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93화 (9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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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Oxogan The Rise Of Venom Dragon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4.01/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3.91/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3.74/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3.52/16)

-FAS 쉴드가 피격당했습니다.(13.33/16)

시야가 붉게 물들며 이매망량의 방패가 뭉터기로 허물어졌다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사이를 귀신같이 파고드는 게틀링건이 FAS(Fabric Archane Suit)를 두들긴다. 포탄의 폭발력에 한겹, 게틀링건의 속사포에 한겹 순식간에 FAS의 쉴드 2겹이 증발해 버렸다. 나는 실제로 탄환이 몸을 꿰뚫은건 아니였지만 심장이 철렁했다.

엘리트 고스트들과의 교전으로 이매망량 천인대중 족히 백인대는 자연으로 돌아갔다. 나는 바주카포로 인해 생긴 공백을 급히 메우고 앞으로 돌진했다. 설마하니 칠흑같은 밤을 일순 환하게 밝혔던 폭발을 뚫고 내가 등장할줄은 몰랐는지 게틀링건이 엄한 땅거죽만 두들긴다. 나는 이매망량으로 계단을 만들어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 짐칸에 뛰어들었다.

별다른 초식없이 그저 우악스럽게 엘리트 고스트를 끌어안고 단검을 미친듯이 찔러넣었다. 엘리트 고스트들이라고 해서 근접격투를 소흘히 했겠냐만은 포탄을 맞고도 멀쩡한 내 모습에 이번에야 말로 전의를 상실한 모양이다. 이후 운전석에서 새 포탄을 장전중인 엘리트 고스트에게는 지금까지 그래왔던것처럼 게틀링건 속사포를 선물해줬다.

차량엔진음이 더이상 들리지 않는 자월도의 숲이 고요를 되찾았다. 헌데 이번에는 아야사 일행이 있는 방향에서 폭죽이 수십다발씩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숨을 고르지도 못하고 다시 달려야했다. 아야사 일행이 있는곳에 가까워질 수 록 폭죽소리는 오히려 작아지고 있었다. 시스트린이 있으니 최악의 상황은 피했겠지만 동해번쩍 서해번쩍하는 이 엘리트 고스트 놈들과의 계속된 교전이 내 몸에 피로를 축적시키고 있었다.

"적하수오환이라도 챙겨올걸 그랬군."

LPTM(Liquid Physical Training Machine)에서 한바탕 근육을 혹사시키고 나면 다음날 아침 두발로 걸어다니기 위해서라도 먹어야만 했던 적하수오환이 이렇게 간절할때가 없었다. 지구력 분배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분노에 찬 뜀박질로 엘리트 고스트에게 달려들어 필요이상으로 단검을 휘두른 덕분에 이제서야 여기저기가 아려온다.

이매망량으로 공격과 수비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정신력 소모도 상당했다. 그래도 지체할 수 없었던 까닭에 아야사 일행이 있는 곳까지 넘어질세라 달려온 나는 여기저기 파인 작은 크레이터들을 보고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드이어 시야에 들어온 아야사 일행중에는 시스트린과 도엔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밀러는 이마에 피를 흘리며 엔지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아야사는 털끝하나 다치지않은채로 멀쩡하다는 점이랄까. 하지만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인상을 찌푸린 모습을 보아하니 아야사가 멀쩡하다고 해서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듯 했다.

"밀러 어떻게 된 일입니까? 도엔버랑 레드위도우는 어디로 갔죠?"

"저격수를 처리하자마자 팬텀이 나타... 으윽!"

"팬텀? 그건 또 누굽니까?"

"밀러 이 친구야 팬텀에 대해서 하고싶은 말이 많다는건 알겠는데 상처가 벌어지니까 그냥 가많이 있어. 설명은 내가 대신하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100m 상공의 헬기에서 낙하산 없이 뛰어내려도 멀쩡한 고스트가 팬텀이야. 누구는 단 1명이라고 또 다른 이는 총 3명이라고 하기도 하고 남자라는 소문도 여자라는 소문도 있어.

이 종잡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해서 내가 미스터 김에게 확실히 말해줄 수 있는건 다자란 시베리안 허스키만한 산탄총을 다룬다는것과 천외천 유저라는 것뿐. 주변을 보면 알겠지만 처음에는 레드위도우양이 이곳에서 팬텀과 교전을 펼치다가 눈먼 산탄총에 아야사양을 지키려던 밀러가 부상을 입자 다른 곳으로 팬텀을 끌고갔어.

