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0 영지시찰 =========================
치료소에 누워있을 타릭에게 선물을 보낸 후 시장을 좀 더 돌아다니고 있을 무렵이었다.
옷가지나 수제물건 들을 팔거나, 서로의 저급 포니걸이나 암컷젖소를 물물교환하고 있는 중앙에서 벗어나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끄에에에에에!! 꿰에에에..!”
숨넘어 갈 듯한 처절한 비명이 날카롭게 귀를 찔렀다.
시장 구석에서 사건이 벌어진 것이 분명했다.
“시장에서 살인사건이라니!”
백작을 따라오던 제시가 깜짝 놀라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잽싸게 움직였다. 검과 갑옷이 없다곤 하나 제시의 실력으로는 어설프게 날붙이를 들고 있는 불한당 몇 명을 제압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상한 것은 이렇게 처절하고 큰 비명소리가 시장을 가로지르는 데도, 어떤 사람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뭐지...? 백작 령의 영지민에겐 누가 죽는 것 쯤은 일상이라는 것인가!’
제시가 빠르게 달려가며 생각했다.
가축이나 암컷가구같은 생명을 생명으로 취급하지도 않는 백작의 영지민이라면 같은 사람이라도 무시할 것이라는 섯부른 추측이었지만, 제시의 눈에는 전부 다 비슷해 보였다.
‘흐읏... 윽! 제길, 내 엉덩이랑 젖가슴이 너무 거슬려!’
빠르게 달리는 제시는 항문에 박힌 굵은 목각자지와 자유롭게 출렁이는 거대한 젖가슴이 매우 불편했다. 목각자지는 엉덩이에 박혀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리를 빠르게 움직일 때마다 항문 안에서 거칠게 움직이며 미약에 개발된 성감대를 쿡쿡 찌르고 문질렀기 때문이다.
‘한팔로는 제대로 붙잡히질 않아’
혹시모를 사태를 대비해 오른팔은 자유롭게 놔둬야 했기에 왼팔 만으로 젖가슴을 힘껏 부여잡아 보았다. 하지만 누가 보면 작은 갓난아이 두 명을 가슴에 매달았다고 생각할 만큼 거대한 젖가슴은 팔 안에서 출렁거리며 끊임없이 탈출을 도모하고 있었다.
‘크흑! 제대로 뛰는것도 힘들어!’
백작에게 억류된 지금이 아닌 평소였다면 젖가슴을 동여매거나 속옷으로 고정시켜 출렁임을 막았을 거대한 젖가슴이 뛰고 있는 몸과 함께 위아래로 힘껏 흔들리며 제시의 무게중심을 한 껏 흔들고 있었다.
“역시 제시 경은 순진하기 그지 없군”
백작이 비명소리에 지체 없이 뛰어나간 제시를 생각하며 말했다.
이미 제시가 비명소리가 난 현장으로 뛰쳐나가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백작은 느긋하기 그지없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아무런 반응없이 이것이 일상이라는 듯한 영지민의 이유와 같은 것이 분명했다.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리던 근원지로 달려간 제시의 눈앞에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있었다.
“헤헤헤, 손님 암컷의 단말마가 마음에 드셨습니까? 원래는 입을 막거나 목을 단번에 쳐내야 되는데... 단골이시라서 특별히 해드린겁니다요”
“흐흐, 고맙네 주인장! 고기만 먹으면 가끔 암컷고기인지 그냥 고기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때가 있어서 말이지... 이렇게 생의 마지막을 갈구하는 암컷의 비명과 꺼져가는 눈빛을 바라볼 때마다 암컷고기를 먹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
‘이게 무슨!’
제시가 항문안의 날뛰는 목각자지와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부여잡고 보지가 축축해질 정도로 급하게 달려왔음에도 눈앞의 광경은 살인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어보였다.
오히려 이 모습은 몇일 전 백작의 만찬에서 보았던 식용가축의 도살장면과 비슷한 광경이었던 것이다.
‘식용... 암컷을 도살한 것인가...?’
백작의 최고급 식용암컷들은 백작에게 자신의 몸을 식용고기로 제공한다는 숭고한 사명의식을 갖도록 세뇌되었기 때문에 고통에 의한 비명을 흘릴지언정, 생에 대한 갈망과 절망으로 얼룩진 처절한 비명은 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제시는 눈앞의 광경에 몸이 굳어졌다.
“이 짓은 너무 시끄러워서 주변에서 항의가 바로 들어오는 걸 특별히 감수하고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공포에 질린 암컷의 육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굳이 즐기고 싶다는 단골분들이 있으셔서 추가금을 좀 주시면... 헤헤헤”
“휴... 우리집에는 마땅히 식용암컷을 도살할만한 장소가 없어서 어쩔 수가 없이 장날에 이곳을 찾을 수 밖에 없군. 여기 추가금이네”
실로 피비린내 나는 광경이었지만, 이들에게는 소나 돼지가 도축당하는 것과 같은 익숙한 광경인 것 같았다.
