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48화. 본능적으로 (2) (48/648)



〈 48화 〉48화. 본능적으로 (2)

백아영은 올렸던 눈꼬리를 즉시 원래대로 되돌린 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만큼 절 보호해주는 팀원이 많아서 괜찮아요. 오래 같이 활동하다 보니 호흡이 잘 맞거든요. 그러고 보니 호연  쪽 던전 실습 팀원들하고는 호흡이 잘 맞나요?"

말 돌리기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노인네밖에 없는 칙칙한 헌터 협회에서 버티고 있는 백아영 답다.


"실은, 쉽지가 않더라고요. 같은 동기들인데도 이렇게 마음이 안 맞는데 현역 헌터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모르겠어요.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손발을 맞춰야 할 텐데."

"그래도 호연 씨는 운이 좋은 편이랍니다. 나와  맞는 팀원은 아카데미 생도일 때 미리 경험해보는 게 더 좋아요. 진짜 현장에는 '이 사람이 일부러 팀을 몰살시키려고 하는 건가?' 싶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으으. 백아영은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역시, 현장에서 뛰는 성녀님의 말을 들으니까  와닿네요."


"에잇.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죠?"

백아영이 주먹을 쥐어 내 어깨에 주먹을 날렸다.

물론 솜주먹이라 아프진 않았다.


"들어보니 호연 씨가 진짜 팔방미인이라면서요. 수업 성적도 좋고, 학생회 임원에, 실습 성적도 준수하고, 주말에 봉사까지 다니고. 진짜 뭐에요? 저는 아카데미 다닐  공부만 하기도 바빴는데."


"그렇게 띄워주시면 또 감사하죠. 저야 뭐, 그냥 성격이 그래요."

"성격이요?"


백아영의 흥미를 끄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녀가 원하는 사람은 본능에 솔직한 사람.


욕구에 충실하고 자제력이 없는 사람이면 더 좋다.


거기에 남자다운 튼실한 몸까지 있다면 베스트.


쉽게 말하면 욕망에 충실한 근육 돼지에게 깔리고 싶어 하는 변태 년이다.

 몸이 예쁘긴 하지만, 이건 보기 좋은 잔 근육이다.

백아영이 원하는 몸과는 조금 다르다.


다행히도 내겐 다른 장점이 있다. 부족한 몸은 얼굴로 대체해봐야지.

원작 게임에서도 통했으니 여기서도 통할 것이다.


"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에는 양보가 없거든요. 무조건 이뤄야 하고, 얻어야 해요."

"으음, 왜 그럴까요. 동기가 되는 욕망은 좋지만, 너무 욕망에 충실하면 나쁜 어른이 된답니다."


그런 어른한테 강간당하는 걸 원하면서 아닌 척하기는.


아직은 날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일단 조금 더 파고들어 봐야겠다.

"근데 저는 어릴 때부터 그랬거든요. 힘들다 보니 먹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하나도 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 보육원 애들의 나이대일 때였으니 얼마나 슬펐겠어요."


킁. 하고 괜히 코를 삼킨다.


물론 이호연의 과거는 하나도 기억 안 난다.

 어린 시절 좋은 부모님 아래에서 따뜻하게 자랐다.

"…."

다행히 백아영은 진지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조용히 말을 기다려줬다.

"어느새 성인이 되고, 아카데미에 다니게 된 저를 보니, 가지고 싶은 건 무조건 가져야 하고, 하고 싶은  무조건 해야 하는 사람이 돼버렸더라고요."

"그랬구나…."

백아영이 따뜻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면서 손을 맞잡았다.


갑자기 스킨십이라니, 감성팔이 효과가 좋은 것 같아서 좋긴 한데….


'이 사람  자연스럽게 말을 낮추는 거지?'

★ 히로인 상태창


[백아영]


[ 호감도 : 45 ]
[ 성욕 : 68 ]
- [ 식욕 : 60 ]
- [ 피로도 : 40 ]

현재 상태 : 슬픈 사정이 있는 아이를 보듬어 줘야 해. 어쩌면 키잡이 가능할 지도…?



백아영의 호감도가 45까지 올랐다. 처음엔 30이었으니 장족의 발전이네.

그 와중에 성욕은 왜 저렇게 높은 거야. 최근에 쌓이기라도 했나.


어쨌든, 하던 감성팔이는 마저 해야지.

내 이미지도 슬픈 아이에서 날 덮쳐줄 만한 후보까지 격상시켜야 한다.


