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49화. 주인공이 힘을 숨김?
"흐흑…."
"잠시만, 릴리아나. 내가 미안해. 울지마."
차라리 욕하며 지랄하면 받아주겠는데, 울어버리니까 감당할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일단 포장해온 치킨을 내밀어봤다.
"이거 먹을래?"
"꺼져어! 네가 준 거 안 먹어! 흑!"
안 통하네.
진짜 너무 서럽게 울다 보니 내가 너무 쓰레기가 된 기분이다.
아니 근데, 지가 먼저 수상한 짓을 해놓고서 들키니까 울어버리네.
이거 완전 범죄자 마인드 아니냐?
애초에 이거 내가 잘못한 거 맞아?
"대체 왜애! 왜 나를 소환해서 이렇게 만들어! 지금까지 잘만 살아왔다고! 너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될 일도 없었는데! 왜 나를 변태로 만들어놓고 그딴 눈으로 보냐고오!"
릴리아나는 서럽게 울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하아.
"너도 나한테 변태라고 맨날 그러잖아."
"너는 변태 새끼니까 맞는 말이잖아아! 왜 나까지 이렇게 만드냐고 이 변태 새끼야!"
아오 시발, 뭐 어쩌라는 거야.
여기서 '삼 일 내내 보지만 쑤시고 있던 네가 진짜 변태 새끼지.' 라고 하려다가, 그러면 진짜 수습 불가일 것 같아서 그냥 참았다.
그래. 일단은 지금 상황만 넘어가고 보자.
"그, 그래! 그거야!"
"끄흐읍…?"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는 과학자처럼 엄청난 생각이 났다는 리액션을 취했다.
릴리아나도 울음을 약간 멈추고 나에게 관심을 가졌다.
"계약자인 내가 변태라서 너도 성욕이 갑자기 끓어오른 거 아닐까? 사실 네 잘못은 없는 거야!"
"…훌쩍?"
그렇게, 릴리아나를 달래주기 위한 개소리를 시작했다.
"그렇잖아. 너 같은 순수한 애가 갑자기 왜 그러겠어. 다 내 탓이라니까."
"... 그, 그래! 맞아! 다 너 때문이라고! 이 변태 새끼야!"
"...응. 미안하다."
"좆의 숙주 새끼! 인큐버스의 후손 같은 새끼!"
릴리아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변명거리를 찾았다는 기쁨으로 나를 매도하며 웃음을 되찾았다.
"그래, 다 내 탓이니까. 일단 치킨 먹으면서 진정해."
"알았어. 그리고 변태력이 옮으니까 내 주변에 오지 말아줘."
"...그래. 마음대로 해라."
릴리아나는 드디어 고민이 해결됐다는 개운한 얼굴로 치킨을 뜯기 시작했다.
단순한 서큐버스여서 다행이다.
아니 근데 릴리아나는 갑자기 왜 저렇게 된 거지?
성에 별 관심 없던 노처녀가 삼 일 내내 자위에 빠지려면 도대체 무슨 일을 당해야 하는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하아, 원인은 알았지만. 지금 내 상황이 꽤 심각해."
"뭐가 심각한데?"
릴리아나가 치킨을 뜯으면서 진지한 말을 꺼냈다.
"뭐긴! 너 때문에 성욕이 계속 올라온다고! 분명 네 탓이 분명하니까 네가 책임져!"
"내가 어떻게 책임져줘? 생체 딜도 역할이라도 해줄까?"
드디어 릴리아나가 돈 벌기 말고도 나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는 모습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서큐버스를 소환했는데 당연히 이래야지!
"미, 미친 새끼가 또!"
퍽! 퍽!
"왜 때리는데! 네가 도와달라며!"
"개소리를 하잖아! 방법을 찾아야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아니 섹스로 성욕을 해소하는 게 방법이 아니면 뭐냐고요. 대체.
"알았어. 방법을 찾아볼게."
그래도 일단 찾아본다고 해야지 진정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다.
"인간들 사이에서 성욕을 해소하는 민간요법 같은 거 없어?"
"민간요법이라고 해야하나, 보통 운동을 하거나 일에 몰두하거나 해서 잊어버리는 편이지."
"으으음... 맞아. 괜히 성욕에 휩싸여서 자위만 하다 보니 오히려 멈출 수 없는 걸지도 몰라...."
아주 창피한 소리를 조용히 읊조리는 릴리아나를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냥 네가 변태라서 그런 거라니까?
"그래. 내일부터 자위는 그만하고 운동이랑 방송을 열심히 해서 성욕을 잊어봐. 릴리아나 화이팅!"