아마 팬텀도 이곳에서 싸우면 우리를 보호하느라 레드위도우양이 제대로 싸울 수 없다는걸 알고있는듯했지만 순순히 레드위도우양을 쫓아가더군. 단순한 자신감인지 아니면 호승심이 투철한 타입이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밀러의 응급처치 시간을 벌 수 있었던 우리에게는 다행인 일이지."

"자월도에 온 이후로 계속 짐만 되는군요. 면목없습니다, 사건님. 일단 친분이 있는 해운업체 사장님께 연락이 닿아 곧 쾌속정 하나를 보내준다는 확답을 받긴 했습니다만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군용트럭을 요격하기 위해서 잠깐 자리를 비웠더니 이런 골치아픈 일이 벌어지다니.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군용트럭을 요격하지않고 이 자리에서 응전했다면 더 게틀링건 3기와 바주카포를 상대로 팬텀이라는 미증유의 적까지 더해져 최악의 상황이 연출됬을 것이다. 나는 지금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시스트린을 쫓아가던가 아니면 아야사 일행을 쾌속정에 태워 안전구역까지 데려다 주던가.

사실 남은 고스트 병력이 어떻게 배치되어있는지 알 수 없기때문에 아야사 일행이 최소 인천항에 도착할때까지 엄호하는게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쉽게 발걸음이 때지질 않는다. 시스트린의 실력을 못믿는것은 아니지만 밑도 끝도 없이 어디선가 게틀링건이 실린 군용트럭, 수송헬기 그리고 대물저격총까지 꺼내놓는 고스트 놈들이 다음에는 무슨 카드를 들고나올지 짐작도 가지않는다.

"도대체 고스트 놈들은 어디서 저런 군용물자들을 들고오는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에서 저런 물건들을 공수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고스트놈들은 주로 차세대 스텔스 잠수함을 타고 세계각지에서 작전을 수행하지. 아마 군용트럭이나 수송헬기도 전부 잠수함에 실려있던 것들일꺼야. 그정도로 잠수함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소리지. 고스트 놈들이 종종 상식을 파괴하는 차세대 기술을 선보이는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야. 미 국방성도 고스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할 정도니까.

아마 VOTO에서 얻은 유산이 고스트놈들의 기술원천이겠지. 그런 과격한 민간군사기업에 공돌이들이 몰리는 이유는 그것 말곤 생각할 수 없어."

"아무리 미지의 지식이 좋다고 해도 자신들이 개발한 물건이 어떤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숙고하지않는 공돌이 놈들에게는 같은 공돌이로서 언젠가 벌을 내릴 필요가 있겠군요. 후우, 일단 밀러씨를 부축해서 자월도를 빠져나갑시다. 아야사 너는 연구실의 세이프티 맨들이 미리 인천항에서 마중나올 수 있게 준비해놔.

너희들을 인천항에 내려주고 난 다음에 나는 바로 고스트 놈들을 추적할 생각이니까."

나는 아야사 일행이 볼 수 없는 사각에서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조작해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를 깨웠다. 이 놀라운 인공지능을 지닌 탈 순양함급 천체선은 자월도 주변에 있는 스텔스 잠수정을 스캔한 뒤 클로킹 모드를 유지한채 쫓아 근거지를 확인한 후 다시 자월도로 돌아오라는 사람도 알아먹기 힘든 복잡한 명령을 반문없이 수리했다.

사람을 이렇게까지 고생하게 만들다니 근거지를 알아내기만 하면 그 땅에는 앞으로 백년동안 풀한포기 나지않을정도로 쑥대밭을 만들어주마!

"미스터 김이 그래준다면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파트너를 자월도에 두고가도 괜찮겠어? 그리고 우리를 인천항까지 데려다주자마자 이 곳으로 돌아온다 한들 고스트놈들이 스텔스 잠수함을 타고 자월도를 벗어나도 10번을 벗어날 시간이 지난 후일거야."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 방법이 있으니까. 그리고 제 파트너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친구가 아닙니다. 팬텀이라는 자가 어느정도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레드위도우가 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파트너에 대한 신뢰가 굉장하구만. 이봐 밀러 너도 내가 저런 신뢰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봐. 시간감속이라면 방탄방패를 집어들고도 산탄을 막아낼 시간이 충분했을거 아니야. 왜 몸으로 때우려고 한거야? 보디가드 영화라도 찍고싶었던거야?"

"내가 미숙했다는걸 인정할게요. 걱정끼쳐서 미안해요, 엔지. 정말이지 군인으로서의 경력은 제가 더 길지만 인생경험은 짧다는게 여기서 드러나는군요."

