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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12화. 스캔들 (2) (12/648)



〈 12화 〉12화. 스캔들 (2)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문수린은 백금발의 생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었고, 학생회장 답게 제복차림이었다. 그녀의 몸에 눈이 가지 않게 집중해서 얼굴을 바라봤다.

"여기 앉아도 되죠?"


"아, 넵. 괜찮습니다."


근데 갑자기 합석이라구요?


문수린은 당황한 나를 신경쓰지 않는 듯, 자연스럽게 클러치백을  자리에 내려놓고 외투까지 의자에 걸어놨다.

"그거 좋아하나봐요?"

"네?"

"끌레르 로즈 라떼요. 사장님이  빼고 주문하는 사람이 없다고 그러셨거든요. 원래 메뉴를 없애려다가  얼굴 보고 남겨주신다고 하셨는데,  말고도 시키는 사람이 있다니 괜히 반갑네요."

"아... 네. 좋아해요. 이 끝에 매운맛이 되게 중독성있더라구요."

"그쵸그쵸? 왜  맛있는 걸 모르지?"

쪼오옵


끌레르 로즈 라떼를 2잔이나 시키고 쫍쫍 빨아먹으면서 투덜거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마음 같아선  음료도 주고 싶다.


★ 히로인 상태창

[문수린]

- [ 호감도 : 25 ]
- [ 성욕 : 15 ]
- [ 식욕 : 30 ]
- [ 피로도 : 70 ]



저번에 만났을때보다 호감도가 5가 올랐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올라가는거지?

"아까 식당에서는 미안했어요. 호연씨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식당은 이목이 너무 끌려서."


"아니에요. 저도 저번에 실례했습니다. 설마 학생회장님 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괜찮아요. 서로 잘못했으니까 그냥 넘어가요."


스윽. 문수린이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나와 눈을 맞춘다. 갑자기 얼굴이 가까워지니까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뺐다.


"왜, 왜 그러세요?"

"참 이상해요. 분명 몇 번 보질 않았는데, 호연씨를 볼때마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함이 느껴져요."


"..."


'히로인의 마음가짐이 제대로 박혀있다.' 라고 밖에 설명할  없다.

친숙함을 느껴준다면 나야 고마울 따름이다. 공략하기가 쉬워진다.

"아, 그러면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저는 1학년 이니까요."


"그래? 그럼 편하게 할테니까 호연이도  편하게 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편하게 하라니까? 우리 나이도  살 차이 밖에 안나잖아."

"그래도 어떻게 회장님한테..."

째릿. 못마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자, 따라해봐. 누. 나."


"누...나."


"흐흐흫... 아니, 큼. 그래. 누나라고 편하게 해. 수린누나라고 하면 더 좋고."


"응, 알았어요. 수린누나."

"크흐흡..."


누나 한 번 해줄때마다 후배한테 오빠 소리 들은 복학생마냥 입을 틀어막고 몸을 배배 꼰다.


'대체 왜 이렇게 쉬운거야. 문수린....'

문수린은 [누나] 라는 단어 한 방에 넉다운을 당했다.

내가 살면서 누나라는 단어로 여자를 웃게만든 적이 있었던가, 괜히 뿌듯했다.

흐뭇한 미소로 입을 막고 웃고있는 문수린을 바라봤다.

찰칵!

그때, 통창 쪽에서 사진찍는 소리가 들렸다.

 쪽을 바라보자 검은 코트로 온 몸을 감싸고 있는 남자 한 명이 저 멀리 달려가는게 보였다.

"아니, 저 자식이."

남자를 쫒아가려고 벌떡 일어났다.

"괜찮으니까 앉아. 호연아."


"왜요? 파파라치 잖아요. 바로 쫒아가면 잡을 수 있을거에요."

내가 아무리 마법사루트를 탔다고 해도 도망치는 일반인을 못 잡을리가 없다.


"저 사람 일반인 아니야. 아마 쫒아가도 사진 안찍었다고 발뺌할걸? 어차피 남자랑 같이 있는 사진 하나로는 아무것도 못해서 괜찮아."


문수린은 이미 체념한 듯한 태도였다.

"아니, 일반인도 아니고 각성자가 파파라치를 한다고요? 이런 일이 자주 있으세요?"


