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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야겜에 빙의했다-484화 (484/648)

〈 484화 〉 484화. 추리 (2)

* * *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기숙사.

귀여운 토끼 인형이 서있는 여성스러운 방 안.

루시와 루미는 방에서 머리를 맞댄 채 이호연과 임솔의 대련 영상을 확인했다.

"봐봐. 루미. 이게 말이 안 된다니까. 교수님이 이호연의 마법에 저항도 못하고 당해버렸잖아."

"으웅?"

인터넷에서 엄청난 이슈가 된 이호연과 임솔의 대련.

천재 마법사 임솔의 충격적인 패배 순간은 아직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고, 이호연의 실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대련이 끝난 뒤에도 식지 않았다.

루시는 영상을 계속 반복 재생하며 루미에게 들이밀었다.

토끼 인형 루비를 끌어안은 채 루시의 말을 듣던 루미는 눈을 깜박거리며 대답했다.

"으, 으음. 그런가? 긴 대련 때문에 임솔 교수님이 지쳐서 쓰러지신 건…."

"천재 마법사라고 불리는 그 임솔 교수님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건 또 아니지만, 화내지마 루시…."

"화내는 건 아니야. 미안해."

루미는 루시의 품에 안긴 채 고민했다.

내심 의문은 있었다.

임솔 교수가 얼마나 강한 지는 자신도 알고 있다.

이호연이 강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그 임솔 교수를 이길 줄이야.

"루미, 우리는 이호연의 마력을 알잖아."

"으응. 맞아…."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이호연에게 직접 마법을 배운 루시와 루미는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마력은 180도 달라졌다.

하지만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마법사라도 자신의 마력을 순식간에 바꿀 순 없다.

루시는 그 점을 의심하고 있었다.

"임솔 교수님이 그렇게 밀린다는 건 이상해. 특히 그 마력… 어디선가 느껴본 거 같단 말이지."

"어,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디서 느껴본 적이 있는 마력이었어."

"영상으로만 본 사람들은 모를 거야. 역시 직접 만나서 알아내는 수밖에 없어!"

"직접…? 그렇지만 호연 씨는 아직 환자야."

"아, 맞다. 그랬지…."

루시는 바닥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 비정상적인 강함이 이호연에게 있는 고민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장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띠링­ 띠링­

그때.

루시와 루미의 스마트워치가 잠깐의 시간 차이를 두고 울렸다.

스마트워치를 확인한 루시와 루미는 곧바로 눈을 마주쳤다.

"이호연 퇴원했대. 우리가 찾아가자. 루미."

"으, 으응. 알겠어. 루시. 근데 괜찮을까?"

"당연하지. 학생 회장님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마음에 걸리긴 한다고 하셨잖아."

"어제 다은 양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대련이 있던 날.

루시와 루미는 문수린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호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남다은을 제외하고 처음이었는데,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어쩌면 학생 회장과도 좋은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을 정도.

"다은이한테는 내일 물어보자. 일단 이호연한테 만나자고 해야 해."

"호연 씨… 응. 그러자."

루시와 루미는 동시에 이호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얼굴 보면 어떻게 말하지?"

"으음.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학생 회장님도 먼저 다가가진 않겠다고 하셔서...."

"… 일단 만나고 생각하자. 루미. 인생은 실전 이랬어."

루시와 루미는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둘은 힘을 합쳤다.

"루미. 우리가 이호연의 고민을 밝히고 이호연을 차지하자."

"으응. 루시. 좋아…."

둘은 긴장한 채 서로를 손을 꼬옥 잡았다.

이 순간 루시와 루미는 누구보다 진지했다.

이호연의 경쟁자들을 모두 제칠 수 있는 기회였다.

띠링. 띠링.

잠시 후.

동시에 울린 스마트워치를 본 루시와 루미는 울상을 지었다.

­ 미안. 오늘은 아파. 아직 몸이 다 안 나았거든.

"앗."

"아…."

긴장이 풀린 루시와 루미는 아쉬운 한숨을 흘렸다.

*

다음날 아침.

