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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건 더 디파일러-44화 (44/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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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어머 사건 나때문에 깼구나. 곤히 자고있는것 같아서 내버려뒀는데."

"뭐야 아야사 너였어?"

혹시나 도둑이 들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가슴을 졸였던 나는 안심했다. 아무리 육체 단련으로 몸짱이 됬다고 해도 혹여나 상대가 회칼로 무장하고 있다면 식스팩이건 삼겹살이건 연약한 살덩어리일뿐이다. 아니 그걸 떠나서 수왕성에 있는 아바타 옥사건으로 로그인했을때 지구의 김사건은 너무나 무방비했다.

아니 잠깐만 상대가 아야사 크로스데일이라고 해서 적생 경보를 청신호로 바꿔도 되는건가? 오히려 좀도둑 보다 꺼림직한 상대가 그녀였다.

"야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남의 자취방에 이렇게 들어오는건 예의가 아니지. 나 도둑 든줄알고 깜짝 놀랐잖아."

"전화를 수십통이나 했는데 받지않으니까 어쩔 수 없었어. 못미더우면 스마트폰 확인해서 부재중전화가 몇통이나 와있는지 봐. 혹여나 히키코모리처럼 방구석에 쳐박혀 있다가 외로움에 사무쳐 수면제라도 왕창 먹은줄알고 걱정했다고."

"남이사 수면제를 쳐먹든 통닭을 먹다가 목뼈가 기도에 걸리든 뭔상관이람."

"몇년전부터 눈독들이던 인재가 어이없는 이유로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 그러지."

"어련하시겠어요. 그런데 내 자취방에는 어떻게 들어온거야? 설마 절단기같은걸 쓴건 아니겠지? 만약 문이 고장났으면 곱절로 물어내게 할거야. 바꾸는김에 최신 전자플랫폼 도어락으로 바꿔내."

"사건은 크로스데일 한국지점의 요직과 억대 연봉도 거절한 주제에 이런 부분에서는 정말 뻔뻔하구나. 도대체 본성이 청렴한건지 저렴한건지 종잡을 수 가 없어. 아무튼 절단기같은 난폭한 물건을 쓴 기억은 없어. 소형 EMP로 전자기파를 내뿜어서 도어락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킨것 뿐이야."

"그것도 충분히 난폭하거든! 도대체 소형 EMP같은건 어디서 구한거야? 하긴 크로스데일가의 재력이라면 이 세상에서 못구할게 있겠냐만은."

"너무 멀리간거 아니야? 그냥 내 용돈선에서 해결가능한 품목일뿐이야. 사건은 전자플랫폼에 대해서는 까막눈이구나. 뭐 사건이 생명공학뿐만 아니라 전자공학에도 능통했다면 질투를 넘어서서 증오의 감정이 피어올랐겠지만.

그런데 VOT 캡슐은 팔아버렸다고 하지 않았어? 여기 떡하니 있는건 도대체 뭘까 궁금한데?"

가급적이면 아야사 크로스데일이 LPTM(Liquid Physical Tranining Machine)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지나쳐줬으면 했지만 역시나 이 년은 기억력이 너무 좋다. 뭐라고 변명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나는 최근 일본에서 개발한 어덜트 증강현실게임용 캡슐에 관한 기사를 떠올렸다.

거짓말이 계속 거짓말을 낳는 형국이지만 백신마켓에서 샀다고 솔직히 말할 수 도 없는 노릇이였다.

"온라인 게임안에서 경쟁하는게 피곤해서 이번엔 콘솔로 장르를 바꿔봤지. 일본에서 개발한 어덜트 증강현실게임용 캡슐이야. 장인들이 솔로들을 위해 한땀 한땀 정성들여 설계한 명품이지."

"그러니까 초대형 오나홀이라는 말이지?"

"그딴거랑 비교하지마! 증강현실 기술의 정수가 담긴 콘솔기기를 뭘로 보는거야? 이 캡슐이야 말로 현실의 여자를 대체할 패러다임이라고."

"사건의 스마트폰에는 이 물건의 주문기록같은건 없던데? 부피가 커서 오프라인으로 구매하는건 불가능할테고."

"관세때문에 보따리상인들 한테 구입했어. 됬냐? 그런데 아야사 너 남의 스마트폰을 그렇게 자기것 마냥 뒤지는거 솔직히 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한두번도 아니고 내가 화낼줄 몰라서 안내는게 아니야 네 뒤에 있는 크로스데일가가 무서워서 가만히 있는거지.

하지만 오늘만큼은 초국적기업 회장의 손녀를 건들이는건 역시 무서우니까 가만히 있겠어. 운좋은줄 알라구."

