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2화 〉 결전(2)
* * *
“그, 그럼 지금 바로 먹어도 될까?”
윤승하가 풍유환을 입에 바로 입에 넣으려고 했다.
“야! 너 남장하는 거 들키면 어쩌려고!”
윤채린이 바로 제지했다. 다급하게 윤승하의 입을 막으면서.
“아, 왜! 시우가 준 구슬이 있잖아!”
“……치유의 구슬은 회복시키는 거지, 막아주는 게 아니야, 승하야.”
내 말에 윤승하가 입술을 삐죽였다.
“그래도 조만간 찾을 수 있을 거야. 바티칸에서 원하는 아이템의 위치를 추적하는 성물을 하나 받았거든.”
“……그래?”
“응, 한 번 찾아보자.”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런 건 없을 것 같다. 윤승하의 페널티를 막아주는 관리자의 구슬도 굉장한 희귀템이라서.
‘그래도 나름 요정왕이니 요정들을 굴리면 될 것 같은데.’
요정들을 굴리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드워프와 비슷한 땅의 요정족하고, 아티팩트를 잘 만드는 숲의 요정족들을 이용하면 말이다. 안 그래도 내 정액으로 다른 요정들이 더 강해졌으니까.
내가 요정들을 어떻게 굴려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윤승하가 나에게 물건 두 개를 건네줬다.
“그리고 이거. 저번에 시우가 나한테 맡겼던 거.”
“아, 고마워.”
윤승하가 돌 두 개를 줬다. 주홍빛을 띠는 돌과 하얀색을 띠는 돌이었다. 태양의 돌과 달의 돌.
원래대로라면 일회용이지만, 관리자의 구슬이 가진 원상태로 복구시켜주는 능력으로 나는 다시 복구시켰다.
‘그리고 이걸 티타니아가 가진 동화를 쓰면.’
상상이상으로 강해질지도 모른다.
여의천주를 마시면서 육체가 강해졌으니, 슬슬 ‘그걸’ 써도 될 테고.
‘버틸 수 있을까.’
나는 태양의 돌과 달의 돌을 유심하게 보았다. 몸에 주는 부담감이 심해서 오버로드를 체력에 더해서 막아야 할 것 같은데.
‘칠색을 이용한 보이드(Void)는 아직도 안되고.’
이건 깨달음의 문제였다. 칠색이 아직 진화하지 못한 것도 한몫을 했다.
그러자 진화하지 못한 여러 개의 능력들이 떠올랐다.
임나연이 가진 대해의 마나는 인피니티로 진화하는 순간 무한의 마나를 제공하며, 김하린이 지닌 광익은 진성광익으로 진화하는 순간 나에게는 좀 애매하지만 그래도 기동성 면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좋아진다.
“그런데 엄마가 마수왕을 맡으실 거에요?”
“응, 그렇게 됐어.”
윤승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이연아가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너무 힘들면 얘랑 바꿔요. 이번에 얘 상격으로 올랐다고 자랑하니까, 한 번쯤은 막을 수 있을 거에요.”
“하, 윤승하. 이 언니보고 못하는 말이 없어. 한번이 아니라 두, 세 번은 막을 수 있지!”
윤승하와 윤채린이 투닥거렸다.
이연아가 그들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정 위험하면 나도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뭐, 우리 엄마가 아무리 그래도 마수왕이라는 놈한테 질 것 같지는 않으니, 괜찮아. 근데…….”
윤채린이 나를 보더니 멈칫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번 쑥 훑어보더니.
“그 사이에 또 강해졌어?”
“뭐, 그렇게 됐다.”
“왜 그래, 우리 시우가 강해지면 좋지.”
윤승하가 슬쩍 내 왼쪽으로 와서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하, 진짜 얼탱이가 없어서.”
윤채린은 그렇게 말하며 내 오른쪽 팔짱을 끼었다.
“아무튼 빨리 가자. 슬슬 시간 맞추기 빡세질것 같으니까.”
***
성한석은 천리안이라는 고유 능력을 갖춘 남자다.
천리안.
그리고 특성으로 천리안과 카메라를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는 굉장히 유명한 촬영 기사다.
‘오늘 있을 결전에 대해서 촬영을 하라고 했지?’
협회에서 특명이 내려졌다.
