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화 (2/374)

〈 2화 〉 02­ 살아있다, 그녀들이.

* * *

소사벌 종합운동장에 도착한 김준은 생각보다 한산한 모습에 안도했다.

물론 저 멀리 걸어 다니는 좀비들이 몇 보였지만, 여기까지 다가오기 전에 차를 달려 지나치거나, 아니면 총으로 저격해서 쓰러트렸다.

“후우.”

김준은 나서기 전에 준비를 철저히 했다.

혹시라도 발목이 잡히거나 물릴까 봐 풀 무장 상태로 나왔다.

전역한지 한참 됐는데 워커에 고무링으로 바지 소매를 틀어막았고, 다리에는 축구용 신가드를 채웠다.

그리고 양팔 역시 암 가드와 손목 아대를 차고, 얼굴에는 마스크를 쓰고 헬멧을 썼다.

좀비는 물론이고 모기나 벌침도 못 들어올 정도로 탄탄하게 무장 한 김준은 공기총과 엽총 두 자루로 무장했다.

공기총은 화약도 안 터지고, 은밀하게 쏘기 좋긴 했지만, 발사하고 장전 시 다시 탄을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많다.

반면 엽총의 슬러그 탄은 멧돼지도 한 방에 잡을 위력이지만,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약 냄새가 주변에 퍼진다.

장총 외에 보조 무장으로는 왼쪽 옆구리에 수통과 권총, 오른쪽에 손도끼를 갖추고서 차에서 내렸다.

끼이익­

김준은 일하던 시절 알던 경기장 비상구로 들어가 헬멧에 부착한 LED를 켰다.

조용히 숨죽이며 들어갔을 때, 그 안에는 물 흐르는 소리와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

덜컹­

숨을 고르고 들어갔을 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발전기가 주인 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오랜 기간 구리스를 안 발랐는지 덜커덩거리면서 녹물이 쏟아졌다.

김준은 그것을 바로 꺼버리고, 내부를 뒤적거리다가 비상물자로 있는 소형 기름 발전기를 발견했다.

지하실 습기로 인해 박스가 젖어 흐물흐물했지만, 그래도 내부 상태는 양호한 물건이라 챙기기로 했다.

“자~ 이건 손질 좀만 하면 잘 돌아가겠고, 다음은…”

그 외에 창고를 돌면서 또 쓸만한 것이 루팅 할 게 있는지 찾았다.

민방위 대피소에는 다양한 물건이 많았지만, 애석하게도 상태들이 영 꽝이었다.

텐트, 바리케이드, 튜브, 방독면, 우의… 하나 같이 죄 썩어서 가져가도 수선 불가였다.

“대피소 꼴 하고는… 관리 상태 봐라.”

휴대용 발전기 외에는 다른 제품들은 영 아닌 상태에서 김준은 계속 일대를 뒤지며 뭐라도 좀 더 건져보려고 뒤적거렸다.

그때 그 속에서 월척이 하나 나왔다.

“오!”

김준이 발견한건 다이소 같은 만물상 등에서 자주 파는 건전지형 LED 터치라이트였다.

주로 창고나, 창문이 없는 고시원 등에서 부착해서 간편하게 조명을 킬수 있는 물건, 게다가 건전지도 가득했고, 옆에는 부탄가스와 휴대용 가스렌지가 있었다.

김준은 빈 가방 속에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챙겼다.

가스렌지 세 개에 부탄가스 한 박스, 그리고 LED 터치라이트에 건전지까지 꾹꾹 담았다.

가방에는 생존물품, 손에는 발전기기에 근처에 보이는 전선들을 모두 끊어서 챙겼다.

넉넉하게 채워서 위로 올라갔을 때, 스마트폰을 켜서 카메라를 틀었다.

이러면 사각을 볼 수 있었는데, 다행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나온 김준은 이제 돌아가서 차에 물건들을 싣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였다.

“도와줘… 제발 도와줘요….”

“?!”

“아무도… 없어요?”

사람, 그것도 여성의 목소리였다.

김준이 총을 들고서 주변을 둘러봤을 때, 벽 한곳에 뚫린 쇠창살로 손이 보였다.

아주 가지런하고 예쁜 손이었다.

네일아트를 했는데, 손만 봐도 엄청 이쁜 여자일 거란 짐작이 들었다.

하지만, 김준은 그 상황에서 총을 들고 긴장해서 다가왔다.