"좋아! 화이팅!"
왠지, 이 화이팅이 얼마 못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터지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
"하아. 개 같은 아침이네."
오늘은 월요일이다. 아카데미에 등교해야 하는 날이다.
주말에 푹 휴식을 취했어야 하는데, 너무 열심히 돌아다녀서 몸이 힘들었다.
"괜찮냐? 표정이 안 좋은데."
"그냥 그래. 주말에 바쁘게 돌아다녀서 좀 피곤하네."
"하필 금요일 수업을 안 들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청 궁금하거든? 마인은 어떻게 된 거고, 애들하고 화해는 했어?"
김영한이랑 연락할 수단이 없으니 지금까지 있던 일을 모르는 모양이다.
근데 굳이 남자 번호를 받고 싶진 않았다. 얘도 번호 얘기는 안 꺼내는걸 보면 서로 생각이 비슷한 모양이다.
김영한과 잡담을 하면서 1학년 수업동에 도착했다.
나는 루시루미 쪽으로, 김영한은 다른 친구들 쪽으로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공과 사 구분이 아주 철저한 친구였다.
교실 구석에는 언제나 도진혁 패거리가 단체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서로 낄낄대면서 웃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찐따들 같았다.
쯧쯧.
"좋은 아침."
나는 자연스럽게 루시의 뒷자리에 앉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좋은 아침이에요. 호연 씨."
두 명은 뒤돌아서 인사를 받아줬다.
루시는 생도복 위에 가디건을 입고 몸매를 최대한 가리고 있었다.
가슴이 워낙 크다 보니 가운데를 못 가리면 더 야한 느낌이 있는데, 정작 자기는 그걸 모르는 것 같다.
루미는 항상 단정하게 생도복만 입고 다녔다.
하지만 원래 제일 야한 옷이 교복인 법이다.
내 눈에는 생도복 자체가 코스프레나 마찬가지라서, 항상 눈이 즐거웠다.
게다가 주말에 비밀 친구 관계가 됐으니, 루미와 눈만 마주쳐도 다리 사이에 약간씩 반응이 왔다.
그건 루미도 마찬가지인지, 눈이 마주쳐서 웃음을 지어줬더니 똑같이 옅은 미소를 돌려받았다.
"뭐야? 둘이 눈 마주치고 뭐해?"
루시는 자기 얼굴을 쭉 내밀고 내 얼굴을 계속 바라봤다.
'얘 왜 이러지?'
지이잉-
눈에서 레이저를 뿜을 듯이 내 눈을 보고 있는데, 어떤 반응을 보내줘야 할지 몰라서 그냥 웃어줬다.
루시는 그런 내 얼굴을 보고 만족스럽게 씨익 웃더니 다시 앞을 봤다.
"...?"
설마 자기도 보고 웃어달라는 거였어? 얘 왜 이렇게 애가 됐냐.
★ 히로인 상태창
[루시]
- [ 호감도 : 92 ]
- [ 성욕 : 40 ]
- [ 식욕 : 30 ]
- [ 피로도 : 25 ]
현재 상태 : 헤헤헤. 잘 생겼다.
루시의 호감도를 올려놓긴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약간 애매했다.
고백하고 사귀면 공략 완료지만, 지금 누군가를 사귈 순 없었다.
결국,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성욕을 올릴 방법이 없나?'
호감도는 이미 높으니까, 그쪽으로 공략하는 게 제일 쉬울 것 같다.
"교수님이 좀 늦으시네?"
"오늘 1대1 대련 아니야? 드디어 저번의 수모를 갚아줄 차례가 왔구나!?"
루시가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게 진짜 하고 싶나보다.
"나랑 하고 싶어?"
"응! 저번에 내가 졌으니 이번에는 이길 수 있어!"
어차피 누구랑 하던 별 상관은 없다. 대련 하나하나가 다 성적에 들어가는 건 아니니까.
루시가 하고 싶다면 해주지 뭐.
아닌가? 얘 나쁜 남자 좋아하잖아.
밀당 좀 해야겠다.
"흐음, 생각 좀 해보고?"
"아, 왜애!"
"저는 둘이 하는 거 구경할게요...."
수업이지만 대련이 필수는 아니다. 하기 싫으면 거절할 수 있다.
물론 안전한 상황에서 전력을 다할 기회가 얼마 없으니 진지하게 헌터를 노리는 생도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만, 루미는 어차피 지원형이니까 이런 대련에 참여를 싫어한다.
"얘들아! 10시까지 대련장으로 집합!"
안경을 쓴 남자애가 문 앞에서 전달사항을 전했다.
