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94화 (9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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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나는 일단 철창살의 강도를 시험해보기 위해 직접 손으로 당겨보았다. LPTM(Liquid Physical Training Machine)의 중수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자세 팔굽혀펴기를 하루 10번씩 반복해 온지도 한 학기가 다되간다. 내심 VOT(Vaccine Of Things)의 무력랭크를 받는다면 귀갑흑석단을 복용하고 상승한 내구력까지 포함해 C랭크 정도는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허나 아무리 용을써봐도 철창살은 요지부동이였다. 촘촘이 세워져 있는 철창살을 당겨 사람이 통과할만한 틈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달밤에 힘만 빼는 짓거리였다. 도대체 무슨 재질로 만들었기래 요지부동이지? 그간 이를 악물고 팔굽혀펴기에 임했던 지난날에 회의감이 들 정도다. 하긴 생각해보면 사람이 아무리 최적화된 근력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강해진다고 해도 고릴라나 사자에 비하면 갓난아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철창살 트렙이 고릴라나 사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우리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힘에 부치는것도 당연한 일이다. 나는 교수님이 C 학점은 줄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D 학점을 받은 학생의 기분이 되어 이매망량을 불러 들였다. 재아무리 단단한 쇠창살이라 한들 정규병 900명 가량이 끌어당기는 힘 앞에서야 굴복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벌려진 철창살 사이를 쏙하고 빠져나와 자월도의 선착장이 있는 곳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가 스텔스 잠수함을 스캔한 장소였다. 딱히 흔적을 남겨두었을것 같지는 않지만 기야스와 바로 도킹하기 위해서라도 그 장소로 향할 필요가 있었다. 밤바람에 파도가 일렁이는 해안선에 도착한 그 때 스텔스 잠수함을 몰래 뒤쫓고 있을 기야스에게서 연락이 도착했다.

-함장님 추적중인 스텔스 잠수함이 정지한 이후 내부 생명체가 하선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의 통신 단말기 통칭 스마트폰의 GPS 모듈과 사전에 저장해둔 지구의 지도 데이터를 비교분석한 결과 적들의 근거지는 미얀마의 이름없는 선착장인것으로 판명됬습니다.

"미얀마라고? 누구는 자월도에서 인천항을 오갈때 참 멀리도 갔군. 그러면 다시 자월도로 복귀해. 몇 시간 정도 걸릴것 같아?"

-0.25 시간 정도가 소요될것으로 보입니다.

"뭐... 뭐라고? 0.25시간? 15분만에 그 먼 거리를 주파할 수 있다고? 너 원래 우주선 아니였어? 물속에서도 그렇게 빠르게 이동하는게 가능해?"

-예, 그렇습니다. 본 기체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는 본래 미개척행성 탐사용으로 기획되어 육해공 및 우주를 가리지않고 최적화된 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무슨 교실에서 매점까지 왕복할 시간에 미얀마에서 한국 영해까지 이동할 수 있다니 나는 오르시나가 터무늬없는 물건을 수왕성에서 지구로 워프시켰다는걸 이제서야 실감했다. 기야스가 도착하면 함선내부에서 한숨 자다가 동이트면 작전을 시행할 생각이였던 나는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고스트놈들도 설마하니 미얀마에 있는 근거지에 도착한지 30분만에 내가 따라붙어서 근거지를 급습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할 것이다. 나도 방금까지 생각치 못했던 일을 그치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그 말인즉슨 고스트놈들이 방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였다. 물론 근거지 자체에 거주중인 병력들이 변수가 될 수 는 있겠지만 절호의 찬스임을 부정할 수 는 없었다.

나는 쾌속정에서의 쪽잠으로는 부족했는지 계속해서 몰려드는 수마를 이겨내기 위해 모래사장 위에서 용린정권과 용린연환권을 복기하기로 했다. 바다바람을 맞으며 2세트를 마치고 다시 용린정권을 펼치려는 순간 바다위로 거대한 동체가 떠올랐다. 미약한 달빛 아래에서도 그 찬란한 황금빛을 숨기지 못하는 기야스가 에누리 없이 정말로 15분만에 미얀마에서 자월도로 돌아온것이다.

나는 누가 볼세라 이매망량을 도움닫기 삼아 기야스 위로 도약했다. 몇 번을 다시봐도 이 매끈한 함체는 남자의 마음을 두방망이질 치는 뭔가가 있었다. 기야스가 열어준 원형 출입구에 입장한 뒤 준비된 좌석에 착석한 나는 레일위를 부드럽게 질주해 어느새 함장석에 도착해 있었다. 마치 파이프에 입장한 슈퍼 마리오가 된 기분이다.

"기야스 내가 저번에 선원계급으로 등록해둔 시스트린의 얼굴정보 기억하고 있어?"