"응, 이미 세는것도 지쳤어.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이런걸 걱정하게 될 줄은 몰랐어."


문수린은 후우, 하고 한숨을 쉬며 쪽쪽 끌레르 로즈 라떼를 빨아먹었다.


'스토커 사건, 곧 시작하겠네.'


문수린 루트를 타면 나오는 메인 이벤트. '스토커 사건'이 슬슬 시작할 모양이다.


주인공이 이 사건을 같이 해결해나가면서 문수린과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된다.

당연히 스토커가 누군지도 알고 있지만, 아직은 스토커가 붙기전인거 같고 지금 나서봤자 미친놈 취급당하고 끝이다.

"그나저나 1대1 대련 영상 봤는데, 실력 좋던데?"


"네? 그걸 어떻게 보셨어요?"

"에브리 데이에 올라왔던데, 네 허락 없이 올린거였구나."


내 영상이 올라온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메인이벤트인 '스토커 사건'.


'스토커 사건'에 내가 관여해야 한다. 그것도 초창기가 아니라 문수린이 힘들어  때 즈음에 개입해야 한다.

문수린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렇게 해야 공략이 더 쉬워진다.

"...  괜찮아요. 그, 누나. 혹시라도요."

"응?"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곧장 말해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 보신 것 처럼 능력이  있거든요."


"후후. 응. 고마워."

문수린이 벌써 이렇게 커버린 장한 남동생을 보는 듯이 날 보고 있다. 뭔가 창피하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수린 누나."

"응. 조심해서 들어가. 아, 잠시만!"


문수린이 주섬주섬 클러치백에서 무언갈 꺼내서 나에게 건넨다.

"번호 찍어주고 가."







*



에브리데이.


빅토리아 아카데미의 학생들간 사용되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능력자 관련 이슈나 길드 정보, 새로운 던전  유용한 정보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공유된다.

당연히  곳에는 자유게시판도 존재했는데, 수요일  올라온 글 하나가 에브리데이를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속보! 학생회장 문수린 남자와 단 둘이 데이트 정황?]

글은  내용 없이 사진 하나만 덜렁 올라와 있었다.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웃고있는 문수린과 그 맞은 편에서 미소를 짓고있는 남자의 사진.


누가봐도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의 사진이었다.

이 글은 추천을 500개 이상 받으면서 에브리데이 글 목록의 최상단으로 올라왔다.

[하긴 문수린이 남자친구가 없는게 말이 되냐?]

[아니, 뭔 남자친구임. 저번에도 이렇게 찍힌 사진 있었는데 학생회 후배였잖슴.]


[ㄴㄴ 그 때는 남자가 수준이 너무 낮아서 그랬던거고. 이 사진 남자 얼굴을 봐라. 이쁘고 잘생긴 것들은 끼리끼리 만난다. 에휴 ㅅㅂ]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별거없는 글 하나는 잔잔했던 커뮤니티에 운석을 낙하했고,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갔다.


[속보! 남자 정체 밝혀짐.]


[누구야? 모델? 연예인?]

[빅토리아 아카데미 A클래스 신입생 이호연임. 쟤 나랑 같은 클래스임 ㅋㅋ]

[와, 씨발. 신입생이라고? 2학년인 나도 아직 문수린님하고 대화를  나눠봤는데 내일 A클래스로 기강잡으러 간다.]

[이호연이면 아까  1대1 대련영상에서 눈 금빛으로 빛나던 걔 아니야? 존나 쎄보이던데.]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아ㅋㅋㅋㅋ 바로 삭제하고 튀는거 보소.]

이호연.

저번 시험때 7단계 고철거인을 잡으면서 교수진과 엘리스의 눈에는 띄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를 모르고 있었다.

루시를 상대로 한 1대1 대련 영상이 올라오긴 했지만 그게 이호연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적었다.

[이호연 쟤 오늘 가상괴수훈련에서 5단계 떴는데 7단계 고철거인까지 원 큐로 다 잡았음.]


[뭐? 5단계가 어떻게 A클래스에 들어가?]


[7단계 까지 깼대잖아. 그게 아니더라도 이사장 손녀랑 사귀는데 안될게 뭐가 있겠냐?]


