대를 크게 빙돌아서 선착장으로 향했다. 덕분에 팬텀과 교차하는 일 없이 무사히 기야스에 승선할 수 있었다.

"이 장난감 배를 테스트해보고 싶어서 팬텀한테 들킬세라 헐레벌떡 뛰어가신거에요? 정말이지 남자들이란."

"장난감 배라니 무슨 그렇게 섭한 소리를. 이 배 아니였으면 너 구하러 가는데 3박4일 걸렸어. 기야스 이 우주선에 탑재된 무기들 좀 읊어봐."

-일단 주 함포로 피스메이커 제 1형과 제 2형이 있습니다. 제 1형은 재충전시간으로 16분을 필요로 하며 목표로하시는 스텔스 잠수함을 격추하는데 충분한 화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2형은 재충전 시간으로 16시간이 소요되며 현재 국경상으로 미얀마에 해당하는 내륙지역을 바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익스플로이드 유니콘의 광산절단용 에너지 웨폰이 있지만 전투목적으로 사용하는것은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정당방위로 고스트놈들에게 보복하는는것뿐이니까 엄한 사람들까지 건들일 필요는 없고. 피스메이커 1형으로 저 스텔스 잠수함 아예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버려."

-함잠령 수리했습니다. 기야스 주함포 피스메이커 제 1형 조준준비...... 조준완료. 함포예열시작...... 예열완료. 1번 보조 배터리가 함포 에너지 사출용으로 선택되었습니다. 함장령 철회불가 페이즈에 돌입합니다. 스탠바이 쓰리, 투, 원.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黃金蟲 Gyas)

주함포 피스메이커(Peacemaker) 제 1형 사출

나는 함장석에서 극장을 통채로 전세낸 기분으로 황금빛줄기 아래에서 산화되어가는 스텔스 잠수함의 스펙타클한 최후를 감상했다. 우리 친절한 기야스가 다각도에서 화면을 찍어 브리핑 홀로그램으로 송신해준 덕분에 3D 영화 부럽지 않은 볼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이제 미얀마 지부에 고립된 팬텀을 잡으러갈 차례다.

실제로 교전을 펼친적은 없지만 어디한번 그 위명이 자자한 팬텀의 솜씨는 물론이고 낯짝도 한번 들여다 봐야겠다. 나는 시스트린에게 고치화된 도엔버를 구석에 대충 쳐박아두라고 지시한 뒤 내 무릎위에 시스트린을 앉혔다. 같이 밖으로 향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다. 시스트린이 내 주니어를 문지르며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는걸 애써 무시하고 밖으로 향하는 레일에 몸을 실는다.

지금쯤 선착장쪽의 굉음을 듣고 당황한 팬텀이 스텔스 잠수함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하고 있으리란건 불보듯 뻔한 일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선착장 근처에서 시스트린과 함께 몸을 숨기고 기다리고 있노라니 팬텀과 엘리트 고스트 2명이 전력질주로 달려와 보트에 오를 준비를 하는 것이 보인다.

나는 시스트린이 그 위혐성을 경고했었던 거대한 산탄총부터 제거하기로 했다. 대략 900기 정도가 남은 이매망량 천인대를 십인대만 남기고 총동원해 슬그머니 팬텀의 주위로 집결시켰다. 그리고 팬텀이 보트에 오르려는 그 순간 이매망량들을 일시에 달려들게해 팔과 일체화된 형태의 거대산탄총을 아예 집어 뜯어버렸다.

"레드위도우 출격!"

"제가 무슨 합체로봇이에요? 레드위도우라는 이명은 마음에 들지만서도."

불평불만을 토해내면서도 시스트린은 거미줄을 타고 우아하게 보트에 착지해 엘리트 고스트 2명을 단숨에 꿰뚫어 버렸다. 피를 빨 틈새도 없이 근접전을 펼쳐오는 팬텀을 맞이한 시스트린은 여유롭게 팬텀의 주먹을 맞받아쳤다. 팬텀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거대산탄총이 없이는 시스트린의 상대가 될 수 없으리란게 내 판단이였다.

다만 내가 팬텀을 죽이기 전에 낯짝을 한번 보고싶다는 주문을 했기 때문에 시스트린은 적당히 소모전을 펼치고 있었다. 키틴질 갑각으로 덮힌 등듸의 거미다리 4개가 날뛸때마다 팬텀 슈트가 난도질된다. 거대산탄총을 이매망량으로 짓눌러 아예 못쓰게 만들어 버린 나는 그것을 바닷가에 휙 던져버리고 팬텀의 싸움방식을 견식했다.

팬텀 슈트는 고스트 슈트처럼 여러겹의 섬유구조로 총탄의 진입을 저지하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금속재질로만 감싸진 기갑슈트였다. 당연히 몸이 무거울만도 한데 날렵한 움직임으로 시스트린과 격투를 펼치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팬텀은 사실 사람이 아니라 그냥 전투로봇이 아니였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팬텀이 어쩌다 유효타격을 가해도 시스트린은 안그래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흡혈이 이루어진 상태라 금새 재생해버리고 거미다리가 날뛸때는 어김없이 팬텀 슈트가 비명을 지른다. 결국 얼마안가 보트위의 난투극은 시스트린의 승리로 돌아갔다. 완전히 기능을 상실해버린 팬텀 슈트를 갈기갈기 찢어버린 시스트린이 헬멧만 남겨둔채로 팬텀을 내 앞에 대령했다.

"주인님 여기 제 선물이 도착했어요. 포장은 한번 직접 뜯어보세요."

"포장을 뜯는 즐거움까지 생각하다니 역시 레드위도우는 센스가 좋은걸. 그래 어디한번 소문만 무성한 팬텀의 정체를 확인해볼까?"

나는 혹시나 팬텀이 입안에 독침이라도 물고 있다가 뱉을까봐 이매망량으로 팬텀 슈트의 헬멧을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과연 산탄총도 핑크색으로 칠해버린 핑크홀릭답게 머리색도 핑크다. 염색인건지 천연인건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바비인형을 선물로 받은 기분이다. 그러면 어디 한번 얼굴도 바비인형처럼 깜찍한지 볼까?

솔직히 이렇게 거대한 산탄총을 다루는 여군이 바비인형같은 외모를 지녔을리는 없겠지만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헬멧을 완전히 열어재꼈다. 어라? 거짓말... 진짜 바비인형처럼 생겼네. 나는 새침한 표정으로 적에게 사로잡힌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인형같은 눈동자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시스트린은 고간에 샷건을 맞을 수 도 있으니 그 핑크홀릭년에게 눈독들이지 말라고 했지만 저 새침한 표정을 절망으로 물들일 생각을 하니 하반신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그래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는 클로킹 모드로 여탕이나 훔쳐볼 생각을 하는 소박한 남성이 아니라 여자라면 일단 껄떡대고보는 구제불능의 난봉꾼이였던 것이다.

"레드위도우 심문좀 하게 팬텀의 사지를 좀 단단하게 묶어줘. 위험한 흉기가 있나 몸수색도 좀 해주고."

"지금 주인님 분위기 완전 맛간것처럼 느껴지는거 알고 있어요?"

"내가 언제는 맛 안간적이 있었나? 어차피 처음부터 개수작을 부려온건 고스트쪽이였어. 나쁜 아이는 벌을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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