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2화 (212/648)

*

엘리스는 천천히 옷을 벗었다.

스윽-

이날을 위해 구입한 마사지 침대는 부드러웠다.

방수 재질이라서 땀이나 다른 액체를 흘려도 찝찝하지 않도록 주문한 물품이다.

"…."

침대에 뚫린 두 개의 구멍은, 엘리스의 가슴이 들어갈 구멍이었다.

사실 마사지 때문에 침대에 엎드릴 때, 가슴이 눌려서 불편함이 심했었다.

이건 체형에 맞게 주문 제작을 했으니 편하겠지.

스르륵-

엘리스는 속옷까지 벗어서 바닥에 내려놨다.

저번에도 한 번 맨살을 보여줬으니, 거부감이 없기도 하고 맨살에 손이 닿을수록 효과가 좋다는 이호연의 말이 있었으니까.

물론… 맨살이 기분도 좋았다.

마나 회로가 확장되면서 느껴지는 마나의 신선함.

따뜻한 손이 등을 건드리는 촉감.

아랫배부터 시작되는 열감이 몸 전체로 퍼지는 흥분.

온몸이 곤두서고 몸을 주체할 수 없는 절정까지.

이호연의 손길이 있다면 할 수 있다.

그래도 아직 앞모습을 보여주기엔 창피했다.

그곳은 여자로서 큰 결심이 필요한 곳이니까.

'이호연이 만지면… 기분은 좋을 텐데.'

엘리스는 잠시 떠오른 이상한 생각을 고개를 휘휘 저으며 지워냈다.

아직. 

아직이야.

그건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여줘야 하는 곳이다.

아무리 부모한테 연애관을 잘못 배운 엘리스더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몸에 걸친 모든 천 조각을 바닥에 내려놓은 엘리스는 그대로 마사지 침대에 누웠다.

체형에 맞게 설계된 침대라서 편하게 몸을 지탱해줬다.

준비해놓은 수건으로 엉덩이 부근을 덮은 뒤, 엘리스는 이호연을 불렀다.

"들어와."

"들어갑니다. 손님."

이호연은 엘리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문을 열었다.

천장에서 느껴지는 스칼렛의 마력을 이 악물고 무시하며, 이호연은 엘리스를 바라봤다.

엘리스는 이미 준비를 끝낸 듯 마사지 침대에 누워있었다.

잡티 하나 없이 새하얀 피부.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금발은 가지런히 정돈되어 한쪽으로 늘어져 있었다.

날 바라보는 엘리스의 빨간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안녕."

"… 응." 

'저 구멍이 무슨 용도인가 했더니 가슴을 넣는 거였구나.'

"그 구멍을 그렇게 쓰는거구나."

"… 평범한 침대에 엎드리면 가슴 때문에 불편해서."

엘리스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살짝 눈을 뜨고 이호연과 대화를 나눴다.

- 엎드리면 가슴 때문에 불편하다. 

'이해하면 야한 문장이네.'

이호연은 엘리스에게 다가가며 가방에서 꺼낸 마석 가루를 엘리스의 몸 주변에 대충 흩뿌렸다.

"바로 시작할게. 눈 감아."

"으응."

엘리스의 눈에는 살짝이지만 기대가 엿보였다.

툭-

마사지 침대로 다가가는 이호연의 발에 무언가 걸렸다.

바닥을 내려다보자 그곳엔 엘리스의 옷가지들이 놓여있었다.

옷과 닿은 발등에는 체온이 느껴졌다.

방금 벗은 것 같았다.

"…."

얼마나 기대했길래 옷을 치우는 것도 잊고 침대에 누웠을까.

이호연은 엘리스가 안 보이는 각도로 옷가지들을 들어 책상에 올려놨다.

짝-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손뼉을 친 이호연은 엘리스에게 말했다.

"몸에 힘 풀어."

"응."

엘리스는 긴장을 풀며 눈을 감았다.