-물론입니다, 함장님. 그런데 오늘 오전에 제가 보호색모드로 보조 배터리를 충전중인 야산에 시스트린 선원이 찾아온적이 있었습니다. 시스트린 선원은 식별코드를 액세스할 전자 단말기를 지니고 계시지않았기 때문에 오직 얼굴인식 모듈을 통해 아군임을 판별했습니다만 도중에 거대절지동물로 추정되는 형태로 변이하는 바람에 Ambiguous Error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생명체가 본 함선에 탑승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Ambiguous Error로 인한 자의적 판단 불가로 함장님께 명시적 판단을 요청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시스트린 선원이 거대절지동물로 또 다시 변이할 경우 저는 함선 안전규정에의해 해당 생명체를 아군으로 인식하지 않을것입니다. 하지만 해당경우의 예외처리를 함장님께서 직접 명시해주신다면 시스템의 신뢰도가 올라갈것으로 보입니다.

"레드와인 머리를 한 여자도 시스트린이고 거대거미로 변이한 괴물도 시스트린이 맞아. 앞으로는 둘다 아군으로 식별하도록해."

-함선 안전규정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함장령을 수리했습니다. 허나 거대절지동물이 함선 탑승을 요청했을시 사이즈의 물리적한계로 격납고를 통해서만 탑승가능함을 사전공고합니다.

나는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꾸는 함장석을 야상침대처럼 일자로 쭉 편뒤 누웠다. 동시에 브리핑 홀로그램 화면이 내가 보기좋게 천장으로 이동했다. 브리핑 홀로그램은 현재 기야스가 잠수중인 바다의 수심, 압력 그리고 온도는 물론 고스트놈들의 미얀마 근거지까지의 동선까지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내가 시스트린의 얼굴정보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건 다른게 아니라 미얀마에서 시스트린을 목격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갑자기 기야스 녀석이 Ambiguous Error니 뭐니 하면서 엄한 소리를 늘어놓는 바람에 내가 해야할 질문을 까먹어버렸다. 역시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인가? 꼼꼼한건 좋은데 눈치가 없다.

"혹시 미얀마에서 고스트놈들이 하선할때 시스트린의 얼굴정보와 일치하는 생명체는 없었어?"

-있었습니다. 철창살 우리안에서 운신이 제약된 채로 근거지로 이송되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하지만 선원 안전규정보다 함장령이 우선이였기에 일단 자월도로 복귀하는것을 우선시 했습니다. 선원 안전규정과 함장령의 우선순위를 비교할때의 예외처리를 추가하시겠습니까? 다만 특정 선원의 보호우선순위에 가중치를 두어 함장령 보다 우선시하는 행위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야스 네가 시스트린을 구하려고 마음먹었으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지?"

-본함 기야스의 함포를 이용할 경우 철창살의 파손과정에서 시스트린 선원의 생명활동에 지장을 주는 상처를 입힐 수 있으므로 익스플로이드 유니콘을 투하하여 철창살채로 본함에 회수했을 겁니다. 이후 메카로이드 그렘린을 통해 철창살을 제거, 최종적으로 시스트린 선원의 안전을 확보했을겁니다.

뭐 제법 깔끔한 일처리다. 물론 기야스가 계획한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까부터 느낀거지만 이 유능한 인공지능은 돌발상황만 벌어지면 유난히 멍청해진다.  어쨌든 어차피 고스트 놈들의 근거지는 박살낼 생각이였고 도엔버의 신병도 확보해야하니까 결과적으로 기야스가 함장령을 우선시한게 나쁜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기야스와 별로 생산성없는 말장난으로 시간을 죽이다 보니 어느새 미얀마의 적 근거지가 코앞이다. 나는 일단 기야스를 근처 해안에 클로킹 모드로 정박시키고 직접 잠입해 들어가기로 했다. 절대 첩보영화나 찍자고 나대는게 아니라 시스트린은 물론 도엔버도 멀쩡하게 한국으로 데려가야 했기 때문이였다.

기야스가 브리핑 홀로그램에 출력해주는 현장화면을 보아하니 이 고스트 놈들 경계가 산엄하기 그지없다. 자월도에서 교전이 있은직후이기 때문에 방심하고 있을거라는 내 예상이 보기좋게 깨져나가는 순간이였다. 나를 입술을 깨물고 VOT 단말기를 조작해 백신마켓의 메인 페이지를 열었다.

새차를 구입하본 사람들이라면 네비게이션, 썬 루프, 열선같은 별의별 옵션때문에 처음 상정했던 예산이 오버되는 일이 심심치않게 일어난다는것을 알것이다. FAS(Fabric Archane Suit)의 관련상품에서 5만 VP나 하는 클로킹 모듈을 구입하는 내 심정도 아마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신체개조를 위한 공방건설의 꿈이 점점 멀어져가는 기분이다.

