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95화 (9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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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순간의 발상전환이 5만 VP를 전혀 아깝지 않게 만들어 줬다. 여탕을 대놓고 훔쳐볼 수 있다니 그것이야말로 남성 인류의 가장 오래된 로망 아닌가? 클로킹 모듈의 참된 용도를 알게된 지금 5만 VP는 물론 50만 VP도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너무 들뜬 마음에 이매망량을 통한 부유 상태도 해제하고 거의 뜀박질 수준으로 걸음을 재촉했던 나는 코너에서 들려오는 잡담때문에 급히 부유 상태로 되돌아왔다.

"잘나신 본부놈들이 이런 촌구석에 있는 지부에는 어쩐 일이래?"

"듣자하니 이번에 꽤 큰손으로부터 의뢰를 받아서 한국에서 작전을 수행하다가 천외천 유저한테 병력이 반타작 났다는데? 너도 스텔스 잠수함에서 얼마나 초라한 병력이 쏟아져 나오는지 봤잖아. 듣자하니 본부에서는 엘리트 고스트가 화장실 청소를 할정도로 흔하다던데 그때 지부로 들어온 병력구성에서는 엘리트 고스트가 10명도 안되보였어.

스텔스 잠수함을 지킬 최소한의 병력을 남겨두었다고 감안해도 택도없는 숫자지."

"꼴좋군. 본부는 도심근처에 있으니까 매일밤 술과 여자로 불태우면서 실력도 녹슬어버린 거겠지. 천외천 유저같은 게임폐인한테 쳐발린걸 보면 말이야. 같은 엘리트 고스트라는게 부끄러울 정도군."

아하 여기가 본부가 아니였구나. 어쩐지 허접한 목조건물 투성이더라. 나는 목책라인을 따라 걷는 엘리트 고스트 2명을 유령처럼 부유하며 쫓았다. 보면볼 수 록 열악한 목조시설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적을 동정하는건 사치라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내 군복무 시절 영하 19도의 날씨에 창문이 없는 초소에서 경계를 섰던 기억이 아른거려 동질감을 불러 일으킨다.

"입조심해 멍청아. 팬텀이 듣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팬텀 슈트는 고스트 슈트하고는 차원이 다르단 말이야. 100m 밖에서 풀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집음 모듈이 장착되 있을거라고."

"그건 네 상상이고 이 슈트 오타쿠야. 아무튼 이번 일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도 있겠어. 엘리트 고스트의 결원은 몇 개월짜리 훈련 프로그램으로 채울 수 있는게 아니니까 지부에서 몇 명 픽업갈지도 모르지. 나는 화장실 청소나 해도 좋으니까 어서 이 모기들과 작별을 고하고 싶다고.

미얀마의 모기들은 도대체 무슨 모듈을 장착했기에 소총탄도 막아주는 고스트 슈트를 뚫고 들어오는지 슈트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싶다만?"

"모기는 1억년도 넘는 시간동안 유전자를 개량해왔어. 하지만 고스트 슈트는 만들어진지 5년도 채 되지 않았지. 모기가 고스트 슈트를 뚫는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야."

"퍽도 대단한 추론이군."

나는 사실상 이 둘에게서 얻을 정보는 더이상 없다고 보고 방향을 틀었다. 이 넓은 부지에서 시스트린을 찾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나와 시스트린은 영압족쇄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시스트린이 어디쯤에 있는지는 목책을 넘는순간부터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나는 고스트 슈트를 입지않은 일반군복차림의 불침번을 유유히 넘어 목조건물들 중에서 그나마 깔끔한 곳으로 입성했다.

수십개씩 동시에 충전되고 있는 무전기, 핀셋이 꽂힌 미얀마 지도 그리고 태양열발전기를 비추고 있는 감시카메라 영상 모니터를 보아하니 이 곳이 지휘부인 모양이다. 피곤에 찌든 얼굴로 모기를 쫓아내고 있는 당직병을 지나쳐 나는 2층으로 향했다. 이 정도 거리라면 시스트린도 내가 가까이 왔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영압족쇄가 채워진 영혼표식을 통해서든 아라크네족의 초월감각을 통해서든 말이다.

"팬텀이 여자라는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군. 이렇게 매력적인 포로를 그냥 넘겨주다니 말이야. 오랜만에 불끈불끈 거리는군. 이 빌어먹을 미얀마 지부에서는 좀처럼 즐길거리가 없어서 나는 아주 오랬동안 굶주려왔지. 눈딱감고 게이가 되버릴까 생각한적도 있었어. 그러던 와중에 우리 이쁜이 아가씨가 내 정체성을 되찾아준거야.

