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옥사건 더 디파일러-45화 (4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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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 Oxogan The Ruins Of Guardian Spirit

"좋아. 사정이 딱해보이니 도와주도록 하지. 하지만 동맹관계는 그닥 내 입맛에 안맞는데."

"그러면 내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소리야?"

"무슨 개소리야. 니가 내 밑으로 들어와야지."

"나보고 사건의 부하가 되라는 말이야?"

"아니 도와달라고 말한 사람이 왜 도와주는 사람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야 하는건데? 평범하게 살수만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으면서 사실은 재별 3세의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던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목숨만 보장받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사건의 부하 아니 가정부도 될 수 있지만 사건이 내 몸을 의탁할 수 있을만큼 강건한 세력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는걸. 호...혹시 한국의 천외천 유저들을 암암리에 규합시키고 있는 비밀 세력의 수장이 사건이였다든지 그런거야?"

"아니 나 달랑 혼잔데? 뭐 싫으면 말던가. 나도 요즘 바빠서 일을 늘리고 싶지 않거든."

"잠깐만 사건 한가지만 예 아니오로 대답해줘. 전에는 아니라고 잡아땠지만 혹시 사건은 천외천 유저중에 한명이야? 그래도 내 목숨을 맡길 사람인데 그정도는 궁금할 수 있잖아."

"천외천 유저중 한명이였었지.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답변의 전부야. 네가 나를 못믿듯이 나도 너를 못믿어. 네가 그렇게 육탄공세를 해오는데 내가 거절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취향의 문제를 떠나서 너한테 다른 꿍꿍이가 있을거라는 생각에 내 마음속에서 계속 브레이크가 걸렸던거야. 솔직히 아야사 니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들도 솔직히 말해 다는 못믿겠어.

그런 상황에서 내가 지닌 카드를 너한테 전부 보여줄 의리는 없지 않겠어?"

"무슨뜻인지 이해했어. 좋아 나 사건의 부하로 들어갈게. 나는 1년 후에 있을 크로스데일 상속자 리그에서 언감생심 우승하고 싶은 생각따윈 없어. 그저 평범한 사람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만 해준다면 사건한테 몸과 마음을 다받쳐서 충성할게. 그 일환으로 일단 내가 지닌 카드부터 공개할게.

사건은 내 카드부터 확인하고 마음내킬때 자신이 지닌 카드를 보여줘"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군."

"내일 크로스데일 한국 지점으로 견학수업 형태로 모시겠습니다. 수업 출석 문제는 제가 처리해드릴테니 아침 9시에 집앞으로 나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아니 내가 너한테 존대말 듣자고 부하로 받아들인건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치파오 차림으로 싹싹한 비서처럼 구는 아야사는 묘하게 매력적이였기 때문에 나는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앞에서라면 모를까 둘만있을때라면 비서와 사장 역할놀이를 하는것도 재미있을지도. 그런데 허세란 허세는 다떨었는데 내일 크로스데일 한국지점에가서 나도 뭔가 보여줘야 하는거 아니야?

후우 이 밤중에 묘지라도 찾아가야하나? 물론 이 시간대가 음기가 최고조에 달해 스펙트럴 띵(Spectral Thing)들을 모으기 딱 좋긴한데. 지금 콜택시를 부르면 야간할증이 붙어서 요금이 살벌할텐데 어떡한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흰 가운을 다시 입으려는 아야사를 불러세웠다. 생각해보니 아야사가 무슨 꿍꿍이를 지녔는지 알아낸 지금 굳이 아야사의 육탄공세를 막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마음속의 브레이크가 사라지자 아야세의 옥단예 코스프레가 하늘색 머리와 어울려져 내 음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지난 한달동안의 단련으로 내 팔뚝은 알통몬에서 근육몬으로 진화한 상태였다. 그런 내가 아야사를 있는 힘껏 당겨 무릎에 앉히자 아야사가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딸려들어왔다.

브레이크가 사라진 내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비싼 티가나는 연분홍 립스팁이 발라진 아야사의 입술에 입술박치기를 시도했다. 저항하기 바빴던 궁기련과는 달리 아야사는 내 충동적인 키스에 능숙하게 호흡을 맞쳐왔다. 허락의 제스쳐로 받아들인 나는 등을 매만지고 있던 손을 은근슬쩍 치파오 안으로 밀어넣어 힙을 더듬기 시작했다.

힙라인을 따라 몰라보게 탄탄해진 아야사의 허벅지까지 쓸어내리는데 너무 부드러워서 내 손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아야사가 너무나 담담하게 그런 내 손길을 받아드려 주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 대담해져 아야세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내 혀를 있는힘껏 깨물었던 궁기련과는 달리 아야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혀로 응수했다. 서로의 혀가 얽히면서 타액이 교환되는데 부자들은 뭘먹고 자라는지 타액마저 달콤했다.