"아카데미 생활도 놓치기 싫고, 시험도 잘 보고 싶고, 학생회도 하고 싶고, 봉사도 포기하기 싫어요. 제가 싫어 하는 건  부숴야 하고, 좋아하는 건 꼭 가져야 해요. 그래서 마인을 보고 싸웠고요.

"… 괜찮아. 이제 호연이는 성공할 일만 남았어."


그렇게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고 있던 백아영은, 갑자기 어머! 라고 외치더니 날 풀어줬다.


"미, 미안해. 내가 실수를. 아니, 실수했네요. 죄송해요. 정말."

"큭. 아니에요. 저도 좋았는데요 뭐. 그리고 말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선배님이신데."

"그, 그럴까?"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는 게 좋은 모양이다.


자신이 어른인 티를 내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네, 네. 물론이죠."

"고마워. 호연이 너, 보기보다 엄청 귀여운 성격이구나? 완전 악동이었네?"


"에이, 그냥 바보 같은 성격이에요."


백아영은 뭔갈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후음, 그래도 멋있어. 사실 난 그런 성격 좋아하거든…… 아, 좀 덥네?"

백아영은 '아 덥다 더워~' 라고 혼잣말하면서 셔츠 블라우스의 단추를 두 개 뜯었다.

확실히, 3월인데도 날씨가 따듯한 편이긴 했지만 더울 정도는 아닌데.

난 백아영의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무는 걸 느꼈다.

단추를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뜯었으니, 당연히 가슴골이 보일 수밖에 없었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일부러  시선을 가슴에 고정했다.

백아영이 내 시선을 확실하게 느끼도록.


몇  정도 대놓고 가슴골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백아영의 눈이 나와 맞았다.

그녀는 내가 가슴을 보든 말든 신경을 안 쓴다는  대화를 이었다.

"그런 성격이라도, 절제를 잘하고 있잖아. 하고 싶은 건  한다는 주제에 한다는 게 시험, 공부, 학생회, 봉사, 마인 사냥이면 바보가 아니라 그냥 착해 빠진 사람인데?"

맞는 말이긴 하지.

근데 '그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성격'이란 거 자체가 방금 만든 설정이라 어쩔 수 없다.

내가 착하게 살긴 했네. 나쁜 남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도 백아영의 가슴을 보다 보니 좋은 변명거리가 떠올랐다.


"지금까진 갖고 싶은 게 모두 합법적인 것들이거든요. 다음에 갖고 싶은  혹시라도 불법적인 거라면…."


스윽.

아직도 훤히 열려있는 백아영의 가슴골로 눈을 보냈다.

여자와 대화 중에 상대의 가슴을 대놓고 쳐다본다는 말도 안 되는 행동.

그걸 내가 해냈다.


"저도 저를  모르겠네요."


"헤에…?"


백아영은 역시 신경도  썼다. 오히려 흥미가 생기는 것 같다.

"당연히 농담인 거 아시죠?"


"그럼. 근데 어른을 너무 놀리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이었으면 혼났을걸?"

당연히 엄청나게 실례되는 행동이다.


백아영이 가장 싫어하는 사회와 법이라는 벽. 도덕과 이성이라는 목줄.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을 가장 잘 지키는 것은 백아영이였다


남들의 시선과 존경. 성녀라는 이름. 자신에게 걸린 기대. 모든  실망시키기 싫었기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척하는 게 백아영 이다.

실체는 남자의 본성. 욕망. 성욕 등. 가장 원초적인 것들에 빠진 여자.

그렇기에 더 강하게 내 욕망을 드러낸다.

남들의 시선이 없고, 상대도 본능을 느끼는 동류의 사람이라면, 백아영은 오히려 그런 행동을 즐길 것이다.

"뭔가, 오늘 대화는 되게 재밌었네."


백아영의 눈이 매끄러운 호선을 그렸다.




『퀘스트 완료!』




★ 히로인 상태창


[백아영]

- [ 호감도 : 50 ]
- [ 성욕 : 70 ]
- [ 식욕 : 60 ]
- [ 피로도 : 40 ]


현재 상태 : 어쩌면 이미 다 컸을지도 모르겠어.



'됐다.'


역시 나는 감성팔이에 재능이 있었다.




*







"좋아 좋아."

일이  풀리고 있다.


스페셜 퀘스트는 히로인 3명의 처녀를 가져가야 한다.

이미 루시와 루미의 처녀를 가져갔으니, 백아영만 어떻게 하면 된다.


다행히 흥미를 끄는  성공했다.