[인간적으로 이건 아니지 ㅋㅋ 얼굴도 잘 생겼고 실력도 좋고 박탈감 지리네 진짜.]

[근데  제쳐두고 문수린하고 사귀는 게 젤 박탈감 쩐다 ㅇㅈ?]

[ㅇㅈ ㅋㅋ  가졌네 진짜.]

가장 놀란건 1학년 A클래스 생도들이었다.


"야, 에브리데이 봤어? 이호연이랑 학생회장님하고 사귄다는데?"


"뭐? 진짜로?"

A클래스는 아침부터 어느 때 보다도 시끄러웠다.

남자 생도 한명이 울분을 토해냈다.


"아니 이호연이 뭐가 잘났다고 문수린님하고 사귀냐?"

"진짜 몰라서 묻냐?  정도 얼굴이면 평생 얼굴만 뜯어먹고 살 수 있어."

"..."


한 여생도의 칼같은 팩트에  생도는 울상이 된 상태로 자리에 다시 앉았다.


아직 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슈가 될만한 사건이 얼마 없었다.

그러니 이호연과 학생회장 문수린의 스캔들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물론 둘이 진짜 사귀는 사이라는 오피셜은 없지만, 그렇게 이호연의 이름은 빅토리아 아카데미 전체에 알려졌다.


그 때.

드르륵-

사건의 중심인 이호연이 교실에 등장했다.


*



금요일 아침.

오늘은 대련이 없이 이론수업들만 예정되어 있다. 그래서 어제 밤까지 빡세게 마법훈련을 했다. 이론 교과서 1회 독은 진작 다 끝났고 주요 논문도 대충 읽었으니 이론은 당분간 쉬기로 했다.


"하으, 졸려."

기숙사에서 아침을 맞는게 이제는 익숙해졌다.


커튼을 걷자 기분 나쁜 아침햇살이 온몸을 감싼다.


아침에 샤워를 하지 않는 주의라서 머리를 감고 세수만 하고 물을 털어낸다.

대충 생도 복을 갖춰입고 기숙사로 나간다. 대학교에 다시 다니는 것 같아서 아직까지는 재밌었다. 아직까지는.


등교길에 이상하게 나한테 시선이 많이 쏠린다. 저기 구석에서 쑥덕쑥덕 대는 남자들. 날 보는 거 같은데, 기분탓인가?


"이호연... 어쩌구 저쩌구."

"... 죽여버릴..."


멀어서 잘 들리진 않지만 내 이름도 조금씩 들리는 거 같은데, 혹시 수린눈나가 어제 말했던 1대1 영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괜히 기분이 찜찜해서 빠른 걸음으로 1학년 수업동으로 향했다.


드르륵-


A클래스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이 쪽을 향한다.


근데 다시 돌아가지를 않는다. 계속 나만 쳐다보고 있다.


뭐야, 왜이래요 다들.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나만 쳐다보고있으니 뭔가 무서웠다. 다시 문을 닫고 나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김영한이 다가왔다.

"좋은 아침."


"어, 좋은 아침. 근데 분위기가 왜 이러냐? 무슨 일 있어?"


"너 때문이잖아. 스캔들남."

스캔들남이 뭐지?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어제 문수린과의 일이 떠올랐다.

"설마 누ㄴ... 회장님하고 사진찍힌거 때문에 그래?"


"그래. 사진 하나 때문에 아카데미가 완전 난리야. 회장님하고 진짜 사귀는거야?"


음, 여기서 사귄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사귄다고 했을  최상의 결과는 문수린과 사귀는 것. 근데 내 목표는 문수린과 사귀는  아니다. 히로인 들을 공략하는거지.


최악의 결과는 문수린이랑도 못 사귀고 호감도만 떨어지는 것.

역시 무난하게 넘어가는 게 맞는  같은데.


"아니, 그냥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어. 좋아하는 음료수가 겹쳐서 한 두마디  게 끝이야."

"좋아하는 음료수가 겹쳐서 합석까지 한다고?"

"전부터 일면식이 있었거든."


"... 그래? 다행이네."

김영한의 표정에서 찜찜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어쩔거야. 내가 있다는데.

"거봐.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응~ 팬클럽 탈퇴한다고 지랄하던거 다 알아."

"좀 닥치고 있지?"