이호연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잠에서 깨어났다.

해는 하늘 높이 떠있었고, 시간은 거의 정오에 가까웠다.

"… 역시 집이 편하긴 하네."

촤르륵­

눈을 찌푸리며 커튼을 닫은 이호연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아카데미에서는 무려 일주일이나 휴식을 받았다.

며칠 정도면 회복될 것 같아서 길게 쉴 생각은 없었는데, 아마 백아영이 도와준 거겠지.

확실하게 쉬어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 감사하고 있었다.

띠링. 띠링.

"슬슬 나갈 준비도 해야 하고…. 근데 얘들은 오후 수업도 없나? 어떻게 만나자고 하는거야."

어제 갑자기 루시와 루미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퇴원하긴 했지만 당장 만나기는 힘들 것 같아 대신 오늘 시간을 비워놨다.

어차피 검은 기둥이 있는 빅토리아 공원에 가야 했으니 나가는 김에 루시 루미도 만나면 되겠지.

공원에 있는 가짜 던전 마법진은 매일 조금씩 보수해야한다.

­ 나 : 잠시 아카데미에 들렸다가 갈게.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어.

이호연은 메시지를 보낸 뒤 집 밖으로 나왔다.

루시와 루미는 아카데미 상가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그전에 빅토리아 공원으로 갈 생각이다.

'최소 며칠. 길어봤자 일주일이면 되겠지.'

검은 기둥은 이미 커다랗게 솟아있었다.

이호연의 마법진이 자리를 잡는다면 곧바로 계획을 실행해도 될 정도.

이호연은 스마트 워치를 조작하며 아카데미로 향했다.

'임솔 교수님은 언제쯤 괜찮아지려나.'

사실 대련에서 이기자마자 '솔아.'라고 부르며 다가갈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상남자의 길은 멀고도 멀구나.

그나마 대련을 이긴 것에 만족하면서 천천히 대화나 하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몇 번째로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아서 엄청나게 당황했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또 다급해지는데.'

히로인들의 압박이 점점 심해질수록 이호연은 가짜 던전 계획을 앞당겨야 했다.

마왕을 잡는 건 두 번째 문제다. 마왕을 죽이기 전에 모든 히로인들을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 음?"

아카데미로 걸어가는 동안 고민을 이어가던 이호연은, 거리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저건 뭐야.'

골목과 골목 사이의 광고판. 그 뒤에 숨어있는두 사람의 몸 일부가 보였다.

얇은 어깨와 단발머리.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았다.

★ 히로인 상태창

[루시]

­ [ 호감도 : 100 ] (+ 1.4 )

­ [ 성욕 : 80 ]

­ [ 식욕 : 40 ]

­ [ 피로도 : 45 ]

현재 상태 : 루미 몸이 조금 삐져나온 거 같아. 으, 잘 숨으라니까.

[호감도 100 달성시 이호연과 루미가 함께 있을 때 성욕이 대폭 늘어남.]

★ 히로인 상태창

[루미]

­ [ 호감도 : 100 ] (+ 1.7 )

­ [ 성욕 : 87 ]

­ [ 식욕 : 30 ]

­ [ 피로도 : 10 ]

현재 상태 : 역시 여기 숨어있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호감도 100 달성시 루시와 있을 때 이호연에게 적극적으로 변함.]

'… 쟤들 저기서 뭐 하는 거야?'

이호연은 의문을 숨기지 않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상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왜 저기 숨어있는 거지?

광고판 뒤로 다가가서 아는 척을 해볼까 했지만, 루시와 루미가 저기 숨어있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서프라이즈 파티?'

그게 아니라면 저기 있을 이유가 없다.

어제 퇴원했으니 내 힘을 북돋아 주려는 생각일까. 역시 귀여운 애들이네.

이호연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루시와 루미를 못 본 척 지나쳤다.

'근데 왜 아는 척을 안하지.'

… 옆을 지나가면 놀래키면서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루시와 루미는 그대로 숨어있었다.

서프라이즈 파티가 아니었나?