[No.71 클로킹 모듈]

-아케인족들이 자신들의 연약한 신체를 적에게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함선용 클로킹 모듈을 소형화하여 만든 나노테크놀로지의 결정체이다.

-신체활동을 일체 하지않고 대기만 하는 경우 최장 16시간동안 은신할 수 있지만 격렬한 신체활동을 벌일 수 록 은신시간이 급감한다.

-은신상태에서는 태양열충전을 진행할 수 없으며 이는 패브릭 아케인 슈트에도 영향을 미친다.

-독립된 파워모듈을 사용하지만 패브릭 아케인 슈트로부터 전력을 받는 형태로 충전이 이루어지므로 동일한 일조량 아래에서 전력충전시간이 1.5배가량 연장된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발전기에서 안정된 전압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경우에는 전력충전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50,000 VP

-내구도(1999/1999)[옥사건의 보유자금]

-천주랑님으로 부터 6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염익철님으로 부터 3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초패랑님으로 부터 1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발두인 실버코인님으로 부터 10,000 VP가 도착했습니다.

-POS(Point Of Sales) 단말기로부터 5,950 VP가 도착했습니다.

-심마니 커뮤니티로부터 안티도트를 구입하셨습니다.(-11,000 VP)

-심마니 커뮤니티로부터 전이술식 서비스를 이용하셨습니다..(-1,000 VP)

-아케인 유니온 커뮤니티로부터 패브릭 아케인 슈트를 구입하셨습니다.(-100,500 VP)

-아케인 유니온 커뮤니티로부터 전이술식 서비스를 이용하셨습니다..(-1,000 VP)

-POS(Point Of Sales) 단말기로부터 2,500 VP가 도착했습니다.

-아케인 유니온 커뮤니티로부터 클로킹 모듈을 구입하셨습니다.(-50,000 VP)

-아케인 유니온 커뮤니티로부터 전이술식 서비스를 이용하셨습니다..(-1,000 VP)

-TOTAL: 168000 VP

그새 푸스카가 또 매상을 올렸구나. 내 VOT 단말기와 연동된 수왕성의 POS 단말기가 관광객들을 상대로 또 적지않은 수입을 올렸다. 디파일러놈들을 사냥하는것 보다 장사가 더 짭짤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씀씀이가 수입보다 훨씬커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재정을 생각하면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했지만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나는 이제는 정말 VP를 아껴쓰겠다는 다짐을 하고 손위로 전이된 보온병을 열어 재꼈다. 그러자 거미처럼 생긴 로봇돌이 쪼르르 뛰쳐나온다. 나는 이 매니악한 클로킹 모듈 이식 과정때문에 손안에서 보온병을 던져버릴뻔했다. 허나 불현듯 이 보온병이 5만 VP짜리라는 사실이 떠올라 로봇 거미들이 내 검정 슈트로 파고드는걸 잠자코 지켜 볼 수 있었다.

-클로킹 모듈이 패브릭 아케인 슈트에 이식중입니다.(2/100)

-클로킹 모듈이 패브릭 아케인 슈트에 이식중입니다.(24/100)

-클로킹 모듈이 패브릭 아케인 슈트에 이식중입니다.(43/100)

-클로킹 모듈이 패브릭 아케인 슈트에 이식중입니다.(67/100)

-클로킹 모듈이 패브릭 아케인 슈트에 이식중입니다.(100/100)

-클로킹 모듈 패브릭 아케인 슈트에 이식 완료.

나는 시험삼아 슈트의 클로킹 기능을 사용해봤다. 온몸이 순식간에 반투명해졌다. 이러면 아무리 밤이라고 해도 적한테 틀키는데?라고 생각한 순간 기야스가 내게 센스있게 거울을 가져왔다. 놀랍게도 내 눈에는 반투명해보이는 전신이 거울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내 몸이 아예 보이지 않으면 신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기가 어려울것이다.

자월도에서 기야스에 탑승한것과 정반대의 과정을 거쳐 레일을 타고 밖으로 나온 나는 물이 첨벙이는 소리에 적들이 눈치를 챌까 이매망량의 힘을 빌려 부유했다. 마치 귀신처럼 붕붕 떠서 경계에 임하고 있는 엘리트 고스트들 앞에서 막춤까지 췄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나는 엘리트 고스트들을 능청스럽게 지나친 다음 나무로 지어진 목책을 넘어 근거지 안으로 입성했다.

발소리라도 날까봐 계속해서 이매망량으로 뷰유상태를 유지하던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 클로킹 모듈을 이용해서 여탕에 잠입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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