요새 마인들이 날뛰는 꼴이 극심해서 인류의 최고 전력을 모은 이곳의 위상을 보여주면서 마인들을 잠잠하게 할 계획이란다.
‘그게 통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말단 직원이 뭘 알겠나. 성한석은 방송을 송출한 준비를 했다.
잔인한 장면이 나올것이 확실하니 무조건 성인용으로만.
“선배님, 슬슬 준비하시지 말입니다.”
“아, 그래.”
성한석은 방송을 송출하면서 한 장면을 담았다.
와, 미친 협회 뭔데 이걸 방송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ㅋ와 저거 뭐임?
아니 씹, 뭔 산보다 거대한 마수가 있음???
저거 ㅈㄴ 유명함. 갑자기 구 북한에서 튀어나온 놈인데 63빌딩 보다 조금 큰 놈임
ㄴ예??????
방송하자마자 어마어마한 시청자들이 몰려왔다. 한순간에 1만을 넘기고, 5분도 안 되는 사이에 100만을 넘어갔다.
와 100만명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
사람이 대체 몇명임ㅋㅋㅋㅋ중국하고 일본, 미국 국기도 보이네
캐나다 본토 사람임미다. 지금 뉴스에서 이거 방송으로 송출 중임.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한석은 화면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일 만에 달하는 마수군단.
그 군단의 앞에서 있는 평야를 채운 십만에 달하는 군단을.
삼천(三?)과 무림맹. 그리고 공허족이 자랑하는 사골병(死?兵). 그 숫자는 무려 십만에 도달했다.
물론, 전부 영웅은 아니다. 영웅이라고 불릴 숫자는 중격만 500명에 가까우며, 상격은 열다섯 명이다. 그리고 최상격이라 불리는 영웅은 다섯.
대부분이 총기로 무장한 인원들이며, 사골병같은 경우는 애초에 방패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십만이라는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평야가 빼곡하게 까맣게 물들었으니까.
그래도 무시무시하다. 저 군대면 진짜 어지간한 나라 밀어버릴 수 있을 텐데.
반대로 말하면 지금 마수 군단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수만에 달하는 마수군단이 중국으로 진격하면 중국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볼 테니까요.
채팅창은 마수군단과 중국군을 비교하는 댓글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내 사라졌다. 성한석이 마수 군단의 뒤로 진격하는 한 줌의 무리를 비추었기 때문이다.
와, 얼굴들 봐라. 저거 바티칸의 겸손하는 자 아님? 그 옆에 있는 건 미국의 더 원이고.
진짜 인류 최고 전력을 모아놨네.
망치와 모루 전술이네. 한번에 조지려고 이렇게 짠 듯?
근데 마수 1만 마리인데 가능함?
ㅇㅇ가능성 있음. 인류 최고 전력을 저기에다가 집중했는데.
이 전쟁은 현재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마수왕이라는 존재와 그 존재가 일본의 현 하나를 날려버린 마왕과 동격의 존재라는 사실이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만약 저 존재가 더 강해진다면 인류는 희망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마수왕이라 불리는 존재는 어쩌면 지금이 가장 약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인류는 힘을 모아서 저 존재를 바로 죽여야 합니다.
1만에 달하는 마수 군단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는 입을 모아 말했다. 단시간 내에 저렇게 세력을 불린 존재니, 더 모아도 이상하지 않다고.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말이다.
마수 군단이 움직였다. 일 만에 달하는 마수 군단이 진격했다.
그러자 중국군 앞에 보랏빛의 장막이 겹겹이 쌓였다. 수십 겹을 넘고, 이윽고 백 겹을 넘었을 때,
마수 군단과 중국군이 부딪쳤다.
콰아아앙!
마수군단들은 장막을 뚫고, 사골병들마저 뼛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뒤에 있던 연합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뒤를 공격하는 것은 히어로 아카데미의 교복을 입은 남자였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호감형으로 생긴 모습. 마치 황태자같은 모습이 어울릴 것 같은 남자가 선두에 섰다.
뭐임, 쟤 학생 아님?
ㅇㅇ한종우임. 쟤 아카데미에서 방어력 하나로 원톱으로 ㅈㄴ유명함.
근데 학생이 왜 전쟁에 쳐나오냐고, 협회 미친 거 아님?
성한석도 채팅의 반응에 동의했다.