쓸데없는 내용이었지만 대화도 오래 했다.

몇 시간 정도 떠들다가 백아영은 슬슬 가봐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 애들한테 과자만 나눠주고 보육원을 나왔다.

지금 시간은 오후 5시.

저녁을 먹기에 약간 이르긴 하지만, 나쁘진 않은 시간이다.

"치킨 한 마리 포장해주세요."

아, 릴리아나 먹을 거도 시킬까?

 먹으면 내가 두 마리 먹지 뭐. 억지로 쑤셔 넣으면 들어가긴 한다.

혹시라도 나만 먹다가 삐질 수도 있으니까 한 마리를 추가로 주문했다.


"저, 저기요…?"


"네?"

"그, 홍보부 이호연 생도 맞죠? 저 완전 팬이에요…!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사인 좀 해주세요!"

어디서 나타났는지 웬 여자  명이 나한테 스마트워치를 내밀고 있었다. 그냥 내 이름을 쓰고 행복하세요-! 라고 써줬더니 꺅- 꺅- 하면서 사라졌다.


홍보부 활동한  꽤 된 거 같은데, 아직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 게 신기했다.

확실히 촬영 이후에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


"근데 다음 촬영은 안 하나?  달에 한 번 활동하는 학생회는 양심에 너무 찔리는데."

홍보부는 엘리스와 문수린. 두 명의 히로인과 접점이 있어서 꽤 중요해졌다.

"뭔가 기분 이상하네. 연예인 된 것 같고."

그러고 보니 릴리아나가 오늘 방송을 켰으려나?

스마트워치로 릴리아나의 방송국에 들어갔다.


설마 했는데 오늘도 잠수였다.


"이건 진짜 안 되겠다. 방송해서 돈도 안 벌면 이건 그냥 식충이잖아."


아프면 말을 하던가, 안 아프면 방에서 나와 애완동물 역할이라도 하던가. 그것도  하면서!


나는 포장된 치킨을 들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띠링-

익숙한 문을 열었다. 안은 역시 조용했다.


나는 릴리아나의 방 앞으로 직진해서 문을 두드렸다.


 똑.

"릴리아나! 치킨 사 왔는데 같이 먹을래?"

"… 미안. 나중에 나 혼자 먹을게."

"너 진짜 무슨  있는 거지? 괜찮으니까 빨리  해봐. 혹시 도박했냐?"

"그런 거 아니야."


"하아… 미안한데, 난 네 계약자로서 널 관리하고 케어해야 할 의무가 있어."

"싫다니까!"

대체 왜 이러는 거지? 50년 동안 놀다가 반항기가 이제 온건가?


'그냥 열라면 열지 뭔 이렇게 말이 많아.'


덜컥!

답답함에 괜히 속으로 짜증을 냈는데, 문이 열렸다.


릴리아나는 골반까지 내려오는 회색 면티 하나에 밑으로는 속옷 하나만 입고 있는, 집에서만 입을 수 있는 편한 여자 차림이었다.


"응? 어, 어? 뭐, 뭐야!"


쾅!


릴리아나는 갑자기 열린 문에 당황한 듯 다시 문을 닫아버렸다.

"너, 너! 명령했지!"

"아니,  했는데. 네가 그냥 열고 나왔잖아."


"갑자기 몸이 움직였다고! 너 맞잖아 이 변태 새끼야!"

음, 욕을 하는 걸 보니 원래대로 돌아왔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잖아. 자, 이번에 한다? 릴리아나. 문 열어."

덜컥!

다시 회색 면티와 속옷이 나를 반겼다.

"미, 미친 새끼! 나, 나 옷도 안 입었는데!"

"그럼 옷 입고 다시 나와."

쾅!

릴리아나가  명령을 듣고 문을 닫았다.

나는 안에서 옷을 챙기는 소리와 이따금 들리는 욕을 배경 삼아 고민에 빠졌다.


'왜 이렇게 계약의 힘이 강해졌지?'

똑똑히 기억한다.


지옥의 망나니 계약서의 내용.

 1 조. 계약자는 소환수에게 약한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소환수는 그에 따라야 한다. 다만, 소환수와의 유대가 깊어 질수록 더 강한 명령권을 가진다.

대체 나랑 릴리아나의 유대가 깊어질 일이 뭐가 있었다고 명령권이 강해진 건지 모르겠다.

유대가 약해지면 몰라도 강해질 만한 사건은 없었는데?

어쨌든, 나쁜 일은 아니다.


내 명령권이 꽤 강해져서 릴리아나도 웬만한 명령은 다 오케이 할 거다.