그때 또 다른 곳에서도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그쪽에… 사람 있어?”

두 개의 방에서 들린 여성의 목소리.

아마도 여러 방에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발밑에 떨어진 간판 문패가 보였다.

[걸스파이팅 MC 대기실.]

“!”

김준도 간간이 인터넷으로 봤던, 유명 예능 프로그램 걸스 파이팅.

그리고 거기에 멤버들이 이 안에 있는 것 같았다.

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노크했다.

똑­똑­

“!”

인기척을 발견하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언니… 뭐야? 구하러 온 거야?”

“그럼 당장 열어야지!”

“기다려, 아직 몰라!”

내부에서 정리할 때 김준은 머리 위에 있는 철창을 바라봤다.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어 내부에 대고 한 번 찍어봤다.

찰칵­

휴대폰 소리와 함께 그녀들의 목소리가 멈췄고, 김준이 확인했다.

“오우….”

끝내주는 미녀들이 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럿!

흔들려서 잘 안 보였지만, 그중 한 명은 김준도 현역시절에 좋아했던 걸그룹 ‘샌드걸스’의 리더 가야, 그리고 예능, 가수, 배우로써 대성공했던 멀티 엔터테이너 아이돌 ‘샤인’이라는 예명의 소녀 서인아가 보였다.

그 외에 둘도 낯이 익은 연예인들이다.

“와… 씨발! 넷이야?”

순간, 복잡한 생각 속에서 문이 서서히 열렸다.

끼이이이­

방범 체인이 열리면서 그 틈으로 보인 인물은 곱슬거리는 장발에 외눈 쌍꺼풀이 어울리는 성숙해 보이는 외모의 미녀.

샌드걸스의 리더 가야였다.

“아!”

“….”

“혹시… 구하러 와 주셨어요?”

김준은 총을 내려놓고 말이 없었다.

‘경우의 수… 경우의 수….’

좀비 사태 이후 드디어 만나보는 비감염자 인간.

근데 여기서 저들 중 물린 사람이 있다면?

“안에 몇 명 있어?”

“네 명… 그리고 저쪽 방에도 넷이요.”

넷이 아니라 합이 여덟.

“그럼, 여기서 나간 사람 있어?”

김준의 물음에 그녀는 눈물이 왈칵 터지면서 그동안의 고통에 대해 말했다.

“갑자기 괴물이 된 사람들 피하고… 저희 다 이 안에서만… 흑흑….”

“….”

눈물을 보이는 가야를 보고 그 너머에 있는 인아와 도경, 그리고 한 명은 누군지 모르겠는데, 아마 새 멤버 추가된다는 그 사람 같았다.

구해주면 살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한 번도 안 나가고 물린 적 없을까?

혹시라도 감염을 숨겼거나, 이들이 함정이라서 자신을 습격한다면?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리고 고민하는 와중에 김준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본 그녀들도 필사적으로 외쳤다.

“제발 살려주세요. 안에 먹을 것도 없고, 이러다 전부 굶어 죽어요!”

“아저씨, 아니 오빠… 제발요오… 뭐든지 다 할게요.”

“살려주세요! 제발 저희 버리고 가지 마세요!!”

필사적으로 달라붙을 여성들을 보고서 김준은 그대로 문을 닫았다.

쾅쾅쾅­

“아, 안 돼! 제발요!”

“살려주세요! 제발!”

김준은 그 순간 외쳤다.

“조용!!!”

혹시라도 이 소란을 들을 좀비가 있을 것 같아서 외쳤다.

그리고 김준은 결정했다.

“전부… 문이 열리면, 그 자리에서 모두 옷 벗어.”

“…네?”

“전부 옷을 벗고 문을 연 다음 벽에 붙어있어! 팔다리 벌린 상태로.”

“….”

별안간 톱스타들 앞에서 옷을 전부 벗은 다음 팔다리를 벌리라는 말에 안에서 다시 수군거렸다.

“뭐, 뭐야? 저 사람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언니… 그럼 우리 어떻게 되는 거야?”

“설마… 우리 전부 끌려가서….”

사람을 뭐로 보고 저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뭐 납득은 갔다.

전 국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성장한 연예인들인데 별안간 외간 남자가 홀딱 벗고서 기다리라고 하니 말이다.

물론 단순히 여체 감상 좀 하자고 그런 요구를 한 게 아니었다.