10시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생도들은 대련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도 미리 가서 기다리자."
"오케이."
"네."
우리 셋도 일어나 그 행렬의 뒤를 따랐다.
*
대련장에는 담임 교수 김진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모였으니 전파하겠다. 오늘 수업은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 실력을 봐주도록. 진지한 대련을 하고 싶다면 대련장에 올라가면 된다. 그럼 이상."
김진혁의 말이 끝나고, 생도들은 둘 씩 짝을 지어서 대련을 시작했다.
대련장에 올라가는 생도들도 많았다. 지금처럼 안전하게 힘을 다 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자기 전력을 측정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야아, 위로 올라가자아."
"으음, 어쩌지...."
"왜 그러는 건데! 너 어차피 친구도 없어서 할 사람 없잖아!"
"...."
아니, 히로인들 공략하느라 바쁜데 친구 사귈 시간이 어딨냐고.
이제 그만 놀리고 대련이나 해줘야겠다.
"알았어 알았어. 올라간다...."
"어이. 이호연."
"?"
루시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분명 남자의 목소리였는데, 내 이름을 부르길래 뒤를 돌아봤다.
왠 비실이 닮은 새끼가 서있었다.
"나랑 붙지?"
비실이는 화가 난 표정으로 내게 대련을 요청했다.
뭐지 얘는.
아, 기억났다.
도진혁 따까리잖아.
저번 던전실습때 나한테 어깨빵치면서 시비걸었다가 욕처먹고 칼을 뽑으려고 했던 새끼다.
안그래도 그 떄 남다은이 너무 일찍 던전을 깨버려서 못 만났다.
면상에 마법을 못 박은 게 아쉽긴 했는데.
"야, 얘 나랑 해야되거든? 나중에 와."
그 때 루시가 비실이한테 축객령을 내렸다.
루시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비실이보단 루시가 훨씬 중요하다.
"들었지? 나중에 와라."
"참나. 사기꾼 둘이 같이 고개를 들고 다닌거 창피하지도 않냐?"
"뭐?"
날 노려보고 있는 걸 보면 나한테 하는 말 같은데, 난 또 무슨 소문에 휘말렸길래 저런 말을 들어야 하나.
이게 진짜 주인공의 운명인가 뭔가 그거냐?
"모르는 척 하는거야? 생도주제에 뿔 두개 마인을 잡은 척 하는 너희 말이야. 딱봐도 임솔 교수가 마인을 처리했고 너희는 뒤에서 구경만 했겠지."
"?????"
너무 당황스러우니까 기가 차서 반박할 말도 안 나온다.
아니 시발, 내가 펠릭스를 어떻게 잡았는데?
"...도대체 그딴 소문은 어디서 퍼진거냐?"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가라앉았다.
앞에 비실이도 약간 쫄았는지 흠칫했다가, 자존심은 있는지 다시 눈을 부라리며 얘기했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스타 만들어주기' 라고 말이야.
"지랄하네."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 진짜로.
주변 애들의 시선이 여기로 몰린다. 다들 이 대화가 궁금하다는 듯 쳐다보는 걸 보니 진짜 그런 소문이 도나 보다.
와. 시발. 머리 아파.
루시와 루미의 표정이 변화 없는걸 봐선, 쌍둥이들은 이런 소문이 도는걸 원래 알고 있던 모양이다.
'근데 왜 참고 있어?'
특히 루시. 너 이런 거 참는 성격 아니잖아!
★ 히로인 상태창
[루시]
- [ 호감도 : 92 ]
- [ 성욕 : 40 ]
- [ 식욕 : 30 ]
- [ 피로도 : 25 ]
현재 상태 : 참자. 또 나서다가 실수하지 말자.
아니... 너도 같이 있었으면서… 아?
생각해보니 내가 펠릭스를 처리한 걸 루시는 직접 보지 못했다.
그 때 발정마법에 빠져서 누워있었으니까.
나랑 섹스한 것도 기억 못하는 걸 봐선 펠릭스가 기습을 당한 이후로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친구인 나를 믿고 싶어서 가만히 있지만, 루시도 뭐가 맞는 말인지 확신을 못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호연아. 무시하고 가자."
"마, 맞아요. 무시해요."
루시랑 루미는 그냥 무시하고 싶어 했다.
아무래도 날 배려하는 것 같다.
내가 진짜 마인을 처리 했는지 얘네도 반신반의하기 때문이다.
하긴, 생도가 뿔 두 개 마인을 잡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
뿔 두 개면 현역 B급 헌터 정도는 되야 비등비등하게 싸울 수 있다.