평민에게서 동화 몇 개를 추가로 받아든 주인의 뒤로 식용암컷의 마무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피가 다 빠지려면 좀 있어야 되니 기다려 주시죠 흐흐. 아주 살아있는 것같이 깔끔하게 손질해 드리겠습니다!”
‘이... 이런......’
제시는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현장을 벗어났다.
식용가축이 죽어가며 내지른 비명에 헛걸음한 자신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눈앞의 광경이 주변 사람들 모두에겐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에 소름이 끼쳤기 때문이다.
제시 자신도 산적을 토벌하거나 작은 전쟁에 참가하여 반항하지 못할 정도인 도적 무리들을 죽여 봤지만 먹기 위해 죽이거나 그것을 즐겼던 적은 결코 없었기 때문이다.
시체라고 할 수 있는 식용암컷의 몸뚱이를 옆에 두고 희희낙락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전쟁터에서 뼈가 굵은 늙은 기사들도 잘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제시 경! 역시 빠르군. 그렇게 커다란 젖가슴을 그대로 부여잡고 뛰어가다니, 그 탐스런 두덩어리의 보물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고 걱정했지 않은가. 하하하!”
충격에 빠져있는 제시의 뒤에서 백작이 느긋하게 등장했다.
제시 자신이 급하게 뛰쳐나갈 때도 자신을 말리지 않고 느긋했던 이유를 알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영지민조차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는데, 모든 영지의 주인인 백작이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백작의 눈에는 내가 젖가슴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인가’
제시는 충격에 빠져있던 정신이 백작의 희롱이나 마찬가지지만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 같은 말에 깨어났지만, 그 내용이 심히 불편하고 거슬렸다.
유난히 자신의 젖가슴을 욕심내는 백작의 말에 자신보다는 가슴만이 해당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신경을 써주나마나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번식장에서 노회한 관리인의 설득으로 내심 백작이 눈에 밟히듯 거슬리게 된 제시의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자신의 가슴을 신경쓰는 백작의 말이 약간 불쾌했다.
하지만 제시는 이런 마음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그것을 드러낼 만큼 백작에게 솔직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았다.
“큿! 일반 평민들까지 식용암컷을 이용하는 겁니까?”
“물론이지. 일반적인 소, 돼지보다야 키우는데 시간이 몇년 더 걸리고 고기도 더 많이 나오진 않지만, 귀족들이 향유한다는 것과 인간과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저들에게는 큰 사치품을 싸게 이용하는 기회인 셈이지”
백작은 점점 영지의 가축제도에 관심을 가지는 제시에게 반가워하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백작인 자신이 직접 설명해 주는 것은 귀찮은 일임이 분명했지만, 자신이 공들여 길들이고 있는 여기사의 반응을 하나하나 관찰하는 것은 귀찮은 일을 충분히 감수할만한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생후 1,2년만 지나게 된다면 소, 돼지 보다 훨씬 튼튼하고 관리에 신경 써도 되지 않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게 장점이라네. 아무리 귀족이 먹는 고기를 먹고 싶다지만 불편함과 일손을 감당할 만큼 평민들은 여유롭지 않거든. 가축들은 먹이만 준다면 병도 잘 들지 않고 건강하게 자란다네. 정말 완벽한 가축이지!”
“이것도... 전부 그 지능저하 마법인장의 힘입니까...?”
백작의 열변에 제시가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으며 물어보았다.
제시는 정말 한낱 물건과 가축처럼 이용되고 실제로 변해버린 인간의 모습에 살짝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이네. 제시 경도 이제 가축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군. 지금은 가축들끼리 서로 번식이 가능하기에 새로이 마법인장을 찍을 필요가 없지만, 이들의 형질은 마법인장에 의해 나타난 것이 맞지. 마법인장은 이제 1,2개를 빼놓고는 전부 내가 보관하고 있어서 함부로 사용하지 못한다네”
“이런 무서운 마법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듣질 못했는데... 어째서”
“비밀인게 당연하지 않는가. 모두가 암컷 가축의 제작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었지. 뭐 지금이야 암컷가축끼리 번식이 가능해서 관심이 누그러들었지만... 여전히 반항적인 노예를 길들이거나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 괘씸한 기사 같은 포로들에게 사용하고 있다네. 제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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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플롯에서 살이 많이 붙네요.
2개 에피소드 분량으로 기획했었는데 쓰다보니...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주시는 쿠폰, 정말 글쓰는데 힘이되네요.
원래는 일일연재는 계획에 없었지만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에 바쁜와중에도 열심히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