"쿡쿡 그러네. 멋대로 남의 자취방에 쳐들어 오는걸로 모자라 스마트폰까지 뒤지다니 나란 여자 좀 벌을 받아야할것 같지 않아?"

아야사 크로스데일이 농염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침대에 있는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침대 바로 옆에서 흰 가운을 스르륵 벗어내자 보석눈을한 용이 새겨진 치파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치파오는 분명 거리 싸움꾼2의 간판 캐릭터인 옥단예의 그것과 꼭 닮아 있었다.

아니 오히려 옷감이라던가 보석세공이 더 고급스러운게 옥단예의 치파오보다 고퀄리티같은데. 미국 유명 의상스쿨에 주문제작하겠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였나? 정말이지 부자들의 행동력은 서민의 상상력을 초월하는군.

"어때? 나쁘지 않지? 옷도 옷이지만 치파오의 옆트임에 드러난 허벅지 라인을 완성하기 위해서 개인 PT랑 아침 점심 저녁마다 한 시간간씩 맹훈련했다구. 아무리 게임 캐릭터라지만 옥단예라는 년 허벅지가 너무 말도 안되는거 아니야? 뭐 그래도 나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봤는데 사건은 어떻게 생각해?"

아야사가 침대에 무릎을 올린채로 치파오 옆트임에 드러난 허벅지를 노골적으로 공개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를 아야사에게 공개한건 실수였다. 차라리 아야사가 알몸으로 있는편이 덜 매력적일 정도로 눈앞의 치파오 차림은 황홀경이였다.

옥사건 아바타에서 로그아웃할때만 해도 배게에 머리가 닿는 순간 잠들수 있을정도로 피곤했는데 온몸의 혈류속도가 가속되면서 눈이 말똥말똥해졌다.

동물적인 뇌가 지금 당장 수컷의 본능을 발휘해 번식활동을 하라고 말한다. 이성적인 뇌는 지금 당장 아야사 크로스데일을 임신시켜서 금수저를 꿰차라고 말한다. 아니 잠깐 유혹을 뿌리친다는 선택지는 없는거냐? 나는 마음을 다잡고 이솔다 공주를 떠올렸다. 한 겨울에도 비키니와 랩스커트 차림을 마다하지 않으사 수영으로 다져진 여신같은 몸매로 하여금 나같은 어리석은 중생이 눈호강을 할 수 있게 해주셨으니.

내가 도철광의 공격을 맞고 바다에 빠졌을때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공호흡을 행하사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뽐내셨다. 그 분이야 말로 살아있는 동화속 공주였으니 서양인의 옥단예 코스프레따위는 결국 모조품에 불과했다.

"뭐 공들인 만큼 꽤 예쁜것 같은데 사진으로 찍어두면 좋은 추억이 될것 같다. 나중에 할머니가 되서 손자 손녀들한테 할미한테도 이런 시절도 있었단다라고 말해주는거지."

"한 달동안 식이요법까지 병행하며 가꾼 내 허벅지를 본 감상이 겨우 그거야? "

"저기 나 지금 좀 피곤하거든? 네가 초국적기업 크로스데일 회장의 손녀건 나발이건 지금 이 장소는 내 홈그라운드니까 빨리 좀 나가줄래?"

"후우 좋아. 슬슬 인정해야 될것 같네. 사건이 내 밑에 있을 그릇은 아니라는걸. 그럼 동맹관계같은건 어때?"

"저기 동맹이고 나발이고 나 지금 진짜 피곤하거든? 내일 얘기하자."

"사건 나 지금 아군이 절실해. 한국에 천외천 유저들이 많다는 통계를 믿고 한국을 거점으로 선택했는데 한국의 천외천 유저들은 이미 모종의 세력 아래로 집결하고 있었어. 신원이 확인된 천외천 유저들과 여러차례 접촉했지만 천금을 줘도 내밑으로는 안온데. 설사 사건이 천외천이 아니라고 해도 좋아.

VOT 온라인에서 이적의 힘을 손에 넣은 사람이 필요해. 일년뒤에 있을 크로스데일 상속자 리그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그 어느때나 당당했던 아야사 크로스데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적의 힘이라... 역시 VOT 온라인이 평범한 게임이 아니라는걸 천외천 유저들뿐만 아니라 세력가들도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건가? 수왕성에 나타난 전생유적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미치겠군. 하지만 외면하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세상은 이미 변화의 물결에 몸을 실고 있었다. 비록 마력입자 농도가 제로인 지구라고 해도 마력소모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적의 힘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면 내 이매망량과 같은 경우 마력이 깃든 뼛가루로 그린 술식원진으로 스펙트럴 띵(Spectral Thing)들을 불러들여서 한번 귀속시키면 이후 계속해서 마력소모없이 영력을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강령술식이였다.