내친김에 나는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을 아야세의 팬티쪽으로 접근시켰다. 엉덩이 골을 타고 내려가는데 마땅히 있어야할 천조각이 만져지지 않았다. 혹시...

"거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사건님이 지니신 카드를 제가 보고나서 이어가도 괜찮을것 같군요."

"잠깐 이렇게까지 달아올랐는데 멈추면 남자는 미친다고."

"그러면 지금 여기서 사건님이 지니신 카드를 제게 보여주시던가요."

"젠장! 알았어 내일 보자. 내일 너 아주 죽을 준비해라."

"뭐 그렇게 궁하시면 여기 사건님이 그렇게 극찬하시는 일본에서 개발한 어덜트 증강현실게임용 캡슐로 외로움을 달래시던가요. 그러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꽃샘추위가 매서운데 운전기사를 너무 밖에 세워둔것 같군요."

그렇게 아야사는 흰 가운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섰다. 나는 자취방의 코딱지만한 창문으로 아야사가 고급외제승용차를 타고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뒤 즉각 VOT 단말기를 조종해서 마력이 깃든 뼛가루를 주문했다. VOT 온라인에서도 워낙 보편적인 술식재료였고 백신 마켓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였다.

문제는 마력이 깃든 뼛가루 100g의 가격 열배를 웃도는 전이술식 배송 SERVICE 비용이였다. 뼛가루는 내 손톱, 블랙탈론의 재질인 언옵타늄(UnObtaNum)과는 달리 마력전도성이 제로에 가깝다. 즉 그냥 나두면 뼛가루에 깃든 마력입자가 모두 흩어져서 술식재료로서의 효용성을 잃어 버린다. 즉 잔뜩 사재기해서 필요할때마다 꺼내쓸 수 는 없다는 소리였다.

지구의 마력입자농도가 제로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전이술식 배송 SERVICE 비용을 지불해야한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역으로 생각한다면 이건 VOT(Vaccine Of Things) 단말기를 지니고 있는 내 강점이였다. VOT 단말기가 없는 다른 천외천 유저들은 사고싶어도 살 수 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흔쾌히 마력이 깃든 뼈가루 구입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아담한 함에 담겨서 전송된 마력이 깃든 뼛가루 100g을 소중하게 품에 갈무리한 나는 콜택시를 불러 가장가까운 묘지로 향했다.

*    *    *    *

야간할증이 붙는 시기에 왠 학생이 묘지로 가달라고 말하면 택시기사는 어떻게 생각할것인가? 시체 안장품으로 한탕하려는 도굴꾼? 다리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자신의 묘지로 돌아가려는 귀신? 어느쪽이든 내 입장에서 절대 달갑지않은 취급이였다.

때문에 나는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으로 묘지 근처에 있는 해장국집을 도착지로 설정하고 택시기사에게 보여주었다.

대학가 근처에 지천으로 있는게 해장국집인데 왜 하필이면 묘지근처에 있는 해장국집을 가냐고 택시기사가 묻는다면 군대에서 휴가나온 친구랑 약속이 있다고 둘러될 작정이였는데 택시기사는 그저 묵묵히 운전대를 돌릴뿐이였다. 대신 택시기사는 묘지까지 거리가 꽤대고 야간할증까지 있으니 왕복으로 10만원에 퉁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조금 비싼감이 있었지만 내가 볼일을 보고 나올때까지 기다려준다는 말에 나는 흔쾌히 10만원을 건넸다. 이매망량들을 수집한 후에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또 콜택시를 부르는것도 번거로웠고 이매망량의 술식을 선보여 아야사의 신뢰를 얻을 수 만 있다면 10만정도에 구애될 필요는 없었다.

인적이 드문 한밤중의 도로를 달려 묘지 근처 해장국집에 도착한 나는 해장국집으로 들어가는척 하다가 택시기사가 눈치채지 못하게 묘지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굳이 묘지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묘지 근처 뒷동산에 마력이 깃든 뼈가루 이용해 술식원진을 그리고 이매망량의 술식을 거행했다.

후우 뭐랄까 지구에서 술식을 펼치는건 처음이라 떨리네. 설마 안되는건 아니겠지.