'나도 나름대로 준비해왔거든.'

이호연은 가방에서 향초 하나를 꺼냈다.

"그건 뭐야?"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엘리스가 물었다.

"마사지에 도움이 되는 향초야. 오늘부터 제대로 해야지."

"흐으응."

사실 인터넷에서 산 마음이 편해지는 가든 피크닉 향초다.

뭐, 무슨 향인지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중요한 건 분위기다.

전문가인 척하려고 나름 준비해왔거든.

은은하게 퍼지는 향에 엘리스도 다시 눈을 감았다.

"시작할게."

마사지의 시작을 알리는 말과 함께.

이호연은 천천히 엘리스의 새하얀 등에 손을 올렸다.

"흐읏…."

살짝 닿기만 했는데도 엘리스의 입에서 가녀린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동시에 손가락 끝에서 뻗어 나간 마력들이 엘리스의 마력 회로에 침투했다.

"끄흐읍… 끄흣… 하아."

기분 좋은 고통.

엘리스는 마력 회로가 펴지는 느낌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 고통으로 인해 선천적 마력 장애가 치료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마사지사들은 낼 수 없는 이호연만의 기술이다.

이 느낌도 성적인 쾌감과는 다른 의미의 쾌감으로 다가왔다.

"아프진 않지?"

"으응… 괜찮아. 아주 좋아."

엘리스가 고통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할 때.

이호연의 손에서 뻗어 나간 새로운 마력 줄기가 하복부로 향했다.

"하으읍… 흐으윽…."

엘리스의 음부를 파고들어 간 마력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천천히 움직이며 적응할 시간을 줬지만, 오늘은 조금 진도를 나가기 위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흐극, 흐읏…. 하앙…♡, 흐읏!"

자신의 입에서 나온 간드러진 교성에 깜짝 놀란 엘리스는 입술을 닫아버렸다.

"이쪽이 시원한가?"

이호연은 영상을 보며 대충 배운 손놀림으로 엘리스의 등을 만졌다.

어차피 외부에서의 자극은 큰 의미가 없다.

엘리스의 몸 안쪽에서 움직이는 마력들에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흐읍, 흣… 하으응…."

마력 회로를 넓히는 고통에는 이미 익숙해졌지만, 뜨거워진 아랫배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선천적 마력 장애 때문에 자신의 몸에 있는 마력을 잘 느끼지 못하는 엘리스는, 이호연이 마력으로 자신의 음부를 자극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애초에 세상에 그런 세밀한 마력 컨트롤이 가능한 마법사는 없다.

[마나 감응]이 있는 이호연만 가능할 뿐이다.

그렇기에 엘리스는 이 흥분의 원인을 이호연에게 찾아야 했다.

"하으읍… 흐읏… 하아…."

"괜찮아? 천천히 해?"

"아니, 아니. 괜찮아. 계속… 하아, 해줘."

자궁에 붙은 마나가 약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보지를 감싼 마나는 이호연의 컨트롤에 따라 세밀하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톡- 톡- 

찔걱-

음란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암컷의 냄새가 풍겼지만, 방을 가득 채운 향 덕에 어느정도 숨길 수 있었다.

몸을 움찔대는 엘리스를 보며, 이호연은 엘리스를 더욱 희롱했다.

"등 주변을 계속 누를 테니까, 좋은 곳이 있으면 좋다고 말 해. 그러면 마사지하기 더 쉽거든."

이호연은 엘리스에게 말을 걸며 마력을 더욱 집어넣었다.

엘리스의 몸 표면을 따라 움직이는 마력은 엘리스의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자극했다.

"거기, 거기… 흐으읏! 좋, 좋아. 좋아…!"

엘리스는 충분히 흥분하고 있었고, 기분 좋은 상태였다.

이 마사지만을 기다렸다는 듯 몸도 반응해주고 있었다.

이호연의 손끝이 등에 닿을 때마다, 비정상적인 쾌감이 아랫배에 쌓였으니까.