역시 내 존슨을 세울곳은 더럽고 냄새나는 남자 엉덩이가 아니라 우리 이쁜이 아가씨의 마쉬멜로우같은 엉덩이였던거지."

"나도 어둡고 차가운 공간에서 꽤 오랫동안 굶주려왔지. 그러다 최근에서야 수십의 남자를 해치워 허기를 면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 부드러운 살결을 잊을 수 가 없어."

"하하! 우리 이쁜이 아가씨도 요조숙녀는 아니였던 모양이군. 순진한척 하면서 가랑이를 강제로 벌려주기를 기다리는 여자들보다는 훨씬 낫군. 천천히 뒤돌아서서 이 쪽으로 엉덩이를 치겨세워. 허튼짓거리를 했다간 내 매그넘이 우리 이쁜이 아가씨 뒤통수에 구멍을 뚫을거야.

그러니까 얌전히 내 매그넘 존슨이 이미 닳을대로 닳은 아랫구멍을 쑤시는걸 즐기라구."

"이렇게?"

나는 2층에 올라서자마자 못볼꼴을 보고 말았다. 백발이 성성한 노병이 군복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흉측한 물건을 철창살 사이로 들이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스트린은 눈하나 깜짝않고 노병에게 자신의 등을 내줬다. 팬텀과의 싸움이 제법 거칠었는지 내가 준 남성정장의 이곳 저곳이 찢어져 있어 한층더 시스트린을 섹시하게 만들었다.

노병이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시스트린에게 달려 들었다. 허나 노병을 맞이한건 시스트린의 마시멜로우 같은 엉덩이가 아니라 키틴질 갑각으로 뒤덮힌 4개의 거미다리였다. 사지가 꿰뚫린채로 피가 빨리기 시작한 노병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삽시간에 미라가 되어 바스라져버렸다. 나는 툭하고 떨어진 노병의 매그넘을 집어들었다. 리볼버 형태의 탄창에는 6발의 탄환이 이미 장전되어 있었다.

최근 고스트놈들과 전투를 벌이면서 내공을 기반으로 발경같은 기술을 쓸 수 있는게 아니라면 주먹만 믿고 날뛰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톡톡히 배웠다. 그냥 날이 잘든 단검 하나만 지니고 있어도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역시 실전은 최고의 훈련인 셈이다. 물론 이런 고딕한 디자인의 매그넘 권총을 허벅지의 홀더에서 절도있게 꺼내는 영화속 장면에 로망을 느낀 탓도 한 2%정도 있을려나?

"철창살안에 같힌 공주님을 구해줄 왕자님은 어디에 있을까?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왕자님의 주니어에 뜨거운 키스를 퍼붓고 보듬어 줄텐데."

"장난할 기분아니니까 빨리 제발로 걸어나와."

"혹시 이건 주인님의 목소리? 어디에 계신가요?"

"빨리 도엔버의 신병을 확보한다음 이 곳을 깔끔하게 쓸어버리고 내 자취방에 돌아가서 늘어지게 자고싶어. 그러니까 장난은 거기까지. 한번만 더 어설픈 뮤지컬 흉내를 낸다면 정말로 화낼거야. 짧은 시간내에 지구의 문물을 흡수한걸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이 곳이 그렇게 좋은 무대는 아니잖아? 덥고 습한데다 온갖 성가신 날벌레까지."

"혹시 그 날벌레에 저도 포함되는건가요?"

시스트린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등뒤의 거미 다리로 철창살을 벌려 걸어 나왔다. 처음부터 철창살 트랩은 시스트린에게 함정축에도 끼지 못했던 것이다. 하긴 아라크네족은 사자같은 포식자도 잡아먹는 먹이사슬계의 깡패였다. 사자 우리라한들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왜 시스트린은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음에도 철창살안에서 죽치고 있느라 도엔버도 뺐기고 결과적으로 나를 개고생하게 만들었을까?

"거미는 날지 못하잖아. 괜한 트집잡지 말고 왜 변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었으면서 여기까지 잠자코 고스트놈들을 따라온거야? 기야스가 아니였으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미얀마까지 올 생각도 못했을거라고. 주인님을 똥개훈련시키는게 네년의 복종방식인가?"

"아아! 방금 네년이라고 하셨을때 아랫도리가 찌릿해질 정도로 기분좋았어요. 역시 저는 M인걸까요."

"개소리작작하고 대답해!"

나는 지금까지 시스트린이 너무나 혼자서 척척 잘해왔기에 영압족쇄를 느슨하게 풀어두었지만 지금 저 버릇없는 꼬라지는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영력을 집중해 영압족쇄가 매어진 영혼의 표식을 자극하자 시스트린이 의지와 상관없이 벌벌떨며 납작 업드린다. 소위 군기가 빠진 시스트린에게 누가 주인이고 노예인지 다시한번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내가 에보니 메이든의 주민들을 단순한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나 또 다른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지각하고 있는 지금이나 주종관계는 주종관계일뿐이다.