그때 조용히 노크와 함께 창살로 올라온 게 있었다.

거기에는 가녀린 가야의 손이 다시 튀어나왔다.

“저기요… 미안한데, 벗는 건 저 혼자 할게요. 그러니… 그러니 제발 애들은 건드리지 마세요.”

“….”

대단한 언니 나섰다.

“그러니까… 내가 다 할 테니까 제발 애들은 건드리지 마시고, 옷은 나만 벗는 걸로….”

그때였다.

그르르르­ 으어어­ 어어어어­

“!?”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서 좀비가 걸어오고 있었다.

수는 둘.

그리고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 순간 반사적으로 김준은 엽총을 들었다.

그리고 침착하게 좀비들을 겨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철컥­ 탕­!!!

“꺄아앗!”

총소리가 들리자 후다닥 들어가는 팔이었다.

김준은 능숙하게 두 방 갈겨서 슬러그 탄을 좀비 두 마리 머리에 꽂아줬다.

성능은 끝내줬고, 머리가 없어진 두 좀비는 쓰러져서 부들부들 떨다가 멈췄다.

“휴우우­”

이 소리 듣고 좀비들이 더 올수 있으니 이제 결정해야 했다.

“야, 안에 있는 애들! 잘 들어!!”

“!”

“내가 이 상황에서 연예인들 몸매나 감상하려고 옷 벗으란 줄 알아? 어디가 물린 흔적이 있는지, 그리고 감염될 수 있는 열상이 있는지, 그리고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야 할 거 아니야?”

“?!”

“내가 이 안에만 있다는 거 어떻게 믿고 니들을 넙죽 받아주냐? 최소한의 확인은 해야지!”

“…아.”

그 말에 안에서는 다시 목소리가 울렸고, 마침내 문고리가 열렸다.

“문 열고 내가 들어갈 때까지 모두 벽에 붙어있어.”

“…네.”

김준은 딱 20초를 세고서 문을 서서히 열었다.

그리고 내부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면서 열흘 동안 감금되었던 아이돌들이 있었다.

안쪽을 보니 변기와 세면대가 보이는 것이 그동안 수돗물을 먹으면서 버텼나 보다.

그리고 벽에 붙어있는 네 명의 여성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서 김준이 말한 대로 있었다.

“흐음….”

딸깍!

한 명씩 확인하기 위해 김준은 먼저 가야부터 몸을 비췄다.

“으읏!”

눈을 질끈 감은 가야는 가녀린 피부에 유리같이 깨끗한 몸이었다.

가녀린 목부터 쇄골을 지나 양어깨를 살펴보고, 그다음 볼륨 있는 가슴… 그리고 밑으로 내려갔을 때, 바들바들 떨리는 두 다리가 보였다.

“뒤로 돌아.”

“으… 네.”

이제는 체념하고 몸을 돌려 붙었을 때, 탄력 있는 종아리부터 매끈한 엉덩이가 드러났다.

순간 탄성을 내뱉으려는 걸 억지로 입술을 짓씹었다.

그리고 등줄기를 타고 올라갈 때 김준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머리 쓸어올려 봐.”

“네….”

그녀가 두 손으로 곱슬거리는 장발을 올리자, 목이 드러났다.

마지막까지 완벽한 몸매, 그리고 상처 하나 없었다.

“좋아, 통과! 왼쪽 벽으로!”

HD 손전등으로 아이돌의 나체를 훑어나간 뒤로, 다음을 기다렸다.

“저, 저는 빨리 할게요.”

역시 홀딱 벗은 서인아는 가슴은 평범하지만, 슬렌더한 몸에 특히 골반부터 발까지 내려오는 라인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역시 HD손전등으로 훑어나갈 때 오싹! 오싹! 거리는 반응.

그리고 그녀들은 눈을 질끈 감으면서 수치를 억지로 참아냈다.

서인아는 허리까지 닿는 장발의 머리를 들어올려 뒷목을 보였다.

뒷태까지 확실히 체크한 김준이 손을 돌렸다.

“좋아! 통과, 다음!”

“우… 메디컬테스트 생각나네….”

177cm이라는 큰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의 단발 여성 윤도경.

크러쉬 걸의 리더이자, 학창 시절 배구선수 출신인데, 탄력 있는 허벅지에 엉덩이가 엄청났다.

그리고 가장 몸수색에 차분해서 조금도 떨지 않았다.