"여기?"

"응, 으으응…! 흡, 하아, 하아아… 흐으읏…!"

도대체 등을 마사지 하는 것과 음부에 느껴지는 이 자극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엘리스는 그저 찾아오는 쾌락에 몸을 맡겼다.

곧, 찔끔찔끔 쌓이던 쾌감이 터지며 엘리스의 몸 전체에 쾌락을 가져왔다.

"하아, 하아아…. 흡, 후으읏…."

약한 자궁의 떨림과 클리토리스 자극만으로 절정에 달한 것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지금의 자극은 저번과 똑같은 자극이었다.

물론 너무 기분 좋았지만, 충분히 더 좋게 할 수 있을 거다.

등을 만져지는 것으로 이 정도면 다른 곳을 만지면 얼마나 좋아질까.

하지만 그걸 직접 입 밖으로 꺼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여자는 어려운 종족이니까.

한 번 싸게보이면 계속 싼 여자가 되버린다.

엘리스의 반응을 살피던 이호연은 꿈틀거리는 등을 쓰다듬으며 상태창을 확인했다.

★ 히로인 상태창

[엘리스]

- [ 호감도 : 74 ]

- [ 성욕 : 84 ]

- [ 식욕 : 40 ]

- [ 피로도 : 60 ]

현재 상태 : 더, 더 좋은 곳… 어떻게 해야 하지?

'말만 해주면 되는데.'

엘리스는 더 큰 자극을 원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체험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보지 안쪽에 마력이 들어간 게 아니니까.

아직 처녀인데도 이렇게 절정한거다.

다른 곳도 해달라고 말만 하면 해결인데.

여자는 참 어렵다.

"근데 다리 진짜 예쁘다. 모델급이야"

엘리스가 어느정도 절정에서 회복한 후.

이호연은 다시 등을 꾹꾹 누르며 엘리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일단 상대를 칭찬하라.'

유명한 명언이다.

그러면 어떤 일이든 안 풀릴 수가 없다.

"… 고마워."

엘리스도 이호연의 말이 립서비스란 걸 알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매력 있는 이성이 자신을 칭찬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여기서 더 큰 자극을 준다….'

엘리스가 더 큰 자극을 원하고 있으니, 들어줘야겠지.

사실 방법 자체는 쉽다.

그냥 사용하는 마력을 늘리고, 안쪽까지 집어넣으면 된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접근해도 되지 않을까.

이호연은 엘리스의 엉덩이를 덮고 있는 수건을 확 들어서 옆으로 던졌다.

땀이 찬 엉덩이가 바깥 공기와 닿으니 마치 뜨거운 열기가 나오는 것 같았다.

"흐으읏… 어?"

엘리스는, 절정에 달해 쉬고 있던 몸에 차가운 공기가 닿아서 깜짝 놀랐다.

방의 온도는 적정 온도로 유지되고 있었지만, 수건에 덮여있던 엉덩이는 열이 올라온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곧 자신의 엉덩이를 가리던 수건이 사라진 걸 깨달았다.

당황한 엘리스는 이호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지금 뭐 하는 거야?"

"응? 마사지를 하려고. 언제까지 등만 할 순 없잖아. 혹시 싫어? 그럼 그만둘게."

"…."

수건으로 엉덩이를 가리긴 했지만, 사실 언제까지 등만 마사지할 수는 없었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등만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아니다.

'미리 말하지 못한 내 잘못도 있어.'

사실 엉덩이를 가린 수건을 드는 행위 자체가 비정상적이지만, 엘리스는 이호연이 엉덩이를 마사지해도 된다는 이유들을 혼자서 생각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원했기 때문이다.

아니, 엘리스는 결국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맞아. 내가 처음부터 말을 했어야 했어. 이호연은 오늘부터 제대로 할 거라고 말했잖아.'

결론은 말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생각이 정리된 엘리스는 입을 열었다.

"아니…. 그냥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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