"정확히는 VOTO에서의 경험차이지. 내가 숱하게 싸돌아다녔던 오지보다 위험첨만한 장소가 널린게 바로 VOTO거든. 우리의 레벨 1씨는 마을 밖을 벗어난 본적도 없지? 지금 자네가 있는 마을에서 북서쪽으로 400km 정도 올라가면 종말의 계곡이라는 지형이 나오는데 말이야. 키가 5층 건물만한 외눈박이 거인들이 멀찍이서 메이저 리그 투수처럼 능숙한 솜씨로 바위를 투척하지.

아마 자네는 상상도 못할거야. 그 투척된 바위가 드리우는 그림자의 위압감을. 그에 비하면 산탄은 양반이지. 그래도 죽을때 시체는 건질 수 있잖아?"

나는 엔지가 VOTO에 관련된 화두를 꺼내자 입이 근질근질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듯이 아야사 일행을 엄호하면서 선착장으로 묵묵히 걸어나갈 뿐이였다. 괜시리 입을 놀렸다가 내가 아크리퍼(Arcreaper)라는게 들통나기라도 하면 골치아픈걸 넘어서서 목숨이 위험하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같은 천외천 유저들조차 치를 떨만한 양아치 짓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셀 수 조차 없다.

물론 그덕분에 많은 이득을 취하긴 했지만 아크리퍼의 평판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다 못해 맨틀을 뚫을 기세였다. 그렇게 양아치짓을 하며 모은 현찰 수십억으로 용도불명의 항아리를 구십번대 네임드 아이템이랍시고 선뜻 구입했으니 과거의 나는 얼마나 대책없는 놈이였던 것인가?

이제는 트라우마가된 과거를 회상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선착장에 도착한 나와 아야사 일행은 멀리서 파도를 가르며 달려오는 쾌속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스트 놈들은 어디서 뭘하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마지막으로 쾌속정에 탑승했다.

황금장수풍뎅이 기야스가 스캔한 스텔스 잠수함은 선착장과 정반대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혹시 몰라 이매망량의 방패로 쾌속정을 둘러싸는것은 물론 FAS와 WAS의 쉴드 범위를 쾌속정을 감쌀 수 있을정도의 물방울 형태로 확장했다. 점점 멀어져가는 자월도를 보고 있노라니 오늘 겪었던 전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며 졸음이 몰려온다.

*    *    *    *

얼마나 피곤했던지 놀이기구처럼 흔들리는 쾌속정에서 깜빡 잠이든 나는 인청항에 도착해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아야사 일행과는 달리 다시한번 자월도로 향해야 했던 나였지만 쾌속정 운전사가 난색을 표했다. 하긴 이 오밤중에 자월도를 다시 왕복하는게 가히 기꺼운 일은 아닐 것이다. 허나 아야사가 그 자리에서 현찰로 100만원을 건네자 예의 운전사가 태세를 전환했다.

오늘 하루 몇번째 자월도와 인천항 사이의 항로를 오가는 배에 몸을 실는건지 모르겠다. 나는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기어가듯이 자월도의 선착장에 발을 딛는다. 쾌속정 운전사에게 인사를 건넬 기운도 없어 무작정 앞으로 걸어 나갔다. 소형 크레이터가 듬성듬성 나있는 예의 그 공터로 돌아온 나는 시스트린이 남겨두었을 거미줄의 흔적을 따라 숲을 헤메이기 시작했다.

전투흔적이 워낙 격렬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흔적을 쫓는 것이 쉬웠다. 계속해서 한 줄로 이어져 있던 거미줄이 끊긴 지점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거미줄이 끊긴 지점에서 전투흔적도 사라졌다. 즉 나무가 우지끈 부러져 있거나 바위가 산산조각난 풍경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흔적을 보아하건대 시스트린이 변신을 하진 않은 모양이다. 변신을 할 정도로 위험하지도 않았는데 왜 전투흔적은 여기서 끝난걸까? 나는 무심코 밟은 트랩덕분에 그 해답을 알 수 있었다. 뭔가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철창살이 원형으로 나를 집어삼킨다. 무슨 사자를 잡을때나 쓸법한 고전적인 덫이였지만 철창살의 소재가 보통 단단한게 아니다. 나는 트랩 이후 퍼부어질 적들의 사격에 대비했지만 숲에는 귀뚜라미 소리만 가득할뿐이였다.

"시스트린도 이 철창살 트랩에 당한건가?"

일단 기야스가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스텔스 잠수함은 이미 자월도를 떠난지 오래였다. 즉 시스트린이 그 스텔스 잠수함에 납치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기야스가 자월도로 귀환하는대로 고스트의 근거지를 급습해 시스트린을 구해내는 수 밖에. 물론 이매망량 천인대를 총동원해 이 철창살 트랩으로부터 벗어나는게 급선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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