"주인님에게 거역할 생각은 없지만 그저 말만 잘듣는 인형에 불과하다면 소멸해버리는게 낫죠. 그래서 저는 투정을 부린거에요, 어린 인간아이들 처럼"

"그 투정을 왜 부린건데? 내가 월급도 주지않고 부려먹어서?"

"아뇨. 아라크네족들에게 재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냥 원하는게 있으면 거미줄로 감싸서 들고오면 그만인것을. 일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 왕국사절대에 포함된 왕자님을 보고 반해서 다짜고짜 납치했다고. 왕국병사들이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조금 따끔하면 그만이죠. 제가 투정을 부린 이유는 주인님이 머리에 피도 안마른 인간암컷에게만 관심을 주셨기 때문이에요."

"아야사를 말하는거야?"

"예. 무슨 일만 있다하면 아야사, 아야사만 찾으시고 저는 그년의 경비원 취급이나 받았죠. 그년 머리통으로 쇳덩어리가 쇄도했을때는 정말이지 그냥 내버려두고 싶었죠. 하지만 그랬다간 주인님의 영압족쇄가 제 머리를 터뜨릴 기세였던 지라.

흐흐흐. 제일 화가나는건 그 아야사라는 인간 암컷이 제가 보기에도 매력적이라는거에요.

지금은 재가 되버린 발정난 영감이 말했듯이 닳고 닳은 저랑 다르게 풋풋한 매력이 주인님도 저도 미쳐버리게 만들죠. 이 정도면 충분한 설명이 됬으려나요? 그렇다면 영압족쇄 좀 어서 풀어주시겠어요? 제가 아무리 M이라고 해도 슬슬 버티기 힘들어지네요."

나는 말없이 영압족쇄를 다시 느슨하게 만들었다. 시스트린이 이런 이상행동을 벌인 이유에 대해서 더 숙고해볼 필요가 있었다. 영력랭크가 Ex가 아니라서 그런건가? 하지만 내가 VOTO(Vaccine Of Things Online)에서 아직 A 랭크의 영력 소유자였을때 이런식의 반항아 기질을 보이는 언데드 크리쳐는 없었다. 그렇다면 단순히 개인의 성향차이인가?

하지만 그 충성스러운 푸스카도 내가 싫어하는 파벌싸움에 뛰어들어 밴쉬 세이지 누시아에게 줄을 선 적이 있었다. 다른 요인은 또 뭐가 있지? 지능이 있는 언데들을 사춘기 청소년처럼 만드는... 설마 VOT 제어망이 끊긴것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건가? 나는 뒤통수를 망치에 얻어맞은듯한 충격에 휩쌓였다.

생각해보면 그저 주인의 말만 잘듣는 인형같은 삶을 좋아하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당연히 시스트린처럼 질투하고 푸스카처럼 실세에게 줄을 대는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런 당연한 일을 억제해온것이 VOT 제어망이였다면 모든것이 설명이 된다. 하지만 차라리 인공지능이 낫지 진짜 인격체를 상대하는 일은 내게 익숙치가 않다.

"그 문제는 나중에 다시 꺼내기로 하고 일단 도엔버의 신병부터 확보해야겠어. 혹시 놈이 어디 있는지 알고있어?"

"인간들은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얇은 거미줄을 달아놓았죠. 하지만 제 입술에 키스해주시기 전에는 그 인간 숫컷의 행방을 가르쳐드리지 않을거에요. 영압족쇄로 협박하셔도 의미없어요. 지금 당장 주인님과 키스하지않으면 미쳐버릴것 같으니까."

"이 일이 다끝나고 보자, 이 요망한 거미년아!"

나는 클로킹 상태를 해제하고 패브릭 아케인 슈트의 헬멧까지 개방한 뒤 시스트린에게 다가가 키스했다. 그냥 1초 정도 입술만 맞대고 있으려 했으나 시스트린의 등뒤의 거미다리 4개로 나를 감싸안았다. 무지막지한 압력이 나를 시스트린과 실낱같은 틈도 없이 밀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난폭하게 내 입안으로 쳐들어온 시스트린의 혀가 뱀처럼 휘젖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와서 물릴 수 도 없는지라 나는 그냥 시스트린의 격렬한 딥키스에 순응하기로 했다. 힘을 빼고 시스트린에게 몸을 내맡기자 시스트린은 키스로 펼칠 수 있는 가장 음란한 구애행위로 욕망의 실타래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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