산천초목에 깃든 도깨비 리(魑)

이름없는 두개골에 깃든 도깨비 매(魅)

주인없는 봉분에 깃든 도깨비 망(魍)

원한에 사뭇쳐 사람에 깃든 도깨비 량(魎)

군세가 되어 의(義)를 발하라 이매망량(魑魅魍魎)

지구에 있는 본체는 아바타 옥사건처럼 사령안이 있는게 아니라 눈으로 확일할 수 는 없었지만 사위에 기이한 존재들이 모여들고 있다는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뼈가루로 만든 술식원진안의 공간에 령들이 가득차기를 기다리며 나는 백신 마켓 서핑으로 시간을 때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매망량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아야사에게 내가 뭐라도 되는냥 그렇게 허세를 떨었는데 이매망량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것 말고 좀 화려한 기술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한달 동안 나는 팔굽혀펴기 및 용린정권과 용린연환각을 단련해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무공을 익혔다한들 권총이나 회칼을 든 성인남성과 맞닥드린다 하면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지구라는 행성의 주민들이 대인전투능력이 떨어진다는 통계는 어디까지나 자상이나 총상정도는 손쉽게 재생시킬 수 있는 디파일러 나이트들과 비교한 결과였다.

즉 내가 익힌 용린정권과 용린연환각을 유효 전투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소총에서 발사된 총알의 물리력정도는 상쇄시킬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물론 고등학생정도의 물리력을 지닌 이매망량 삼백기를 내 몸에 겹겹이 두른다면 소총에서 발사된 총알정도의 물리력정도는 무력화시킬 수 있다.

허나 나는 천성이 보험의 보험을 두려하는 타입이라 이매망량만으로 안심할 수 없었다.

만약 이매망량을 공격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멀리 있는 빌딩에서 저격수가 내 머리를 노려온다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상황이지만 나는 그런 상황을 기본전제로 두고 백신 마켓에서 스스로의 몸을 지킬 수단을 면밀히 검색했다.

[No.64 귀갑흑석단]

-사령성의 귀갑권가에서 개발한 비전의 영약으로 복용한자의 몸을 도검불침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외공을 단련하는 자들에게는 꿈의 영약으로 여기지고 있다.

-귀갑권가의 태상장문인인 귀갑순만이 일년에 한알씩 연단해낼 수 있기 때문에 그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 VP가 많다고 해서 구입할 수 있는 영약이 아니다. 사령수 연합에 속한 커뮤니티 소속자의 경우 우선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

-13000 VP

내구도(1/1)[No.61 웨어러블 아케인 쉴드]

-아케인족들이 자신들의 연약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함선용 쉴드를 소형화하여 만든 나노테크놀로지의 결정체이다.

-옵션설정에 따라 외부충격 반응성, 태양열충전모드 전환 그리고 쉴드 규모등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지만 그에따른 전력소모또한 크게 변하므로 주의해야한다.

-구입시 주어지는 조끼를 착용하면 자동적으로 피부에 이식되는 방식으로 장착되며 전력이 공급된다면 물리적 손상을 자체적으로 복구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12000 VP

내구도(9999/9999)

넘버링은 육십번대, 가격은 만 VP 그리고 기능은 방어로 설정해 키워드 검색을 시도하자 내가 원하는 물건을 금새 추려낼 수 있었다. 나는 VP로 여벌의 목숨을 사는셈 치고 두 품목을 망설임 없이 질러버렸다. 귀갑흑석단의 경우 내게 천운이 따랐는지 제조사인 귀갑권가가 용린검가와 연합 커뮤니티 관계에 있어 재고가 딱 한개 남은 귀갑흑석단을 구입할 수 있었다.

터무늬없이 기묘한 인연이라 용린검가 커뮤니티까지 들어가서 재확인해봤지만 사령수라는 이름의 연합체로 용린검가와 귀갑권가가 묶여 있다는건 명백한 사실이였다.

전이술식 배송 SERVICE 비용을 지불하고 나자 내게는 단 37 VP가 남아 있었다. 뭔가 허망한 기분이였지만 이매망량, 귀갑흑선단 그리고 웨어러블 아케인실드 이 세조합이라면 대전차 포탄도 막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충만해져 얄팍한 지갑사정따위는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쇼핑에 빠져 시간가는줄 몰랐는데 어느새 이매망량의 술식은 완성단계로 치닫고 있었다. 사위가 어두컴컴한 가운데 묘지 뒤에 있는 뒷동산에 때아닌 귀곡성이 고막을 찌를듯 했다.

나는 목표치였던 삼백기의 령을 모두 술식원진안에 가두는데 성공하자 귀속영창으로 이매망량의 술식을 마무리했다. 이걸로 지구에 있는 본체인 나 김사건도 아바타 옥사건처럼 이매망량들을 다룰 수 있게 된것이다. 본래는 아야사 크로스데일에게 내가 지닌 힘을 각인시키려는 목적이였지만 이걸로 겸가겸사 아바타에 로그인했을때 무방비상태가 되는 본체의 취약점도 보완할 수 있었다.

마력이 고갈된 뼛가루를 발로 헤집은 뒤 콜택시로 돌아가는 내 발걸음은 그 어느때보다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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