물론 나는 천외천중 유일한 강령술사였지만 이매망량말고도 마력 코스트 제로인 기술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묘지와 같은 장소에서 술식원진을 그려야만 스펙트럴 띵(Spectral Thing)들을 모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미뤄두고 있었는데 내일이라도 음기가 밀집된 묘지를 알아보러 다녀야 할것 같았다. 혹여나 불순한 의도를 지닌 상대가 이적의 힘을 다룬다면 나 또한 이적의 힘으로 맞대응해 내 자신을 지켜야만 했다.

"크로스데일 상속자 리그라는게 뭔데?"

"말그대로 크로스데일가의 모든것을 상속할 후보자들끼리 경쟁하는거야. 내 할아버지이자 크로스데일의 회장이신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이 자신의 생일날 모든 상속 후보자들을 모아두고 각자 재량껏 지상최강의 생체병기를 만들어오라고 말했어.

그리고 그 생체병기들끼리 경쟁시키는 리그를 열어 우승자에게 크로스데일가의 모든걸 물려주겠다고 선언했지."

"그래서 너는 크로스데일가의 부와 권력이 탐나서 나를 이용하겠다는건가? 그냥 다 포기하고 평범한 사람처럼 살면되잖아."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블루아주 크로스데일은 그런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야. 상속자 리그를 선언한 그 때 블루아주는 모두의 와인에 특수한 독을 탔고 주기적으로 해독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온 내장이 개미에게 갉아먹히는 듯한 고통을 겪도록 만들었지.

그리고 그 해독제의 제작법은 상속자 리그 우승자에게만 알려준다고 하더군.

상속자 리그의 우승자가 강제적으로 다른 상속자들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둔거지. 벌써 상속자들 중에는 두려움에 자살한 사람도 힘겨루기를 하다가 암살당한 사람도 있어. 평범한 사람처럼 산다는 것. 지금 내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야.

어때? 초국적기업 회장의 손녀라는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숨겨진 이 빌어먹을 운명에 대해서 감상을 들려줄래? 치파오에 대한 감상보다는 성의있게 부탁할게."

손녀한테 주기적으로 해독제를 먹지않으면 죽는것보다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 독약을 먹였다고? 그 양반 완전히 노망난 늙은이 아니야? 용린혁 가주와 용린은리 사저처럼 할아버지와 손녀가 너무 격의가 없는것도 그렇지만 블루주아란 늙은이처럼 손녀에게 계략을 거는 행태는 상식밖이라도 너무 밖이다.

이거이거 알고보니 크로스데일가는 아침드라마에 나올법한 콩가루집안이였구만.

"도대체 그런 해괴망측한 독약은 어떻게 만든거지?"

"블루아주 크로스데일 본인이 VOT 온라인에서 연금술사로 일가를 이루어 천외천의 일원이 된 사람이니까. VOT 온라인에서 얻은 이적의 힘으로 만든 모양이야. 그러니까 경찰에 신고하라는 말만은 하지 말아줘. 현대의학으로는 검출할 수 없는 성분이니까."

"천외천이면서 연금술사라고? 설마 매드 알케미스트를 말하는거야?"

"할아버지를 알고 있어? 하긴 할아버지는 VOT 온라인 내에서도 초거대 길드를 운영하셨으니까 모르는게 이상할려나."

매드 알케미스트의 길드가 강령술식에 필요한 재료가 쏟아져나오는 꿀 사냥터를 독점하고 있길래 내가 길드건물까지 쫓아가서 매드 알케미스트를 포함해 만명의 길드원들은 물론 길드건물 주춧돌까지 가루로만들어 버린 일은 VOT 커뮤니티에서도 오랫동안 회자된 사건이였다. 혹시나 싶었는데 그 영감탱이가 크로스데일의 회장이였다니.

그러고보니 그 영감탱이 내 손에 죽기전에 연봉으로 백억을 줄테니 자기밑으로 들어오라고 사정사정했었지.

그때는 죽기 직전에 발악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심이었던 모양이군. 나와 한판 붙은것과는 별개로 매드 알케미스트는 진시황도 아니고 VOT 온라인 내에서 영생이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모든 네임드 띵즈(Named Things)를 사들이는 기행으로 유명했었다.

그랬던 영감탱이가 뜬금없이 크로스데일가의 모든것을 물려주는 상속자리그를 개최한다고? 이거 좀 냄새나는데? 그 영감 성격에 죽을때가오면 자기 재산으로 자기 무덤을 진시황릉처럼 꾸미면 꾸몄지 누구한테 물려줄 인간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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