이제와서 아는 척을 하기도 늦었기에 이호연은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

*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빅토리아 공원.

검은 기둥이 서있는 이곳에서는 인간의 마력을 제한하는 불길한 힘이 세어 나온다.

아이린은 검은 기둥을 바라보며 기억을 되짚었다.

'분명 그때 느꼈던 마력과 비슷해.'

이호연과 임솔의 대련에서 마지막에 이호연이 사용한 마력.

그 마법은 너무나 훌륭했지만 아이린 정도의 강자라면 이상한 점을 당연히 눈치챌 수 있었다.

특히 아이린은 자주 접했기에 더 쉬웠다. 이호연이 사용한 마력은 검은 기둥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마력과 너무나 비슷했다.

"그래… 내가 없는 날에도 매일 같이 왔다는 거네."

"맞습니다. 여기 출입 기록부입니다."

아이린은 길드원이 건네는 이호연의 출입기록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같이 찾아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간다는 것.

누가 봐도 수상한 상황이다.

'수상한 행동은 그나마 이 정도인데….'

아이린 혼자였다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이호연과 같이 지내는 여자들이 수상한 행동이 보이면 곧바로 얘기해달라고 말했다.

이런 걸 전달하면 되겠지.

"아이린 님. 이호연 생도가 관문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오늘도 왔구나?"

"예. 저는 다시 연구 쪽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응. 수고해."

길드원을 돌려보낸 아이린은 이호연을 만났을 때 할 말을 생각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일하다가 마주친 것처럼 하려면 뭐라고 해야할까.

요즘 일을 잘 안했더니 생각이….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린 씨."

"으읏?"

"…? 여기서 뭐해요. 한 동안 안보이던데."

깜짝 놀라 몸을 돌린 아이린은 이호연을 보며 숨을 죽였다.

"아, 응. 네가 대련 때 보여준 마력이 생각나서 찾아왔어. 기둥에서 나오는 마력하고 비슷한 것 같아서."

아이린은 출입 기록부를 등 뒤로 숨기며 말을 이었다.

'이 말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이리스 길드의 1팀장인 아이린은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편이지만, 이호연만 보면 이상하게 당황하게 된다.

아이린은 뒤늦게라도 표정을 관리했다.

'내가 이호연을 찾아왔다는 걸 들키면 안 돼. 포커페이스. 포커페이스 유지….'

이호연은 아이린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역시 알아보셨네요. 사실 아이린 씨 정도면 모르는 게 이상하죠."

"으응. 자주 오는 이유가 진짜 연구때문이었구나?"

"네. 저도 될까 말까 반신반의했어요."

이호연은 생각해놓은 변명을 풀어내며 아이린을 바라봤다.

이 사람은 또 왜 이러는 걸까.오늘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상하네.

'… 너무 수상하잖아.'

얼굴이 파르르 떨리는 게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

게다가 등 뒤에 숨긴 건 또 뭐야.

★ 히로인 상태창

[아이린]

­ [ 호감도 : 94 ] (+ 1.2)

­ [ 성욕 : 76 ]

­ [ 식욕 : 50 ]

­ [ 피로도 : 40 ]

현재 상태 : 포커페이스. 암살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포커페이스야.

'이제 와서 포커페이스를 하면 뭐해.'

이호연은 피식 웃으며 아이린에게 말했다.

지금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미 늦었다.

"등 뒤에 그건 뭐예요?"

"응? 아… 이건 극비자료라 비밀이야. 어음, 내가 지금 좀 바빠서… 이만 가볼게. 다음에 보자."

아이린은 출입 기록부를 꽉 쥔 채 몸을 돌렸다.

그녀는 프로의 자세로 마지막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걸 잊지않았다.

또각또각.

"… 좀 아픈가?"

이호연은 아이린의 뒷 모습을 보며 뒷통수를 긁었다.

억지로 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대답을 듣지도 않고다급하게 돌아가는 걸 보면 사정이 있었겠지.

"아무도 없는 게 더 편하긴 하지."

이호연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가짜 던전 마법진으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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