생도 수준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유일한 목격자인 임솔 교수가 워낙 남 일에 관심 없는 탓도 있었다.
임솔 교수가 마인을 처리했는데 아카데미 측에서 그 공을 남한테 돌려도, 그녀는 별 신경을 안 쓸 것 같은 이미지다.
그렇기에 이런 소문이 퍼진 것이다.
근데 진짜 내가 죽였다고 시발.
"딱 봐도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너랑 가슴만 커진 성장 불균형 쌍둥이들을 띄워주고 싶어서 만든 자작극이겠지."
"... 됐어. 저런 거 한 두 번도 아니고. 그냥 가자."
루시의 성격이 엄청나게 많이 죽었다.
원작보다도 더 많이 온순해졌다. 이건 성격이 온순해진 게 아니라 호구가 된 거 같은데?
아마 이건 펠릭스 사건을 경험하게 만든 내 탓이다.
티는 안 내지만, 트라우마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저런 성희롱까지 넘어가려고 하는 걸 보면 아예 트러블 자체를 만들기 싫은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화를 낼 때는 내야 한다.
비실이 새끼를 바라보며 표정을 굳히는데, 루시가 내 팔을 잡았다.
"이호연! 그냥 가자니까!"
얘는 왜 이렇게 걱정이 많지?
싸워도 내가 질 것 같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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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연]
▶ 근력 : 40
▶ 체력 : 44
▶ 민첩 : 39
▶ 내구 : 38
▶ 마력 : 48
- 고유 권능 : 전투감각
- 스킬 : 개안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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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훈련과 퀘스트 보상으로 스탯을 생도 평균까지 끌어올렸다.
거기에 특전인 [전투 감각], [마나 감응], 짱짱한 고유 스킬인 개안이랑 코튼 가드, 가속도 얻었고, 최근에 펠릭스도 잡았고….
'응?'
...이거, 나만 아는 거 아니야?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은 내가 강해진 걸 모르잖아?
내 무력을 보여줬던 때라고 해봤자 예전에 실전 수업에서 몬스터를 잡았을 때. 그 때 7단계까지 잡았지만 7단계면 A클래스 평균이다.
게다가 5단계부터 올라왔으니 남들이 보기엔 바닥부터 시작해 평균까지 간신히 도달한 걸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 다음에 루시를 이기긴 했지만, 그때도 마법을 잘 피하기만 했지 뭔갈 보여주진 않았다.
던전 실습 훈련에서는 조금씩 전투에 참여하긴 했지만 대부분 남다은 뒤를 따라다니기만 했다.
…뭐지 이 허약한 커리어는?
분명 열심히 살아왔는데 여자랑 놀기만 했지, 아카데미에선 폐급이었다!
게다가 일취월장하는 마법실력도 임솔 교수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쥐뿔도 없는 애가 뿔 두 개 마인을 잡았다며 갑자기 기사가 나왔고, 그 생도가 엄청나게 잘 생겼다면? 게다가 증인은 그 임솔 교수.
만약 다른 교수였다면 인터뷰나 증언을 엄청나게 해서 좀 더 신빙성이 있었겠지만, 그 때 귀찮아하던 임솔 교수를 생각하면 인터뷰같은 건 다 거절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증인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이거 내가 들었어도 밀어주기로 의심했겠는데?'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졌다.
"어?"
그러면 여기 있는 애들…
나 되게 약한 줄 아는 거 아니야?
루시랑 루미도 내가 약한 줄 알고 계속 가자고 하는 거였어?
"...."
쌍둥이의 표정이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니, 얘들아. 나 강하다니까?'
뭐, 그래. 불안할 수는 있지.
어쩌면 저 비실이가 보기보다 상위권 생도일지도 모른다.
아니, 루시와 루미가 이 정도로 불안해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나한테 좋다.
생도들한테 내가 마인을 잡았다고 백날 말해봤자 가슴에 와닿을 리가 없다.
그와 달리 저 비실이랑은 같이 생활하면서 그 강함을 직접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런 애를 내가 개 패듯이 팬다? 그럼 바로 뼈저리게 느끼는 거다.
'아, 쟤가 보기보다 엄청 세구나. 덤비면 안 되겠구나.'
사람들은 대륙 너머에서 세계를 위협하는 마왕보다 뒷산에서 우리 집을 위협하는 고블린이 더 무서운 법이다.
결론.
비실이를 개 패듯이 패면 모두 해결이다.
"야, 너. 대련장으로 올라와."
나는 비실이 새끼를 흘깃 바라보며 대련장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