왠지 그런 느낌이 깊게 들었다.

좀 이따 얼굴을 보고 얘기해도 계속 저렇게 협조를 안 해주면, 명령을 해서라도 뭘 하고 있는지 들어야겠다.

이제 방에서 소리가 나질 않는다. 잠시 후 츄리닝을 입은 릴리아나가 거실로 나왔다.

"…."

"릴리아나, 요즘  그러는 거야. 방송도 안 켜고, 밖에 나오지도 않고,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해결하자. 혹시 아직도 루시 일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때는 진짜 방법이 그거밖에 없었다니까?"

"아니, 그런 거 아니야…."


"됐다. 일단 방부터 봐야겠어."


방에서 무슨 이상한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자기 입으로 말할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방에 수상하거나 위험한 물건은 없는지 확인해야겠다.

"아, 안돼! 절대 안 돼! 진짜  죽어?!"


"릴리아나. 가만히 있어."


목소리에 마력을 담아 명령하고 방으로 향했다.

릴리아나 방으로 변해버린 내 방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들어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문턱을 지나자마자 엄청나게 단내가 났다.

"뭐지?"

특히 침대.


어마어마한 단내가 풍기며 방에 습기가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삼 분에 일 물을 흘린  젖어있었다.



"이건 뭐야?"


"호, 혼자 운동하다가 땀 난 거야! 별거 없으니까 빨리 나가라고!"

어느새  따라온 릴리아나가 내 팔을 붙잡고 낑낑대며 밖으로 빼내려고 하고 있다.


도대체 뭘 하길래 땀이 저렇게 난단 말인가.


혹시 이상한 약물 같은 거 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릴리아나의 건강이 상하기라도 하면 그게 다 내 책임인데, 그럴 순 없다.

"릴리아나, 명령하기 전에 솔직히 말해줘. 여기서 뭐 했어?"

"나가. 제발 나가줘. 제발 부탁이야…."

"릴리아나.   동안 방 안에서 무슨 행동을 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말해."

목소리에 마력의 거의 절반을 때려 박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나도 이렇게 까지 하긴 싫었지만, 지금 릴리아나의 상태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무언가 특이사항이 존재하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내 명령에 릴리아나의 표정에 절망이 깃들더니,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호, 혼자서 자위했어…… 삼 일 동안… 첫날은 네 생도복 냄새를 맡으면서 클리토리스를 문질렀고, 다음 날은 네 팬티를 입에 넣고 빨면서 생도복을 손으로 잡고 보지에 문질렀어… 그 다음 날은 옷에서 냄새가 안 나서 네가 루시한테 자지를 박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손가락으로 보지를 쑤셨어……."

"…?"


뭐라고? 자위?  생도복으로?

잠시만, 아니, 응?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보가 쏟아지니까 내 기억능력에 오류가 생긴 것 같다. 다시 한번 물어봐야….

"으, 으, 으악! 이,  씨발놈! 주, 죽어! 죽어버려! 지옥 하마한테 씹어 먹혀 뒤져라! 인큐버스한테 후장 개통 당해라! 변태 새끼!"

"…어, 음…."


릴리아나가 새빨개진 얼굴로 괴성을 질렀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답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

아니, 나한테는 성욕에 미친 변태라고 지랄하더니 지는 삼일동안 보지만 쑤시고 있었네.


이런 변태같은 서큐버스가 있나.


"내, 내가 자, 자위를 했다고 했는데, 그, 그게 사실이 아니거든? 어… 어…."

릴리아나는 얼굴이 뜨거운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응."


"너도 알잖아…? 나, 이런 거 싫어 하는거 알잖아! 뭐라고 말  해봐!"

"어, 응. 알고 있지."

말을 하는 중에도 릴리아나의 동공은 점점  떨리고 있었다. 이제 슬슬 동정심이 든다.

뭐, 어찌보면 다행이다. 위험한 짓도 안했고. 그냥 나 혼자 김칫국 마신거니까.


릴리아나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말을 끝내려고 했는데….


"이, 이게 잘못… 잘못 말했다고! 내, 내가, 너, 너 같은… 흑. 흐흑! 개새끼야… 끄흡…  네 탓이잖아! 그래놓고 왜 나한테 이러는데! 왜… 왜  지내고 있던 날 소환해서 이렇게 만드는 데에… 왜, 흑… 흐흐흑! 끅!"

돌연, 릴리아나가 울기 시작했다.

어? 야, 잠시만.

선즙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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