다만 김준을 쳐다보는 두 눈은 정말로 무서워서 사람 죽일 듯이 치켜뜨는 눈.

거기에 도톰한 아랫입술이 계속 우물거렸다.

“…통과! 지금까지 넘어간 쪽은 옷 입고 나올 준비해.”

그러자 주섬주섬 옷을 챙기는 세 명과 나머지로 온 인물은 일본인이었다.

“헤에… 제가 마지막?”

갈색 히메컷에 작은 키에 빵빵한 몸매.

그녀는 아시아 멤버들이 모인 다국적 걸그룹 헥사코어의 비주얼담당, 나니카였다.

작은 얼굴에 손꼽히는 가슴.

그리고 딱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육덕의 몸에, 발가락을 연신 꼼지락거리며 허벅지를 움직였다.

순간 순간적으로 설 뻔 했지만, 방진복 바지 속 탄탄한 보호대로 그게 확 튀어나오진 않았다.

“다, 다음 뒤로.”

뒤돌아보면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모습에 다시 한번 혹했지만, 일에 집중해서 마지막까지 살폈다.

그때 그녀의 종아리에 뭔가 거뭇거뭇한 게 묻어있었다.

“야, 너 종아리에 그거 뭐냐?”

“아~ 여기 오기 전에 넘여저서 딱지 진 거요. 새 살 돋아있는데 보실래요?”

자세히 보니 흉터는 맞는데 아문 지 오래돼서 조금만 긁어도 나올 새살이 보였다.

좀비한테 물렸는데 아물어서 딱쟁이 진 건 못 봤으니 일단 통과.

“후우우, 좋아! 이제 옷 입고 나갈 준비 하자.”

그녀들은 이제 살았다는 듯이 연신 감사를 표했다.

김준은 그 전에 주머니에서 미니쉘 초콜릿과 사탕 몇 개를 꺼내 가야에게 건네줬다.

“다들 뭘 먹었는지 몰라도 일단 입에 하나씩 먹어!”

“와! 가, 감사!”

가야가 입안에 껍질도 제대로 안 깐 초콜릿을 입에 넣고 다른 멤버들도 허겁지겁 봉지를 뜯고서 입에 넣었다.

“조심해! 삼키면 빼내야 해!”

그러자 구슬 사탕을 이빨로 아그작 소리를 내면서 씹는 나니카가 있었다.

‘가야, 나니카, 서은아, 도경….’

하나같이 소속사 내에서 아이돌 에이스들로 유명한 소녀들을 데리고 김준은 빠져나갈 준비를 했다.

그때 또 다른 곳에서 구원의 손길이 있었다.

“헤이~ 플리즈~ 이쪽도….”

“!”

그러고 보니 다른 방에서도 구조 요청이 있었다.

그때 가야가 황급히 말했다.

“저기… 아저씨, 아니 오빠! 쟤들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가야의 간곡한 요청.

그리고 김준은 조심히 말했다.

“설득할 수 있으면….”

“고마워요!”

손을 꽉 잡았고 안기려는데, 열흘간 갇힌 상황에서 몸에서 좀… 퀴퀴하고 부스스한 분위기였다. 오래된 오이 비누 냄새도 조금 섞인 것 같고…

가야가 상황 설명을 해줬을 때, 그쪽에서도 창살에 나왔다.

그동안 다른 여성들도 피부가 고왔지만, 그중에서도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에 손에는 브래지어가 달려있었다.

“오케이~ 좋아, 죽기 전에 섹스라도 할 수 있다는 거네?”

“푸웃!”

그러면서 주섬주섬하다가 며칠간 못 갈아입어 얼룩이 가득 묻은 톱스타의 레이스 팬티가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 입어서 아주 따끈따끈해 보였고, 앞부분이 살짝 젖어있었다.

순간적으로 장갑을 낀 손으로 그것을 집을까 하다가, 변태적인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돌려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자물쇠 열고 기다리라고 말하려는 순간 문이 먼저 열렸다.

그리고 눈앞에 드러난 건 이전 네 명에 비교해도 100점 만점에 다이너마이트 바디에 금발 백인 여성이 두 팔을 벌려 가슴을 드러냈다.

“Right! See me!”

“야!”

그 여성의 뒤로 오싹한 시선을 두려워하는 세 여성이 있었다.

분명 눈은 호강하는데, 등골과 아랫도리의 위기감이 계속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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