다시 소란스러워진 교실을 지나 자리에 앉았다.

수업시작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스마트폰을 꺼냈는데, 화면에 방금 도착한 메세지가 떠있었다.

[호연씨, 학생회장님하고 진짜 사귀는 거 아니죠??]

보낸 사람은 루미.

루미를 슬쩍 바라보니 자기는 모른다는 듯이 루시랑 조잘조잘 떠들고 있다.


[아니라니까.]

[진짜요? 휴.]


누가보면 벌써 자기랑 사귀는 줄 알겠네. 답장은 필요 없을 것 같으니 대화를 종료했다.

"자, 좋은 아침이다."


때마침 담당 교수인 김진혁도 교실에 들어왔다. 또 올백머리에 검은양복이다.

"좋은 아침이다. 오늘은 공지사항이 있다. 다음주부터 신입생들도 동아리 활동에 참가할  있게 된다. 최소 1개의 원하는 동아리를 정해서 다음주 금요일 까지 제출하도록 하고 …"


지루한 공지사항이 끝나고, 오전 수업 준비를 위해 다들 분주해졌다.

"다음 수업 마나연구학 개에반데."

"왜, 나는 기대되는데. 아카데미에서 제일 실용적인 수업이라고 하셨어."

마나연구학이라, 이론 수업에 속하긴 하지만 실습 위주의 수업이다.

실용적이고 현역 헌터로 활동하기위한 기술들을 많이 알려준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흐음."

히로인들 공략을 해야하는데 요즘 아카데미에 너무 충실했던  같다.


루미랑은 주말에 약속이 있고, 남다은이랑 엘리스는 적어도 필기나 실기 1위를 위협할 정도가 되야 공략을 시작할 수 있다. 문수린은 같은 학년이 아니고, 남은 히로인 한명은 주말에 만나러 갈 예정이다.

그럼 당장 말이라도 걸어볼  있는 히로인은... 루시 뿐이네.

교실 안을 둘러보자 루시는 루미와 나란히 마나연구학 수업을 위해 짐을 챙기고 있었다.

★ 히로인 상태창


[루시]

- [ 호감도 : 27 ]
- [ 성욕 : 5 ]
- [ 식욕 : 40 ]
- [ 피로도 : 20 ]



 히로인 상태창



[루미]



- [ 호감도 : 35 ]
- [ 성욕 : 30 ]
- [ 식욕 : 15 ]
- [ 피로도 : 40 ]

호감도는 둘 다 나쁘지 않다.


가서 말이라도 걸어볼까. 루미랑 같은 조원이니까, 그걸 빌미로 말을 걸어보자.

"루미야, 교수님 한테 우리 사진 보냈어?"

"앗, 호연씨, 네. 그날 바로 보냈어요."


"둘이 친해 보이네?"

루시가 약간 가시가 돋힌 말투로 얘기한다. 호감도가 27인거 치곤 날카로운 말투다.

루시는 루미의 친구에 관해서는 쓸데없이 까다로워진다. 자기 때문에 루미가 친구를 못 사귀는 것도 모르고 있다. 루미는 성격 상 그런 불만을 말하는 애가 아니다 보니 어쩔 도리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안녕, 루시야. 루미랑은 같은 조니까 친하게 지내야지."

"뭐, 그렇지. 호연이는 나쁜 애는 아니니까. 근데 둘이 사적으로 만나거나 하면 가만 안 둬? 알겠지?"

"하하, 그럴리가."


"…."


"뭐야, 루미 너 왜 갑자기 조용해져? 누가보면 주말에 약속이라도 잡은  알겠어?"


"아니, 그런  아니라니까."

"…."


루미의 눈동자가  곳을 잃은듯 마구 떨린다. 거짓말은 못하는 성격인가 보다.


"…… 야."


"과제는  한거같으니까 나는 가볼게. 다음에 보자 루미야. 루시도 안녕!"

이럴땐 빨리 자리를 뜨는 게 제일 좋다. 왜냐면 나는 '나쁜 남자' 이호연이니까.


"야, 이호연  이리 와봐. 우리 순수한 루미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루시, 잠시만, 내가 설명할게. 여기서 마법 쓰면 안 돼!"

나쁜 남자가 이런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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