히어로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학생을 이 전쟁터로 끌고 오다니.
“여기는 제가 뚫겠습니다.”
한종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갑을 착용했다. 마갑은 한종우의 유전자에 새겨진 용의 인자에 반응하며 마갑에 비늘이 솟았다.
마치 용을 본떠 만든듯한 용갑. 그것을 두른 한종우는.
가장 단순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콰득!
마수 무리 때들을 향해 돌진해서 마수들을 으깨버렸다.
“아들에게 밀릴 수는 없지.”
광성자가 흐뭇하게 웃으면서 손을 뻗었다. 빛의 입자가 그의 손아귀에 모였다.
광자화.
광성자의 고유능력이다. 그는 그의 역량이 허락해주는 한, 모든 것들을 빛의 입자로 만들고, 그것에 물리력을 부여한다.
번쩍!
빛이 휘몰아쳤다. 수십 줄기의 빛줄기가 뭉치면서 그것이 거대한 빛의 파도로 변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마수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와 ㅁㅊ 저게 뭐임?
광성자 님 기술임. 광자화라고 육체나 마나, 사물같은 것들을 빛으로 만드는 미친 능력임.
화르르륵!
하늘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에 올라선 겸손하는 자가 하늘을 불로 물들이고는 그것들을 추락시키고,
쩌저저저정!
아래에서 검주, 남다윤이 어검으로 수백 자루의 검을 지휘했다.
여명의 길드장인 천추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흐읍!”
콰앙!
지면을 크게 발로 밟아서 땅을 도려낸다. 100M 가까이 될법한 지면이 도려지면서.
“하앗!”
그것에 마나로 물리력을 담고는 마수 군단을 향해 던졌다.
성한석은 그 장면을 모조리 촬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의 눈에 한 곳을 포착했다.
마수들이 밀집한 곳에서.
한 소년이 갑작스레 나타났다.
어딘가 나른한듯한 표정을 보이면서. 흑발에 보랏빛의 눈동자는 사뭇 신비로워 보였다. 마치 이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모양세.
이시우 공주님 등장wwwwwwwwwww
코이츠wwwwwww정신을 놔버린wwwwwww
도대체 무슨 깡으로 마수들 안으로 들어간 거지?????
이시우였다. 성한석도 그를 안다. 이번 겨울 방학을 맞이하면서 협회에서 어떻게든 끌어들이라는 명령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가장 최연소 상격이면서도, 상격중에서도 적수가 몇 없다는 상대.
잠재력이 한없이 무궁무진한 대상.
지금까지 많은 장면을 촬영한 그의 직감이 외쳤다. 저 소년이 무언가를 보여줄 거라고.
그리고 이시우는 보여줬다.
인근에 있는 수백 마리의 마수들이 이시우를 향해 달려갔다.
공주님 위험해!!
감자놈들 뭐하는 거야! 빨리 왕자님 구하러 가!
검성 빨리 가라! 대한제국의 왕자님이 위험하잖아!
이새끼들 호칭 통일 좀 해라.
척보기에도 이시우의 상황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사방은 괴수이며 주변에 도와줄 사람은 없다.
이시우가 조용하게 검을 빼 들었다. 푸른색으로 벼락을 엮어 만든듯한 검을.
“크오오오!”
마수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검에서 파지직!하고 벼락이 뿜어져 나왔다. 보랏빛을 띠는 벼락이 마치 천벌이라도 내리듯이 주변을 휩쓸면서.
쿠르르르르릉!
번개가 치는 굉음과 함께 수백 마리의 마수들을 일소했다.
어?
????
왓 더 퍽????
뭐임, 방금 뭐임? 쟤 학생 아냐???
이시우라고 최연소 상격임. 협회에서 ㅈㄴ밀어줘서 얼굴마담인줄 알았는데
ㄴ최연소 상격이 ㅈ으로 보이냐????근데 쟤는 상격이 아닌 것 같은데?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wwwwwww저게 상격? 일본이 자랑하는 최강의 검성이 몇 명이 달려들어도 못 이길 것 같은wwwwwwwwwwww
저번에 SNS에서 검성이 그에게 몇 가지 검술을 가르쳐줬다고 했었는데. 이시우 씨 벌써 이렇게 자라다니, 고 검성 씨가 저승에서 기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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